정통부는 과도한 규제와 권한집중을 가져올
무리한 통신망법 개정안을 철회하라!


정보통신부는 연내에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이하 통신망법)'을 '개인정보보호 및 건전한 정보통신질서 확립 등에 관한 법률(이하 법률개정안)'로 개정하고 시범사업을 거쳐 내년 중에 관련 정책을 실시하거나 강화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개정법률안은 현행 통신망법, 청소년보호법, 전기통신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전자거래기본법, 전자서명법 등 유·무선 통신망(이하 통신망)과 관련된 다양한 법을 모두 포괄하고 있으며 '개인정보보호강화', '불건전정보 유통방지', '정보통신망의 안전성 강화' 등을 주된 내용으로 하고 있다.

우리는 개인정보보호를 강화하는 측면에서 이번 법률개정안이 기존 법률에 비해 개선된 점을 인정하며, 통신망의 음란·폭력물로부터 미성년자와 청소년이 적절히 보호되어야 함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필요성에도 불구하고 시민사회가 청소년 유해정보와 사이버 성폭력의 문제를 자율적으로 정화하고 해결해나갈 수 있도록 정부가 여건을 조성하기보다는 이를 명분 삼아 통신망에 대해 무모한 통제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우리는 좌시할 수 없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은 두 가지 이유에서 이번 법률개정안이 즉시 철회되어야 하며, 만일 법개정이 강행된다면 우리사회는 다가오는 지식정보사회를 대비하기는커녕 정보통제사회, 지식정보후진국으로 전락할 것임을 강력히 경고한다.

첫째, 법률개정안은 시스템관리·운영, 통신 행위, 통신 기록, 정보제공, 정보이용, 통신 내용(contents) 등 정보통신서비스 전반에 걸쳐 제공자와 이용자에 대한 정부통제를 크게 확대함으로써 통신의 자유를 심각하게 제한하고, 모든 이용자들을 컴퓨터범죄 혐의자로 만들 우려를 낳고 있으며, 정보사회의 핵심적인 표현수단인 통신망을 통제하여 국민의 입과 귀를 막으려 하는 검열제에 버금가는 규제내용을 담고 있다.
불법정보·청소년유해정보에 대한 포괄적이고 추상적인 규정, 기준과 방법조차 모호한 채 대통령령으로 주요사항을 위임한 정보내용등급표시제(안 제3장 제1절), 제공자 뿐 아니라 불량이용자 등 이용자에 대한 가혹한 의무와 처벌(안 제40조, 제76조), 인터넷 방송에 대한 규제시도(안 제38조), 시스템관리자의 책무(안 제48조), 이용기록의 보존(안 제52조), 도메인이름 분쟁조정(안 제72조) 등 사법적 검토와 사회적 합의를 거쳐야 할 주요 사안들이 행정기관의 결정에 좌우되도록 하고 있다. 그 대상에서도 사업자, 이용자, 민간단체 구분 없이 무차별 적용하고 있어 컴퓨터통신을 이용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사건건 감시를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 법률개정안은 정통부와 산하기구가 통신망에 적극 개입할 근거를 만들고 있어 이 법이 혹시 정통부와 산하기구 육성법이 아닌지 의심이 갈 정도이다. 법률개정안에 따르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안 제19조), 한국정보보호원(안 제21조), 정보통신윤리위원회(안 제28조),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안 제72조) 등 새로 신설되거나 대폭 강화되는 조직들이 '개인정보보호와 건전 통신질서확립'이라는 명분아래 사이트 폐쇄, 정보 삭제, 도메인 분쟁해결 등 준사법적인 기능을 포함하여 막강한 권한을 행사하게 된다.
하지만 한국정보보호원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현재 그 분야에서 전문성과 권위를 인정하기 어려울뿐더러,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 설치안은 인터넷의 주요 권한이 민간 자율로 이전되는 추세를 거스르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다. 법률개정안은 지구적(global) 범위에서 다국적 이용자들의 정보가 오가는 컴퓨터통신망에서 '국내의 제공자와 이용자에 한하여' 통제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만일 법률개정안이 시행되어 통신망이 일개 부처와 몇몇 산하기구에 의해 규제된다면 우리 사회의 지식정보는 그 부처와 산하기구의 수준에 제한될 것이고, 통신상의 정보제공과 유통이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며, 많은 정보들이 사법부를 포함한 사회적 공론화 과정도 없이 사장될 우려가 크다. 이는 참여자간의 자유로운 의사소통과 정보제공으로 전자민주주의를 통한 시민참여 확대, 작고 효율적인 전자정부 실현이라는 정부의 정책과도 전혀 상반되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대부분의 국가들은 인터넷 규제(regulation, governance)를 최소화하고 상당한 권한을 민간에 이양하는 정책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 시민사회단체들은 일천만 네티즌과 함께 인터넷을 포함하는 통신망에 대한 정통부의 시대착오적인 통제시도와 여러 산하기관을 집중 확대하려는 무리한 계획을 반대하며, 이번 법률개정안이 철회되어 다가오는 지식정보사회를 시민사회 스스로 자율성과 안전성이 보장되는 사회로 만들기 위한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임을 천명한다.

따라서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정보통신부는 법률개정안을 즉시 철회하라.
2. 사실상의 검열제도인 정보내용등급표시제 추진을 전면 중지하라.
3. 정부는 개인정보보호 입법에 우선적으로 노력하라.

2000. 7. 20

국제민주연대, 노동문화정책정보센터, 노동자정보통신지원단 LISO, 노동정보화사업단, 대구지역사무금융노조 정보교육센터, 문화개혁을위한시민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사회진보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인권실천시민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지속가능개발네트워크 한국본부, 진보네트워크센터, 참여연대, 참@네트워크, 청소년폭력예방재단, 통신연대, 한국노동네트워크협의회,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의전화연합, 함께하는시민행동, PeaceNet, YMCA, YWC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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