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매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권력집중현상을 경계한다


http://FreeOnline.or.kr 김 기 중 /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군대는 그냥 놔두면 적을 만들어 전쟁을 하려 하고,
권력은 그냥 놔두면 법을 만들어 규제를 하려 한다.


인터넷으로 대표되는 온라인표현수단(이하 온라인매체)은 이제 특별한 개인이나 단체의 전유물이 아니라 영리, 비영리부분을 포괄하는 우리 모두의 필수적인 생활수단이 되었다. 온라인표현수단을 매개로 과거에는 가능하지 않았던 다양한 모임이나 회사들이 형성되고 기존의 개인이나 모임,회사도 온라인매체를 중심으로 재편되거나 온라인매체를 이용하여 효율적인 활동을 벌이고 있다(이하 온라인커뮤너티, 이제 가상사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모든 현실사회의 개인과 조직은 온라인커뮤너티를 형성하고 있다). 따라서 온라인매체와 온라인커뮤너티에 대한 법제나 행정조직, 규제 등은 곧 대한민국 국민이면 누구나 이해관계가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최근 정보통신부는 온라인매체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와 관계 조직을 신설 또는 강화하는 법안을 마련했으면서도, 의견수렴과정을 거치지 않은 채 대통령이 주재하는 정보화전략회의에 우선 공개하는 방법으로 법안의 내용을 사실화하려 하였다. 이보다 더욱 큰 문제는 온라인매체에 대한 과도한 규제와 정보통신부에 대한 권력집중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법안의 내용이다.

정보통신부가 준비중인 법안은 [개인정보보호및건전한정보통신질서확립등에관한법률](이하 질서확립법)이라는 제목으로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이하 이용촉진법)을 개정한 법률안이다. 언론에는 정보통신부가 내 놓은 안의 특징이 개인정보에 대한 강력한 보호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위 질서확립법은 이용촉진법을 개정하는 형식이나 사실상 새로운 제정법률안이라고 할 정도로 다양한 내용을 담고 있으며, 특히 여러 형태의 행정규제장치를 신설, 강화하고 있어, 심각한 문제가 있는 법안이다.

먼저 위 질서확립법은 온라인매체와 온라인커뮤너티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행할 수 있는 각종 위원회의 설치와 기존 위원회의 강화를 주요한 특징으로 하고 있다. 개인정보에 관한 분쟁을 조정하는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내용등급분류권한과 불법정보에 대한 강력한 규제권한을 갖게 될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국가 및 공공기관이 보유한 정보의 공동활용체계 구축을 위한 별도 기관의 설립, 온라인사회의 얼굴로 기능하고 있는 인터넷도메인네임에 대한 분쟁을 조정하는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신설되거나 권한이 확대되는 기구들이다. 이는 온라인매체와 온라인커뮤너티에 대한 입법, 사법, 행정권한이 정보통신부와 산하단체에 집중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는 권력의 집중은 어느 경우에나 바람직하지 않다고 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회의 합리적인 발전에 저해가 된다고 본다.

둘째 위 질서확립법은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규정을 '불법정보'라는 이름으로 확대규정하고, 이를 단속하기 위해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기통신사업법의 '불온통신' 규정과 정보통신부장관이 그 내용을 삭제하거나 이용자의 이용을 중지시킬 수 있도록 한 규정은 현재 헌법재판소에서 그 위헌여부를 가리고 있는 중인만큼 이를 확대규정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바람직하지 않다. 특히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확대된 내용의 '불법정보'를 심사하여 그 결과를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문서로 고지하도록 한 것, 문서에 의한 고지에 '특별한 법률적 효과'를 부여한 것은 일상적인 행정검열을 도입한 것으로 받아들일 수 없다. 게다가 '불법정보'의 범위에 포함되어 있는 명예훼손, 허위정보, 사행행위, 음란한 영상 등의 포괄적 개념들은 사법부에서도 그 판단이 쉽지 않은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며 사법부의 판단이 내려진 이후에도 그 옳고 그름에 대한 논란이 중단될 수 없는 어려운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불법정보'를 단속할 권한과 의무를 부여하는 것은 윤리위원회의 권한남용을 법률이 보장하는 것과 같다.

셋째 위 질서확립법은 인터넷내용등급제의 도입을 규정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인터넷내용등급제에 대해 찬성이나 반대의 의견을 모으지 못했다. 그만큼 어려운 문제이며 다양한 쟁점을 내포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위 질서확립법이 규정하고 있는 내용등급제는 행정규제라는 점에서, 나아가 자칫 잘못운영되면 행정검열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자제되어야 한다고 본다. 내용등급제는 원칙적으로 민간부분(영리이든 비영리이든)에서 자율적으로 시행되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미 등급제를 내용으로 하는 상업서비스가 시행중이므로 적극적인 관심이 있는 부모들은 우선 이를 이용하여 자녀들을 인터넷 유해정보로부터 차단할 수 있을 것이며, 다양한 민간조직들이 합리적이면서 자율적인 내용등급제의 시행을 모색하고 있는 만큼, 정부는 섣부른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시행을 자제하는 것이 옳다.

넷째 위 질서확립법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은 물론 이용자의 책임을 과도하게 규정하고 있을뿐만 아니라, 그 책임의 이행을 강제할 수 있는 정보통신부와 산하 단체로 하여금 온라인매체와 온라인커뮤너티에 직접적인 행정규제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어 큰 문제라 아니할 수 없다.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라 함은 전기통신사업법에 의한 사업자뿐만 아니라 위 사업자의 전기통신역무를 이용하여 정보를 제공하거나 정보의 제공을 매개하는 자(질서확립법 제2조 제3호)를 모두 포함하므로,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비영리민간단체도 이에 해당될 수 있어, 비영리민간단체도 정보통신부는 물론이고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직접적인 규제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면 위 질서확립법은 정보통신서비스제공자에게 이용정보와 이용기록을 보존하도록 의무화하고 수사기관의 요청에 따라 이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으므로, 비영리민간단체도 일정한 경우에 이용정보와 이용기록을 보존해야 하고 정보통신부장관의 제출명령에 응해야 함은 물론 수사기관의 제출요청에도 응해야 한다. 이러한 규제권한은 정보통신사회에서 비영리민간단체에 대한 억압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우려가 아닐 수 없다.

위와 같은 문제 외에도 불량이용자 목록작성의 문제, 독립적이어야 할 도메인이름분쟁조정위원회의 위원을 정보통신부장관이 임명하고 그 권한을 따로 규정하지 않은 문제 등 많은 문제를 지적할 수 있다. 다만 우리는 그 모든 문제를 여기에서 모두 지적할 여유가 없을뿐더러 우리에게는 그 모든 문제를 검토할 충분한 시간이 주어지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우선 위 질서확립법의 개념이 폐기되어야 한다고 본다. 질서확립법은 지금까지 개발된 매체중 가장 평등하고 민주적인 매체를 규율함으로써 국민의 입과 귀를 봉쇄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가장 자유로워야 할 온라인매체와 온라인커뮤너티에 대해 '질서확립'이라는 개념 자체가 불순하다.

과거 군사정권아래서 우리는 국가안보와 사회질서라는 미명아래 입과 귀를 봉쇄당한 경험이 있다. 언론의 등록은 제한되었고 그나마 보도지침에 굴복해야 했으며 불법적인 금서목록에 따라 출판은 제한되었다. 영화, 연극, 심지어 노래와 무용까지 검열에 의해 햇빛을 보지 못한 경우가 많았다. 이는 대부분 국가안보와 사회질서유지를 명목으로 내 세운 법률에 의해 시행된 합법적인 것이었으나, 지금 되돌아보면 그러한 조치가 법의 탈을 쓴 권력남용의 극단이라는 사실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을 없을 것이다.
이제 표현의 자유를 제약하는 각종 위헌적인 장치들이 하나둘 사라져 가고,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등한 매체로 여겨지는 온라인매체가 개발되어 온 국민의 입과 귀가 활짝 열리고 있다. 정부와 국가는 인류가 개발한 매체중 가장 자유롭고 민주적이며 평등한 이 매체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온라인매체의 폐해(청소년보호, 온라인성폭력, 온라인범죄 등)를 방지한다는 명분아래 너무 쉽게 온라인매체에 대한 권력적 개입을 시도하려고 하고 있다.

우리는 이러한 정부의 시도에 반대한다. 우리는 온라인매체가 주는 폐해를 인정하나, 온라인매체의 폐해가 정부와 국가의 온라인매체에 대한 권력적 개입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이용되어서는 아니된다는 점도 분명히 지적한다. 온라인매체의 폐해는 시민사회와 함께 풀어갈 때 진정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는 것이지, 행정규제를 강화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에 우리는 다음과 같이 주장한다.
1. 질서확립법 추진계획은 중단되어야 한다.
1. '불온통신(불법정보)' 규정은 검열의 일종이므로 전기통신사업법에서 삭제되어야 한다.
1. 인터넷내용등급제는 다양한 입장의 단체, 개인들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논의되어야 한다.

2000. 7.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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