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 목 : 회원확보 열올리고 프라이버시 '모르쇠' 뉴스제공시각 : 2000/03/15 08:55 출처 : 한겨레신문 ----------------------------------------------------------------------------- 인터넷 업체들이 회원 늘리기에만 급급하고 개인정보관리는 그야말로 뒷전이다. 국내 유명 인터넷사이트에서 사용자의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만 입력하면 아이디와 비밀번호 등 민감한 정보까지 곧바로 알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하게 개인정보를 관리하는가 하면, 일부 사이트는 이른바 `허브'사이트를 만들면서 회원의 동의나 약관도 없이 신상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이름과 주민등록번호가 만능키 국내 최대의 채팅사이트인 `하늘사랑'(www.skylove.co.kr)의 사용자인 진아무개(18)씨는 이달초 누군가가 자신의 이메일함을 열어보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자신의 이름으로 다른 이들에게 장난편지를 보낸 사실도 알게 됐다. 메일함이 해킹을 당한 것이 아닌가 하고 이메일 서비스를 받던 사이트에 문의도 해 봤지만, 그런 일이 없다는 응답만 받았다. 당혹해 하던 그에게 윤아무개라는 사람이 한 통의 메일을 보냈다. `메일을 함부로 열어봐서 미안하다'는 편지였다. 진씨의 메일을 열어 본 장본인이 보낸 편지였다. 진씨가 경악한 것은 그가 자신의 정보를 얻게 된 경위였다. 자신이 응시했던 연세대(www.yonsei.ac.kr)가 인터넷으로 합격자를 발표할 때 함께 공개된 이름과 수험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알아두었다는 것이다. 윤씨는 이들 정보를 인터넷 채팅사이트 `하늘사랑'에 입력해 진씨의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얻게 됐고, 개인정보에서 이메일 주소까지 확보했다. 공교롭게도 진씨는 이메일계정에도 같은 비밀번호를 쓰고 있었기에, 윤씨는 진씨의 이메일을 자신의 것처럼 쓸 수 있었다. 진씨는 “하늘사랑에는 해지하는 항목조차 없어 비밀번호를 바꾸더라도 주민등록번호를 아는 사람은 얼마든지 정보를 읽어볼 수 있게 되어 있다”면서 “개인정보만 요구하고 개인정보를 보호하지 않는 것은 문제”라고 말했다. ◇맘대로 회원정보 공유 제일제당 계열 `드림라인'이 개설한 허브사이트 `드림엑스'(www.dreamx.net)에 들렀던 이아무개(30)씨는 가입신청을 하려다 자신이 이미 그 사이트에 회원으로 등록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알아본 결과 지난해 가입한 적이 있는 영화 사이트가 이 사이트의 회원사이트로 등록돼 있는 것을 알아냈다. 이들 사이트가 회원정보를 공유한것으로 생각한 이씨는 사전통보를 하지 않은 이유를 따지기 위해 약관을 찾아봤지만 약관은 어디에도 없었다. 약관을 확인하기 위해 부인의 이름으로 다시 사이트에 등록했지만 그 과정에서도 약관을 찾을 수 없었다. 이씨는 “동의없이 정보공유를 한 것도 문제지만 대기업이 운영하는 사이트에 약관조차 올려두지 않는 무신경에 놀랐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개인정보보호를 위한 `프라이버시 보호캠페인'(www.privacy.or.kr)을 진행하고 있는 `함께하는 시민행동'의 조양호 팀장은 “국내 유명사이트들의 개인정보 보호 실태를 점검해보니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면서 “이달말께 문제사례들을 공개해 대책마련을 요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태희 기자herme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