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들어가는 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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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체환경의 변화와 명예훼손법리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에 따른 인터넷, PC통신 등 뉴미디어들의 등장은 정치·경제·
사회·문화 등 각각의 영역에서 엄청난 변화를 초래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법적인 관점에서도
그에 대한 분석과 이론정립이 매우 절실한 다차원적인 문제점을 불러 일으키고 있다.
우선 인터넷과 PC통신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공간에서는 '자유와 해방'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도 불구하고, 지적 재산권의 침해행위, 포르노그라피의 유통, 명예훼손행위, 프라이버시 침해
행위 등 반사회적·권리침해적 행위가 문제되기도 한다.
더 나아가서 인터넷은 기존의 주권관념의 해체와 새로운 규범정립의 가능성도 보여 주고 있다.
또한 쌍방향매체인 인터넷과 PC통신의 등장은 기존의 대의제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전자민주주의'의 가능성에 대한 새로운 지평을 열어 주고 있기도 하다. 따라서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나타나는 이와 같은 새로운 현상들은 우리 사회에 있어서
순기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하고 역기능적인 모습으로 나타나기도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서 법이라는 것이 사회변동의 반영물이자, 또한 사회변동을 주도하는 수단이 된다는
사실을 전제로 할 때, 사회변동이 사회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하면서
동시에 사회에 대한 해악은 저지시켜야 하는 법의 역할이 이와 같은 새로운 현상들에서도
발견된다고 할 것이다. 위와 같은 여러 가지 새로운 법현상의 출현과 그에 대한 법적 대응의
문제와 관련하여, 이 글에서 다루고자 하는 것은 명예훼손행위와 그 규율에 관한 명예훼손법의
문제이다. 명예훼손법은 표현의 자유의 보장과 그 제한에 있어서 매우 첨예한 논쟁을 불러
일으킬 수 있는 영역이다. 실제로 각국의 언론의 역사를 살펴보면, 명예훼손법의 적용범위 및
정도가 그 나라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보장정도의 척도가 되곤 하였다.
그리고 명예훼손법의 문제는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의 문제와도 직결되어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여러 가지 가치들 중에서 어느 가치를 중요시하느냐에 따라서도
명예훼손법도 달라질 것이다. 그러나 표현매체의 관점에서 보면, 기존의 명예훼손법은 구술에
의한 언론(speech)을 전제로 한 것이거나 혹은 매체에 의한 것이라고 할지라도 소위 신문이나
방송 등 매스미디어를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글에서는 이러한 기존의
명예훼손법이 오늘날 PC통신 및 인터넷 등 쌍방향매체라고 하는 새로운 전자미디어의 출현에
따라 어떻게 변화될 수 있는지의 문제를 '명예훼손법의 새로운 틀'을 모색한다는 차원에서고
찰하고자 한다.
2. 접근 방법-새로운 접근방법으로서의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
먼저 전자미디어와 명예훼손법이라고 할
때, 이 문제를 어떠한 방법론을 가지고 접근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됨은 물론이다. 이러한 접근방법과 관련하여 이 글은 명예훼손법의
문제를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에 따라서 다루고자 한다.
여기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이란 정보의 흐름과 통제에 있어서 그 특성이 서로 다른
매체에 따라 규제에 관한 법적 원리가 달라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것으로서,
매체의 구조적 특성에 따라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제한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접근방법을
말한다. 즉 표현의 자유나 표현매체에 관한 법적 원리나 헌법상의 원리를 해석함에 있어서
매체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매체의 특성에 따라서 기존의
원리들을 재구성해야 하며 또한 표현매체규제에 관한 정책과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여기서 말하는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은 정보의 흐름에 있어서 나타나는
매체의 구조적 특성과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와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각 매체의 특성이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떻게, 어느 정도로 기여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을 명예훼손법의 문제에 적용하게
되면, 다음과 같은 보다 구체적인 가설이 성립할 수 있다. 즉 "매스미디어와 쌍방향미디어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스미디어와 쌍방향미디어에 적용되는
명예훼손법리도 달라야 한다". 이 글에서는 바로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전자미디어와
명예훼손법의 문제를 다루고자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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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 매스미디어와 명예훼손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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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명예훼손(defamation)이라 함은 언론기관이나 타인이 문서나 구두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를 말한다. 여기서 명예라 함은 개인의 사회적 평판을 의미한다. 한 사회에
있어서 명예훼손의 법리는 한편으로는 명예의 가치와 중요성을 존중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려는 그 사회의 고민의 산물이다. 즉 명예훼손이라는 개념은 개인의
명예보호와 언론의 자유라는 두 가지 가치의 충돌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두 가지
가치의 조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가치들간의 충돌을 어떻게 해결하고,
어떻게 조화시키는가는 그 사회의 사회·경제·역사적 조건 및 전통들에 따라서 달라질 수 있다.
다음에서는 미국과 우리 나라에 있어서의 매스미디어와 명예훼손법의 문제를 간략하게
살펴 보기로 한다.
1.
미국
미국의 명예훼손법리는
신문과 관련하여 표현의 자유를 더 중시함으로써, 궁극적으로
명예훼손법리가 적용될 여지를 좁히고 있다.
특히 1964년의 New York Times Co. v. Sullivan판결은 신문에 의해 공무원의 명예가
훼손되었을 경우, 원고에로의 입증책임의 전환과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라는
입증기준의 채택을 통하여 원고의 입증책임을 과중하게 만듦으로써, 결과적으로 개인의
명예라는 가치보다는 표현의 자유를 더 보장하였다. 그리고 이러한 입장은 1966년의
Rosenblatt v. Baer판결과 1971년의 Monitor Patriot Co. v. Roy판결을 통하여
'공무원(public official)'과 '공무상행위(public conduct)'의 개념을 확대함으로써 계속
유지되고 있다. 한편 New York Times판결에서 비롯된 이러한 명예훼손법리는 그 이후의
판결들이 '공인(public figures)'의 개념을 도입함으로써, 그 적용범위가 확장되기에 이른다.
즉 1967년의 Curtis Publishing Co. v. Butts판결은 '공인'에 대한 명예훼손의 경우에도
'현실적 악의'라는 입증기준을 적용하게 된다.
그리고 이러한 '공인'의 개념도 Gertz v. Robert Welch, Inc.판결,
Time, Inc. v. Firestone판결, Wolston v. Readers Digest Association,
Inc.판결을 통해서
정립·확장되어 왔다. 한편 이러한 법리들은 방 송의 경우에도 동일하게 적용된다고 파악된다.
왜냐하면 Common law상 명예훼손은 문서에 의한 명예훼손(libel)과 구두에 의한
명예훼손(slander)으로 나뉘는데, 방송은 전자 즉 문서에 의한 명예훼손의 법리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미국에 있어서 명예훼손의 경우에는 신문과 방송간의 매체특성에 따른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다.
2.
우리나라
위와 같이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나라에 있어서 개인의 명예와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을
조화시키는 방식은 민사법에 의한 규율(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책임: 민법 제751조,
제764조)뿐만 아니라, 형사법에 의한 규율(형법 제307조∼제310조)을 통해서도 이루어진다.
하지만 미국의 경우와는 달리, 우리 나라의 경우는 명예훼손에 대한 침해의 구제방식은 주로
형사법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먼저 형사법에 의한 규율의 측면을 살펴 볼 때,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라는 두 가지 가치들간의 충돌과 그 조화의 문제에 있어서 그 균형점을
매스미디어의 표현의 자유를 보다 보장하는 점에서 찾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 이유로는 첫째,
출판물 등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규정하고 있는 형법 제309조는 제307조와 비교해 볼 때, 비록
법정형은 높지만 구성요건에 "사람을 비방할 목적"이라는 문구를 삽입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죄의 성립을 제307조에 비해서 어렵게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설령 제307조에 의한 명예훼손죄를 적용한다고 하더라도,
제307조에 의한 명예훼손행위의 경우에는 제310조에서 "진실한 사실로서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는 위법성을 조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법조문상의 명시적인 문언뿐만
아니라 그 해석에 있어서도 우리 헌법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를 보다 확대하는 방향으로 그
해석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예컨대 헌법재판소는 1999년 6월 24일 선고한 불기소처분에 관한
판결에서 다음과 같이 설시하고 있다. " 명예훼손적 표현에 대한 형사법을 해석함에 있어서는
이러한 헌법적인 요청을 고려하여 첫째, 그 표현이 진실한 사실이라는 입증이 없어도 행위자가
진실한 것으로 오인하고 행위를 한 경우, 그 오인에 정당한 이유가 있는 때에는 명예훼손죄는
성립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한다. 둘째, "오로지 공공의 이익에 관한 때에"라는 요건은
언론의 자유를 보장한다는 관점에서 그 적용범위를 넓혀야 한다. 국민의 알 권리의 배려라는
측면에서 객관적으로 국민이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사실에는 공공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또
사인이라도 그가 관계하는 사회적 활동의 성질과 이로 인하여 사회에 미칠 영향을 헤아려
공공의 이익은 쉽게 수긍할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셋째, 명예훼손적 표현에서의 "비방할
목적"(형법 제309조)은 그 폭을 좁히는 제한된 해석이 필요하다. 법관은 엄격한 증거로써
입증이 되는 경우에 한하여 행위자의 비방목적을 인정하여야 한다 ". 한편 우리 나라의 경우는
명예훼손죄의 적용에 있어서 인쇄매체와 방송간의 차별성은 보이지 않는다.
왜냐하면 제309조에서 규정하고 있다시피, "신문, 잡지 또는 라디오 기타 출판물"이라고 하여,
형법 자체가 인쇄매체에 의한 명예훼손과 방송에 의한 명예훼손을 동일한 조항에서 규율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사법에 의한 규율의 측면에 있어서는,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몇 가지 기준의 해당 여부에 관한 해석을 통해서 해결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러한 기준들은
형법 제310조상의 위법성조각사유로 명시되어 있는 '사실의 진실성', '공익성'을 그대로
민사상에 적용한 것으로서, 이러한 '사실의 진실성' 및 '공익성' 이외에 (설령 사실이 진실이
아니더라도) 사실을 진실이라고 믿은 '상당한 이유'가 있었는가의 여부도 하나의 기준이 된다.
한편 우리 나라에서 명예훼손적 표현의 피해자가 '공적 인물(public figure)'인지의 여부,
그리고 그 표현이 '공적 관심사(public issue)'인지의 여부가 명예훼손에 의한 손해배상책임을
판단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분명한 기준으로 채택되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위의
헌법재판소판결의 내용을 감안할 때 앞으로 중요한 기준으로 인식될 가능성은 있다고 할
것이다. 이상에서 보다시피, 우리 나라에 있어서의 명예훼손법리의 구성요소는 크게 다음과
같이 두 가지로 나뉘어짐을 알 수 있다. 첫째, 명예훼손적 표현의 내용과 관련되어 있는
'사실의 진실성'이라든지 '공익성' 또는 '공적 관심사'라고 하는 객관적 요소, 둘째,
명예훼손적 표현의 행위자나 피해자가 관련되어 있는 '상당한 이유'라든지 '공적 인물'이라고
하는 주관적 요소가 바로 그것이다. 따라서 우리 나라에 있어서의 명예훼손법리에는
명예훼손적 표현의 수단이 되는 표현매체(언론매체)의 특성에 대한 고려는 원칙적으로
배제되어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글은 바로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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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II. 사이버공간과 명예훼손법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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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이버공간의 특성
오늘날 점점 보편적이고도
일상적인 문화현상 내지 개념으로 인식되어가는 '사이버공간'은
인간과 컴퓨터를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인터페이스(interface)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이러한 사이버공간을 형성하는 구체적인 하부구조는 바로 PC통신과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표현매체(혹은 언론매체)를 "표현을 위한 제도적 수단 내지 기술적 수단"이라고
파악하는 한, 사이버공간을 형성하는 하부구조로서의 PC통신과 인터넷도 표현매체에
해당함은 물론일 것이다. 왜냐하면 PC통신과 인터넷도 표현 내지 커뮤니케이션을 위한 주된
수단으로 오늘날 활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이버공간의 특성은 그 하부구조로서의
표현매체인 PC통신과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에 의해 결정될 것이다. 그리고 각각의 형성과
발전과정에서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네트워크들간의 연결로 인해 PC통신이 인터넷에
포섭되어 가는 오늘날에 있어서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은 바로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을 그대로
반영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여기서는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인터넷이라는 표현매체의
매체적 특성을 통해 파악하고자 한다. 우선 "기존 원격통신의 하부구조를 기반으로 컴퓨터를
통해 문자, 음성, 영상물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이른바 통합적 다기능 매체" 또는 "전세계
어디서나,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속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넷용 프로토콜(특히
TCP/IP: 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을 사용하여 네트워크의
개방성
및 상호연결성을 보장하고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OSI: Open System Interface)로서 전세계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는 네트워크들간의 네트워크(Network of Networks)"라고
정의되기도 하는 인터넷의 특성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비교해 볼 때,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커뮤니케이션방식의 면에 있어서, 기존의 매체는 일대다(一對多)의
전형적인 일방향의 매스미디어인 반면에, 인터넷은 일대일(一對一)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다대다(多對多)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한 쌍방향매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있어서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 즉 화자와 청자간의 구분이 명확하였으나, 인터넷의
경우에는 화자와 청자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인터넷이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은, TV, 라디오와 같은 기존의 방송매체와는 달리
인터넷이 전화와 같은 통신매체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것은 인터넷의 기술적
하부구조가 기본 적으로 컴퓨터와 통신네트워크가 결합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대다(多對多)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은 소위 '인터넷교대대화(IRC)'에
서도 볼 수 있듯이 인터넷이 기술적으로 전화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통신매체로 개념지어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둘째, 정보의 생산 및 흐름에 있어서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정보통제자(gatekeeper)가 존재한 반면에, 인터넷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은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 매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인터넷의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인 특성은 ① 기술적으로 모든 메시지들이 유통경로상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중심축이
없다는 점, ② 인터넷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실체가 없이 매우 효율적이고도 무정부적인
자율성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 등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셋째, 정보 및 미디어의
이용자면에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있어서 정보생산자는 소수이자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
반면에, 정보소비자는 수동적인 수용자이지 결코 적극적인 이용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수의 정보생산자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특히 월드 와이드 웹은 하이퍼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 재생산, 분배까지 할 수 있다. 따라서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에서의 수동적인 '시청자'는 쌍방향 내지 상호작용매체에서는 보다
능동적인 '이용자'가 되는 것이다.
그리고 기존의 방송이나 신문이 가졌던 편집자율성(editorial autonomy) 내지 편집통제권
(editorial control)은 인터넷에서의 상호작용성으로 인해 이제는 정보수용자에게 부여되고
있는 것이다. 결국 인터넷의 경우 정보이용에 있어서 이용자의 통제권(User Control)이
확립 내지는 강화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정보이용, 정보에 대한 접근, 정보의
흐름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갖고 있는가에 있어서 인터넷은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가져 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넷째, 매체에 대한 접근의 용이성을 살펴보면, 기존의 매체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하고 싶은 화자들은
매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반면에, 인터넷은 현재 진입을 가로막는 법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 및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 사실 '매체에 대한 접근가능성'은 경제적 요소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예컨대 인쇄매체나 방송매체 등 기존의 매스미디어의 경우에는 그
접근가능성이 주로 경제적 상황에 의해 좌우되었다고 할 수 있다. 즉 자본이 풍부한 자나
대기업만이 인쇄매체나 방송매체시장에 참여할 수 있었던 것이다. 결국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있어서는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이념이 한낱 이상에 불과했던 것이다. 하지만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전자매체의 경우에는 이용비용이 상당히 하락하고 있으며, 그 결과 진입장벽이
낮아짐으로 인해서 이전의 매스미디어보다 사상의 자유시장에 근접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특히 인터넷의 경우에는 이용자가 학교, 정부, 도서관, 기업에서 그리고 요즘 각광을 받고
있는'PC방'에서도 자유롭고도 손쉽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은 '사상의 시장'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easily accessible)' 매체라는 점이 또한 하나의 특성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 정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인터넷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먼저 정보의 형식면에서, 기존 매스미디어에 있어서는 텍스트(문서)로 되어 있거나,
음성 및 화상으로만 되어 있었고, 설령 텍스트와 사진이 같이 제공되어 있는 경우에도 단순히
나열식이었을 뿐이었지만, 인터넷 특히 월드 와이드 웹은 텍스트, 사운드, 사진을 비롯한
시각이미지, 동영상 등을 멀티미디어의 형태로 제공해 줌으로써, 형식면에서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의 내용면에서도 인터넷은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정보통제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그 내용에 대한 압력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소위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듯이 다양성이 추구될 수 있다.
2. 새로운 명예훼손법리의 필요성
(1) 사이버공간의 특성과 명예훼손법리의 적용
그러면 이상과 같은 특성을 지니는 사이버공간상에서는 기존의 명예훼손법리가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 것인가? 그 주된 하부구조이기도 한 표현매체로서의 인터넷의 매체적 특성이
고려되지는 않는가? 우선 명예훼손법리가 기본적으로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과
조화의 문제라는 점은 사이버공간상에서도 동일하게 인정될 수 있다. 만약 명예훼손 법리라는
것이, 언론기관이나 타인이 문서나 구두로 개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 형사적 처벌이나
금전적 배상을 포함한 민사적 구제수단을 통해서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려는 것을 의미한다면,
이러한 형사적 처벌과 금전적 배상을 포함한 민사적 구제수단은 명예를 훼손하는 상대방의
표현에 대해 반박하거나 잘못된 내용을 시정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고 그리고 그로
인해 자신의 명예에 대한 해악을 최소화시킬 수 없는 경우에 의미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
따라서 특히 신문이나 방송과 같이 일방성이 그 특징인 매스미디어에 의해 명예훼손이
일어나는 경우에, 형사적 처벌과 금전적 배상을 포함한 민사적 구제수단은 큰 의미를 가지게
된다. 신문과 방송의 경우에 내용적 규제에 있어서의 차별성에도 불구하고 명예훼손의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는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것도, 신문과 방송 모두 공통적으로 일방적 성격을
가지는 매스미디어라는 점에 그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사인과 비교해 볼 때
공무원이나 공인에 대해서 명예훼손의 입증책임을 무겁게 부과하는 기존의 미국의 법리도,
공무원이나 공인은 언론매체에 대한 효율적인 접근이 용이하고 따라서 잘못된 표현에 대해
보다 현실적으로 반박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 고려된 것이라 할 것이다. 그러나
사이버공간에서는 매스미디어와 달리 쌍방향성이 그 특징이므로, 자신의 명예를 훼손하는
표현에 대한 반박이 매스미디어에 비해서 상당히 용이하므로, 훼손된 명예에 대한 회복을
기존의 법적 수단에 의해 실현할 필요성이 실제로 적어진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이러한 경우
형사적 처벌이나 금전적 배상을 포함한 민사적 구제수단을 통한 명예회복은 피해자의
구제라는 긍정적 기능보다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위축이라는 부정적 기능을 더 노정시킨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논거는 사이버공간의 경우에는 기존의 명예훼손의 법리를 그대로
적용하는 것이 적절치 못하며, 명예훼손과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에 있어서 표현의 자유를 보다
보호하는 쪽에 무게중심을 두어야 한다는 결론을 지지하게 만든다.
물론 사이버공간에 있어서도 다양한 커뮤니케이션방법에 따라 명예훼손법리가 약간 다르게
적용될 여지는 있다. 왜냐하면 사이버공간에서 가장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방법으로
① 전자우편과 같은 일대일(一對一) 메시지전달,
② 리스트서브(listservs)나 메일링 리스트(mailing lists)와 같은 일대다(一對多) 메시지 전달,
③ 유즈넷 뉴스그룹과 같은 메시지 분배 데이터베이스(distributed message databases),
④ 인터넷교대대화(Internet Relay Chat: IRC)와 같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⑤ 텔넷(telnet)과
같은 실시간 원격컴퓨터이용, ⑥ 파일전송프로토콜(file transfer protocol: ftp), 고퍼(gopher),
월드 와이드 웹(World Wide Web: WWW)와 같은 원격정보검색 등 대략 6개의 범주를 들 수
있는데, 이러한 범주들의 커뮤니케이션방법은 각각 성격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의 명예훼손법리가 주로 신문, 잡지, 방송 등 매스미디어의 성격을 지니는
언론기관의 명예훼손적 표현을 중심으로 형성된 것이기 때문에, 사이버공간이 기존의
매스미디어의 경우와 다른 특성을 지니는 한 위와 같은 결론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고 할
것이다. 결국 이러한 결론은, 새로운 매체에 있어서 명예훼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의 법리를 매체특성론적 관점에 따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이러한 관점에서 1996년 8월 22일에 선고된 서울지방법원 제23형사부의 판결(96고합472)은
비판의 여지가 있다. 동 사건은 한 은행원이 1996년 2월경 PC통신 천리안 '주제토론실'란에
3차례에 걸쳐 15대 국회의원 출마예정자인 박지원을 비방하였다는 이유로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위반과 명예훼손혐의로 기소된 경우인데, 담당재판부는 명예훼손죄에
대해서는 공소기각을 그리고 공직선거및선거부정방지법 제251조(후보비방죄) 위반에
대해서는 벌금 100만원을 선고하였다. 그런데 담당재판부는 이 사건이 비록 공직선거 및
선거부정방지법상의 후보비방죄에 국한된 것이지만, 기존의 사건들과는 달리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적 표현과 관련된 사건이어서 그 특수성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사이버공간의 특수성에 대한 고찰은 전혀 배제한 채 비방행위의 목적, 구체적인 사실적시의
유무 등에만 주목하고 있다는 점에서 비판의 여지가 있다. 하지만 이 사건의 항소심인
서울고등법원 제10형사부는 1996년 10월 29일의 판결(96노1916)을 통해 비방행위의 목적,
구체적인 사실적시의 유무 등에 있어서 법리오해가 있었다는 이유로 무죄를 선고하면서도,
"컴퓨터통신은 전체적인 토론주제 범위 내에서 어떠한 의견을 통신문으로 게재하고 이에
대하여 반박이 있으면 그 반박에 대하여 다시 답변하는 내용으로 토론이 진행되는데, 그
통신문은 통신가입자에게는 모두 공개되어 있어 누구라도 그 토론의 주제에 참여하여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라는 점을 사실인정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그리고 대법원(대판 1997.4.25.[96도2910])도 항소심의 판결을 지지하면서, 피고인이 이
사건 통신문을 게재하게 된 '경위(쌍방향적인 컴퓨터통신에 있어 다른 통신가입자의 반박에
대한 대응)'를 여러 사정 중의 하나로 참고하고 있다 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2)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문제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문제에 있어서 또한 아주 큰 쟁점으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 바로
타인의 명예훼손행위에 대해 그 공간을 제공해 준 인터넷서비스제공자(ISP) 혹은 온라인
서비스제공자에게도 책임을 인정할 수 있는가의 문제인 바, 이 문제도 기존의 명예훼손법리가
그대로 적용되기 어려운 부분이다. 왜냐하면 사이버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커뮤니케이션의
유형들이 전자신문과 같은 매스미디어 유형에서부터 전자우편, 전자게시판에 이르기까지
다양하고, 디지털화된 커뮤니케이션 유통과정에 다양한 이해집단들 즉 시스템을 운영하는
업자와 정보제공업자 그리고 이용자들이 서로 혼재되어 있으며, 또한 이들은 다양한 역할을
동일한 공간에서 동시에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사이버공간상에서 신문이나 방송의
경우와는 달리 개별 정보제공자나 표현행위자의 책임이 아닌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문제가 헌법적 관점에서 중요한 쟁점으로 논의될 수 있는 이유는, 온라인 서비스
제공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추궁할 경우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적
검열을 강화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정보제공자나 표현행위자에 대한 위축효과
(chilling effect)를 유발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1)
미국의 경우
위와 같은 문제에 대해서는 미국의 경우 다음과 같은 두 가지 판결이 주목된다.
첫 번째
경우는 Cubby, Inc. v. CompuServe Inc.판결로서, 이 판결의 독특한 논리는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행위나 저작권침해행위에 대한 책임의 판단에 있어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해 주고 있다.
일반적으로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책임의 인정은 편집통제권 (editorial control)을 가지고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결정되고, 이에 따라 신문사나 방송사와 같은 출판인은 그 책임이
인정되는 반면에 전화사업자와 같은 공중통신사업자(common carrier)는 그 책임이
인정되지 않았다. 따라서 이러한 전통적인 법리를 그대로 적용한다면, CompuServe를
신문사 나 방송사와 같이 취급할 것인가 아니면 전화사업자와 같이 취급할 것인가에 따라
그 책임 여부는 달라지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 사건의 담당판사인 Peter Leisure에
따르면 CompuServe는 출판인(publisher)보다는 서점소유자(bookstore owner)나
도서배포자(book distributor)에 가까우므로, 즉 CompuServe가 명예훼손적 게시물에
대해서 사전에 어느 정도 "실질적으로 인지한(actual knowledge)" 경우나
CompuServe의 지위에 있는 이성적인 자(reasonable person)가 이용자가 게시한
자료의 명예훼손적 성격에 대한 인지를 피하지 못했을 경우에만 책임을 질 수 있는 바,
실제로 그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지 못하였으므로 책임을 인정할 수 없다고 판시하였다.
여기서 Leisure판사는 CompuServe에 대해서 신문사와 같이 책임이 완전히 인정되는
출판인도 아니고, 그렇다고 전화사업자와 같이 책임이 완전히 부정되는 공중통신사업자도
아닌, 일정한 기준이 충족되는 경우에만 책임이 인정되는 서점소유자나 도서배포자의
지위를 인정한 것이다. 이러한 논거가 의미를 가지는 이유는, 모든 책의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지 못한 서점소유자에 대해서 책임을 부과하는 것은 서점소유자로 하여금
모든 책들을 사전에 검토하도록 하는 부담을 지우는 것이고, 이러한 부담은 서점사업을
포기하게 만들 가능성이 있을 뿐만 아니라 책의 배포를 위축시키므로, 결국 표현의 자유와
심각한 충돌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경우는 1995년의 Stratton Oakmont Inc. v. Prodigy Services Co.판결로서,
이 판결에서 담당판사인 Ain은 위에서 설명한 Cubby판결과는 달리, 기존의 이분법적인
논리에 따라 Prodigy는 편집통제권을 행사하고 있으므로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판시하였다. 특히 Ain판사는 CompuServe와 Prodigy를 달리 취급하는 이유로,
첫째, Prodigy는 컴퓨터게시판상의 내용들을 통제하고 있는 것으로 일반대중과
구성원들에게 분명히 선언하였다는 점, 둘째, Prodigy는 이러한 통제권을
자동차단프로그램을 통해서 그리고 게시판운영자들(Board Leaders)에게 시행하도록
요구되는 지침들을 통해서 행사하였다는 점이다.
따라서 이러한 두 가지 점에서 Prodigy는 분명히 자신의 네트워크상에서 유통되는 정보나
표현들에 대한 편집통제권을 행사하고 있는 것이고,
따라서 Prodigy는 배포자(distributor)라기보다는 출판인(publisher)이므로,
명예훼손행위에 대한 책임을 진다고 하였다. 위의 두 판결들을 이해함에 있어서 유의해야
할 점은 CompuServe판결이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편집통제권을 전면적으로 부정한
것은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즉 편집통제권의 실제적 행사의 가능성 그리고
명예훼손법리를 적용하는데 있어서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를 고려해서, 다소 절충적인
모델을 적용한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따라서 Prodigy판결도 CompuServe판결과
비교해 볼 때 결론은 다르지만, 이와 같은 동일한 맥락에서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법리의 적용문제를 다룬 것으로 파악해야 할 것이다.
2) 독일의 경우
PC통신이나 인터넷을 통해서 전달되는 정보의 내용에 대한 온라인서비스 제공자의
책임문제는 독일에서도 많은 논쟁을 불러 일으켰는 바, 1997년 7월 22일 제정·공포된
'정보및통신서비스법(Das Informations- und Kommunikationsdienste-Gesetz:
IuKDG)'은 그 해결을 시도하고 있다. 우선 동 법은 직접 자신의 정보를 제공하는 자와
타인의 정보를 매개하는 자를 모두 포섭하는 개념인 '서비스제공자(Diensteanbieter)'
라는 개념을 만들어 내어, 이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에 관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동 법은 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세 가지로 구분하고 있다. 첫째, 서비스제공자
자신이 직접 제공하는 정보에 대해서는 법적 책임을 진다(Art. 1 §5 (1)). 이것은
정보제공자(IP)의 책임문제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둘째, 서비스제공자가 타인이
제작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는 경우에는, 그 내용을 알고 있었고 또한 그 이용을 금지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가능한 경우에만 책임을 진다(Art. 1 §5 (2)). 셋째, 서비스제공자가
타인이 제작한 정보를 이용하기 위한 접근(Zugang)만을 제공하는 경우에는, 책임을
지지 아니한다(Art. 1 §5 (3)). 두 번째 규정과 세 번째 규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ISP)의
책임문제를 규정한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일정한 경우에 책임이 면제된다고 해서,
정보의 내용을 알고 있고 그리고 기술적으로 차단이 가능한 경우에 불법적인 정보의
이용을 차단할 의무가 면제되는 것은 아니다(Art. 1 §5 (4)). 한편 '미디어서비스에 관한
주간조약(Staatsvertrag ber Mediendienste)'도 서비스제공자의 책임문제에 있어서는
'정보및통신서비스법'의 규정과 거의 동일한 내용의 규정을 갖고 있다(§5).
3) 영국의 경우
영국의 경우에도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문제를 해결하려
하고
있다. 즉 영국의 1996년 '명예훼손법(Defamation Act)'은 명예훼손소송에서 소제기를
당한 자가 주장할 수 있는 항변사유(a defence)로서 다음과 같은 세 가지를 규정하고
있다(제1조 제1항).
첫째, 자신이 명예훼손적 표현(statement)의 저자(author), 편집인(editor) 또는
출판인(publisher)이 아니라는 점을 입증한 경우, 둘째, 자신이 명예훼손적 표현의 출판과
관련하여 적절한 주의(reasonable care)를 기울였다는 점을 입증한 경우, 셋째, 자신이
명예훼손적 표현의 출판을 초래하였거나 또는 그 출판에 기여하였다는 사실을 몰랐고
그리고 그러한 사실을 믿을 만한 근거가 없다는 점을 입증한 경우가 그것이다. 그런데
특히 첫 번째 사유와 관련하여 동 법 제1조 제3항은 "자신이 효과적인 통제를 가할 수 없는
사람에 의해 명예훼손적 표현이 전송 또는 이용될 수 있는 통신시스템의 운영자 또는
통신시스템에 대한 접속을 제공하는 자"를 명예훼손의 책임을 지는 저자, 편집인 또는
출판인으로 간주하지 않는 여러 가지 경우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따라서 바로 이 규정은 온라인서비스제공자를 염두에 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첫 번째 항변사유에는 해당한다고 하더라도 두 번째 및 세 번째
항변사유를 입증할 부담이 여전히 남아 있게 되므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문제가
그렇게 명쾌하게 해결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추측된다. 따라서 이러한 법규정의 내용은
나름대로 법해석상 논란이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4) 사견
결론적으로 이 문제는 일률적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할 것이다. 우선
예컨대 온라인서비스제공자에게 엄격한 책임을 지울 경우, 수많은 이용자들의 모든
행위를 감시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부담이 과중할 뿐만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불가능하다.
또한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온라인서비스제공자는 책임을 면하기 위해 사적
검열을 강화하게 될 것이고, 이것은 결국 정보제공자나 표현행위자에 대한 위축효과를
유발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문제를 야기시킨다. 그렇다고 해서
온라인서비스제공자의 책임을 무조건 면책시키는 방법도 그리 합리적인 해결수단이 되는
것은 아닐 것이다. 따라서 그 해결방안으로 사이버공간상에서 반론권을 인정하자는
견해도 등장하지만, 이 견해의 경우 어떻게 반론권을 구체적으로 입법화시킬 것인가가
분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사이버공간은 그 접근이 용이하므로 법규범에 의해 반론권을
강제할 필요성이 존재하는지의 의문이 생긴다. 결국 이 문제는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 해결하든지 아니면 명확한
법적 기준이 정립될 때까지는 사례별로 해결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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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
결 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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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에서 필자는 전자미디어와 명예훼손법의 문제를 사이버공간에서의 명예훼손법의 문제로
환원하여 고찰하였다. 필자는 이러한 고찰을 위하여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이라는 방법론을
채택하였고, 이러한 방법론에 따라 "매스미디어와 쌍방향미디어는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매스미디어와 쌍방향미디어에 적용되는 명예훼손법리도 달라야 한다"는 가설을
세운 뒤, 이 가설을 나름대로 증명하려고 하였다. 이러한 가설의 증명과정은 우리에게 새로운
매체에 있어서 명예훼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명예훼손법리를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에 따라 새롭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분명히 보여준다. 물론 인격권으로서의
개인의 명예보호와 표현의 자유와의 조화문제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 사정이나 기준들이
감안되어야 한다. 따라서 매체의 특성은 이들 여러 가지 사정이나 기준들의 하나에 불과할
수도 있다. 하지만 매체의 특성을 무시하는 것은 '법현상에 대한 법적 대응'이라는 차원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할 수도 있는 것이다. 결국 매체특성론적 접근방법에 따른 명예훼손법의
재구성은 단지 '새로운' 접근방법에 따른 이론적 산물로 치부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고려해야 할' 관점으로 평가되어야 할 것이다. 한편 우리 나라의 경우 '새로운 전자미디어와
명예훼손법'의 문제를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 해결하든, 아니면 형법상의 명예훼손죄의 적용과
민법상의 손해배상책임에 관한 법리의 적용에 있어서 새로운 해석방법을 통해서 해결하든,
문제해결을 위한 분명한 기준이라든지 해결방안을 모색하기란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따라서
이 문제에 대해서는 보다 많은 논의와 판례의 정립이 필요하다. 그래서 필자가 이 글에서
제시하고자 한 새로운 틀이 앞으로 계속적으로 제기될 논의와 판결들에 있어서 조금이나마
참고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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