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적 규제의 정당성 문제를 중심으로
황 성 기
오늘날 뉴미디어의 등장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을지, 아니면 새 부대에 담을지"에 관해 고민하게 만든다. 새로운 매체인 인터넷은 언론매체로서 파악해야 하고,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인터넷에 대한 규제의 문제를 다루어야 하며, 또한 언론매체로서 인터넷의 특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
1. 들어가는 말
1) 미디어와 법의 패러다임의 변화
현대사회에서 정보통신기술의 급격한 발달과 뉴미디어의 등장은 개인의 삶뿐만 아니라 정치·사회·경제·문화 및 사회구조 자체에까지 막강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먼저 컴퓨터를 간단히 조작하기만 하면 원하는 정보를 누구나 손쉽게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헌법의 기초자들이 언론과 출판 자유의 전제로 상정했던 인쇄매체시대와는 질적으로 다른 새로운 패러다임의 사고를 요구하고 있다. 즉 CATV와 인터넷의 등장으로 상징되는 새로운 매체(new media)의 출현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의 영역을 양분해 왔던 신문과 방송이라는 이분법적인 사고방식이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는 문제의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리고 이른바 '정보초고속도로'(Information Superhighway)의 건설은 기존의 방송 및 통신의 구분을 무의미하게 만들어 버리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 또는 '기술 및 매체통합'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러한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은 단지 기술적인 의미에서만 파악할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 패러다임, 구체적으로 미디어 패러다임의 측면에서도 파악할 것이 요구된다.
따라서 이상과 같은 미디어 패러다임의 전환이 좁게는 언론법제 그리고 넓게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는 매우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즉 이러한 새로운 기술적 가능성들이, 다양성의 증진과 표현에 대한 정부규제의 완화라고 하는 표현의 자유의 핵심가치에 어떻게 기여하게 되는가라는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결국 오늘날 새로운 매체들의 등장 및 정보통신기술의 발달과 그로 인한 커뮤니케이션 환경의 변화는,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비유적으로 표현하면 '새 술을 헌 부대에 담을지, 아니면 새 부대에 담을지'에 관해 고민을 하게 만든다.
2) 연구방법 및 대상
우선 이 글은 기본적으로 '매체특성론'(a medium-specific analysis)적 관점에서 출발하고 있다. 즉 표현의 자유나 언론매체에 관한 법적 원리나 헌법상의 원리를 해석할 때 매체의 특성을 감안해야 한다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이러한 매체의 특성에 따라서 기존의 원리들을 재구성해야 하며 또한 언론매체규제에 관한 정책과 법제도를 정비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글은 방법론상 귀납적·경험적 접근방법을 취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여기서 채택하고자 하는 '매체특성론'적 관점은 매체의 기술적 요소에만 국한하여서는 안된다. 왜냐하면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신문, 방송, 전화, 컴퓨터 데이터 등이 디지털비트(digital bits)라고 하는 동일한 양식으로 제작되고 또한 광섬유(fiber optics)라고 하는 동일한 수단을 통해 전송됨으로써, 기존처럼 인쇄냐, 전파냐,유선이냐 하는 기술적 차이점만이 더 이상 매체에서 표현의 자유 보호 정도를 결정하는 주요한 요소가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채택하고자 하는 '매체특성론'적 관점은 정보의 흐름에 나타나는 매체의 기술적·구조적 특성과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와의 관련성을 탐구하는 것이고, 더 나아가서 각 매체의 특성이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에 어떻게, 어느 정도로 기여하는가를 탐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언론매체의 규제'라고 할 때 제기될 수 있는 논의의 영역은 첫째, 당해 언론매체의 개념정의 및 특성의 문제, 둘째, 규제목적과 규제근거의 문제, 셋째, 규제정도나 규제수단 및 방법의 문제 이 세 가지로 나눌 수 있다. 이러한 세 가지 논의영역은 신문, 잡지, 도서 등의 인쇄매체든, 텔레비전, 라디오, 위성방송 등의 방송매체든 그리고 오늘날 각광을 받고 있는 PC통신이나 인터넷 등의 통신매체든 어떠한 언론매체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인터넷을 그 논의의 대상으로 하되, 주로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 문제를 중심으로 서술하고자 한다.
2. 인터넷의 개념 및 특성
1) 인터넷의 개념
인터넷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 질문은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인터넷에 대한 논의의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이다. 애초에 가상 핵전쟁을 예상하여 구축된 인터넷에 대한 개념정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제시되었다. 예컨대 인터넷의 기술적인 측면에 착안하여 '기존 원격통신의 하부구조를 기반으로 컴퓨터를 통해 문자, 음성, 영상물을 동시에 송·수신하는 이른바 통합적 다기능 매체'(오택섭, 1997:6), 또는 '전세계 어디서나 누구라도 자유롭게 접속하여 사용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인터넷용 프로토콜(특히 TCP/IP:Transmission Control Protocol/Internet Protocol)을 사용하여 네트워크의 개방성 및 상호연결성을 보장하고 있는 개방형 네트워크(OSI:Open System Interface)로서 전세계 컴퓨터 네트워크를 연결하고 있는 네트워크의 네트워크(Network of Networks)'라고 정의(윤준수, 1998:54)되기도 한다.
하지만 여기서는 1996년 6월 11일 미합중국 지방법원 펜실베니아 동부지구에서 내린 ACLU v.Reno판결의 '사실관계확정'(Findings of Fact)에 주목하고자 한다. 이 판결은 최초의 인터넷 판결로서 미성년자를 인터넷상의 유해매체물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는 연방통신품위법과 관련된 판결이었다. 연방통신법(the Federal Communications Act)의 개정법률로서 1996년에 입법된 미국의 전기통신법(the Telecommunications Act)의 제5장에 해당하는 통신품위법(the Communications Decency Act:CDA)은 미성년자를 인터넷상의 유해매체물로부터 보호하려고 하는 일련의 조항들을 담고 있었다. 이 조항들은 미성년자를 인터넷상의 유해매체물 구체적으로는 성표현물(pornography)로부터 보호하려는 의도에서 입법화된 것이었다. 결국 개정된 전기통신법이 클린턴 대통령의 서명으로 1996년 2월 8일 효력을 발휘하게 되자, 미국시민권동맹(the American Civil Liberties Union:ACLU)을 필두로 하는 각종 시민단체 및 온라인서비스업자들 그리고 인터넷관련 프로그램공급업자들은 연대하여 통신품위법상의 관련조항들이 미 헌법 수정 제1조의 표현의 자유와 수정 제5조의 적법절차조항을 침해한다는 이유로 위헌소송을 제기하게 된다.
123개 단락(paragraph)으로 구성된 이 판결의 사실관계확정은 인터넷의 탄생과 발전과정, 인터넷에 접근하는 방법, 인터넷을 통한 표현방법, 월드와이드웹, 인터넷상의 음란물방지를 위한 사회적 운동의 흐름 및 음란물방지를 위한 구체적 프로그램 등에 관한 상세한 내용을 포함한다. 물론 이들 내용은 인터넷에 관한 문헌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판결의 사실관계확정에 주목하고자 하는 이유는 소송의 양당사자들이 합의하고 동의하는 사실관계확정을 통하여 인터넷의 개념과 특성에 대해 법적 관점에서 최초의 공식 입장을 표명하였기 때문이다.
ACLU v.Reno 판결의 사실관계확정은 인터넷을 다음과 같이 정의하고 있다.
Ⅱ-1. "인터넷은 물리적이거나 유형의 실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수많은 컴퓨터 네트워크들의 집단을 서로 연결한 거대한 네트워크라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그것은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이다."
Ⅱ-2. "어떤 네트워크들은 다른 컴퓨터나 네트워크와 연결되어 있지 않은 '폐쇄된'(closed) 네트워크들이다. 그러나 많은 네트워크들은 다른 네트워크들과 연결되어 있으며, 그리고 이들 네트워크들은 어떤 네트워크 상의 개개의 컴퓨터가 전체 시스템내의 다른 네트워크 상의 컴퓨터와 통신할 수 있는 방식으로 다시 또다른 네트워크들과 차례로 연결되어 있다. 서로 연결된 네트워크들과 컴퓨터들간의 이러한 전세계에 걸친 망(web)을 인터넷이라 부른다."
Ⅱ-4. "따라서 결과적으로 그릴 수 있는 전체 상은 전세계에 걸쳐 사람들, 기관들, 기업들, 정부들을 서로 연결하는 탈중앙통제적이며 전지구적인 커뮤니케이션 매체(decentralized, global medium of communications)―또는 '사이버스페이스'(cyberspace)―라는 점이다. 인터넷은 국제적인 시스템(international system)이다."
우리는 ACLU v.Reno 판결의 사실관계확정이 내리고 있는 인터넷의 개념정의로부터 몇 가지 개념적 요소를 추출할 수 있다. 첫째,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인터넷의 주요한 기술적·형식적 구성요소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컴퓨터'와 '네트워크'가 존재한다고 해서 인터넷이라 부를 수 없음은 분명하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폐쇄된' 네트워크가 아니라, 네트워크들간의 연결을 전제로 하는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network of networks)이기 때문이다. 둘째, 인터넷은 어느 한 지역이나 국가내에서만 기능하는 네트워크가 아님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전세계에 걸쳐 사람들, 기관들, 기업들, 정부들을 서로 연결하는 탈중앙통제적이며 전지구적이고 '국제적인'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셋째, 인터넷은 신문, 잡지, TV, 라디오 등 기존의 매스미디어처럼 일방적으로 수용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보교환'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매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넷째, 인터넷에 의해 형성되는 사이버스페이스는 물리적이거나 지리적인 개념의 공간이 아닌 가상공간(virtual space)임을 알 수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은 결코 '물리적이거나 유형의 실체'(entity)가 아니기 때문이다.
한편 우리는 인터넷에서 일어나고 있는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교환방식의 다양성에 대해서도 주목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다양성이란 표현이나 정보의 내용적 다양성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과 정보교환이 일어나는 방식이나 형태의 다양성이라는 점이다. 먼저 ACLU v. Reno판결의 사실관계확정은 인터넷상에서 가장 일반적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으로 ① 전자우편(e-mail)과 같은 일대일 메시지전달(one-to-one messaging), ② 리스트서브(listservs)와 같은 일대다 메시지 전달(one-to-many messaging), ③ 유즈넷 뉴스그룹(USENET newsgroups)과 같은 메시지 분배 데이터베이스(distributed message databases), ④ 인터넷교대대화(Internet Relay Chat:IRC)와 같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real time communication), ⑤ 텔넷(telnet)과 같은 실시간 원격컴퓨터이용(real time remote computer utilization), ⑥ 파일전송프로토콜(file transfer protocol: ftp), 고퍼(gopher), 월드와이드웹(World Wide Web:WWW)과 같은 원격정보검색(remote information retrieval) 등 대략 6개의 범주로 나누고 있다.
이상과 같은 인터넷의 개념정의와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및 정보교환방식의 다양성으로부터 우리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인터넷이 기존의 매체와는 다른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2) 인터넷의 특성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비교해 볼 때, 인터넷의 특성은 다음과 같이 정리될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커뮤니케이션방식 측면에서 기존의 매체는 일대다의 전형적인 일방향의 매스미디어인 반면에, 인터넷은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은 물론이고 다대다 커뮤니케이션도 가능한 쌍방향 매체라는 점이다. 따라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서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 즉 화자와 시청자간의 구분이 명확하였으나, 인터넷의 경우에는 화자와 시청자의 구분이 불분명해지고 있는 것이다. 여기서 인터넷이 일대일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은 TV, 라디오와 같은 기존의 방송매체와는 달리, 인터넷이 전화와 같은 통신매체에서 출발한 것이라는 점을 의미한다. 이것은 위에서도 보았듯이 인터넷의 기술적 하부구조는 기본적으로 컴퓨터와 통신네트워크가 결합된 것이라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리고 다대다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매체라는 것은 '인터넷교대대화'(IRC)에서도 볼 수 있듯이 인터넷이 기술적으로 전화의 한계를 넘어서 새로운 통신매체로 개념지을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Ⅱ-79. "인터넷상의 커뮤니케이션의 다양한 형태 때문에, 인터넷의 이용자는 말하는 것과 듣는 것을 상호교환적으로 할 수 있으며, 따라서 인터넷상에서는 '화자(speaker)'와 '청자(listener)'의 구분이 모호해진다. 대화실, 전자우편, 그리고 뉴스그룹은 이용자에게 말하고 듣는 기회 모두를 제공하는 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적 형태(interactive forms of communication)이다."
Ⅱ-80. "따라서 전통적인 매체와 달리 인터넷상에서는 화자로서의 진입장벽이 청자로서의 진입장벽과 크게 다르지 않게 된다. 누구라도 사이버스페이스에 일단 들어가기만 하면, 그곳에서 일어나는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 매체의 은어(argot) 속에서, 수신자(receiver)는 콘텐츠제공자(content provider)가 될 수도 있고 실제로 되기도 하며, 또한 그 반대일 수도 있다."
둘째, 정보의 생산과 흐름에서 기존의 매스미디어는 정보통제자(gatekeeper)가 존재한 반면에, 인터넷의 경우에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은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 매체라는 점이다. 이러한 인터넷의 탈중앙통제적이고 개방적 특성은 ① 기술적으로 모든 메시지들이 유통경로상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중심축이 없다는 점, ② 인터넷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실체가 없이 매우 효율적이고도 무정부적인 자율성에 의해 통제되고 있다는 점 등 두 가지에서 비롯된다.
Ⅱ-6. "그 시작부터 이 네트워크는 컴퓨터들과 컴퓨터 네트워크들 사이에 탈중앙적이며, 자기유지적인 일련의 여분연결(redundant links)로, 직접적인 인간의 개입이나 통제없이 빠르게 통신을 전송할 수 있도록, 그리고 하나 또는 그 이상의 개별적인 연결들이 손상을 입거나 이용할 수 없게 된 경우에 자동적으로 통신의 경로를 다시 잡을 수 있도록 고안되었다."
Ⅱ-11. "인터넷을 관리하는―학교, 기업, 정부 또는 비영리단체이건간에―단일의 실체는 없다. 컴퓨터들과 컴퓨터 네트워크들의 수많은 개별 운영자들이 다른 컴퓨터들(이것 또한 다른 컴퓨터들과 통신과 정보를 교환하고 있는)과 통신과 정보를 교환하기 위해서 공통의 데이터이동 프로토콜을 사용하기로 독자적으로 결정한 사실의 결과로서 인터넷이 존재하고 기능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을 위해 중앙통제된(centralized) 저장장소, 통제소, 혹은 통신채널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단일의 실체가 인터넷 상에서 전달되는 모든 정보를 통제한다는 것은 기술적으로도 가능하지가 않다."
한편 인터넷의 이러한 탈중앙통제적인 특성은 인터넷상의 일반적인 통신방법 6가지 중 원격정보검색에 해당하는 월드와이드웹에서 가장 이상적으로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Ⅱ-46. "중앙화된 통제가 없는 분배시스템(a distributed system with no crntralized control):어떠한 단체도 웹에서의 어떤 자격을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개별 웹사이트들이나 서비스들을 웹으로부터 추방시킬 수 있는 어떠한 중앙화된 통제소가 존재하는 것도 아니다. 이용자의 관점에서는 하나의 통합된 시스템으로 보일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는 어떠한 중앙화된 통제소도 가지고 있지 않다."
Ⅱ-47. "폐쇄 데이터베이스와의 비교:웹의 공개적이고(open), 분포적이며(distributed), 탈중앙통제적인(decentralized) 특성은 예전에 존재했던 대부분의 정보시스템과 극명하게 대조를 보이고 있다. 웨스트로(Westlaw), 렉시스/넥시스(Lexis/Nexis), 다이얼로그(Dialog)와 같은 사적인 정보서비스들은 커다란 지식의 보고를 가지고 있었고, 그리고 일정한 패스워드와 접근 소프트웨어를 가지고 있을 때 인터넷으로부터 접근이 가능했다. 하지만 이들 데이터베이스들은 월드와이드웹처럼 하나의 전체로 상호 연결되어 있지 않다."
한편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인터넷과 PC통신(혹은 컴퓨터통신)의 차이점에 대한 분명한 인식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즉 인터넷과 PC통신은 컴퓨터와 통신네트워크를 사용한다는 점에서 동일하고 또한 PC통신이 현재 인터넷에 대한 주요한 접속방법 중의 하나이자 구성요소가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다음과 같은 점에서 분명히 서로 다른 특성을 지닐 수 있다. 첫째, 인터넷의 경우에 중간적 매개자나 통제자가 없지만, PC통신의 경우에는 분명히 존재한다는 점이다. 이 점은 저작권침해나 명예훼손과 같은 권리침해행위나 음란물의 전송과 같은 반사회적 행위에 대한 책임문제를 논의할 때, PC통신사업자의 책임과 관련하여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PC통신사업자에게 편집자율성(editorial autonomy) 또는 편집통제권(editorial control)을 인정할 수 있느냐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PC통신사업자와 이용자와의 계약시, 게시물이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는 때에는 사업자가 그 게시물을 삭제할 권한이 있다는 내용의 이용약관을 적용하는 것이 보통이다. 물론 여기서 PC통신사업자에게 삭제권한이 있다고 하더라도 실질적으로는 불가능할 수 있다는 문제점은 존재한다. 둘째, 인터넷은 개방적 네트워크인 반면에, PC통신의 경우에는 일정한 영역 내에서의 폐쇄된 네트워크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는 점이다.
사실 'PC통신사업'이나 'PC통신사업자'라는 개념은 원래 우리나라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개념으로서, ACLU v.Reno 판결의 사실관계확정은 이에 해당하는 것으로 '상업 온라인 서비스'(commercial online service)라는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 그리고 'PC통신사업자'나 '온라인서비스'와 구분해야 할 개념이 '인터넷 서비스 제공자'(Internet service provider:ISP)이다. 왜냐하면 전자는 일정한 내용의 정보를 제공하지만, 후자의 경우에는 인터넷에 대한 접속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셋째, 정보 및 미디어의 이용자면에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서 정보생산자는 소수이자 정체성이 확연히 드러난 반면에, 정보소비자는 수동적인 수용자이지 결코 적극적인 이용자는 아니었다. 하지만 인터넷은 다수의 정보생산자가 존재할 뿐만 아니라 특히 월드와이드웹은 하이퍼텍스트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수용자가 이를 적극적으로 이용하여 재생산과 분배까지 할 수 있다. 결국 인터넷의 경우 정보이용에서 이용자의 통제권(user control)이 확립 또는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정보의 이용, 접근, 흐름에 대한 통제권을 누가 가지고 있는가에서 인터넷은 혁명에 가까운 변화를 가져 왔다는 평가가 가능하다.
Ⅱ-88."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의 가정에 '침입하지도' (invade) 않으며 또는 컴퓨터의 화면에 불청객처럼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우연히'(by accident) 조우하게 되는 경우도 거의 없다. 문서의 제목이나 또는 문서를 간략히 묘사한 것이 대개 그 문서 자체를 보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거치기 전에 제시되며, 그리고 많은 경우에 이용자는 문서에 접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하기 전에 그 사이트의 내용에 대한 자세한 정보를 받게 마련이다. 성적으로 노골적인 이미지들 대부분은 그 내용에 대한 경고문구가 먼저 제시된다."
Ⅱ-89. "심리(審理)에서 제시된 증거는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수신되는 커뮤니케이션과의 중대한 차이점을 보여 주었다. 비록 인터넷상의 콘텐츠는 마우스를 몇 번 클릭함으로써 접근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인터넷상의 정보를 수신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다이얼을 돌리는 것보다는 더 숙고적이고 통제된 일련의 적극적인 단계들(affirmative steps)을 요구하게 된다. 아동이 보살핌을 받지 않는 상태에서 자료를 검색하고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독해할 수 있는 일정 정도의 정교함과 능력이 필요하다."
넷째, 매체에 대한 접근의 용이성을 살펴보면, 기존의 매체는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정보를 효율적으로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하고 싶은 화자들은 매체에 대한 접근이 어려웠던 반면에, 인터넷은 현재 진입을 가로막는 법적 장치가 없을 뿐만 아니라 다양한 경로 및 저렴한 비용으로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자신의 의견이나 사상을 표현할 수 있다. 예컨대 ACLU v. Reno 판결이 자세하게 예시하고 있듯이(Ⅱ-12∼21) 이용자는 학교, 정부, 도서관, 기업에서 그리고 심지어 '컴퓨터 커피숍'(computer coffee shops)에서도 자유롭고도 손쉽게 인터넷을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은 '사상의 시장'에 대한 '접근이 용이한'(easily accessible) 매체라는 점이 또한 하나의 특성으로 제시될 수 있을 것이다. 인터넷에 대한 접근의 용이성은 특히 월드와이드웹에서 이상적으로 구현된다고 할 수 있다.
Ⅱ-40."출판(publishing):월드와이드웹은 기본적으로 사람과 단체들이 공유정보를 통해 통신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표준으로서 존재한다. 정보가 획득될 수 있도록 된 경우에는, 이를 웹상에서 '출판'되었다고 한다. 웹상에서의 출판은 단지 '출판인'(publisher)이 인터넷에 연결된 컴퓨터를 가지고 있을 것과 그 컴퓨터가 W3C 서버 소프트웨어를 작동시키고 있을 것을 요구할 뿐이다. 컴퓨터는 천오백달러 이하의 소규모 개인용 컴퓨터만큼 단순한 것일 수도 있고, 수백만달러의 대형 고속컴퓨터만큼 복잡한 것일 수도 있다. 대신 많은 웹 출판인들은 필요한 컴퓨터장비들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디스크 저장공간을 임대함으로써, 실제로 컴퓨터장비 자체를 소유해야 하는 필요조건을 없애고 있다."
Ⅱ-42. "또한 웹상에서 출판된 정보는 웹 표준의 규칙에 맞추어 형식화되어야 한다. 이러한 표준화된 형식은 자료를 읽기를 원하는 모든 웹 사용자가 그것을 볼 수 있게 보장해 준다. 웹 표준은, 공중에게 정보를 배포하기 위해 웹을 사용하는 정부기관들, 심지어 법원들뿐만 아니라 많은 대기업들, 은행들, 중개소들, 이제는 자신들의 '온라인'판을 출판하는 신문 및 잡지들의 출판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을 만큼 세련됐고 융통성 있게 되었다. 동시에 수천 명의 개인이용자들과 소규모의 지역단체들이 웹상의 누구라도 접근할 수 있는 자신들의 개인 '홈페이지'나 자신들에 관한 회보와 유사한 것들을 출판하기 위해 웹을 이용하고 있을 정도로 웹출판은 쉬워졌다."
한편 인터넷의 특성으로서 접근의 용이성은 정책적으로도 뒷받침되고 촉진되고 있는데, 바로 전화에만 적용되었던 미국의 1934년 연방통신법상의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 개념이 정보고속도로의 구축과 관련하여 1996년의 전기통신법상에서 확대적용되고 있다는 점이 바로 그 예이다.
다섯째, 정보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에서도 인터넷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와는 그 성격을 달리한다. 먼저 정보의 형식면에서, 기존 매스미디어는 텍스트(문서)로 되어 있거나, 음성 및 화상으로만 되어 있었고, 설령 텍스트와 사진이 같이 제공되어 있는 경우에도 단순히 나열식이었을 뿐이었지만, 인터넷 특히 월드와이드웹은 텍스트, 사운드, 사진을 비롯한 시각이미지, 동영상 등을 멀티미디어의 형태로 제공해 줌으로써, 형식면에서의 다양성을 추구하고 있다. 그리고 정보의 내용면에서도 인터넷은 접근이 용이하기 때문에, 정보통제자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그리고 경제적인 이유로 그 내용에 대한 압력이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른바 '정보의 바다'라고 불리듯이 다양성이 추구될 수 있다.
Ⅱ-74. "인터넷의 내용은 인간의 생각만큼이나 다양하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과장이 아니다."
Ⅱ-76. "인터넷이 간편하고 저렴한 방법으로 화자(speaker)가 잠재적인 수백만의 대규모 청중들에게 다가갈 수 있게 해 주기 때문에, 이와 같은 인터넷 내용의 다양성이 가능하다. 인터넷 통신에 수반되는 설치와 운영비용이 텔레비전, 라디오, 신문, 그리고 잡지와 같은 다른 형태의 대중커뮤니케이션에 수반되는 비용보다 상당히 저렴하다."
3. 매체에 대한 규제모델
여기서는 언론매체에 대한 기존의 규제모델과 오늘날 새롭게 제시되고 있는 규제모델들을 검토해 보기로 한다. 이러한 검토가 필요한 것은, 현재 인터넷을 비롯한 새로운 매체에 대한 규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하나의 중요한 단서나 기준을 제시해 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대한 규제문제를 논의하는 데도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줄 수도 있다.
1) 기존의 3분할 정책모델
Pool은 미국의 경우 기존의 인쇄매체(print), 통신매체(common carriage), 방송매체(broadcasting)는 각각 다른 규제원리와 규제정책이 적용되어 왔음을 지적하면서, 이것을 '3분할 커뮤니케이션제도'(a trifurcated communications system)라고 부르고 있다(1983:2). 기존의 언론매체에 대한 이러한 3분할 정책은 구체적인 형태에 있어서는 변용의 여지가 있을지는 몰라도 기본적인 맥락은 우리나라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와 같은 기존의 언론매체에 대한 3분할정책을 표로 나타내면〈표 1〉과 같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3분할 정책'은 특히 신문과 방송간의 차별적 규제론이 오랫동안 비판을 받아 온 데다가, 오늘날 정보통신기술의 발달
과 뉴미디어의 등장으로 인해 '매체통합'현상이 일어나게 됨으로써, 더 이상 유지하기 힘들게 되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이 규제정책의 재정립을 위한 새로운 모델들이 제시되기에 이른다.
〈표 1〉 기존의 언론매체에 대한 3분할 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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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체 규제정책 |
인쇄매체 |
방송매체 |
통신매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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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체적인 형태 |
신문, 잡지, 도서 |
지상파방송 |
우편, 전신, 전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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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자원 |
종이, 인쇄 |
전자(우편의 경우는 예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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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에서 출발 |
유선에서 출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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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 방식 |
일대다(일방향) |
일대다(일방향) |
일대일(쌍방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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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자의 편집자율권 |
인정 |
인정 |
부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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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 제 정 책 유 형 |
형 식 적
규 제 |
허가제도 |
불가 |
인정 |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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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방지 |
독점방지정책 허용 교차소유규제 인정 |
독점방지정책 허용 교차소유규제 인정 |
자연독점 인정 교차소유규제 인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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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적 규제 |
불가(단 음란물,명예훼손, 저작권 침해에 대해서는 규제가능) |
인정 |
불가(단 불온통신의 경우는 규제 가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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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원리 |
표현의 자유의 엄격한 보장 |
공익성 (public interest) |
보편적 서비스 (universal servic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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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근거 |
역사적 전통 |
희소성, 침투성, 공공신탁 |
자연독점 통신의 비밀보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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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새로운 모델
(1) 신문 대 방송의 차별적 규제에 따른 이원적 모델:
인쇄모델 대 방송모델
Krattenmaker와 Powe는, 미국에서의 미디어규제정책이 방송을 제외한 다른 모른 미디어에는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다는 것을 전제로, '인쇄모델'(the print model)과 '방송모델'(the broadcast model)로 구분하고 있다(1995:1721∼1741).
여기서 '인쇄모델'이란 미국에서 방송을 제외한 모든 매스미디어에 적용되고 있는 것으로서, 정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가능성을 엄격히 제한한다. 따라서 '인쇄모델'은 미국헌법 수정 제1조에 대한 문언적·역사적·구조적·전통적 해석과 일치한다는 점에 그 의의가 있는 것으로 이들은 평가한다. 반면에 '방송모델'은 1927년의 무선법(the Radio Act)에서부터 비롯된 규제정책에 그 연원을 두고 있으며, 액세스와 다양성을 증진하기 위해 정부에 의한 내용적 규제를 광범위하게 허용한다. 이러한 '방송모델'은, 경제적 자원의 배분과 언론의 관계를 인식하고 있다는 점에서, 언론의 윤리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언론의 자유가 시대에 따라 변할 수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있는 것으로 이들은 평가한다.
이들이 이러한 구분을 하고 있는 이유는, 궁극적으로 통신기술의 발달에 따른 '기술·매체융합'현상과 새로운 기술에 대한 규제정책에서, '방송모델'의 적용을 거부하고 대신에 '인쇄모델'을 지배하였던 전통적인 언론의 자유원칙들을 적용하려는 의도에서이다.
(2) 네트워크의 기본설계에 따른 모델:
일방적 채널모델 대 탈중앙통제적·개방적 접근모델
Berman과 Weitzner는 커뮤니케이션을 전송하는 네트워크의 기본설계(the architecture of the network)에 따라 미디어를 일방적 채널모델(the one-way channel model)과 탈중앙통제적·개방적 접근모델(the decentralized open-access model)로 구분하고 있다(1995:1622∼1624).
일방적 채널모델은 '채널화된'(channelized) 구조에 근거하고 있다는 점과 채널의 숫자가 '고정'되어 있다는 점을 그 특징으로 한다.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위성TV의 경우가 이 모델에 해당한다. 이 모델은 다양성(diversity)이라는 가치를 실현하는 데, '커뮤니케이션 경로의 희소성' (scarcity of communications pathways)이라는 것과 '정보통제자의 존재'(the presence of information gatekeepers)라는 두 가지의 내재적인 장애물을 가지고 있다고 이들은 분석한다.
한편 탈중앙통제적·개방적 접근모델은 위의 일방적 채널모델과는 정반대의 것이다. 예컨대 PC통신, 인터넷이 이 모델에 해당한다. 이 모델은 '용량에 있어서 제한 없는 정보원'(capacity for an unlimited number of information sources)과 '정보통제자가 필요 없는 탈중앙통제적 접근'(decentralized access without the need for gatekeepers)이라는 두 가지의 주요한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이들은 분석한다.
(3) 표현의 자유의 핵심가치에 따른 모델:시장모델 대 민주주의모델
Sunstein은 미국헌법에서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진정한 가치가 무엇인가에 따라 시장모델(the market model)과 민주주의모델(the democracy model)로 구분한 뒤, 새로운 커뮤니케이션기술이 등장하고 있는 오늘날에 있어서 과연 어떠한 모델이 적용되어야 하는가를 논증하고 있다(1995:1759∼1762).
시장모델은 순기능적인 표현시장(well-functioning speech markets)을 강조하는 모델이다. 시장모델은 표현의 자유는 진실발견의 수단(a means of discovering truth)으로서 보호되어야 한다는 것을 기본이념으로 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진실발견을 위해서는 모든 사람이 다양한 견해를 표명할 수 있어야 하고, 이러한 견해간의 자기조정을 통해서 궁극적으로 진실이 발견된다고 한다. 따라서 진실발견을 위해서는 사상의 자유시장이 그 전제가 되는 것이다.
반면 민주주의모델은 시민의 민주주의적 자기통치(democratic self- government)에서 표현의 자유의 역할에 초점을 두는 모델이다. 즉 '숙고적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와 표현의 자유와의 관계를 중요시하는 모델이다. 민주주의모델이 전제로 하는 숙고적 민주주의는 정치적 행위에 대한 반영적인(reflective) 그리고 숙고적인(deliberative) 토론을 촉진시키려 한다. 따라서 민주주의모델은 표현의 자유를 공적 숙고(public deliberation) 시스템의 핵심으로 간주하게 된다. Sunstein에 따르면, 이러한 관점하에서는 비록 순기능적인 정보시장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통제로부터 벗어나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물론 정부는 내용을 근거로 해서 표현을 제한해서는 안되지만, 내용중립적인 방법으로 순기능적인 민주적 체제를 촉진시키기 위해 전자매체나 혹은 사이버스페이스까지 규제할 수 있다고 한다. 즉 정부는 공적 문제에 관한 관심을 촉진시킬 수 있고, 견해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여타의 형태의 표현을 희생해서 정치적 표현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4) 평 가
위에서 소개한 새로운 모델들은 다음과 같은 의의 및 한계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Krattenmaker와 Powe가 제시한 인쇄모델 대 방송모델의 대립구도는 새로운 매체에 대한 규제정책을 수립할 때 일괄적으로 인쇄모델을 적용한다는 점에서 기준이 명확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새롭게 등장한 매체들도 정보통제나 정보전달에서 그 방식이 서로 다를 수도 있기 때문에 모든 매체들에게 인쇄모델을 적용한다는 것은 과도한 단순화가 아닌가 하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둘째, Berman과 Weitzner가 제시한 일방적 채널모델 대 탈중앙통제적·개방적 접근모델의 대립구도는 언론매체를 이해하고 매체규제정책을 수립하는 데 매우 중요한 시사점을 보여 주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즉 기존의 매체분류와는 다르게 매체의 기술적·구조적 특성에 따라 분류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점에서 이 모델은 원용할 가치가 있다고 판단되며, 또한 이 글의 모델도 기본적으로 여기에서 출발하고 있다. 하지만 Berman과 Weitzner의 모델은 다음과 같은 한계점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① 이들의 모델은 전자매체만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다. 즉 이들은 신문, 잡지 등 인쇄매체가 어떠한 모델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검토를 결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인쇄매체를 모델링의 대상에서 제외시킴으로써, 결과적으로는 인쇄매체 중 특히 신문을 탈중앙통제적·개방적 접근모델에 포함시키게 되는 우를 범하게 된다. 물론 언론의 가장 대표적인 매체인 신문은 전통적으로 민주주의의 실현수단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해 왔고, 또한 오늘날도 그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지만, 한편으로는 또한 신문은 자신의 표현의 자유를 남용하고 있다고 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부정적 기능들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신문의 부정적 기능들은 신문 자체의 중앙통제적·일방적 성격에서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② 이들의 모델은 정보전달방식과 정보통제방식을 거의 동일한 의미로 파악하여 매체분류를 시도하였다는 점이다. 물론 많은 매체의 경우에 있어서는 정보전달방식과 정보통제방식은 동일한 의미로 적용될 수 있으나, 커뮤니케이션방식이나 기능에 따라서는 이것들을 다른 의미로 파악해야만 제대로 설명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따라서 더 세분된 모델을 위해서는 정보전달방식과 정보통제방식을 구분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셋째, Sunstein이 제시한 시장모델 대 민주주의모델의 대립구도는 표현의 자유가 진정으로 추구하는 가치가 무엇인가에 따라 규제정책이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 주었다는 점에서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하겠다. 즉 언론매체 규제의 문제는 결국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이념과 가치가 무엇인가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고, 또한 이들 이념과 가치를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하지만 이 모델은 새로운 매체를 포함한 언론매체의 기술적·구조적 특성을 거의 고려하고 있지 못하다는 점에서 또한 한계를 지니고 있다고 판단된다.
3) 이 글에서의 모델
여기서는 이들 모델들의 장점들을 추출하여 필자 나름대로의 모델을 제시하고자 한다. 필자가 제시하는 모델은 다음과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첫째, '언론매체'의 개념을 단순히 기술적 자원을 중심으로 하는 물리적 개념으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의사소통수단으로서 넓게 파악할 필요가 있다. 즉 커뮤니케이션의 '방식'이나 '기능'도 매체의 개념 속에 포함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광의의 언론매체개념이 필요한 이유는 동일한 자원을 사용하는 동일한 물리적 매체일지라도, 그것을 통해서 이루어지는 의사소통행위는 그 기능을 달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앞으로 '방송과 통신의 융합'현상에 직면하여 '방송'과 '통신'의 개념을 어떻게 재정립할 것인가에 대해서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 준다.
둘째, 언론매체에 관한 규제모델은 정보통제 및 전달에서 언론매체의 기술적·구조적 특성을 반영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규제모델에 따라 규제정책을 입안하여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규제모델에 따르지 않은 규제정책은 그 집행에 많은 문제점들이 표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정보전달방식과 정보통제방식의 구분이 필요하다. 왜냐하면 이들 두 가지 요소가 완전히 일치하지 않는 매체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존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나름대로 제시하고자 하는 모델은 다음과 같은 요소로 구성되어 있다.
(1) 정보통제방식:중앙통제적 매체 대 탈중앙통제적 매체
⸁ '정보통제방식'의 의미
'정보통제방식'은 정보의 흐름에서 정보가 통제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즉 정부, 사기업 혹은 개인(신문발행인, 케이블운영자, 방송사업자 등 매체소유자 및 운영자)이 언론매체를 소유하고 폐쇄적으로 운영하면서 표현행위 및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느냐 아니면 언론매체가 개방되어 있어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매체에 접근할 수 있고 또한 매체를 통하여 표현행위를 할 수 있으며,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가를 의미한다.
정보통제의 유무에 따른 정보통제방식은 '매체에 대한 정보제공자의 접근가능성'을 의미하며, 정보제공이 표현행위의 주된 구성요소라고 할 때 '매체에 대한 화자의 접근가능성'을 의미하기도 한다. 따라서 여기서는 정보제공자와 화자는 동일한 의미로 파악될 수 있다. 그리고 매체에 대한 정보제공자의 접근가능성의 정도는 정보제공자의 수 즉 정보제공자가 1인이냐 다수냐에 따라 결정될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정보통제방식은 내용적 다양성뿐만 아니라, 형식적 다양성과 관련된다. 따라서 정보통제방식은 '다양성의 증진'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것이 요구된다. 이것은 바로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이념이자 가치이며, 또한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은유가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
한편 정보통제방식과 관련해서 중요하게 등장하는 개념이 바로 '정보통제자'(gatekeeper)라는 개념이다. 여기서 '정보통제자'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자를 의미한다. 즉 정보통제자는 수용자들과 관련 있고, 수용자들에게 유용하며, 수용자들에게 흥미를 유발할 수 있다고 생각되는 정보들을 선별하여 제시한다. 이러한 정보통제자라는 개념을 중요한 것으로 인식해야 하는 이유는 바로 정보통제가 사회나 조직 내에서의 권력관계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결국 표현행위 및 정보와 관련해서는 다양성에 대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정보통제자의 개념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서는 이른바 '편집·편성권'이나 '편집자율성'(editorial autonomy)으로 제시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 편집자율성은 전통적인 매스미디어 특히 신문에서 헌법상의 기본권적 가치로 인정되는 것이고, 또한 방송의 경우에도 인정되고 있다. 이 개념은 전통적인 언론매체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받는 중요한 지표로서 작용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또한 규제를 위한 지표로서도 작용하고 있다.
⸂ 중앙통제성과 탈중앙통제성
정보통제방식이라는 요소는 '정보통제자'(gatekeeper)의 유무에 따라 매체를 '중앙통제적 매체'와 '탈중앙통제적 매체'로 구분할 수 있게 한다.
첫째, '중앙통제적 매체'란 정보의 흐름에서 '정보통제자'가 존재하고, 따라서 헌법상 표현 자유의 보호를 받는 '편집자율성'을 향유하는 매체를 의미한다고 하겠다. 그러므로 여기에 해당하는 매체로는 전통적인 신문, 잡지, 라디오, 방송뿐만 아니라 오늘날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등의 매스미디어를 들 수 있다. 또한 쌍방향매체로 각광을 받고 있는 PC통신도 '편집자율성'의 정도에서는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보다는 약화된 것이지만, 통신을 매개하는 통신사업자가 존재하므로 이 유형에 해당될 수 있다고 판단된다.
둘째, '탈중앙통제적 매체'란 정보의 흐름에서 '정보통제자'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헌법상 표현자유의 보호를 받는 '편집자율성'이 인정될 필요가 없는 매체를 말한다. 이러한 유형의 매체는 다양성의 증진이라는 가치에 가장 충실할 수 있고, 또한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할 수 있는 매체이기도 하다. Berman과 Weitzner도 어떤 매체에서든지 탈중앙통제적 구조는 다양성의 핵심이라고 한다(1995:1627). 인터넷이 바로 이 유형에 해당하는 전형적인 매체라고 할 수 있다.
(2) 정보전달방식:일방적 매체 대 쌍방향 매체
⸁ '정보전달방식'의 의미
'정보전달방식'이라는 요소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간에 정보가 전달되는 방식을 의미한다. 즉 정보수용자에게 화자의 표현이나 정보제공자가 제공하는 정보를 통제하고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져 있느냐, 주어져 있다면 어느 정도로 주어져 있느냐를 의미한다. 따라서 '정보전달방식'은 자신이 수용하는 정보에 대한 '정보수용자'의 통제가능성과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 왜냐하면 표현이나 정보가 일방적으로 정보수용자에게 전달되는 경우에는 이들에 의한 통제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할 것이고, 반면에 표현이나 정보가 쌍방향 또는 상호작용적으로 전달되는 경우에는 정보수용자의 통제가능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방성과 쌍방향성의 구분이 정보수용자의 통제가능성과 관련되는 이유는 바로 전자의 경우 즉 정보관리 및 정보유통상의 일방성으로 인하여 정보 그 자체가 권력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도 할 수 있다(한상희, 1998.6:75). 그리고 정보수용자의 통제가능성은 화자나 정보제공자의 표현의 자유와 정보수용자의 프라이버시와의 충돌문제로도 파악할 수 있다.
⸂ 일방성과 쌍방향성
정보전달방식이라는 요소는 정보전달의 방향에 따라 '일방적 매체'와 '쌍방향 매체'간의 구분이 가능하다고 본다.
첫째, '일방적 매체'란 일정한 내용의 표현이나 정보를 정보수용자에게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매체를 말한다. 일대다 커뮤니케이션을 특징으로 하는 기존의 전통적인 매스미디어는 일방적 매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즉 신문이나 방송이 전형적인 일방적 매체에 해당한다. 물론 케이블방송이나 위성방송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라고 할 수 있으나, 이들 매체의 경우는 일정한 가입자를 대상으로 방송되고 또한 일정한 기술을 이용하여 정보수용자가 전송되는 프로그램이나 정보에 대해서 통제할 수 있기 때문에, 기존의 신문이나 지상파방송과 완전히 동일한 선상에 위치시킬 수는 없을 것이다.
둘째, '쌍방향 매체'란 표현행위 및 정보전달이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간의 지속적인 상호전달과정에 의해 이루어지는 매체를 말한다. 컴퓨터 매개 커뮤니케이션, 특히 네트워크를 이용한 정보전달은 쌍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컴퓨터 네트워크상에서의 정보취득행위는 그 이용자가 공간을 불문하고 다른 컴퓨터 이용자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누거나 메시지를 주고받는 지속적인 과정에 참여함으로써 이루어지며, 그리고 표현에 대한 즉각적인 피드백이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점에서 컴퓨터 네트워크상에서의 정보취득행위는 단순히 인쇄물이라든지 방송을 통한 정보취득행위와는 다르다고 할 수 있다.
(3) 구성요소별 상호관련성
위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우선 '정보통제방식'과 '정보전달방식'은 '정보의 권력성' 또는 '권력관계'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지게 된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중앙통제성=일방성' 혹은 '탈중앙통제성=쌍방향성'이라는 등식도 가능하고, 실제로 매체들 대부분의 경우에는 이러한 형태의 특성이 나타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하지만 '정보통제방식'과 '정보전달방식'의 구분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나름대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판단된다. 첫째, '정보통제방식'은 정보제공자의 관점에서 파악한 요소이고, '정보전달방식'은 정보수용자의 관점에서 파악한 요소라는 점에서, 표현행위의 두 주체를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으면서도 적절히 조화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사상의 자유시장' 혹은 '표현의 다양성'이라고 하는 표현자유의 핵심가치는 '정보전달방식'보다는 '정보통제방식'과 더 밀접한 관련성을 갖는다고 할 것이다. 셋째, '정보통제방식'은 사실적 요소도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제도나 규범에 의해 결정되는 규범적 요소도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두 가지 요소는 서로 다른 측면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즉 '정보통제방식'이 매체에 대한 화자의 접근가능성을 의미한다면, 그 범위와 정도는 당해 제도나 법규범에 의해 결정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예가 바로 액세스권이라고 할 것이다.
(4) 새로운 규제모델에 따른 매체의 분류 및 분석
위와 같은 변수들을 가지고 있는 새로운 모델에 따르면 모두 네 가지의 유형분류(typology)가 가능할 것이다. 즉 중앙통제적·일방적 매체, 중앙통제적·쌍방향 매체, 탈중앙통제적·일방적 매체, 탈중앙통제적·쌍방향 매체 등 네 가지이다. 이것을 표로 나타내면〈표 2〉와 같다.
⸁ 중앙통제적·일방적 매체
'중앙통제적·일방적 매체'란 정보의 흐름에서 정보통제자가 존재하고, 따라서 헌법상 표현자유의 보호를 받는 편집자율성을 향유하는 매체인 동시에, 정보전달방식이 일방적인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는 매체들은 사실 정보의 흐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따라서 정보의 권력성이 다른 매체의 경우보다 크다고 할 수 있다. 한편 이 유형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인 신문,
〈표 2〉 새로운 규제모델에 따른 매체의 분류 및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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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전달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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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성 |
쌍방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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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보 통 제 방 식 |
중앙통제성 |
중앙통제적· 일방적 매체 |
중앙통제적· 쌍방향 매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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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앙통제성 |
탈중앙통제적· 일방적 매체 |
탈중앙통제적· 쌍방향 매체 |
방송, 잡지, 위성방송, 케이블방송 등을 들 수 있다. 특히 유의해야 할 것은 여기서의 케이블방송은 그 도입의 초기단계 즉 단순히 기존의 지상파방송과 비교해 보았을 때 케이블에 의해 정보가 전송되고 단순히 채널수만 많은 케이블방송을 의미한다.
⸂ 중앙통제적·쌍방향적 매체
'중앙통제적·쌍방향 매체'란 정보의 흐름에 정보통제자가 존재하고, 따라서 헌법상 표현자유의 보호를 받는 편집자율성을 향유하는 매체이지만, 한편으로는 그 정보전달방식이 단순히 일방적인 것이 아닌 쌍방향의 것인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유형의 매체에 해당하는 것으로는, 우선 케이블방송의 기술적 발달에 따라 새롭게 등장하고 있는 VOD(Video on Demand)시스템을 생각할 수 있다. 왜냐하면 VOD 시스템의 경우 분명히 정보의 흐름을 지배하는 정보통제자는 존재하지만, 정보의 흐름에 정보수용자의 다양한 선택이 가능하고 정보수용자에 의한 정보 및 프로그램의 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폐쇄적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도 이러한 유형의 매체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폐쇄적인 데이터베이스 시스템의 경우에는 자격이 제한되어 있는 일정한 가입자를 상대로 하면서도, 정보의 흐름에 있어서 정보수용자의 다양한 선택과 정보통제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또한 전형적인 쌍방향매체 중의 하나인 PC통신도 전체로 보아서는 이 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PC통신은―전통적인 매스미디어보다는 매우 완화된 형태이지만―인터넷과는 달리 통신사업자가 유통되는 정보와 표현의 내용에 대한 삭제권한이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명히 중앙통제적 정보통제자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PC통신의 경우 통신사업자에게 편집자율성을 인정할 수 있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히 논란이 있다. 비록 PC통신을 일종의 '서점'과 유사한 것으로 파악한다고 하더라도, PC통신 중에서 정보의 흐름에 정보통제자가 존재하는 게시판 시스템(bulletin board system)의 경우(예컨대 시삽:sysop, system operator)에는 이 유형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 탈중앙통제적·일방적 매체
'탈중앙통제적·일방적 매체'란 정보의 흐름에 정보통제자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헌법상 표현자유의 보호를 받는 편집자율성이 인정될 필요가 없는 매체인 반면에, 한편으로는 정보전달방식이 일방적인 경우를 말한다. 이러한 유형에 해당하는 매체는 인터넷이나 PC통신상에서의 junk mail(혹은 spam mail)이나 리스트서브(listservs)와 같은 표현행위, 그리고 인터넷상에서 운영되는 웹사이트 중 정보수용자가 단지 정보를 수용만 할 수 있을 뿐, 어떠한 영향력도 행사할 수 없는 사이트가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 영역은 매우 중요한 영역인데, 왜냐하면 '방송과 통신의 융합'이라는 현상에 직면하여, '방송'과 '통신'개념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단초를 제공하기 때문이다. 즉 기존의 지상파방송이 인터넷을 이용하여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더라도 그 일방적 성격을 띠는 한, 여전히 '방송'으로서 개념지을 수 있기 때문이다.
⸄ 탈중앙통제적·쌍방향적 매체
'탈중앙통제적·쌍방향적 매체'란 정보의 흐름에 '정보통제자'가 존재하지 않고, 따라서 헌법상 표현자유의 보호를 받는 '편집자율성'이 인정될 필요가 없는 동시에, 정보전달방식도 쌍방향인 경우이다. 이 유형의 매체에 해당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라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인터넷의 경우는 정보통제자가 거의 존재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정보전달방식도 쌍방향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상의 모든 표현행위나 정보전달행위가 여기에 해당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것이다. 따라서 ACLU v. Reno 판결이 확정한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행위 중 e-mail과 같은 일대일 메시지전달, 유즈넷 뉴스그룹과 같은 메시지 분배 데이터베이스, 인터넷교대대화와 같은 실시간 커뮤니케이션, 텔넷과 같은 실시간 원격컴퓨터이용, 이용자의 피드백이 가능한 웹과 같은 원격정보검색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고 할 것이다.
(5)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 방식의 분류
이상과 같이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탈중앙통제적·쌍방향적 매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방식 6가지들도 나름대로 그 성격을 달리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것들을 다시 세분하면〈표 3〉과 같다.
〈표 3〉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방식의 분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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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뮤니케이션방식 |
성격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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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다 메시지전달 |
리스트서브, junk mail |
탈중앙통제성+일방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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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정보검색 |
폐쇄형 웹사이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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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방형 웹사이트 |
탈중앙통제성+쌍방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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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분배 데이터베이스 |
뉴스그룹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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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시간 커뮤니케이션 |
인터넷교대대화 |
|
|
원격 컴퓨터 이용 |
텔넷 |
|
|
일대일 메시지전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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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인터넷에 대한 법적 규제
1) 인터넷에 대한 법적 규제의 종류
사이버공간에 대한 법적 규제의 필요성은 크게 두 가지 측면에서 제기된다. 첫째, 형식적·외형적 측면에서의 법적 규제로서, 이른바 정보초고속도로 또는 초고속정보통신기반의 구축과 확대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의 구비이다. 예컨대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에 민간부분의 투자를 유도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기 위해, 매체 시장간의 장벽을 허물어 버림으로써 경쟁을 유도하여 경쟁력의 강화와 기술의 발전을 도모하기 위해, 보편적 서비스(universal service) 개념을 확대하여 모든 사람들이 정보고속도로의 혜택을 입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리고 정보고속도로를 상거래, 교육, 의료, 도서관, 제조업 등의 영역에 확대하기 위해 관련 법령을 제·개정하는 경우가 여기에 해당한다. 둘째, 사이버공간에서 흐르는 정보와 표현에 대한 내용적 측면에서의 법적 규제로서, 특히 반사회적·권리침해적 행위에 대한 규제를 의미한다. 예컨대 인터넷상에서 흐르는 음란물에 대한 규제, 지적 재산권의 침해행위에 대한 규제, 명예훼손에 대한 규제가 여기에 해당한다. 언론매체로서의 인터넷에 관한 이들 두 가지 측면들은 서로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는데, 왜냐하면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이들 두 가지 측면 모두 표현이나 정보에서의 다양성 확보라고 하는 이념적 목표의 달성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이버공간법'(Cyberspace Law)이라고 하는 영역 속에는 항상 이러한 두 가지의 법적 규제의 문제가 함께 논의되어야 한다. 하지만 이 글에서는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문제를 중심으로 다루고자 하므로, 형식적 규제의 문제는 간략하게 언급하기로 한다.
2) 형식적 규제
일반적으로 형식적 규제란 미디어의 소유 및 운영, 매체시장 내의 질서, 타 매체나 서비스와의 관계를 규제하는 구조적 규제(structural regulation)를 의미한다(방석호, 1995:335). 따라서 여기에는 좁게는 ① 언론기관 내의 소유집중의 문제, ② 언론기관 특히 방송의 운영과 관련된 인허가 및 재허가의 문제뿐만 아니라, 넓게는 ③ 매체시장 내에서 독점을 어떻게 방지할 것인가의 문제, ④ 전체적인 매체시장과 관련하여 타 매체나 서비스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의 문제까지 포함되어 있다. 특히 후자 두 가지의 문제를 그 대상으로 하는 경쟁법에 의한 형식적 규제가 미디어규제의 측면에서 가지는 의의는 그것이 헌법상의 가치인 다원주의(pluralism)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 있다(Barendt, 1993:121∼123).
이러한 형식적 규제는 인터넷의 경우에도 적용된다고 할 수 있다. 바로 '보편적 서비스'의 확대와 '매체시장의 경쟁촉진정책'의 추진을 들 수 있다. 예컨대 '보편적 서비스'는 우리나라의 '전기통신사업법'과 '정보화촉진기본법'에서 구체적으로 구현되고 있다. 즉 '전기통신사업법'은 제3조에서 전기통신사업자의 '역무제공의무'의 형태로 규정하고 있으며, '정보화촉진기본법'은 제3조에서 '정보통신정책의 기본원칙' 중의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매체시장의 경쟁촉진정책도 '전기통신사업법' 제4장(제33조의 4∼제37조의 2)에서 광범위하게 규율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구체적으로는 전기통신사업의 효율적인 경쟁체제의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의 조성을 위한 정보통신부장관의 노력의무(제33조의 4), 기간통신사업자간의 전기통신설비의 제공(제33조의 5), 전기통신사업자간의 상호접속(제34조), 전기통신설비의 공동사용(제34조의 3), 기간통신사업자에 의한 기술적·인적 정보의 제공(제34조의 4), 이를 위한 전기통신사업자간의 협정체결(제34조의 6), 전기통신사업자간의 협정체결, 이행, 손해배상과 관련하여 통신위원회에 대한 재정신청(제35조) 등을 규정하고 있다. 여기서 유의해야 할 것은 전기통신사업법 제4장이 1996년 12월 30일의 개정을 통해서 신설되었다는 점이다. 즉 우리나라의 경우 통신매체시장에서의 경쟁확보정책이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도입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정보화촉진기본법도 정부가 정보통신정책을 수립하는 데 따라야 하는 기본원칙들 중 하나로서 '민간투자의 확대와 공정경쟁 촉진'을 규정하고 있다(제3조 제1호). 이것은 정보화를 촉진하는 데, 구체적으로는 정보고속도로를 구축하는 데서 정부는 기본정책만을 제시하고 실질적인 정보고속도로의 건설은 민간자본과 기업간의 경쟁을 통해 이루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3) 내용적 규제
인터넷은 이미 초창기부터 자유롭고 자율적인 가상공간을 형성해 왔다. 하지만 오늘날과 같이 인터넷이 급격하게 발전하고 그 이용도 보편화되고 있는 경우에는, 결국 현실세계의 규범을 그대로 적용할 것인가 아니면 가상공간 나름대로의 규범을 인정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Itsuko Yamaguchi는 사이버공간이 현실세계와 만나게 될 때, 다음과 같은 네 가지 이유로 '본질적인 긴장관계'(essential tension)가 형성된다고 한다(Yamaguchi, 1998.9:1∼2). 첫째, 기술적인 이유이다. 즉 컴퓨터와 네트워크기술의 분야에서, 법의 발전은 종종 기술의 발전에 적절히 따라가지 못하므로, 가상공간에 대한 현실세계의 규제는 항상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고 또한 두 세계간의 충돌은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둘째, 미디어의 특성이다. 즉 인터넷의 탈중앙통제성, 공개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이라는 특성 때문에, 사이버공간은 광범위한 정부의 규제를 받아 온 방송매체와 비교해 볼 때 상당한 정도의 자유를 그 전제로 깔고 있다는 것이다. 셋째, 사이버공간의 자유정신(liberal spirit)이다. 즉 사이버공간에서의 모든 행동의 주된 목적은 애초부터 자유로운 표현과 사상 및 정보의 자유로운 교환에 있었기 때문에, 이러한 자유정신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하는 현실세계와 사이버공간이 상호작용하는 경우에는 긴장관계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넷째, 경제적인 이유이다. 수익성이 뛰어난 사이버공간의 새로운 기술의 개발과 발전은 더욱 광범위한 자유의 여지를 보장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사이버공간과 현실세계간에 발생하는 위와 같은 '본질적인' 긴장관계를 인정한다면, 우리는 결국 이러한 긴장관계를 어떠한 방식으로 해소할 것인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여기서 제기되는 문제가 바로 자율규제와 국가에 의한 규제의 문제이다.
일단 사이버공간에 대해서는 자율규제를 강조하는 견해가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그 논거들도 다양하게 제기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첫째, 그 형성 및 발전과정에서 자유롭고도 자율적인 행위를 위한 공간으로서 자리잡아 온 사이버공간의 성격이, 일정 정도의 독립성과 자율성보장의 근거로 제기된다(Yamaguchi, 1998.9:5). 둘째, 기술적인 이유도 하나의 논거로 제시되고 있다. 즉 기술적으로 표현자의 익명성이 보장됨으로써, 표현행위자의 추적 및 확정이 사실상 거의 불가능함은 물론 증거확보도 매우 곤란하다는 이유(권영성, 1998.6:31∼32)라든지, 인터넷의 기술적 특성상 음란물과 관련한 국내법상의 처벌규정을 국제적인 매체인 인터넷의 경우에 적용할 수 없다는 이유(황승흠, 1998) 등이 제시되고 있다. 셋째, 일종의 주권이론이 하나의 근거로서 제기되기도 한다(Reidenberg, 1996). 이러한 자율규제의 논거 이외에도 시기(時機)상의 문제로 국가에 의한 규제의 신중론을 펴는 견해도 있다(Lessig, 1995).
이상의 견해들은 사이버공간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한 논거들로서 나름대로의 의의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필자의 견해로는 이상의 논거들 이외에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의 맥락에서도 사이버공간에서의 자율규제의 강화는 여타의 영역이나 언론매체에서보다 더욱 요청되고 있다고 생각된다. 왜냐하면 인터넷의 특성인 탈중앙통제성, 개방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이 바로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에 가장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다음에는 인터넷에 대한 국가의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문제를 다양성 및 민주주의의 확보라는 측면, 이용자의 통제가능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구체적인 규제기준을 제시하기보다는, 일반적인 의미에서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의 정도를 언급하는데 그치기로 한다. 왜냐하면 구체적인 기준의 제시는 더욱 많은 논의와 경험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1) 다양성과 민주주의
⸁ 다양성의 확보
"커뮤니케이션의 경로에 비교적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곳에서 진정한 사상의 자유시장이 존재했다." 이 문장은 미국연방대법원이 신문에 대해 반론권을 부정한 Tornillo 판결(Miami Herald Publishing Co. v. Tornillo, 418 U.S. 241[1974])에서 설파한 것이다. 이 문장은 또한 화자의 접근이 용이한 커뮤니케이션 경로 즉 매체일수록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인터넷의 특성이 탈중앙통제성, 개방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이라는 것을 인정한다면, 인터넷이야말로 사상의 자유시장에 가장 근접하고 있는 매체라고 할 것이다. 결국 '사상의 자유시장'이라는 은유가 국가에 의한 개입으로부터 자유를 의미한다면, 인터넷에 대한 국가적 개입의 정당성을 부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사상의 자유시장'은 은유일 뿐이다. 따라서 현실적으로는 '사상의 자유시장'은 하나의 이상에 불과할 수도 있다. 그러면 사상의 자유시장과 언론매체 규제는 어떠한 관련성을 가질 수 있을까?
우선 사상의 자유시장에 대한 국가의 규제는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으로서 정당화될 수 있다(Notes, 1994:1076). 자유방임적인 시장은 경제적 시장에서의 불균형이 사상의 시장에서의 불균형 즉 '관점의 다양성'(viewpoint diversity)의 부재를 초래할 수 있으므로 표현의 자유에 대한 적절한 은유가 아닐 수도 있다. 따라서 경제적 시장에서의 불균형이 이를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을 정당화하듯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도 정당화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지적해야 할 점은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불균형을 시정하기 위한 정부의 개입은 '다양성의 확보'라는 정책목표 그 자체에 의해 제한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즉 정부의 개입은 '다양성의 확보'에만 국한해야지, '다양성의 확보'를 넘어서 오히려 이러한 '다양성'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사실 방송에 대한 대표적인 내용적 규제 중의 하나인 미국의 '공정성원칙'(fairness doctrine)이나 우리나라의 '반론보도청구권'은 바로 이러한 '다양성의 확보'라는 정책목표의 달성을 위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정부의 개입이 없더라도 다양성이 확보될 수 있는 매체의 경우에는, 정부개입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없을 것이다. 결국 인터넷의 특성이 탈중앙통제성, 개방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이라는 점을 인정한다면, 인터넷에 대한 내용적 규제도 그 정당성을 상실하게 된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경제적 시장에서의 불균형이 사상의 시장에서의 불균형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내용적 규제가 아닌 간접적인 형식적 규제를 통해서 이러한 불균형을 시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할 것이다.
⸂ 민주주의의 강화
민주주의의 강화라는 명제도 언론매체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논거가 될 수 있다. 예컨대, Sunstein은 방송매체는 물론이고 신문의 경우에도 숙고적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 또는 민주적 자기통치(democratic self-government)의 이념에 따른 정부의 규제는 허용된다고 하고 있다. 따라서 Sunstein에게 숙고적 민주주의라는 이념은 신문과 방송의 차별적 규제의 근거가 아닌, 신문과 방송을 모두 포함하여 이른바 편집자율성(editorial autonomy)을 누리면서도 상업주의, 선정주의, 편파주의 등의 병폐를 만들고 있는 언론 자체의 규제근거로서 제시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구체적으로 Sunstein은 첫째, 표현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일정한 경우에는 오히려 자유로운 표현을 촉진하는 것이므로 무조건 정부의 규제를 표현에 대한 축소(abridgment)로 간주해서는 안되며, 그리고 반대로 시장에서의 자유로운 표현이 오히려 표현의 자유를 축소시킬 수도 있다는 점(1993a:204), 둘째, 민주적 자기통치의 이념을 통해서 표현의 자유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는 점(1993a:202)을 전제로 다음과 같은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 우선 표현자유의 목표인 민주적 자기통치는 의견의 다양성(diversity)과 공적 문제에 대한 관심(attention to public affairs)을 제고함으로써 달성될 수 있는 것이고, 현재의 시장체제는 의견의 다양성과 공적 문제에 대한 관심을 제고할 수 없으므로, 결국 방송에 대한 각종 규제정책들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촉진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액세스권도 헌법적으로 강제되는 것이라고 할 뿐만 아니라(Sunstein, 1993a:224; Sunstein, 1993b:103), 신문의 경우에도 자율성이나 재산권을 이유로 사람들의 접근을 거부한다면, 신문의 질과 다양성을 증진할 목적으로 취해지는 규제조치들도 많은 신문들이 사실상의 독점적 지위를 누린다는 측면에서 지지되어야 한다고 한다(Sunstein, 1993a:225).
그런데 Sunstein의 '숙고적 민주주의'(deliberative democracy)의 강화라는 관점은 기존의 매스미디어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에도 적용되고 있다. 그는 새로운 기술들이 가져 올 수 있는 위험성으로 숙고의 부재(absence of deliberation)와 사회적 분절화(social balkanization) 및 고립화(self-insulation)의 증가를 지적하고 있다(1995:1785∼1787). 이러한 위험성은 교육받은 시민의 양성과 정치적 평등을 촉진하는 데 실패할 수 있다고 한다. 따라서 '숙고적 민주주의'의 강화라는 관점에 따라 정부는 내용중립적인 방법으로 사이버공간을 규제할 수 있다고 한다. 구체적으로 정부는 공적 문제(public affairs)에 관한 관심을 촉진시킬 수 있고, 견해의 다양성을 보장할 수 있으며, 여타의 형태의 표현을 희생해서 정치적 표현(political speech)을 촉진시킬 수 있다고 한다. 특히 교육프로그램과 공적 문제에 관한 프로그램은 특별한 의미를 지니게 된다고 한다.
하지만 이상과 같은 Sunstein의 논거에 대해서는 다음과 같은 문제제기가 가능하리라 생각된다.
첫째, 민주주의라는 것이 기존의 국가나 주권의 경계를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면, 국제적인 매체인 인터넷의 경우에는 내용적 규제의 정당화근거로서 제기되기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점이다.
설령 인터넷이 실제로 정치지도자와의 직접적인 대화 및 토론, 전자투표 등을 가능하게 하므로, 민주주의의 강화와 직접적으로 관련되어 있다고 하더라도 Sunstein의 논리에 대해서는 아직도 아래과 같은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둘째, Sunstein은 민주주의의 교육적 기능과 시장기능의 폐해를 너무 강조함으로써 상향식(bottom-up), 비계층적 구조(non-hierarchical structure)를 가지고 있는 인터넷이나 PC통신 등 쌍방향매체가 참여민주주의의 강화라는 명제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이러한 순기능적인 측면은 이른바 '전자민주주의'(electronic democracy)를 단순히 기존의 정치과정에 대한 대체물 또는 전술적 대안으로서 파악하는 것이 아니라, 토론과 설득을 통한 상호이해와 연대의 확장을 위한 과정으로서의 참여민주주의를 강화하는 생활방식 또는 생활과정으로 파악해야 한다는 점(한상희, 1998.6:54∼60)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전자민주주의를 이렇게 이해해야 하는 이유는, 인터넷은 단순히 기술적인 특성에만 착안하여 정보검색 및 통신수단으로만 파악되는 것이 아니라, 커뮤니케이션의 상호작용성(interactivity) 및 가상현실(virtual reality) 등을 제공함으로써 기존의 지리적·물리적 공간개념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관념적 공간으로서의 '사이버공간'(cyberspace)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컴퓨터가 만드는 가상환경 또는 가상공간을 넘어서 이른바 '가상공동체'(virtual community)를 실현하는 것으로 그 사회적 의미가 부여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이미 사이버공간이 '민주주의의 강화'라고 하는 정책목표의 실현을 위한 기본적인 토대가 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인터넷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근거로서 '숙고적 민주주의의 강화'는 사이버공간에서는 그 정당성이 약화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 위와 같이 민주주의의 교육적 기능을 강조하는 결과, Sunstein의 논거는 신문, 방송, 케이블TV 등의 일방적 매체에는 유효할지는 몰라도 이와는 다른 특성의 인터넷에는 적절치 못하다는 점에서 인터넷에서의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을 직접적으로 지지해 주는 논거가 될 수는 없다고 본다.
물론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강화시킨다는 명제와 관련해서는 매우 유력한 비판이 존재한다. 첫째, 광범위하고 고도의 상호작용 네트워크는 유용한 정보의 경로가 될 뿐만 아니라, 감시, 통제, 정보박탈의 수단으로서도 이용될 수 있다는 비판이다. 즉 푸코식의 원형감옥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견해가 여기에 해당한다(Boyle, 1997). 실제로 국가에 의한 개인정보의 통제 및 침해는 현실적으로 심각한 문제로 제기되고 있다. 개인정보의 '암호화'(encryption)를 둘러싼 '컴퓨터 프라이버시'(computer privacy) 보호의 문제도 그러한 예들 중의 하나이다. 둘째, 인터넷이 민주주의를 강화시킨다는 명제가 성립하기 위해서는 그 전제로 물리적 기반이 충분히 확보되어야 하고 이것을 이용할 수 있는 교육과 훈련이 제공되어야 한다는 비판이다(Gurak, 1995.1). 즉 모든 시민이 자유롭고도 평등하게 정보통신시설에 접근하는 것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비판의 주된 내용인 원형감옥의 위험성은, 헌법이론적 관점에서 개인의 정보를 보호하기 위한 개인정보통제권 확립으로, 또한 원형감옥의 운영자가 국가인 경우에는 법집행기관이 추구하려는 목적과 프라이버시 보호와의 이익형량의 문제로 귀결된다. 따라서 과잉금지의 원칙 등 기존의 기본권제한에 관한 헌법적 원리들이 적용되어야 할 것이다. 물론 구체적인 통제장치의 마련도 필요할 것이다. 그리고 두 번째 비판에 대해서는 위에서도 형식적 규제의 논의에서 언급하였듯이 결국은 '보편적 서비스' 개념의 확대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이들 비판은 인터넷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문제와는 별도의 것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하여야 할 것이다.
(2) 정보수용자에 의한 통제가능성
필자가 나름대로 제시한 모델에 따르면 인터넷은 매체분류상 탈중앙통제적·쌍방향적 매체에 해당한다. 이것은 인터넷이 정보통제방식의 측면에서 다양성이 확보되고, 그리고 정보전달방식의 측면에서 정보수용자의 통제권이 확립되거나 강화되는 매체라는 것을 의미한다. 즉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에서의 수동적인 '시청자'는 쌍방향 또는 상호작용 매체에서는 더욱 능동적인 '이용자'가 된다. 그리고 기존의 방송이나 신문이 가졌던 편집통제권은 인터넷에서의 상호작용성으로 인해 이제는 정보수용자에게 부여되고 있다. 그러면 인터넷에 대한 내용적 규제에서 이와 같은 특성은 무슨 의미를 가지는가?
우선 정보수용자에게 정보의 수용여부에 대한 통제권이 인정되는지 그리고 실질적으로 통제능력이 부여될 수 있는지에 따라서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정도가 달라져야 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 즉 첫째, 이용자에게 실질적인 통제능력이 인정되어 있는 경우에는,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은 약화된다고 할 것이다. 둘째, 반대로 이용자의 통제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에는,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은 인정될 수 있을 것이다.
정보수용자에 의한 표현 및 정보의 통제가능성의 유무는 특히 매스미디어와 관련하여 내용적 규제의 중요한 근거가 되어 왔다. 예컨대 FCC v. Pacifica Foundation(438 U.S. 726[1978]) 판결에서 주요한 규제근거로 제시되었던 방송의 침투적 성격(uniquely pervasive presence)은 표현행위에 대한 정보수용자의 통제가능성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라고 할 것이다. 즉 방송의 경우에는 정보수용자에 의한 내용통제가 불가능한 침투적 성격이라는 구조적 특성 때문에, 정부에 의한 내용규제가 정당화된다는 것이었다. 반면 통신매체인 전화에 관한 Sable 판결(Sable Communications of Cal., Inc. v. FCC, 492 U.S. 115[1989])에서 미국연방대법원은 이용자의 통제능력이 인정된다는 것을 주된 이유로 전화상에서의 상스러운 표현(indecency)에 대한 국가의 규제를 위헌이라고 하였다.
정보수용자에 의한 정보의 통제가능성에 따라 매체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 여부가 결정된다는 논리를 일관되게 유지한다면, 인터넷과 같은 쌍방향매체의 경우, 기존의 방송매체에 적용되었던 정부에 의한 내용규제가 쌍방향매체에도 적용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사실관계확정에서도 살펴보았듯이 인터넷의 경우에는 정보의 내용에 대한 정보수용자 자신의 직접적인 통제를 상당 정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즉 인터넷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전화보다도 더 숙고적이고 통제된 일련의 적극적인 단계들(affirmative steps)을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오늘날 인터넷에 대한 아동의 접근을 제한하려고 하는 부모의 통제권을 강화시키기 위해 개발된 소프트웨어들(예컨대 Cyber Patrol, CYBERsitter, The Internet Filter, Net Nanny, Parental Guidance, SurfWatch, Netscape Proxy Server, WebTrack 등)은 정보수용자의 통제권을 강화시키는 데 기여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은 지금까지의 어느 매체보다도 정보수용자의 통제권이 강화되고 있는 매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보제공의 일방성으로 인하여 정보 그 자체가 권력성을 가지고 있고 따라서 시청자의 통제가능성이 약화되는 경우는 오늘날 대표적인 쌍방향매체인 PC통신이나 인터넷의 경우에도 찾아 볼 수 있다. 예컨대 ACLU v.Reno판결의 사실관계확정이 인정하고 있는 여섯 가지의 커뮤니케이션종류 중 junk mail이나 리스트서브(listservs)와 같은 일대다 메시지 전달(one-to-many messaging)의 경우라든지, 이용자에 의한 피드백이 불가능한 웹상의 사이트의 경우가 바로 그러한 경우에 해당한다. 따라서 이용자의 통제능력이 결여되어 있는 경우는 비록 인터넷상에서라도 규제가 가능하게 된다는 결론도 도출된다. 하지만 여기서 유의해야 할 점은 이러한 경우라도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비교해 볼 때, 여전히 정보수용자의 통제권은 더욱 강화되어 있다는 것이다.
5. 결 론
이상에서 우리는 인터넷에 대한 내용적 규제의 일반적 정당성에 관한 여러 가지 논거들을 살펴보았다. 그런데 자율규제의 측면, 다양성 및 민주주의의 확보라는 측면, 이용자의 통제가능성이라는 측면으로 살펴본 결과, 인터넷의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은 그 매체적 특성으로 인하여 기존의 매체보다 훨씬 약화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즉 인터넷은 그 생성 및 발전의 특성상, 기술적 특성상, 그 사회적 의미상 자율규제가 강력히 요청되고 있다는 점, 인터넷이라는 매체 그 자체의 특성이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인 다양성의 확보 및 민주주의의 강화라는 요청에 순기능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정보의 흐름에서 인터넷은 이용자의 내용통제능력을 강화시켜 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국가에 의한 내용적 규제의 정당성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결국 인터넷에서 국가에 의한 규제는 내용적 규제보다는 형식적 규제에 국한하여야 하고, 더 나아가서 내용적 규제가 필요한 경우라도 국가에 의한 규제보다는 자율규제가 정당성이나 실효성면에서 더 우월하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또한 국가에 의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구체적인 정책입안과 시행에는 신중을 기하여야 함을 의미하는 것이다. 비록 이와 같은 결론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며 좀더 구체적인 기준설정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인터넷에 대한 앞으로의 정책입안에 추상적인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이다.
한편 여기서 한 번 더 강조하고자 하는 것은 인터넷은 언론매체로서 파악해야 하고,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와 관련하여 인터넷에 대한 규제의 문제를 다루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언론매체로서의 인터넷의 특성을 분명히 인식해야 한다는 점도 강조되어야 한다. 이것은 인터넷에 대한 법적 규제에서는 인터넷의 특성인 탈중앙통제성, 개방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 등이 하나의 이념이자 지도원리로 기능해야 하고, 따라서 이러한 특성의 강화 및 확대가 인터넷에 대한 법적 규제의 목적이자 한계요소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사이버공간에 대한 법적 규제는 이와 같은 사이버공간의 특성을 강화하고 확대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지금까지 계속 지적하였듯이 인터넷의 특성인 탈중앙통제성, 개방성, 접근의 용이성, 다양성이 바로 표현의 자유가 추구하는 가치와 이념에 가장 근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인터넷에 대한 법적 규제의 문제를 표현자유의 문제로 파악하고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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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 성 기
서울대 법과대학 사법학과 졸업
동 대학원 석사 및 박사과정 수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