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경우를 중심으로
이 재 진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 문제제기
가상공간(cyberspace)은 접근 가능한 누구라도 자유로이 필요한 정보를 취득하거나 배포할 수 있는 매체로 이용되고 있다. 가상공간은 개인이 특정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견해와 사상을 순간적이고 광범위하게 유포하고 획득할 수 있는 상호작용적(interactive) 특성을 갖고 있다(Rogers,1986). 그래서 가상공간의 이용자들은 최소한의 지식과 기술을 갖추고 있다면 기존의 매스미디어를 통해서는 불가능했던 혁신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구가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때와 장소에 구분 없는 전자우편을 통한 상호교류, 인터넷의 전자게시판(bulletin board)을 통한 자유로운 의견의 교환, 텔넷 등을 통한 다른 컴퓨터에 대한 접근, 그리고 집단적인 화상회의 기능을 가상공간 이용자들은 누릴 수가 있다(Cavazos,1992).
이러한 기술적인 특징으로 가상공간은 많은 사람들에 의해 공론의 장(public forum)이 될 것으로 믿어져 왔다. 부언하자면 가상공간은 기존의 무너진 사상의 공개시장을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어 왔다(정윤식,1998). 무엇보다도 가상공간은 민주주의 실현의 필수적인 표현의 자유를 진정으로 실현할 수 있는 장소가 되며(Sunstein,1995), 신속하게 필요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기술적 측면은 진리추구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여겨져 왔다. 또한 가상공간은 자신이 자유롭게 창출한 생산물을 어떠한 형태의 제도적 검열을 받지 않고 서로 공유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기존 미디어들의 전달(transmission)의 개념 이상의 "공유, 참여, 결사, 또는 집단적 신념의 구현"이 가능하다(Carey,1984:15).
그러나 가상공간이 사회변화를 주도하고 커뮤니케이션의 낙원을 가져올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은 성급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왜냐하면 가상공간에서 사람들의 기대에 반하여 예상치 못한 여러 가지 윤리적 및 법적 문제들이 발생하기 때문이다(Gandy,1991). 갠디(Gandy,1994b: 24)는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매체에 대한 바람은 "현실이라기보다는 환상"이라고 지적하면서 가상공간이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비밀의 몰락, 신종 범죄의 창궐을 초래할 것이며 그래서 기존의 법을 적용하는 데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경고한다.
가상공간에서의 이러한 문제들은 이용자들이 가상공간을 익명으로 여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발생한다. 다시 말하자면, 자신의 신분을 감추고 제약 없이 인터넷이나 전자메일 등에 접근할 수 있다는 점이 법률적 문제들을 야기시키는 근본적인 요인이 된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가상공간 이용자들의 쌍방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증대함에 비례하여 이용자 자신들을 새로운 형태의 위험에 스스로 노출시키는 모순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특히 가상공간에서의 정보전달의 순간성과 광범위성이 이용자들로 하여금 자신이 원하지 않는 수많은 메시지를 경험하게 하는데, 이러한 측면에서 쟁점이 되는 것이 바로 인터넷이나 전자메일을 통한 혐오언론(hate speech)의 확산이다.
혐오언론이란 "인종이나 민족성, 종교 그리고 성적인 정향성(orientation)에 근거하여 폭력이나 증오, 또는 차별을 유발하는 무절제하고, 위협적이고, 모욕적인 표현"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Coliver,1992). 쉽게 말하자면 혐오언론이란 성적, 인종적, 민족적 차이에 입각한 모욕적인 욕설(slur)을 의미한다. 따라서 온라인 혐오언론(on-line hate speech)이란 가상공간의 인터넷이나 전자메일 또는 전자게시판 등의 형태를 통해 특정피해를 가져올 수 있는 혐오언론을 의미한다. 온라인 혐오언론에 대한 법적, 사회적 관심은 점증하는 혐오범죄와 함께 최근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발생한 일련의 전자메일에 의한 혐오언론 유포 사건들에 의해 더욱 증대되었다. 이는 네티즌들의 예의범절이나 규범이 강조되며 혐오언론의 규제를 위한 새로운 법적인 기준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주장들과 일맥상통한다.
가상공간에서의 혐오언론의 확산은 수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인종주의적 혐오그룹사이트(hate group sites)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터넷이 본격적으로 보급되면서 나타난 이들 혐오사이트의 근래의 이슈는 이미 역사적인 사실로 인정되고 있는 유태인들에 대한 개스실에서의 대량학살(Holocaust)을 부인하는 것이다. 혐오그룹은 인터넷을 통해 아우슈비츠 감옥에서 유태인들이 고단한 몸을 실내 목욕탕에서 쉬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어느 누구도 그곳에서 처형된 바 없다는 주장을 펼치고, 자신들의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이들은 그들의 사이트를 통해 인종주의나 민족주의 활동에 대한 금전적인 지원을 호소하기도 하며 심지어 유색인종에 대한 백인들의 성전(holy war)을 부추기기도 한다(LA Times, 1995.4.16:M2). 현재 인터넷 사이트에서 활발하게 혐오운동을 펼치고 있는 그룹은 약 400개 이상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대개의 혐오집단의 인터넷 사이트는 미국에 집중되어 있다. 대표적인 것이 데이비드 듀크(David Duke)가 운영하는 스톰프론트(Stormfront)인데 이 사이트(http: //www.stormfront.org)를 통해서 이들 혐오그룹의 사이트들에 접할 수 있다(Eatwell,1995:A9).
그런데 이러한 온라인 혐오언론의 문제는 비단 미국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다. 독버섯같이 늘어나는 혐오집단에 대한 인식이 점차 국제적으로 확대되면서 국제법상의 규제에 대한 찬반 논란이 일고 있다. 먼저 국제인권헌장의 언론자유와 개인의 보호에 대한 규정이 문제가 될 수 있다. 국제 인권헌장 제19조에 따르면 개인은 누구라도 공공질서의 유지, 공중보건이나 도덕적인 문제를 제외하고는 언론의 자유에 대한 침해를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반면 제20조에서는 특정의 인종적, 국가적, 종교적인 증오나 폭행을 촉발하려는 의도를 가진 표현의 경우에는 언론의 자유가 제한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과연 서로 상충하는 국제법 조항이 어떻게 적용될 것인가가 논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캐나다의 경우 실정법상 혐오언론을 금지하고 있으며, 독일이나 오스트리아의 경우 역사적인 사실인 홀로코스트(Holocaust)를 부정하는 것은 위법이다(Lambert,1995:1G). 특히 독일은 최근 극우파들의 테러 사태가 심해지자 언론계가 공동으로 대응에 나서 웹사이트(http://www. netzgegenrechts.de)를 개설하고 청소년들이 극우파의 선전, 선동에 빠지는 것을 방지하도록 노력하고 있다(《연합뉴스》, 2000.8.17).
이러한 온라인 혐오언론이 변화하는 사회적 구조를 반영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한국의 경우도 혐오언론 문제는 머지않아 인권 문제와 더불어 주요 논제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비록 아직 이에 대한 체계적인 검토나 연구는 없지만 혐오언론의 개념은 1998년부터 추진중인 인권관련법의 제정을 위한 논의의 범주에서 고려될 수 있다. 특히 한국에서의 혐오언론은 장애인이나 상주 외국인, 동성연애자 그리고 여성들에 대한 차별문제와 관련된다. 1999년 7월부터 남녀차별 금지법이나 성희롱 방지법 등 인권관련 법이 발효되고 이에 대한 개정이 이어지며 여성에 대한 차별적 언어가 혐오언론의 논의를 요구하는 것은 물론이고, 외국인 상주자들(해외 동포 포함)이 급증하면서 이들에 대한 피부색이나 민족성, 성적 요인에 근거한 혐오 감정의 표출이 국제화와 선진적 민주화를 지향하는 과정에서 인권문제와 함께 사회적인 쟁점으로 표면화될 것이다.
한국의 경우 과거 혐오언론의 많은 부분들이 사법적 판단 없이 사회적으로 그 인내를 강요해 왔던 경향이 있었다. 이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최근 점차 바뀌기 시작하고 기존에 소외되던 부류의 사람들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그런데 혐오언론은 사회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표현의 자유권과도 밀접하게 관련된다. 만일 인권법이나 성차별 방지법 등의 법적인 제한을 통하여 특정의 언사를 규제하게 된다면 이는 자칫 개인의 자연스러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게 되는 위험이 존재한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적 분위기로 인내되어 온 언어의 많은 부분이 법적인 기준을 통하여 억압하게 된다면 이는 한편으로는 개인의 자연스러운 감정의 발현을 억압하게 될 것이다. 여기에 바로 혐오언론과 관련된 딜레마가 존재한다. 이러한 딜레마는 표현의 자유가 강조되는 가상공간에서 더욱 문제가 된다.
온라인 혐오언론의 규제와 보호에 관련된 딜레마가 가장 첨예하게 나타나는 곳이 바로 대학이다. 대학은 대학구성원들의 학문과 언론의 자유가 보장되고 자유스럽게 토론하는 곳이어야 한다는 당위성과 함께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중요한 미덕으로 인정되는 특수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Lee,1997:56). 그래서 대학 성원들 사이의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이 대학을 지탱하는 기본 축이 되는 반면 모든 성원들이 차별이나 소외 없이 학문적 혜택을 누릴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드는 주는 것이 대학의 책임이다. 최근 서울대 등 한국의 주요 대학들이 학내의 성희롱이나 성차별을 금지하려는 학칙을 제정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어느 부분까지가 정말 성차별이나 성희롱을 구성하는가의 문제는 앞으로 지속적으로 논의될 필요가 있으며, 과연 이러한 학칙들이 언론자유와 학문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에 대한 위반이 아닌지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 연구의 주된 목적은 언론법 영역의 온라인 혐오언론의 문제를 미국의 경우를 중심으로 고찰하고 한국에서의 문제해결을 위한 참고자료를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이 연구는 미국 대학에서의 온라인 혐오언론 문제에 논의의 초점을 맞춘다. 즉, 온라인 혐오언론이 미국의 대학에서 어떻게 이해되고 있는가를 인권과 표현의 자유가 어떻게 균형지어지는가에 대한 이론적 논의 및 관련판례들을 중심으로 접근한다. 먼저 이 연구는 혐오언론의 사회적 배경을 살펴보고 혐오언론 문제의 학술적이고 이론적 논의들을 구체적으로 탐구한다. 그리고 현재의 언론법 상 혐오언론의 보호 정도는 어떠하며, 관련 케이스의 내용은 무엇이며 그 논의는 어떠한가를 고찰한다. 이를 바탕으로 인터넷이나 전자메일과 관련된 대학에서의 언론의 규제문제들을 살핀다. 마지막으로 이 연구는 혐오언론 문제의 해결에 대한 대안을 원론적인 커뮤니케이션 모델을 통하여 제시한다. 여기서는 사회적 상황이 사회구성원들 사이의 커뮤니케이션 형태에서 반영된다는 점에 근거하여 혐오언론의 문제를 법적인 판단과 아울러 사회구성원들간의 커뮤니케이션 양식을 통해 판단해야 할 것을 제안한다.
최근까지 가상공간에서의 저작권 문제,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그리고 사기 등과 관련된 법적인 주제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들이 있었으나 온라인 혐오언론은 상대적으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이러한 점에서 이 연구는 급속히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의 혐오언론의 의미를 좀더 명확히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혐오언론의 문제가 이제 더 이상 미국과 같은 복수 인종, 다민족 국가에 국한되는 것은 아니며 한국의 경우에도 아직까지 직접적인 사례가 없지만 중대한 사회적 및 개인적 쟁점이 될 것이라는 점 그리고 이에 대한 논의의 이론적인 근거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의 실용적인 의의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2. 이론적 배경:
혐오언론과 '정치적 타당성'(political correctness)
미국에 있어 혐오언론의 문제는 사회발전의 역사에 있어 '평등' (equality) 또는 '다원성'(diversity)의 문제와 더불어 대단히 예민한 이슈로서 다루어져 왔다. 언론자유의 영역에서 개인이 타인에 대한 혐오의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표출할 수 있는가 그리고 사회적으로 어느 정도 허용되는가 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상의 가장 복잡한 문제로 여겨져 왔다. 역사적으로 증오를 표현할 수 있는 권리에 대한 헌법적 보호를 인정한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1977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 있었던 스코키(Skokie) 케이스이다. 이 사건은 네오나치즘(neo-Nazism)을 표방하는 일단의 사람들이 홀로코스트의 생존자들의 다수가 밀집해 거주하는 시카고 근처의 스코키 지역을 행진하려고 시도하면서 발생하였다. 일리노이주 법원들은 한결같이 네오나치 그룹의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수정헌법 제1조에 의해 보호되는 것으로 판결하였다. 법원들은 그들의 결정이 개인들이 자신의 견해를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권리를 보호하여 궁극적으로는 인종적 또는 여타의 이유에서 소수에 속하는 사람들에게 이익이 될 것이라고 주장하였다. 이후 혐오언론 문제는 헌법적 논의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혐오언론에서 '혐오'(hatred)의 문제는 정책의 수립과정에서 그 의미가 약화되고 이는 1980년대에 들어서면서 '정치적 타당성'(political correctness)이라는 개념으로 대체된다.
미국에서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politically correct speech)이라는 개념은 1980년대 말에 도출된 바, 커뮤니케이션 분야에서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Lee,1997:64). 이는 현재 미국의 국가적 정책으로 자리잡는 과정에서 그 논의의 중요성이 인식되어 왔다.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이란 기존에 사용되던 '혐오언론'(hate speech)을 대체하고 시대적으로 맞게 재구성된 정치성이 강조되는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비록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이라는 말이 혐오언론 보다 좀더 법적이고 제도적인 측면의 용어이지만 혐오언론이란 용어는 지금도 여전히 많이 사용되고 있다. 이는 '혐오범죄'(hate crime)라는 용어가 현재도 여전히 이용되고 있는 것과 같은 맥락이다. 혐오언론이라는 말이 문제를 좀더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반면에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이라는 말은 논의의 근본적인 문제―인종적, 민족적 그리고 성적 차별과 이에 대한 저항―를 간과할 위험이 있다.
법학자이며 언론비평가인 스몰라(Smolla,1992:151)는 혐오언론이 '문화적 다원주의'와 '평등'의 이슈와 함께 "언론자유의 영역에 있어 가장 골치 아픈 사안"이라고 설명하였다. 역사적으로 혐오언론은 미국의 수정헌법이 제창하는 언론자유의 보호에 있어 예외로 보아야 할 것인가에 대한 법학자들 사이의 논쟁의 대상이 되어왔다. 혐오언론이 실제로 폭력적 행위를 유발하는 주요인으로 인식되는 '투쟁언어'(fighting words)에 속한다고 보는 학자들의 견해에 따르자면 혐오언론은 당연히 규제의 대상이 된다(Chaplinsky v. State of New Hampshire). 그러나 혐오언론 자체가 어느 정도의 피해를 낳으며 어느 정도의 심각한 위험이나 폭력적인 불법행위를 초래하는지에 대해 구체적으로 검증하기란 쉽지 않다. 비록 혐오언론 현상이 미국의 뿌리깊은 사회적 갈등의 단면을 보여주는 예이기도 하지만, 이것이 과연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언론자유의 범주에 속하는지에 대해서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직접적으로 규정적인 정의를 내린 바가 없다.
혐오의 개념을 대체한 '정치적 타당성'(PC:political correctness) 운동은 1991년 당시 예일대 법대 교수인 드수자(D'Souza)가 "언론과 민주주의:대학에서의 인종과 성의 정책"이라는 글을 펴낸 후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여기서 드수자는 대학에서의 혐오언론에 대한 규제의 필요성을 민주주의의 운영원칙에 기초하여 피력하였다. 이후 전국적 규모로 대학들이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론정책과 같은 맥락에서 학교에서의 다원주의적 교과편성이나 차별철폐를 위한 교칙 제정 등에 대한 가열된 논의에 참가하였고 이러한 논의는 미국의 주요 언론의 지면을 통해 가열되었다(Safire,1991). 대학에서의 이러한 움직임은 대체로 대학에서 성적으로나 인종적으로 좀더 많은 평등과 형평성을 고취하고자 하는 의도에 근거한 것이었다(Dunant,1994:xii).
역사적으로 보자면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 운동은 1960년대 초의 시민운동(civil movement)에서 그 뿌리를 찾을 수 있는데 이는 1980년대 동성연애자들과 여성권론자들의 사회운동으로 인하여 체계화되기 시작하였다(Barnes,1992:992). 정치적 타당성이라는 개념은 혐오언론의 의미를 좀더 사회적으로 발전시킨 것이다. 혐오언론은 특정대상에 대한 '혐오'라는 본능적 측면에 과도하게 집착하는 경향이 있었다. 그러나 혐오언론의 역사적인 뿌리가 되는 1960년대의 시민운동이나 그 이후의 동성애자 권리운동에서도 '혐오'(hatred)라는 개념이 개입되지 않은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혐오의 의미를 극복하고 이를 정책적으로 자리매김 하려는 정치적이고 조직적인 움직임을 통해 이루어진 것이 정치적 타당성의 개념이다.
사실상 혐오 또는 증오라는 개념은 1980년대까지는 공적 영역(public sphere)에서 인종주의적 표현양식으로 주로 사용된 것이었다(Goldberg, 1995:267). 다시 말하자면 대개의 경우 혐오라는 표현은 인종주의적 차별 철폐를 위한 논의에 대중이 참여하는 과정에서 사회적으로 구성된 것이었다(Lee,1997:65). 그러나 현재 사용되는 혐오언론의 의미는 대부분의 경우 인종적인 표현양식에 국한되지 않고 기타의 성적, 민족적, 신체적 차이에 대한 표현에 근거하는 것으로 이는 인종주의적 혐오의 개념보다는 더욱 광범위한 것이다. 예를 들어 여성이나 장애인에 대한 사회적 차별은 혐오라는 감정에 근거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사회체제적인 문제였다. 결국 혐오언론이란 말은 1990년 New York Magazine이 "당신은 정치적으로 올바른가?"라는 기사를 게재함으로써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이라는 용어로 재개념화되었고 이에 대한 찬반 논쟁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무엇보다도 학자들과 언론계는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언론(politically incorrect speech)을 규제하는 것이 수정헌법 1조상의 언론자유에 대한 위축효과(chilling effect)를 초래하는가에 대한 열띤 논의를 펼쳤다(Cockburn,1991:690). 당시 대부분의 주요 대학들이 이러한 논쟁에 참여하게 되었는데 특히 학내의 인종적, 성적 차별에 근거한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학칙의 제정에 대한 찬반 논의들이 주를 이루었다. 실제로 1980년대 중반 이후 대학들이 학문과 사상의 자유도 중요하지만 대학을 구성하는 성원들의 기회균등과 올바른 면학 분위기의 조성이 중요한 교육적 가치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혐오언론을 금지하는 학칙을 제정 또는 수정하는 작업에 몰두하기 시작하였다.
수정헌법 제1조의 취지에 근거한다면 '정치적 타당성'이란 어떤 개인적, 집단적 특성에 의한 차별을 표현하는 특정의 언어에 대한 사전제약(prior restraint)으로 해석할 수 있다. 사실상 정치적으로 '옳다/그르다'를 구별할 수 있는 '정의적인'(definable) 판단기준이 아직 마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자연히 그 판단에 있어 주관적인 요소가 많이 내포하게 된다. 정치적 타당성의 정도(degree)의 측면에서 보자면, 정치적으로 잘못된 언어란 "이성애자, 백인, 그리고 유럽중심적 사고구조를 가진 남성들이 이러한 특성을 갖지 않은 사람들보다 좀더 범하기 쉬운 정도의 차이를 가지는 언어일 뿐"이라고 보는 냉소적인 시각도 있다(Note,1995: 1047).
정치적 타당성의 문제가 대학사회에서 열띤 논쟁의 대상이 된 이면에는 인종주의적 또는 기타 정치적으로 허용되지 못한 언어들이 사회적으로 열세인 소수계 사람들에게 헌법으로 보장되는 자유로운 토론과 자기결정에 참여할 기회를 박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내재하고 있다(McGowan,1992:781). 프라이(Frye,1992:781)는 "통속적으로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않다는 것은 능멸적인 표현을 위해 이용되는 상징적인 위협행위에 대한 부정적인 평가를 의미한다"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에서 본다면 공격적이거나 인종주의적, 외설적, 또는 남성중심적 언사들은 비록 이것이 타인을 해칠 의도에서 이용된 것이 아닐지라도 정치적으로 잘못될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언론은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이용해 오던 표현 속에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점에 혐오언론에 대한 논의의 복잡성이 존재한다.
3. 대학에서의 온라인 혐오언론
미국의 대학들은 지난 30여년 동안 다양한 인종과 민족, 그리고 여성들이 고등교육을 추구하는 장소가 되어 왔다. 그러나 이러한 대학에서의 변화들은 편견과 갈등에 의해서 점철되었다. 그 결과 1980년대 말부터 대학가에서는 점증하는 차별적인 표현이나 괴롭힘(harassment)을 방지하고자 하는 노력들이 지속되어 왔다. '편견과 폭력에 반대하는 국가연구소'(National Institute Against Prejudice and Violence)의 조사에 따르자면 소수계에 속하는 학생들 중 약 25% 정도가 대학가에서의 어떠한 형태로든 혐오범죄나 혐오언론을 경험해 본 것으로 나타났다(Stains, 1993:46∼48).
이러한 이유로 인하여 많은 대학들은 1980년대 말부터 혐오적 표현을 동반하는 언론을 규제하기 위하여 다소 논란이 되는 학칙들을 제정하거나 개정하기 시작하였다(Blanchard,1992:485). 대학 관계자들은 이러한 학칙을 통하여 흑인, 아시아계, 유태인, 여성 그리고 동성연애자들에 속하는 학생들에게 더 나은 교육환경을 제공하고자 하였다. 이러한 의도에서 제, 개정된 학칙에 의하면 규제대상은 차를 타고 가면서 지나가는 소수계 학생에게 내뱉는 욕설이나 학내의 면대면(face-to-face)의 상황에서의 위협적인 욕설, 그리고 대학 기숙사나 벽에 씌어지는 혐오적 표현, 또는 우편함 안에 들어있는 왜곡된 표현 등을 포함한다.
대개의 학교들은 면학분위기를 해치거나 위협적인 상황을 조성할 위험이 있는 언어들을 규제하는 것을 학교의 책임으로 인식해 왔다(Hentoff,1992:167). 특히 지난 몇년 동안 이러한 대학들의 움직임은 법조계와 언론계의 주목을 끌었다. 언론자유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비록 이러한 대학들의 학칙제정 움직임이 소수계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기는 하나 이러한 학칙은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배하는 것이라고 주장하였다(Blanchard,1992:485). 법조계의 일부학자들은 대학의 학칙제정이 1980년대 이후 풍미한 정치적 타당성 운동의 직접적 영향을 받은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이러한 학칙들이 단지 현상적으로는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데 도움이 될지 모르지만 근본적으로는 대학의 언론자유를 침해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으로 보았다. 특히 학교에서 소수계 학생들을 위하여 만들어지는 교과편성이나 대학정책에 대해 비판을 하지 못하게 될 것이며 나아가서 이는 대학을 침묵하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한다(Blanchard,1992:487).
그럼에도 학내에서 발생하는 인종적, 민족적, 성적인 문제들을 안고 있는 대학들은 이러한 학칙을 제정하는 데 적극적으로 나섰다. 특히 인터넷 사용이 급속히 대학가에 자리잡음으로써 가상공간에서의 혐오 표현을 규제하기 위하여 1990년대 중반에 들어서면서 대학들이 새로운 학칙을 만들거나 기존의 학칙을 개정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규제는 점차 컴퓨터 관련 범죄가 늘어나기 시작하면서 가속화되었다. 사실 온라인 혐오언론은 인터넷의 기술적인 특성과 맞물려 대학관계자들이 처리하기 힘든 문제 중 하나로 등장하였다(Kovaleski,1995:A4).
1995년 익명의 해커(hacker)가 한 대학의 교수 전자메일 계정을 이용해 침입 4개 주(state)에 분포되어 있는 몇몇 대학들의 2천여 대의 컴퓨터에 전자메일을 통하여 반흑인적이고 반유태인적 메시지를 살포하였다(Cooper,1995:M2). 당시 '인종주의를 표명하는 전국 연맹'(National Alliance)이 주범의 하나로 의심되었지만 신분을 감춘 범인이 누구였는지를 명확히 알아낼 가능성은 거의 없었다. 1994년에는 누군가 인터넷에 접속하기 위하여 미시건 대학에 다니는 학생의 컴퓨터 계정과 암호를 훔치는 사건이 발생하였다(Kovaleski:A4). 여기서 '소수계 민족 처단을 위한 조직'이라는 단체의 명의로 미시건 대학의 학생 명부를 통해 얻은 흑인 학생들의 전자메일 주소로 위협적인 내용의 메시지를 살포하여 학내의 물의를 일으켰다. 이와 유사한 사건들이 최근까지 지속되어 왔다.
이러한 일련의 사건들을 경험한 대학들은 익명으로 된 혐오 메시지가 매일같이 인터넷이나 전자메일을 통하여 전파되고 있다는 상황을 고려하여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지 않으면 안 되었다(D'Antonio,1995:8). 이러한 상황은 대학 관계자들, 기술 전문가들, 그리고 헌법학자들 사이에 논란을 야기하였으며, 언론의 자유라는 목적과 공격이나 괴롭힘을 당하지 않는 자유로운 온라인 커뮤니티의 형성 간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대단히 어렵다는 사실을 인식하게 되었다(Shear,1995:A1). 이러한 점은 법원의 판결문에서도 반영되고 있다. 한 연방법원은 "비록 대학이 차별과 인종주의가 없는 교육적 환경을 유지하는 데 중요한 이해(interest)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나 다른 가능한 대안을 고려하지 않은 채 그 내용(content)이나 시각(viewpoint) 때문에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것은 위헌이다. 대학의 이해를 충실히 실천하는 것은 물론 대학의 몫이지만 여성이나 소수계 학생들을 보호할 수 있는 기타 다른 합헌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것도 대학이 해야 할 중요한 임무"라고 판시한 바 있다(Iota Xi Chapter v. George Mason University,1993:386).
대학이 일반 사회와 다른 특별한 장소라는 점을 강조하는 사람들은 온라인 혐오언론이 소수계 학생들에게 피해(harm)를 입히기 때문에 마땅히 규제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헌법학자인 마추다(Matsuda,1995:A34)는 인종주의 집단이 인터넷을 통하여 그들의 신조를 확대할 때 이는 수정헌법의 보호를 받아서는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한다. 그녀는 공격적인 언사들은 특정의 인종이나 집단을 비하하고 공포에 떨게 하고 결국 상처를 입히는 효과를 유감없이 발휘한다고 비난한다. 그녀는 혐오언론이 진실과 오류에 대하여 논의하는 데 아무런 기여를 하지 않기 때문에 보호의 가치가 없다는 점을 강조하다. 그녀는 규제가 없다면 백인우월주의가 다른 인종이나 여성들의 권리를 침해하면서 가상공간에서 자라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온라인 혐오언론에 대한 규제는 위헌이 아니다. 주요 대학들은 1995년경부터 온라인 혐오언론을 규제하려는 제도를 본격적으로 도입하기 시작하였다. 조지 메이슨 대학은 컴퓨터를 타인을 괴롭히거나 위협하거나 학대하는 데 이용해서는 안 된다는 학칙을 마련하였다. 매릴랜드 대학의 경우 타인을 괴롭히는 데 컴퓨터가 사용되는 것을 금지하면서도 단지 타인을 괴롭히는 메시지를 인터넷을 통해 전달하는 것은 막지 않도록 하였다. 버지니아 공대는 인터넷에서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거나 타인을 비하하고, 위협하는 무책임한 행위를 구성하는 어떠한 작업이나 창작행위 등을 금지하는 제도를 도입하였다. 버지니아 공대의 학칙이 얼마 전 시험대에 오른 바 있는데, 학칙에 의해 한 동성연애자 학생의 홈페이지에 침입하여 혐오언론을 남긴 학생을 처벌한 바 있다. 뉴욕주 버팔로에 위치한 뉴욕주립대학은 비록 문서화된 학칙은 없지만, 1934년의 통신법(Radio Act)의 정신에 근거하여 인터넷에서의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제도를 마련하였다. 이에 따르면 학생들은 타인을 귀찮게 하거나 괴롭히는 통신을 할 수 없으며,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즉시 학교의 컴퓨터센터에 신고하여 조치를 받도록 하고 있다. 미네소타 대학은 여성을 비하하거나 비합리적으로 묘사하는 언사를 이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노스다코타 대학은 심리적인 불편을 의도적으로 촉발시키는 커뮤니케이션을 금지하고 있다.
이처럼 대학들이 점차로 온라인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학칙을 제정 또는 개정하면서 언론자유주의론자들은 점차 많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마이애미 대학의 한 법대 교수는 대학들이 반혐오언론 제도를 통해서 언론을 통제하는 것은 수정헌법 제1조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큰 오류라고 지적한다. 미국시민자유연대(ACLU)도 인터넷을 수정헌법 제1조가 적용되는 공적 포럼(public forum)의 영역이기 때문에 이의 사용을 억압해서는 안 되며 사용자들의 경우 이들이 온라인상에서 혐오언론에 직면했을 때 이를 회피(avoid)하거나 무시할 수 있기 때문에 인터넷에서의 혐오언론은 규제의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한다. 같은 맥락에서 드보르킨(Ronald Dworkin,1997:3)도 자유언론은 "인간을 인간답게 느끼게 하는 것"이며 사회에서 "그들의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이들은 따라서 인터넷 등의 새로운 미디어의 보급과 사용의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에서의 어떠한 형태의 언론에 대한 억압도 위헌으로 간주한다. 이들에게는 인터넷에서의 언론을 억압하는 학칙은 기존의 일반적인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학칙과 아울러 수정헌법 제1조를 위반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비록 대학의 학칙이 위헌이라고 하더라도 연방법(United States Code Service)은 주(state)들 사이의 통신 또는 거래(transaction), 국제적인 통신에서 납치, 고문, 그리고 해를 입히기 위한 협박 등과 관련된 내용은 처벌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연방법에 의해서 1995년에 미시건 대학교 학생이던 베이커(Baker)는 인터넷 뉴스그룹에서 성적으로 폭력적이고 여성을 비하하는 소설을 펴낸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가 체포된 가장 큰 동기는 그가 소설에서 자신이 수업에서 알게 된 한 여성의 실명을 소설에 선택한 것이었다. 베이커의 체포는 언론자유의 침해문제로 즉시 큰 반발을 불러일으켰고 정부는 곧 기소를 중지하였다. 그러나 대신 정부는 곤다(Gonda)라는 이름을 가진 여성과 가진 개인적인 전자메일의 교환에 수사를 집중했고 그 결과 검찰은 베이커를 주간 상거래(interstate commerce)에 있어 협박 등 다섯 가지 점에서 혐의를 포착하고 그를 재기소하였다. 그러나 연방 1심 법원은 베이커의 행위는 실제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를 벗어난 것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이를 기각하였다(United States v. Baker,1995:1375).
가상공간의 혐오언론 이슈와 관련 인터넷 사용자들이 전자메일을 통한 혐오범죄로 인하여 체포되는 사건이 최근 발생하였다. 1996년 9월 캘리포니아주 어바인(Irvine)에 사는 22세인 히스패닉계 청년인 매카도(Machado)가 어바인에 위치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전자메일을 통하여 59명의 아시아계 학생들에게 욕설이 담긴 살인 메시지를 유포하여 교육을 방해한 혐의로 구속 기소되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의과대학 중퇴생인 매카도는 그의 전 룸메이트의 ID를 훔쳐서 보낸 전자메일 메시지에서 자신이 의대에서 퇴학된 것은 공부를 열심히 하는 아시아계 학생들 때문이라고 주장하면서 자신은 이들을 모두 살해하는 데 평생을 바치겠다는 내용을 담아 아시아계 학생들 이름과 유사한 학생들에게 전달하였다. 메시지를 받은 학생들 중 일부는 (특히 여학생들의 경우) 자신이 피해를 볼지도 모른다는 피해의식에 시달렸다고 주장했다. 매카도는 최초의 연방법원 1심 재판에서 실형을 선고받아 1년 넘게 복역하고 있으며 2심을 기다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 연방법원은 매카도의 의도(intention), 피해자들의 반응, 그리고 인터넷의 문화적 특성을 고려한 메일내용의 의미를 고려컨대 이는 혐오범죄(hate crime)의 부류에 속한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비록 매카도의 변호사가 그가 학교에서 퇴출당한 후에도 부모에게 학교를 계속 다니는 것처럼 보이기 위해 등교하였으며 시간을 때우기 위하여 심심풀이로 장난한 것일 뿐 실제로 어떤 악의를 가지고 한 것이 아니라고 주장하였으나 이는 법원에 의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998년 초엽 캘리포니아주 코로나에 사는 21세의 중국계 청년인
킹맨 추온(King man Quon)은 히스패닉계 사람들에 반감을 가지고 이들에게 전자메일을
통해서 위협적인 메시지를 전달한 혐의로 체포되었다. 그는 캘리포니아 대학의 한
학생의 전자메일 계정을 통해 미국의 소수계 보호법(affirmative
action)이 잘못 적용되어 히스패닉계 사람들이 불법적으로
다른 소수계 사람들보다 많은 혜택을 받고 있기 때문에 자신은 이들을 모두 살해할
것이라는 취지로 전국에 걸쳐 약 100여명의 히스패닉계로 추정되는 학생, 교수, 직장인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였다. 추온 또한 연방법상 협박(blackmailing) 등의 죄목으로 기소되어 이에 대한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이러한
최근의 사건들은 지금까지 현실공간에 적용되는 혐오언론에 대한 법적 적용이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를 높이는 결과를 가져왔다.
4. 혐오언론 규제에 대한 이론적 논의
1) 반대론적 시각
혐오언론 또는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언론에 대한 규제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그 논의의 철학적 기반을 자유주의적 헌법이론에 두고 있다. 이러한 견해를 가지는 사람들은 혐오언론에 대한 제재가 사상의 자유로운 교환을 저해한다는 입장을 보인다. 이들 대개의 사람들은 언론자유 옹호론자들이다. 언론자유 지상주의자들은 만일 대학에서 정치적으로 올바른 언어들만이 허용된다면 이는 아무런 이득도 없게 되며 오히려 이는 냉소와 분노 또는 극단주의의 현상을 일으키게 되는데 이는 곧 독재주의적 철학을 낳게 되는 지름길이 된다고 비판한다(Adler,1990:48).
이들은 비록 정치적 타당성이란 미국사회가 처한 가장 예민한 구석을 지적하는 것이긴 하지만 자유로운 의견표현을 원하는 학생들이나 교직원들이 검열에 대한 위협으로 억압당하거나 궁극적으로 교육의 목표가 희생되는 결과를 불러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한 정치적으로 잘못된 언어에 대한 억압은 우리가 기대하는 효과를 가져오기보다는 오히려 잘못된 표현에 의해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 그 피해로부터 회복할 수 있는 길을 봉쇄해 버리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라고 지적한다(Barnes:992).
결국 언론자유 옹호자들은 대학에서의 특정 언사를 금지하는 학칙제정은 '보호적' 측면보다는 '억압적' 측면을 띠기 때문에 혐오언론의 규제학칙이 하나의 심각한 검열수단으로 전락하게 된다고 한다(Strossen, 1990:60). 또한 대학에서의 학칙제정은 소수계 학생들의 보호보다는 다수 학생들의 자유로운 사상과 언어활동을 억압하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한다(Frye:1085). 이들 학자들은 특정언론에 대한 통제는 저변에 깔려 있는 인종주의적 문제들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사람들간의 갈등을 악화시키게 된다고 주장한다. 또한 언론에 대한 제한은 비정상적이며 표현의 자유라는 기본권을 파괴하는 행위이며 궁극적으로 사상의 자유를 급진주의적인 문화다원주의의 틀 아래서 억압하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고 한다(Finn,1989:17).
좀더 구체적으로 반대 견해를 표명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주장을 편다.
? 혐오언론 또는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언론에 대한 규제는 여러 측면에서 보더라도 시간과 자원의 낭비일 뿐이라는 견해이다. 이는 정치적 타당성 운동에 대해 회의론적 시각인데, 이러한 논의가 학문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공헌할 바가 없다고 본다(Lively,1994:891).
? 다수를 차지하는 사회적 집단이 일시적으로 침묵하고 있지만 결코 혐오언론의 통제를 그냥 바라보고 있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혐오언론에 대한 규제는 비현실적이며, 상징적이며, 불순하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사회구성원의 다수를 차지하는 사람들이 일방적으로 몰리게 되면 이에 대한 역공격(backfire)이 우려되며 이러한 역공은 오히려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않은 언론에 대한 규제 이전보다도 더욱 문제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한다(Delgado & Yun,1994:69).
? 사회적 혐오를 표현하는 언사는 경우에 따라서는 은폐되어서는 안 되는데 왜냐하면 이는 사회적인 경각심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각은 언론의 자유주의적 공개시장의 원리에 입각해 있는데, 모든 사회성원들의 언로를 막아서는 안 되며 비이성적이거나 진리가 아닌 언사들도 모두 허용하여 오히려 정치적으로 잘못된 언어도 교육적인 목적을 위해서 도움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본다(Carter, 1992:179).
? 소수계 성원들이 실제적으로 하찮은 문제들이나 모욕적인 문제에 너무 집착하도록 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혐오언론의 제한이라는 사실 자체가 소수계 출신자들에게 자신이 피해자라는 의식을 갖게 하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즉, 다인종적 그리고 다문화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기반에 피해의식을 갖게 한다면 이것이 곧 인종차별이나 민족차별을 불러온다는 주장이다(Finn,1989:19).
?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 운동은 그 성격상 계급주의적이고 그래서 이는 노동자나 인종주의자들을 배제하는 한편 좀더 상위의 계급집단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시각이 있다. 이들은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운동의 당위성이 그 계급주의적 성격으로 인하여 약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계급적 한계로 인하여 결국 정치적 타당성 운동은 그 실효성이 없다고 본다(Lively,1994:893).
? 치료가 병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는데, 왜냐하면 이는 새로운
형태의 검열을 낳을 수 있기 때문이라는 시각이다. 이는 현실에서 발생하는 모순적인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자연적으로 해결하도록 두어야 하며 만일 이러한 자연적 치유가
아닌 경우에 언론의 자유라는 대명제에 반하는 상황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Gates,1993:37).
이처럼 정치적으로 타당한 언론에 대한 자유론자들의 공통적인
입장은 언론에 대한 제약은 모든 사람들이 논쟁이나 사상의 대결을 통하여 지혜를
추구하거나 발견할 수 있는 기회를 부정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이는 법에 의해 침묵하는
다수의 사람들의 증오심을 강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Bollinger,1986:79). 더욱이
자유론자들은 혐오언론 현상이 중요한 사회정치적인 기능을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혐오언론의 비이성적 표현은 실제적 정치과정에서 그리고 사람들의 인식에
있어 무엇인가 잘못된 점이 있다는 경종을 알려주기 때문이다. 또한 혐오언론의 제약은
학생들의 교육과 책임 있는 시민의 개발을 촉진하기보다는 방해하는 부정적인 효과를
가진다고 지적하기도 한다(Fleischer,1994:710).
2) 옹호론적 시각
혐오언론의 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은 인종적 또는 성적인 차별의 언사는 본질적으로 소수계 사람들에게 은밀하면서도 심각한 해를 끼친다고 주장한다. 이들 학자들은 현실적 의미에서 혐오언론은 위험하다고 경고하면서 이러한 위험이 소수계 사람들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Delgado,1995:143). 또한 이들은 혐오언론이 필연적으로 학교나 직장에서 위협적이고, 적대적인 또는 모멸적인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 직접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러한 옹호론은 크게 네 부류로 나뉠 수 있다.
첫째, '투쟁언론' 접근방식(Fighting Words Approach)이다. 혐오언론을 다루는 맥락에 있어서, 이러한 접근은 혐오언론은 사람들 사이의 직접적인 충돌이나 투쟁을 일으키는 말로 간주된다. 이러한 접근양식은 기본적으로 혐오언론에 관련된 언사들은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없다는 시각에 근거하고 있다. 대표적인 법학자인 로렌스(Lawrence, 1990:453)는 소수계의 학생들은 수적으로 우세한 백인 학생들에게 압도당하는 것처럼 느끼며 다툼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차별적 언사에 대해 반응하는 것이 자신의 신상에 위험을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식하기 때문에 그들은 침묵하거나 복종적 자세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결국 대학에서라도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점증하는 소수계 학생들을 보호하는 차원에서 혐오언론에 대한 제재는 불가피하다고 본다. 유사한 맥락에서, 델가도(Delagdo,1982:133)는 혐오언론이 진정으로 감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위법행위를 구성하는 하나의 공격형태라고 주장한다. 일단 혐오언론에 접하게 되면 비록 물리적 폭력이 동반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물리적 폭력보다 더 큰 좌절감과 분노를 그리고 투쟁을 유발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둘째, 비판적 사상의 공개시장 접근방식(Critical Marketplace-of-ideas Approach)이 있다. 이 접근양식은 고전적인 '사상의 자유시장'론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이 견해는 현재의 권력의 배분이 불균형하게 이루어지기 때문에 사상의 자유시장에서의 경쟁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없음을 강조한다. 권력배분의 불균형성은 혐오언론의 희생자들을 위협하여 침묵하게 만든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한다. 이들은 인종적, 민족적, 성적으로 소수계의 사람들에 대한 뿌리깊은 감정의 골 때문에 혐오언론에 반응하는 것이 사상의 자유시장에서 진실에 도달하는 자정역할에 아무런 기여도 하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게일(Gale,1991)은 화자(speaker)의 자유, 자율, 혐오언론의 교육적인 가치를 옹호하는 수정헌법 1조의 법리에 대한 자유주의적 접근을 비판하면서, 수정헌법 제14조와 수정헌법 제1조가 보장하는 교육에서의 평등과 균등하고 자유주의적 언로를 파괴할 수 있는 특정인을 겨냥한 언사를 금지할 수 있는 이른바 '제한적이고 구체적'인 규제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그린왈트(Greenwalt,1990:30)에 따르면, 인종과 민족성을 비난하는 욕설은 수정헌법 1조의 표현의 자유를 누릴 하등의 가치가 없다. 따라서 비록 다수에 속하는 사람들은 혐오언론을 참는 것이 무리가 없지만, 소수의 사람들은 혐오언론을 참는 것이 훨씬 어려우며 자신의 신상에 위험을 동반하게 된다. 언론자유 지상론자들의 '비현실적 성격'을 비판하면서 크레츠머(Kretzmer,1987:447)는 인종적인 언사는 인종간의 차이에 얽힌 비극적인 역사와 깊이 스며들어 있는 반목 때문에 아주 신중하게 다루어져야만 한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혐오언론은 편견의 확산과 개인의 위신에 대한 공격을 포함한 실제적인 해악을 끼치게 된다. 그는 우리의 인식을 '자유'로부터 이상적 '평등'으로 전환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셋째, 외부자 특별법리적 접근(Outsider Jurisprudence Approach)이다. 이러한 접근은 기타의 옹호론적 접근보다 한 걸음 더 나아가서 적극적으로 혐오언론을 막을 수 있는 법적인 토대를 제공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는 특히 인종차별적 혐오언론에 대해 공식적인 형사적 또는 행정적 특별법안을 만들 것을 강조한다. 이러한 접근은 특별법으로서의 혐오언론에 대한 제한은 성격상 수정헌법 1조의 법리에 위배되지 않는다고 본다.
대표적인 법학자인 마추다(Matsuda,1991:2333)는 자신이 동양인 여성으로서 학창시절에 직접 겪었던 경험에 근거하여 얼마나 혐오언론이 위험한지를 지적한다. 직접적 경험의 비참함을 묘사하면서 이러한 상황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특별법안을 제정하는 것이라고 피력한다. 그녀는 혐오언론의 문제는 혐오언론이 심각한 피해를 가져오며 또한 최근 혐오언론을 형사적인 범죄로 인정하고 있는 국제법적인 경향에 근거하여 법외론적 특별법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비슷한 맥락에서 라이트(Wright,1985:3)는 대안적 방법론을 제시하고 있는데 인종차별적인 욕설은 이를 의미상 대체할 수 있는 용어들이 존재하는 한 규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즉, 언어를 선택적으로 신중히 이용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역설한다.
넷째, 여성권론적 접근(Feminist Approach)이다. 비록 성적 차별에 근거한 여성들의 피해를 줄이기 위한 여성권론적 접근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시각은 옹호론의 제시각과 공통점이 많다. 이러한 접근의 학자들은 인구상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이 차별되고 성적인 객체로 전락하는 것은 여성에 대한 언사와 사회적인 분위기가 주요인이라고 주장한다. 여성권론적 접근은 성적 차별이 사회의 가장 심각한 문제이면서도 이를 인식치 못하는 많은 사람들에 책임이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접근의 대표적인 법학자인 맥키넌(MacKinnon,1993:106)은
가장 문제되는 것은 혐오언론의 인종적, 성적 차별에 의해 생기는 '평등'의 부재라는
점을 강조한다. 그녀는 학교나 직장에서의 평등은 인간의 생존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민주주의적 원칙이며, 이러한 원칙에 근거할 때 평등성을 위협하는 인종적, 성적
공격의 언어는 이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가능하다면 제한되어도 마땅하다고 밝혔다.
특히 성적인 차이에 의한 여성에 대한 공격은 여성을 성적인 상품으로 객체화하는
모든 환경적 요인을 제거함으로써 막을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맥키넌은 주위에 범람하는
성을 제품화하는 각종 음란물들을 없애지 않는다면 여성에 대한 차별적인 인식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맥키넌과 더불어 드보르킨(Andrea Dworkin,1998)은
포르노그라피 추방운동을 벌여왔는데, 그에 따르면 포르노그라피는 사실상의 규제가능한
혐오언론이라고 주장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여성을 성적인 도구로서 다루며 여성을
남성에게 비참한 방식으로 종속되는 것으로 묘사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5. 혐오언론에 대한 사법적 이해
혐오언론에 대한 이론적 논쟁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혐오언론은 기존의 사법적인 판단에 따르면 '투쟁언어'(fighting words)로 구분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왜냐하면 기존의 판례들은 온라인 혐오언론이 즉각 불법적이고 폭력적인 행동을 유발시키는 것은 아니라고 보기 때문이다(Loundy,1995:6). 다시 말하자면 이는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범위 밖에 존립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많은 논란을 가져올 것이다. 한편 많은 사람들은 인터넷과 같은 새로운 기술이 전통적으로 적용되던 인식을 더 이상 유효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에 동의한다(Sugawara, 1991). 하버드 대학의 헌법학자인 트라이브(Tribe) 교수는 기존의 사법적 틀(framework)이 컴퓨터 통신 혁명을 예측할 수 있는 모델에 근거하지 않기 때문에 온라인 혐오언론과 같은 이슈들은 현재의 법적 체제로서는 적절히 설명될 수 없다고 주장한다. 동시에 그는 이러한 맥락에서 온라인 혐오언론은 상당히 공격적이며 해악을 초래하고 사회적 가치가 거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고 피력한다. 그렇다면 현재 대학에서 제정되고 있는 온라인 혐오언론 규제를 위한 학칙들은 어떻게 이해되어야 할 것인가의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을 위해서 먼저 기존의 현실공간에서의 대학의 학칙에 대한 사법적인 결정들은 무엇인가를 알아야 한다.
혐오언론과 관련된 최초의 주요 판례인 Doe v. University of Michigan에서 미시건 고등법원은 미시건 대학의 반혐오언론 정책이 위헌이라고 보았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유롭고 억압되지 않고 서로 경쟁하는 견해들이 교류하도록 하는" 대학 본연의 임무에 속하는 교육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법원의 이러한 견해는 수정헌법과 관련하여 혐오언론을 이해하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법원의 견해는 실제로 혐오언론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으로 보고 있으며, 이러한 커뮤니케이션을 그 내용으로 인하여 억압하지 않는 것(content-neutral doctrine)이 곧 수정헌법의 정신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법원의 이해는 UWM v. Board of Regents 케이스에서도 엿보인다. 본 판례에서 법원은 혐오언론은 반론을 제기할 수 있는 어떤 대화나 의견 교환의 형태를 띠지 못한다는 학교측의 주장에 동의하면서 학칙이 너무나 광범위하고 모호하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법원도 투쟁언론은 수정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Chaplinsky판례를 인용하면서 응답(response)될 수 없는 언사는 실제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더 나아가서 법원은 보호받을 수 있는 언사와 그렇지 않은 언사를 구별하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동 법원은 보호받지 못하는 언사란 명백히 인종주의적이거나 차별적인 것이며, 동시에 특정한 개인을 향해서 이루어져야 하고, 또 개인의 출생국가, 조상 또는 나이를 모독하거나 위협적이고 적대적인 행위를 포함하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구분은 실제로 이후의 판례인 Dambrot v. Central Michigan University에서도 적용되었다. 본 판례에서 재판부는 부정적이고 인종차별적 의미를 내포하는 말은 금지할 수 있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법원은 개인들의 인종적이고 민족적인 정체성에 근거한다 하더라도 의미가 긍정적인 언사는 허용된다고 보았다.
그러나 이러한 법원의 보호되는 언사와 보호되지 않는 언사의 불명확한 구분 기준은 1992년 연방 대법원의 R.A.V. v. City of St.Paul의 결과로 효력을 상실하게 된다. R.A.V.판례의 요점은 내용에 근거한(content-based) 언론에 대한 규제의 경우 이는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연방 대법원은 내용에 기초한 억압은 그러한 억압이 언론의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요구들을 제약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하였다. 결국 R.A.V.판례는 수정헌법의 보호의 범위를 혐오언론에까지 적용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본 판례에서 대법원은 편견에 기인하는 무질서한 행위를 금지하는 세인트 폴(St.Paul) 시의 조례가 액면상 위헌이라고 보았는데 왜냐하면 시 조례는 특정의 환영받지 못하는 주제들을 금지함으로써 결국 내용에 기초한 차별을 구성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법원은 시 조례가 인종이나 피부색, 신념 또는 종교나 성별에 기초한 '투쟁언어'(fighting words)는 규제의 대상으로 간주하면서도 정당이나 노동조합, 동성연애자들이나 기타 다른 이익집단에 의한 특정의 커뮤니케이션에 대한 통제는 규정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이는 곧 헌법상 금지되고 있는 '내용상의 차별'(content discrimination)에 해당한다고 보았다. 대법원에 따르면 언론에 대한 규제가 해당 언론의 내용에 기인한다면 이는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즉, 대법원은 혐오언론에 대한 추론에 있어 내용중립원칙(content- neutral doctrine)을 적용하고 있다. 대법원은 실제로 R.A.V.판례 전에는 헌법적으로 보호받지 못하는 혐오언론을 처벌하기 위한 규제나 규칙을 무효화하기 위하여 내용중립원칙을 적용한 적이 없다. R.A.V.판례에서 대법원은 만약 시 조례가 없다면 허용될 수 있는 다른 언사들도 조례 때문에 억압될 수 있다면 이는 언론자유의 기본적 토대를 전면 부정할 수 있는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고 설명하였다(p.391). 더욱이, 내용에 근거한 규제가 '시급한 이익'(compelling interest)에 공헌하기보다는 '검열'(censorship)을 초래할 위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헌법상 유효하지 않다고 주장하였다(p.395). 대법원은 이어서 세인트 폴(St.Paul)시의 조례가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이익이란 그 조례에 의해 금지되는 "어떠한 편견에 대한 세인트 폴(St.Paul)시의 적대감을 보이는 것"에 불과할 뿐, "선호되지 않는다고 해서 그러한 언사에 대해 예외로 규제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수정헌법 제1조가 금지하는 것"이라고 결론짓고 있다(p.396). 이러한 대법원의 결정은 혐오언론이나 정치적으로 타당하지 못한 언론규제의 옹호론자들에게는 부정적인 결과를 가져왔다. 한 비평가는 이러한 법원의 추론의 결과에서 살펴보자면 법원은 흑인 가정의 뒤뜰에서 십자가를 태우는 형태의 위협을 막음으로 수정헌법 제1조의 가치가 진정으로 실현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심각하게 고려하지 않았다고 비판한다(p.397).
대법원의 스칼리아(Scalia) 주심판사는 다수의 견해를 대표한 판결문에서 "우리의 견해로는 수정헌법 제1조가 각 주(state)에 어떠한 특정 언사를 예외적으로 통제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라기보다는 특정 언사의 내용에 따른 차별을 전체적으로 금지하도록 규정하는 것이다"라고 해석하면서 내용상의 차별의 위헌성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p.387). 이러한 스칼리아 대법관의 시각에 따르면 시의 조례가 '정치적 타당성' 운동의 옹호자에 의해서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이른바 '투쟁 언어'(fighting words)를 규제하게 된다면, 혐오언론의 피해자에 의한 표현도 처벌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스칼리아 대법관의 견해가 열병처럼 번져 가는 '정치적 타당성' 운동이 언론의 제약을 가져올 것이라는 데 대한 두려움의 표현이며 혐오언론 규제론자들이 주장하는 사회적 이익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들은 스칼리아 판사의 견해가 정치적 타당성 운동이 과도하게 펼쳐지는 것에 대한 상징적인 비난일 뿐만 아니라, 혐오언론을 반대하는 사람들의 정당한 이익과 경쟁하는 여러 이해관계에 대해서 반대하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스칼리아 대법관의 시각에 대해 반대하는 소수파를 대표해서 화이트(White) 대법관은 나무십자가를 흑인가정의 뒤뜰에서 태우는 것과 같은 형태의 위협적 행위를 규제하는 것이 수정헌법 제1조가 담보하는 가치에 일치하는지 아닌지에 대해서 대법원의 충분한 고려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그는 대법원이 '내용 중립적 원칙'에 대한 집착 때문에 사회적인 공적 이익을 위하여 그 내용의 규제가 가능한 언론과 그렇지 않은 언론 사이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들어 버렸다고 비난했다(p.403). 블랙먼(Blackmun) 대법관도 대법원의 결정동기(motives)가 수정헌법 제1조의 근간이 되는 가치를 보장하려는 데 있다기보다는 '정치적 타당성'이나 '문화적 다원주의'가 팽배하는 데 대한 두려움의 표출이라고 꼬집는다. 특히 블랙먼 대법관은 스칼리아 대법관이 R.A.V.판결을 "정치적 타당성 운동을 비판하기 위한 도구로 이용했다"고 후에 피력하였다. 결국 R.A.V.판결에서 보이는 스칼리아 판사의 견해는 혐오언론을 규제하는 법적인 장치를 마련하려는 사람들과 조직의 활동에 제동을 거는 결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반면 스칼리아 판사의 견해는 대학 당국자들에게 만일 학칙이 정치적으로 선별적인(selective) 것이 아니고 그 내용이 구체적으로 세밀하게 다듬어져 있다면 규제는 합헌적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Rotunda,1993:10). 이는 다시 말하자면 R.A.V.판결은 대학들이 기존의 차별금지 학칙을 고쳐서 구체적으로 규제가 가능한 언사들을 지정하지 않고서는 혐오언론 또는 이와 유사한 언사를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R.A.V. 이후로 많은 학교들이 문제되는 규제적 학칙을 폐지하기보다는 더욱 구체화 또는 세분화하는 작업에 들어간 것도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그러나 어디까지 구체화 또는 세분화해야 하는가에 대해서는 아무런 지침을 제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대학의 규제학칙이 위헌인가 아닌가를 밝히는 데 어려움이 뒤따를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R.A.V.판결의 영향으로 기존에 학칙에서 "인종주의적이고 성차별주의적 행위"라고 광범위하고 모호하게 규정했던 내용들이 슬그머니 "감정적으로 격앙된 표현들" 등의 수정헌법 제1조의 제재를 받지 않을 만한 형태의 구체적인 행위를 지적하는 내용들로 바뀌기 시작하게 된다(Rotunda,1993:10).
그럼에도 R.A.V.판례가 궁극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정부가 메시지를 통해 표출되는 적대감 때문에 혐오언론을 제약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Near v. Minnesota에서 천명된 음란(obscenity), 국가안보(national security), 치안선동(seditious libel) 등의 것을 제외하고는 어떠한 언사라도 그 내용상의 문제로 인하여 억압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판례가 갖는 대학의 학칙에 대한 함의는 대학의 학칙이 내용중립이지 않은 경우 이는 위헌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R.A.V.판결에 나타난 원칙에 의해 제9연방고등법원은 Cohen v. San Bernadino Valley College에서 대학의 학칙이 메시지의 내용에 기초하여 처벌하는 규정을 포함하기 때문에 이는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된다고 보았다. 법원은 샌 버나디노 밸리 대학은 그 내용에 있어 어떠한 견해나 시각에 기초하여 언론을 침묵시키는 것 외의 다른 규제방법을 통하여 목적을 이루어야 한다고 판시하였다.
이러한 R.A.V.판결의 함의가 새로운 미디어인 인터넷과 같은 곳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것인가 하는 최근의 논쟁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대한 고려를 위해서 무엇보다도 서비스 제공자가 인터넷에서 무수히 교환되는 언어적 표출에 대한 공급의 여부와 편집의 권한을 가지고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왜냐하면 대학에서의 인터넷 등의 뉴미디어의 서비스 공급주체는 대학이고 인터넷에서의 혐오언론을 막기 위해서는 이를 감시하고 이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도 대학은 학원을 각종 차별과 인종주의가 없는 교육환경으로 조성하기 위한 중요한 임무와 실질적인 이익을 가진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대학의 구성원들이 표출하는 내용이나 시각(viewpoint)을 기초로 언어를 억압하지 않고도 다른 여러 가지 방법으로 이를 행할 수 있는 대안들이 존재한다는 주장들도 있다. 이는 또한 대학의 가상공간에서의 혐오언론을 금지하는 학칙이 위헌이 되지 않도록 하는 조건이기도 하다. R.A.V.판결은 궁극적으로 가상공간에서의 혐오언론을 규제하려는 학교측의 노력은 아무리 세심하게 학칙을 마련한다고 해도 내용 중립적 원칙이 적용되는 한 위헌이 될 가능성을 남기게 되었다.
6. 혐오언론 규제에 대한 대안
전술한 바와 같이 미국은 혐오언론에 대한 법적 통제를 수정헌법 제1조에 위배가 되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R.A.V.판결은 어떠한 언사가 규제되고 어떠한 언사는 규제되지 않는가의 구분을 흐려놓았다는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최근에 캘리포니아 대학가에서 발생한 일련의 가상공간에서의 혐오언론을 협박죄 등을 적용해 실형에 처함으로써 적어도 그 구분을 다시 설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하자면 즉각적인 분노나 공포 또는 폭력을 유발하는 구체적인 '투쟁언어'(fighting words)는 처벌할 수 있다는 기존의 원칙을 재확인해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동시에 인터넷과 같은 순간적으로 대량으로 메시지를 전달하는 쌍방적 미디어의 출현은 협박적인 표현을 처벌해야 한다는 연방법의 규정도 다시 고려해야 하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즉, 면대면(face-to- face)으로 이루어지는 위압적인 상황에서 벌어지는 것이 아닌 경우에도 이를 투쟁언사로 보아 처벌해야 하는가 하는 헌법적인 문제가 가상공간에서 발생하고 있다. 인터넷에서의 혐오언론의 문제는 최근에 혐오범죄의 증가와 함께 다시 주목을 끌고 있으며 이에 대한 논의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다.
한국의 경우도 인터넷이라는 다소 자유스럽고 개인적인 매체로 인하여 많은 법적, 윤리적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명예훼손이나 프라이버시의 문제가 아닌 무절제한 언어의 사용으로 발생하는 혐오언론이나 정치적으로 올바르지 않은 언어의 사용에 대해 아직까지 법적인 제재조항은 보이지 않는다. 단지 이러한 언론은 가상공간 이용자들의 에티켓이나 윤리적, 도덕적 이용에 호소하고 있는 경향이다. 최근에 흔히 볼 수 있는 인터넷을 통한 논쟁의 장소가 많은데 가끔 논쟁의 끝부분에서 상대방을 혐오하는 쪽으로 흐르기가 쉽다. 이러한 경우 언론자유가 보장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가상공간에서의 혐오언론은 어떠한 기준에 근거해서 규제를 할 것인가, 그리고 어떤 종류의 언사들이 규제의 대상이 될 수 있는가를 결정하는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는 것 같다.
이러한 기준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대안으로 고려할 것이 바로 커뮤니케이션 현상으로서 혐오언론에 대한 이해이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혐오언론도 하나의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라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란 본질적으로 화자(speaker)와 청자(receiver)의 언어를 통한 의미를 교환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공동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화자와 청자가 함께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참여하기 때문에, 진정한 의미의 커뮤니케이션이란 화자와 청자 사이의 일방적인 메시지의 전달이 아니라 화자가 청자가 되고 청자가 화자가 될 수 있는 피드백을 통한 지속적인 양방적 의사전달 과정이어야 한다(Bailey,1980: 15). 다시 말하자면 커뮤니케이션 현상의 본질적 측면을 볼 때 혐오언론은 이러한 의미전달의 양방적 성질을 결여하고 있다고 하겠다. 즉, 상호간의 공통적 목표달성을 위해 상호간의 이해를 통한 커뮤니케이션 과정과는 거리가 멀다.
커뮤니케이션의 고전인 라스웰(Laswell,1948)의 '누가, 무엇을, 어떤 채널을 통해, 누구에게, 어떠한 효과를 목적으로'의 모델은 이런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혐오언론도 이와 비슷한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나, 본질적으로 이는 일방적인 커뮤니케이션 현상이다. 민주주의적 과정에서 언론이 언론다울 수 있다는 것은 누구나 공평하게 언론현상에 참여하여 자신에 대한 공격에 대해 반론을 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는 것에 근거한다.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의 일방성은 커뮤니케이션에 참여한 사람들 개개인이 "주체로서 커뮤니케이션 내용과 양식을 결정할 수 없다"는 점에 근거하고 있다(강현두 외,1997). 결국 혐오언론에 대한 이해는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과정에 대한 고려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미국의 대법원이나 헌법학자들은 이러한 점에서 이론적 공백을 보인다. 대법원은 너무나 '내용중립주의'(content-neutral principle)적 원칙에 집착하여 법적인 안정성을 추구하고, 혐오언론의 규제가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과 결과에 대한 고려에만 치중하기 때문에 궁극적인 출발점이 되는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이해는 결하고 있다. 특히 커뮤니케이션이 이루어지는 방향성(feedback)에 대한 논의는 거의 전무하다. 민주주의의 대원칙이며 수정헌법 제1조의 근간인 언론의 자유란 궁극적으로 사회성원들이 두려움이나 수치심, 또는 분노 등의 감정에 구속되지 않고 공동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자유롭고 평등하게 참여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점에서 혐오언론은 일방적 커뮤니케이션이며 비민주적 언론현상이다(Lee,1997;Delgado,1986).
인종적, 민족적, 그리고 성적 차이에 따른 차별의 뿌리깊은 역사 및 혐오언론이 발생하는 상황, 그리고 혐오언론이 만연한 사회적 현실을 고려하자면 혐오언론은 어떠한 시대, 어떠한 체제 아래서도 사회적인 공익을 위한 커뮤니케이션 과정이 아니었다는 점이 지적되어야 한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혐오언론은 민주주의 실행의 측면에서 통제될 수 있다. 이는 대법원의 내용차별금지원칙에 직접적으로 위배되는 견해는 아니다. 단지 어떤 특정한 혐오언론에 대한 규제에서 내용보다는 그 역사와 커뮤니케이션 과정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 중립적 원칙에의 고집은 실제로 인간의 진정한 가치실현을 위한 자유로운 커뮤니케이션 과정에 대한 고려를 결여하기 쉽고 궁극적으로는 과연 제대로 법 적용이 되고 있는가의 문제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가상공간에서의 혐오언론 현상도 이러한 측면에서 고려될 필요가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원하지 않는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삭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이에 대한 반박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커뮤니케이션의 양방성이 인정될 수
있다. 그럼에도 만일 원하지 않는 메시지를 받고서 이에 대해 적절히 대응을 하지
못하거나 또는 심적인 피해를 가져오는 언사들의 경우, 이는 곧 '투쟁언어'(fighting words)로 간주할 수
있다고 하겠다. 이러한 경우, 판단은 전적으로 가장 중립적인 사법부에 맡겨질 수밖에
없다(Schauer,1982). 사법부의 경우에 내용 중립적인 원칙에만 집착하지 말고 이러한
커뮤니케이션 현상의 본질을 이해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고려는 민주주의적
가치의 실현을 위한 중요한 작업이다.
7. 요약 및 논의
기존의 이론적 논의들과 관련 판례의 결정을 고려할 때 온라인 혐오언론을 규제하기 위한 미국 대학의 학칙이 위헌인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기존의 판례들을 두고 볼 때 온라인 혐오언론을 규제하려는 학칙은 위헌의 소지를 안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위헌성의 여부는 인터넷이나 전자우편 등의 기술적 특성 외에도 커뮤니케이션 과정의 방향성에 대해서 더 많은 숙고를 요구한다.
무엇보다도 이용자들이 대응하거나 회피하는 데 충분한 능력이 있는 온라인에서의 혐오언론을 규제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를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한 논의는 아직 많지 않은 것 같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대학들에서의 일련의 사건들은 가상공간에서 혐오언론을 유포한 사람들은 학칙을 위반해서라기보다는 일반법상의 불법적 협박의 명목으로 구속되었다. 다시 말하자면 특정형태의 온라인 혐오언론은 실정법에 의해 금지되는 일종의 혐오범죄에 속한다. 언론자유론자들은 인터넷 이용자들이 혐오 메시지를 무시하거나 이를 삭제함으로써 그리고 반론을 하거나 하여 혐오적 메시지를 보낸 사람들에게 적절한 대응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규제론자들은 혐오언론은 개인들에게 심각한 정신적 피해를 가져온다고 지적하면서 가상공간에서의 혐오언론을 금지하는 학칙이 개인적인 이용자들을 이러한 혐오범죄의 희생자가 되는 것을 막아 줄 것이라고 말한다.
R.A.V.판결에서 보이는 법원의 견해는 전자 쪽의 손을 들어주는 듯하다. 이에 대해 한 연방법원의 판사는 미국에서의 수정헌법 제1조상의 오랜 전통이란 언론이 본질적으로 억압되는 것을 우리가 싫어하는 만큼 수정헌법은 언론을 보호한다는 것이라는 점을 암시한다. 그는 수정헌법의 이론은 우리에게 지금까지 잘 적용되어 왔으며 언론을 규제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도 궁극적으로는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피력한다. 더욱이 규제가 오히려 소수계에 속하는 성원들을 더욱 옥죄는 역할도 하게 될 우려가 있다. 예를 들어 비록 캐나다 법률은 상당한 정도의 검열을 허용하고 있는데 실제로 이는 백인우월주의를 규제하기보다는 유명한 동성연애자 작가들이나 진보적인 흑인 여성권론자들이 백인을 혐오한다는 점에서 자유롭게 표현하는 것을 억압하게 된다고 보았다(Boggs,1999: 281∼283). 이러한 강력하고 고통스러운 법의 독단(paradox)이 오히려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반감을 표현하는 것을 막을 위험이 존재한다고 하였다. 그러나 그의 의견이 옳다고 가정한다 하더라도 인터넷이 무한한 언론자유의 장(forum)이 될 수 있는가의 의문은 여전히 미결의 문제로 남는다.
대학의 반혐오언론 학칙들은 1980년대 말엽과 1990년대 초에 이르는 동안에 생긴 새로운 형태의 대학 내에서의 검열이다. 급증하는 여성과 소수민족 계통의 학생들에 대한 언어적 공격(verbal attacks)에 당황한 대학관계자들은 학칙을 통해서 성적인 차별이나 인종/민족적인 측면을 비하하는 표현을 대학 사회에서는 이용하지 않도록 하는 데 광범위한 인식을 갖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학칙들이 언론에 대한 규제를 위해 적용된다면 이는 내용에 따른 규제를 금지한 R.A.V.판결에 위배된다. 현재로서는 혐오언론이 R.A.V.원칙 하에서 수정헌법 제1조의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법을 살펴보면 외면적으로는 혐오언론의 희생자들의 권리가 언론자유라는 권리에 예속되어 버린 듯하다. 그래서 인터넷 등의 온라인에서 혐오언론을 규제하려는 학칙을 시행하는 것은 언론자유의 우월적 지위로 인하여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게 보인다. 소수계 학생들 보호를 위해 비록 아주 섬세하게 디자인된 학칙이라고 하더라도 별 효과는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는 시행되는 과정에서 언론의 내용을 규제하는 성격으로 인하여 언제라도 위헌으로 간주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단지 주들간의 불법적 상거래나 협박, 위협, 사기 등을 금하는 법률 아래서만 처벌이 가능하다.
더글러스-스코트(Douglas-Scott,1999:346)는 현재 혐오언론의
규제문제가 언론자유에 대한 침해인가 아닌가의 문제보다는 이를 어떠한 법적인 기준에서
통제할 수 있는 법률적 차원에서의 세심한 장치가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이는
아동-포르노나 명예훼손이 금지되는 것과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즉, 어떤 혐오언론적 언사는 처벌이 가능하며 또 어떤 언사는 처벌이 되지 않는가를
구분할 법률적 잣대의 마련이 시급하다고 하겠다. 이러한 잣대가 마련되지 않는다면
급속히 증가하는 혐오언론의 배포자들은 계속해서 언론자유의 이름으로 반사회적인
행위들을 자행할 것이며, 가상공간은 더 이상의 다수를 위한 안전지대가 되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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