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규제를 중심으로
황 상 재
한양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1. 들어가는 말
인터넷방송이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2000년 4월 현재 인터넷방송국은 약 350개로 알려져 있는데 그 수치는 작년 12월에 비해 70% 증가한 것으로 방송국 수가 비약적으로 늘어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예측에 따르면 2005년에는 인터넷방송국 수가 1,000개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양적인 증가추세뿐만 아니라 질적인 면에서도 관련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에 힘입어 인터넷방송의 대중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으며, 인터넷방송의 대중화는 최근에 네티즌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잘 나타나 있다. 네티즌 1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를 보면 88.3%가 향후 2∼3년 내에 인터넷방송이 지상파방송을 따라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물론 이러한 조사결과는 네티즌들을 상대로 한 조사이기 때문에 일반 시청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와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인터넷방송이 기존 방송의 틈새시장을 메우는 한정된 역할에서 벗어나 새로운 주류 매체로 등장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들이라 할 수 있다.
인터넷방송이 주류 매체로 발전함에 따라 인터넷방송에 대한 기대 못지 않게 우려의 목소리도 점차 높아져가고 있다. 특히 최근에 음란물을 제공하는 인터넷방송국들의 난립으로 이에 대한 규제문제가 공공의 영역에서의 논의 차원을 넘어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인터넷방송사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다수의 사업자들 사이에 규제 방법론에 대한 이견은 있었지만 인터넷방송이 무정부상태로 남아있을 수 없다는 점에서 규제의 필요성에는 사업자들도 동감을 표시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인터넷방송을 포함하여 인터넷에서 제공되는 서비스에 대한 광범위한 규제조항을 담고 있는 '통신질서확립법'을 정기 국회에 상정하려는 정부에 맞서 강력한 반대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시민단체들의 반대 이유에서도 알 수 있듯이, 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검열제도를 합법화시켜 줌으로써 인터넷에서의 표현자유를 크게 위축시킬 가능성이 더 크다는 점에서 다양한 사회집단들이 강한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처럼 인터넷을 포함한 인터넷방송 규제필요성에 대해서는
점차 사회적 합의를 이뤄가지만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하는 방법론에 대해서는 여전히
많은 논란이 가열되고 있으며 쉽사리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 같지도 않다. 그동안
인터넷방송 규제방법을 제안한 논문과 보고서들을 보면 공공영역이 주도하는 규제방식의
타당성과 합리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자율규제를 제안하고
있다. 하지만 자율규제에 관한 제안들이 대부분 당위적인 차원에 머무르고 있으며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는 단계로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점에 주목하여 본문에서는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인터넷방송의 규제방법, 그 중에서도 자율규제모델을 중심으로
자율규제 제도의 정당성과 운영방법을 중심으로 서술하였다.
2. 인터넷방송 규제의 정당성에 따른 논란
인터넷방송에 관한 논의에서 가장 흔한 인식상의 오류는 인터넷방송이 인터넷에서 제공하는 서비스 일부분임에도 불구하고 인터넷과 인터넷방송을 구분하지 않고 논의를 전개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이러한 인식상의 오류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터넷의 총괄적인 특성 중 어떤 측면이 인터넷방송에서는 결여되어 있거나 부재할 수도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구분하지 않는 논리적 모순으로 나타난다.
인터넷이 지닌 특색을 다각적으로 살펴볼 수 있지만 미디어로서 인터넷이 기존 미디어와 다른 점으로 가장 많이 지적되는 점은 첫째, 기존 미디어의 커뮤니케이션은 전송방식에 따라 제한을 받지만 인터넷 공간에서는 일 대 일의 채팅에서부터, 인터넷방송과 같은 일 대 다수의 커뮤니케이션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둘째, 인터넷의 커뮤니케이션 방식만이 아니라 정보양식에서도 다양한 방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텍스트는 물론이고 음성과 정지화, 동영상 등이 개별적으로 또는 동시에 전송 가능하다.
셋째, 시장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미디어라는 점이다. 기존 미디어 시장은 진입에 따른 법적, 기술적, 경제적 장벽이 높기 때문에 소수 사회계층만이 미디어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으나 인터넷은 시장진입 장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사회 구성원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인터넷의 이러한 특성은 월드와이드웹에서 이상적으로 구현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넷째, 인터넷은 기술적으로 모든 메시지들이 유통경로상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중심축이 없으며 인터넷을 통제하고 관리하는 실체가 없이 무정부적이고 자율성에 의해 통제되고 있기 때문에, 게이트키퍼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도 기존의 매스미디어와 다른 점이다.
끝으로, 기존 매스미디어가 정보 제공자와 정보 수용자의 역할구분이 뚜렷한 일방적인 미디어인 반면에 인터넷에서는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의 역할구분이 불분명한 쌍방향 미디어라는 점이다. 따라서 인터넷에서는 정보의 수용자가 언제든지 정보의 제공자로서의 역할 전환이 가능하다는 점도 인터넷이 기존 매스미디어와는 다른 특징일 것이다.
하지만 인터넷방송이 이런 특징들을 모두 공유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인터넷 특성에 힘입어 인터넷방송국 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으며, 화자와 청자의 역할전환도 가능하기 때문에 특성상 인터넷방송은 기존 방송에 비해 이용자의 통제 가능성이 높은 미디어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방송에 비해서는 그 정도가 약하다고는 하지만 인터넷방송 사업자의 컨텐츠에 대한 중앙통제 가능성은 여전히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앞서 살펴본 인터넷의 탈중앙적이며 개방적인 특성과는 차이가 있다. 다시 말해 인터넷방송은 정보의 전송방식이 쌍방향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정보에 대한 접근과 선택권 측면에서 많은 권한이 이용자에게 부여되어 있지만, 인터넷방송사업자가 인터넷을 통해서 제공되는 컨텐츠에 대한 편성권을 행사하기 때문에 사업자에 의한 중앙통제가 가능한 매체라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방송은 기존 방송에 비해 역할구분이 분명하지는 않지만 정보제공자와 정보수용자 구분이 존재한다. 특히 정기적으로 프로그램을 편성하고 제공하는 인터넷방송의 경우 정보제공자와 수용자의 역할에서 차이가 뚜렷하다.
이런 점에서 기존의 인쇄, 방송, 통신의 3분할 규제모델과 달리 정보의 전달방식과 정보의 통제방식에 주목하여 미디어 규제모델을 제안한 황성기의 모델에 따르면 인터넷방송은 ? 영역(〈표 1〉참조)에 해당되는 미디어에 속한다.
〈표 1〉에서 정보통제방식은 정보제공자 관점에서, 정보전달방식은 정보수용자 관점에서 파악한 요소라는 점에서 황성기는 표현행위의 두 주체를 구분하고 있는데, ? 전통적인 매스미디어인 신문과 방송, 잡지 등 전통적인 매스미디어가 이에 속한다. ? 정보의 흐름에 중앙통제자가 존재하지만 그 전송방식은 쌍방향적으로 이루어지는 매체로 인터넷방송과
〈표 1〉새로운 규제모델에 따른 매체의 분류 및 분석
정보전달방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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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방성 |
쌍방향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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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제방식 |
중앙 통제성 |
?중앙통제적·일방적 매체 |
?중앙통제적·쌍방향 매체 |
탈중앙통제적 |
?탈중앙통제적·일방적매체 |
?탈중앙통제적·쌍방향 매체 |
|
출처:황성기,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사이버커뮤니케이션 학보》제3호 1998, p.115.
VOD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 이러한 유형에 해당되는 미디어는 인터넷상의 정크메일 등이 포함된다. ? 인터넷상에서의 채팅이나 전자우편 등을 손꼽을 수 있을 것이다.
〈표 1〉에서 알 수 있듯이 인터넷방송은 탈중앙통제적이며 쌍방향적인 전자메일이나 유저그룹과는 다른 매체적 특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인터넷에서의 탈중앙통제적이며 상호작용성으로 인하여 편집통제권이 이용자에 있기 때문에 내용규제의 법적인 정당성이 없다는 논리는 인터넷방송에서는 해당되지 않는다. 인터넷방송은 정보의 전달방식과 통제방식이 일방적으로 이루어지는 기존 방송과 같이 프로그램 편성권에 대한 정부의 간섭과 규제 정당성을 찾을 수 없지만, 편성에 대한 통제가 인터넷방송사에 있다는 점에서 편성에 대한 사회적 책무(accountability)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미국의 판례에 따르면 정보를 직접 제공하지 않는 ISP(Information Service Provider)라
할지라도 IP(Information Provider)가 제공하는 정보들에 대한 편집권을 행사했다면 ISP는 정보에 대한
책무를 지게 된다. 따라서 직접 컨텐츠에 대한 편성권을 행사하는 인터넷방송사업자들에게
그들이 제공하는 정보로 인하여 위법행위가 발생했을 경우 '청소년 보호법'과 같은
실정법을 적용할 수 있다. 문제는 인터넷방송이라는 용어가 암시하고 있듯이 방송
규제제도의 틀 안에서 실정법에 위반되지는 않는 인터넷방송 컨텐츠를 규제하는 것이
타당한가 하는 것이다.
3. 방송규제모델의 적합성
새로운 매체 등장에 따른 규제의 필요성이 제기될 때 가장 손쉬운 방법은 새로운 매체와 가장 유사한 기존 매체규제 모델을 적용하려고 시도하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다. 이러한 관례가 우리나라 인터넷방송 규제제도를 정립하려는 최초의 시도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작년 말 통합방송법 제정을 계기로 정부는 인터넷방송의 외형적인 모습에 주목하여 인터넷방송을 기존의 방송규제모델에 따라 규제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새로 제정된 방송법 제32조 제1항과 방송법 시행령 제21조 1항과 2항에 의거하여 방송사업자, 중계유선방송사업자, 전광판사업자가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은 방송위원회가 규제영역을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방송모델에 근거하여 정부의 공적인 규제제도를 정립하려는 시도는 법과 제도의 집행능력과 형평성에서 심각한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문제의 출발은 인터넷방송을 케이블TV나 위성방송과 같이 방송과 유사한 미디어로 인식하는 데 있다. 종래에는 미디어를 인쇄미디어, 방송미디어, 통신미디어 3가지 유형으로 구분하여 각각의 유형에 따라 서로 다른 규제원리와 규제정책이 적용되어 왔는데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 미디어 유형들이 각기 다른 규제모델에 따라 적용받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사업자 측면에서는 시장진입조건의 차이, 이용자 측면에서는 미디어에 대한 이용자의 접근조건의 차이에서도 찾을 수 있다. 시장진입장벽이 거의 없기 때문에 무한적 경쟁이 허용되는 인쇄매체와 자본과 기술의 장벽에 따른 독점적 시장구조로 이루어진 통신과 달리 방송매체는 지상파방송과 케이블TV, 위성방송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시장진입장벽의 측면에서 인쇄매체와 통신매체의 중간 정도에 해당된다고 하겠다. 따라서 인터넷방송은 관련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발전으로 일반 시청자들도 누구에게나 인터넷방송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열려져 있다는 점에서 방송매체보다 인쇄매체에 보다 가깝다.
인터넷방송이 방송보다 인쇄매체와 유사하다는 것은 이용자의 접근조건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CDA위헌판결을 했던 ACLU v. Runo 판결문은 인터넷의 이러한 특성을 잘 지적하고 있다.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개인의 가정에 '침입하지도' 않으며 또는 컴퓨터의 화면에 불청객처럼 나타나는 것도 아니다. 이용자가 콘텐츠를 '우연히' 조우하게 되는 경우도 없다.…심리에서 제시된 증거는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과 라디오나 텔레비전을 통해 수신되는 커뮤니케이션과 중대한 차이점을 보여주었다. 비롯 인터넷상의 콘텐츠는 마우스를 몇번 클릭함으로써 접근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인터넷상의 정보를 수신하는 경우에는 단순히 다이얼을 돌리는 것보다는 더 숙고적이고 통제된 일련의 적극적인 단계들을 요구하게 된다."
시장진입조건과 매체에 대한 접근 조건의 차이로 인하여 방송은 인쇄매체와 비교할 수 없을 막강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데, 영향력이라는 점에도 개별 인터넷방송사업자는 방송매체보다 인쇄매체와 유사함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인터넷방송의 외형적인 모습에만 주목하여 기존 방송규제모델을 인터넷방송에 적용하려는 시도는 그 출발에서부터 잘못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현실적인 측면에서도 인터넷방송을 방송규제모델에 따라 규제하려는 법과 제도의 실천가능성과 공평성에서 의문시된다. 자율규제를 기본원칙을 하는 인쇄매체와 달리 방송은 방송시장과 방송서비스 내용에 대하여 공공력에 의한 직접적인 규제모델을 채택하고 있는데, 인터넷의 특성을 고려해 볼 때 방송위원회가 인터넷방송을 직접적으로 규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실천 가능한가 하는 문제다. 더불어 우리 사회에 인터넷방송 규제논의를 촉발시킨 인터넷방송은 소규모 사업자가 운영하는 성인인터넷방송인데 이들 인터넷방송은 방송법에 따른 규제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규제의 정당성을 찾아보기 힘들다.
작년 말 통합방송법 통과를 계기로 인터넷방송 규제관할권을 둘러싼 논쟁에서도 인터넷방송 규제의 실천 가능성에 대한 고민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해 볼 때 방송법 틀 안에서 인터넷방송을 규제하려는 법과 제도는 그 정당성도 찾아보기 힘들 뿐만 아니라 법과 제도의 실천가능성에서도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하겠다.
뿐만 아니라 공공력에 위한 인터넷방송의 직접적인 규제는 기존 제도로부터 자유로움을 긍정적인 가치로 지향하는 인터넷문화의 특성을 고려할 때 인터넷방송사업자는 물론이고 네티즌으로부터 강한 반발에 직면하여 역효과를 초래할 가능성이 많다.
방송법 외에 현재 인터넷방송을 규제할 수 있는 법률적 근거는 '전기통신기본법'과 '전기통신사업법'이 있다. 특히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하여 인터넷방송을 포함한 인터넷 서비스에 대하여 규제할 수 있는 제도로 정보통신부 장관이 임명, 구성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만들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전기통신사업법 제53조의 2의 4항 및 전기통신사업법시행령 제16조의 2 및 제16조 3에 의해 전화, PC통신, 인터넷 등 전기통신회선을 통하여 일반에게 공개적으로 유통되고 있는 정보에 대하여 대통령이 정하는 정보를 심의 및 시정 요구를 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심의규칙 및 심의세칙을 마련하여 정보를 심의하고 있으며, 특히 윤리적으로 문제가 될 가능성이 있는 음란성에 대한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이미 유통되고 있는 정보에 대한 심의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하지만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인터넷 규제제도는 준행정기관에 의하여 표현의 자유가 규제를 받는다는 점에서 그 동안 위헌논의가 제기되었다. 그런 와중에 정보통신부가 최근에 제안한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등에 관한 법률'의 개정안은 네티즌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대에 직면하고 있다. 시민 단체들이 특히 문제삼는 법안은 인터넷내용의 등급표시제 관련 조항과 불법정보통제 조항이다. 앞으로 법안이 입법화되면 인터넷 내용은 청소년을 유해매체물로부터 보호하기 위하여 유해 등급표시가 준의무화되며, 학교 및 도서관 등에는 유해정보를 선별 차단하는 프로그램 설치가 의무화된다. 시민단체와 네티즌들의 반발은 유해등급제의 표시와 유해정보 차단프로그램의 채택의 유무 문제에서 시작되었지만 그 핵심은 유해등급제 표시와 차단 프로그램 채택을 강제화하고 이를 감시하는 정보통신윤리위원회 권한 행사의 정당성에 대한 불신이 자리잡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법안을 지지하는 입장에서는 외국의 사례에 비추어 볼 때 자율등급이 세계적인 추세로, 인터넷내용등급제의 시행이 유해한 인터넷내용물에 대한 통제와 책임을 정부나 규제기관으로부터 정보이용자에게로 이동시키고, 정보이용자의 정보선택권을 강화하여 인터넷에서의 표현 자유와 정보이용자의 정보선택권을 증진시킬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반면에 법안철폐 지지자들은 온라인상에서 개인정보와 청소년을 보호하려는 규제목적의 정당성을 인정한다고 해도, 준행정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중심이 되는 규제제도는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가 지적하고 있듯이 필터링 소프트 및 등급시스템의
사용은 인터넷상의 음란물 및 유해한 컨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기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미국을 포함한 EU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들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방식과 정보통신부가 제안한 규제방법이 유사해도, 제도적인
측면에서 미국과 EU국가들은 업계와 이용자가 중심이 된 자율규제인 반면에, 우리나라는
외형적으로는 자율규제의 모습을 하고 있으나 실제로는 법적 규제기관인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하여 강요된 규제제도라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4. 자율규제의 문제점과 개선방안
인터넷에서 자율규제는 역동적이고 계속 진행중인 인터넷 서비스 분야의 진화와 발전하는 기술에 대하여 보다 유연하게 적응할 수 있는 가장 적합한 방법으로 많은 국가들에서 널리 채택하고 있는 규제제도다. 자율규제에 대한 정의는 적용대상이 되는 산업과 국가, 상황에 따라 달리 쓰이고 있어서 용어상에 많은 혼돈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에 논의의 출발부터 그에 대한 명확한 개념정의가 필요하다다.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자율규제 제도에 대한 정부 개입정도에 대한 차이 때문이다. 자율규제란 다양한 문맥에서 다양하게 사용하고 있는데 여기서는 정부에 의한 직접적인 규제가 아닌 규제대상인 기업 또는 협회가 자율적으로 규제를 하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규제란 첫째, 법령 또는 법령에 준하는 행동규범을 만드는 것과, 둘째, 규범의 집행과 셋째, 이를 위반했을시 적절한 제재를 가하는 것을 포함하고 있다. 자체적으로 사업자들이 행동규범을 재정하고 이를 어길 경우의 자체적 제재규정까지 두기 때문에 법적 제재가 사후규제인 반면에 자율규제는 사전예방의 효과를 지니고 있다.
자율규제에 대한 정부의 개입정도에 따라 각국이 실행중인 인터넷방송 규제정책을 유형화할 수 있는데 곽진희는 5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있다.
첫째, 방송법에 따라 공적 규제기관에 의한 직접적 규제 외에도 산업계의 자율적 규제가 병행되는 규범의 재정, 집행 그리고 제재에 이르기까지 정부의 개입정도가 가장 높은 규제유형으로 싱가포르가 이러한 규제방식을 택하고 있다.
둘째, 산업계가 자율적으로 실행규범을 재정하나 산업계의 실행규범 준수 및 이행여부 등을 감시하고, 관리하는 주체는 공적 기관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유형으로 독일이 이러한 제도를 채택하는 대표적인 국가다. 산업계의 자율규제는 규제감독기관의 행정적인 감독을 받을 때 적절하게 운영될 수 있다는 철학 위에서 만들어진 제도라는 점에서 호프만라임(Hoffman-Reim)은 이러한 유형의 자율규제를 '규제된 자율규제'(regulated self-regulation)라 부르고 있다.
셋째, 기존의 규제기관과 인터넷업계가 공동으로 제3의 규제기관을 설립하여 인터넷서비스에 대한 규제를 전적으로 담당하는 방식으로 영국이 채택한 유형이다. 기존 규제기관이 인터넷서비스를 규제하기에는 적합치 않다고 판단한 영국정부는 인터넷산업계와 공동으로 제3의 규제기관인 인터넷감시재단 IWF을 설립하여 IWF로 하여금 인터넷서비스 규제업무를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앞서의 3가지 규제유형이 정도는 차이가 있지만 정부가 인터넷방송을 비롯한 인터넷서비스 규제에 개입된다면, 나머지 2가지는 정부를 포함한 규제감독에 의한 타율적 규제가 배제되는 유형으로 전적으로 인터넷사업자의 자율적인 판단에 일임하는 완전자유주의 방식을 채택하는 미국과, 사업자의 자율적인 규제를 유도하는 캐나다 방식으로 구분할 수 있다.
이처럼 각국은 자국이 처한 환경에 따라 다양한 규제제도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어떤 방식이 우리나라에 적합하다고 일률적으로 말하기 어렵다. 하지만 싱가포르를 제외한 국가들이 공적 기관에 의한 타율 규제보다는 사업자에 의한 자율규제를 제도화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법과 공적 규제기관에 의한 타율규제를 강화시키려는 우리나라 규제정책 방향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자율규제가 정부에 의한 규제에 비하여 장점을 지니고 있는데, 가장 많이 지적되는 장점은 효율성이다. 규제비용이라는 점에서 정부의 직접적인 규제에 비하여 자율규제가 훨씬 효율적이다. 더불어 기술적인 고도의 전문지식을 필요로 하는 분야는 협회의 종합적인 지식을 지닌 전문가가 참여하는 자율적인 규제방식이 규칙을 제정하고 집행하는 데 있어 보다 효율적이다.
유연성이라는 점에서도 자율적인 규제가 정부에 의한 규제보다 효율적이다. 정부에 의한 법과 규칙 제정과 이의 집행에는 많은 절차를 필요로 하기 때문에 한 번 결정되면 쉽사리 변경하기 어려운 속성을 지니고 있다. 따라서 정부에 의한 규제제도는 급변하는 환경변화를 제도권 내에 수용하는 데 한계를 지니고 있다. 특히 인터넷방송과 같이 급변하는 현실을 정부의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수용하는 데는 많은 제약이 뒤따른다.
규제에 따른 언론자유 침해에 대한 논란이 사회적으로 제기될 가능성이 높은 미디어 분야처럼 규제 필요성은 있으나 정부가 직접 규제하기 어려울 때도 자율규제가 대안이 될 수 있다. 국제적인 성격을 지닌 인터넷을 정부가 직접 규제함으로써 야기될 수 있는 국제적인 갈등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도 자율규제가 지닌 장점으로 지적할 수 있다. 이러한 장점 때문에 많은 영역에서 정부에 의한 규제제도보다는 회원사에 의한 자율규제제도가 채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장점에도 불구하고 자율규제는 많은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는데 많은 경우에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지 못하고 실패로 끝나는 사례가 많다.
가장 자주 지적되는 문제점으로는 협회의 자율규제 기구가 공중에게는 공익을 위한 책임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장하면서 실제로는 회원사들 이익을 위하여 봉사하는 경향이 많다는 것이다. 이는 규제대상이 되는 기업들 주도하에 만들어진 자율규제기관의 사회적 책임감에 대한 불신임을 반영하는 것이다. 회원사들 압력에 취약하다는 사실도 자율규제의 문제점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는데 이는 규칙 적용의 엄격성에 대한 문제제기다. 협회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것이 규칙을 위반함으로써 얻는 이익보다 클 때 견책의 효력이 있는데, 만약 그러하지 못할 경우 자율규제제도는 실패할 가능성이 많다.
정부에 의한 규제보다 자율규제는 내면적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공중의 주목과 관련된 외부기관의 협조를 받기 어렵다는 점도 자율규제가 실패한 원인으로 자주 지적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지상파방송사가 운영하는 인터넷방송에서부터 개인 소유의 인터넷방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유형의 사업자로 구성된 인터넷방송의 경우 협회의 대표성도 문제를 야기할 가능성이 많다. 이런 다양한 이유 때문에 방송위원회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에 의한 타율적인 인터넷방송 규제 제도는 앞서 지적한 것처럼 많은 문제점이 있지만, 인터넷방송사들에 의한 자율규제 제도 또한 앞서 지적한 문제점들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실패할 확률이 높은 것도 사실이다.
미국 자율규제 기관들의 성공과 실패요인들을 분석한 미첼(Michael)은 자율규제가 안고 있는 문제점을 극복하여 정착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으로 자율규제기관과 정부와의 유기적인 협조관계를 지적하고 있다. 정부와 협회가 자율규제에 필요한 규칙의 제정에서부터 규칙의 집행방법 그리고 위반기업에 대한 제재방법 등에 관하여 협의를 통해서 만들 때 성공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밝히고 있다.
규제에는 이에 따른 비용부담이 불가피하게 동반되는데, 협회 회원들로 하여금 자신들 사업행위를 규제하는 데 필요한 비용을 자발적으로 부담하려는 동기를 유발시키는 데 어려움이 있다. 특히 영세한 방송사업자들이 대부분인 인터넷방송의 경우 규제에 따른 비용부담을 기대하기 어렵다. 이런 점에서 정부는 인터넷방송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추진중인 자율규제기관의 후원자 역할을 할 필요가 있다. 예를 들면 자율규제기관 설립에 따른 비용 일부를 정부가 제공하는 방법도 생각할 수 있다. 정부 역할이 후원자에서 머물러서는 안되고 감시자로서의 역할도 동시에 수행하여야 한다. 예를 들면 인터넷방송 등급제도의 도입에서부터 구체적인 방법과 강제수단, 제재방법의 강구에 이르기까지 감시자로서의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
협회가 설립한 자율규제 기관에 내부에는 자율규제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전문가를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규제기관의 전문가는 규제에 수반되는 전문지식은 물론이고 규칙을 집행할 수 있는 독립적인 권한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자율규제 기관의 성패는 자율규제기관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스스로 동참하는 참여 방송사의 수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참여방송사들의 수를 늘리고 이들의 참여를 계속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정부의 위한 규제 위협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자율규제제도에 동참하는 인터넷방송사들에게 적적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참여자의 수가 일정한 규모에 도달하면 동료기업들로부터의 집단압력이나 공중의 기대 때문에 규범이나 규칙에 위한 규제를 회피하기가 쉽지 않다. 따라서 정부는 협회와의 공동노력을 통해 자율규제제도에 동참하는 인터넷방송사들에게 적절한 인센티브를 제공함으로써 자율규제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정부 정책은 자율규제 제도의 정착을 통해서 인터넷방송이 야기할 수 있는 사회적 병폐(음란물방송, 명예훼손, 저작권침해 등)를 사전에 방지하는 소극적인 목적에만 국한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자율규제 제도에 대한 적절한 인센티브 제도와 인터넷방송 발전정책을 연계시킬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서 자율규제제도의 정착을 유도함과 동시에, 획일적 지상파방송 문화에 포획되어 있는 시청자들로 하여금 문화편식 현상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인터넷방송을 대안적 문화매체로 육성, 발전시킬 수 있다. 더불어 육성정책은 인터넷방송을 디지털화로 전환되는 방송환경 변화에 따라 부족하리라 예상되는 방송인력과 컨텐츠를 채워줄 수 있는 인프라로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규제제도 참여에 따른 인센티브와 인터넷방송 발전정책을 연계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는 현재 인터넷방송사업자들에 대한 저작권료를 감면 또는 일정기간
면제해 주거나, 전용선비용을 할인해 주는 방법, 세제해택, 기자재수입에 따른 면세혜택
등을 고려할 수 있다.
5. 나가는 말
극히 한정된 계층과 영역에서만 이용되었던 인터넷방송이 사회에 널리 보급되고 그에 따른 부작용이 현실화되면서, 법과 제도의 틀 속에서 인터넷방송을 규제하려는 시도가 구체화되고 있다. 그러나 작년 말 통합방송법 통과를 계기로 제도권 영역으로 들어온 인터넷방송이 최근 음란물 방영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자, 법과 제도에 의한 타율적 규제를 강화하려는 정부의 이러한 시도는 네티즌과 시민단체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하고 있다. 본문은 이러한 현실을 배경으로 우선 인터넷방송에 대한 규제가 필요한가 하는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였다.
중앙통제적이며 쌍방향적인 인터넷방송의 매체 특성상 사업자가 정보에 대한 통제권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인터넷방송 규제의 정당성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인터넷방송을 규제할 수 있는 법과 제도는 방송법에 따른 방송위원회와 전기통신법에 의한 정보통신윤리위원회로 이원화되어 있다. 본문에서는 방송법에 따른 인터넷방송규제모델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법 집행의 실천성과 형평성에도 의문을 제기하였다. 그리고 그동안 준행정기관이 인터넷에서 유통되는 컨텐츠를 규제한다는 점에서 논란이 되어왔던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역할을 강화함으로써 인터넷방송에 대한 타율적 규제를 제도화하는 법 개정을 추진중인 정부의 인터넷규제정책에 대한 문제점도 아울러 지적하였다.
인터넷방송에 대한 크고 작은 세미나와 여러 논문들은 정부와 공공기관에 의한 타율규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그 대안으로 자율규제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 주장들이 타율적 규제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는 데 많은 지면을 할애한 반면에 자율규제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하는 수준으로는 발전하지 못했다. 자율적 규제는 정부 또는 공공영역에 의한 타율규제에 비하여 많은 장점이 있지만 동시에 문제점도 지니고 있기 때문에 이를 극복하지 못할 경우 실패할 가능성도 높다.
본문에서는 협회에 의한 자율적 규제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정부와의 유기적인 협조 관계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특히 영세하며
진입장벽이 거의 없는 인터넷방송 산업 특성을 고려해 볼 때 자율규제에 필요한 비용부담을
감소시키고 규칙의 집행을 강제하는 수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정부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자율규제기관의 정착을 위하여 정부는 후원자이자 감시자로서 자율규제기관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율규제기관이 제정한 행동규범, 강제수단, 제재방법의
강구에 이르기까지 정부는 감시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동시에 자율규제기관의
설립과 운영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부담하거나 자율규제제도에 동참하는 인터넷방송사들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지원자로서의 역할을 통해서 자율규제기관의 정착에 기여할
수 있다. 또 이러한 지원정책은 자율규제제도의 정착을 유도함과 동시에, 인터넷방송을
문화적 대안매체로 육성, 발전시키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인터넷방송을
디지털방송환경 전환으로 인해 부족하리라 예상되는 방송인력과 컨텐츠를 채워줄
수 있는 인프라로 육성시킬 수 있다는 점도 지원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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