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9호 나와
꿈을 찾아 떠난 불나비
전국보육노조(준) 교육선전국장 김지희씨

이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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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진 : 존경해 왔던 선배이자, 함께 일해왔던 동료를 인터뷰하게 되니 감회가 남다릅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김지희 : 노조(전국보육노동조합: 이하 보육노조) 만들기에 여념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답니다. 작년 11월 14일 노조준비위원회 결성식을 갖았고, 얼마 전에는 많은 분들의 관심 과 후원 덕분에 일일주점도 잘 끝마쳤습니다. 이번 달 16일 에는 총회 및 출범식을 가질 예정이에요. 물론 노동부로부터 노조 설립 허가는 나온 상태구요.

이상진 : 그곳에서 맡고 계신 일은 무엇인가요?

김지희 : 교육선전국장이에요. 일상적으로는 노보(노동조합 소식지) 제작 및 편집을 담당하고 있고, 보도자료, 성명서 등 노조 소식을 온라인상으로 홍보해 내는 일도 하고 있죠.

이상진 : 일명 정보통신정책담당자라고 할 수 있나요?

김지희 : 전국보육교사회 안에 정보홍보부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노조에는 아직 없는 상태라서 제가 총괄적으로 고민하고 있어요.

이상진 : 감회가 남다르실텐데 간단하게 보육노조가 어떤 과정을 거쳐 탄생하게 됐는지 설명해 주시겠어요?

김지희 : 87년도 지역탁아소연합이 결성됐었는데 97년도에 한국보육교사회로 거듭나서 보다 대중적인 조직이 됐어요. 그리고 그 안에서 보육노조가 잉태되고 있습니다. 보육교사회 내에는 학부모, 교사, 원장 등 누구라도 회원이 될 수 있지만, 노조에는 보육 교사만이 회원이 될 수 있는 것이 차이라고 하면 차이지요.

이상진 : 프로그래밍하는 것을 무척이나 재미있어 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이제 그곳에서는 못하잖아요. 옛날 생각 않나세요?

김지희 : 지금 생각해도 무척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일인 것 같습니다. 가끔 생각은 나지요. 하하. 하지만 지금은 너무나 다양한 일을 멀티태스킹(Multi-Tasking) 하고 있어서 정신없기도 하고, 그 다양한 일들이 제게 또 다른 기쁨과 재미를 주고 있답니다.

이상진 : 진보넷 상근하기 이전에는 어떤 일을 하셨나요?

김지희 : 어린이집 교사였어요. 컴퓨터와는 거리가 먼 생활이었죠. 컴퓨터에 대한 관심은 있었기 때문에 이곳저곳(학원가) 돌아 다녔지만 별 도움이 되지 않았었죠. 당시 진보넷이 정보통신운동을 하는 곳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진보넷이라면 무엇인가 배울 수 있을 것 같았어요.

이상진 : 그럼 진보넷에 상근하게 되신 동기라고 한다면...

김지희 : 동기라고 한다면 ‘소통의 능력’을 갖고 싶었어요. 하지만 당시 보육 교사였고, 나름대로 꿈이 있었죠. 보육 교사들도 당당히 노동자성을 인정받아야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리고 그 열매는 바로 노동조합을 결성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상진 : 진보넷에서 일했던 경험이 어떤 도움이 되던가요?

김지희 : 확실히 온라인 홍보에 대해서는 주위로부터 호평을 받았어요. 초기에 대중 및 회원들에게 메일링리스트를 통해 소식을 알리고, 온라인 홍보단을 결성해서 노조소식/조합원 소식을 외부에 퍼다 나르는 일을 했는데, 그 덕분에 많은 이들로부터 일찍부터 관심을 불러모을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진보넷에 있을 때는 잘 몰랐는데, 기술을 많이 알고 적게 알고의 문제보다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하고 있답니다. 여러 대의 컴퓨터에 분산돼 있던 자료들을 네트워킹을 통해 한 컴퓨터에서 관리해 작업동선과 번잡스러움을 줄이고, 내부 게시판을 소통을 위한 재원으로 활용하고 있는데, 이러한 변화들을 통해 조직 문화가 바뀌고 있음을 체감하고 있지요.

이상진 : 그렇다고 해도 기술이나 프로그램 언어 등을 점점 잊어버리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어요?

김지희 :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만 알면 된다고 생각해요. 당장 어떤 질문에 대한 해답을 줄 수 없을지라도 조금만 신경을 기울이고 다시 뒤지면 해답이 찾아집니다. 까먹는 것에 대한 걱정은 안합니다. 하하.

이상진 : 컴퓨터와 가까와지고 싶지만 쉽게 되지 않는 활동가들이 많으리라 생각되는데 그분들에게 해 드리고 싶은 말씀 없으신지요?

김지희 : 제 경우를 말씀드리면, ‘장님 코끼리 만지 듯’ 꽤 많은 시간이 걸렸습니다. 하지만 호기심이 잃지 않고 이곳저곳 물어보고 하다보니 어느 덧 프로그램을 짜고 있더라구요. 그리고 중간중간 교육을 받는 것이 좋습니다.

“한번에 모든 교육, 기술을 습득해야지” 하는 것은 금방 까먹기 때문에 무용합니다. 당장 필요한 기술이라면 그때그때 누군가의 도움 또는 교육을 받아가며 하나하나 벽을 낮춰가다 보면, 어느 덧 꿈꿨던 프로그램을 짜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게 될거라고 생각해요.

이상진 : 마지막으로 정보통신운동에 대한 일견 부탁드립니다.

김지희 : 인터넷에 너무 매몰되어 있지는 않은지 고민했으면 합니다. 인터넷이라는 것이 물론 과대평가 받을만큼 대단한 소통의 도구이자, 문화적 토양이라고는 생각하지만, 정보통신운동을 생각할 때 인터넷 도구만을 고려하게 된다면 한계가 드러날 수 있을 듯 합니다. 디지털 위성, 디지털 방송만 해도 앞으로 큰 혁신의 기재로 등장할 것입니다. 인터넷은 그나마 이미 많은 운동체들과 민중들이 어떻게 활용해야 할지 고민해 왔고, 어느 정도의 권리의식 또한 형성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언젠가는 보다 넓은 디지털 기술 영역이 인터넷 도구들을 잡아먹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이제부터라도 정보통신운동의 영역을 보다 확장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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