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9호 표지이야기
세번째 이야기, 정보통신운동
2005년, 정보인권 지수는 올라갈 것인가?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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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인권과 관련하여 2005년에는 어떤 이슈가 주목을 받을까? 월간 <네트워커>에서는 현재까지의 흐름 속에서 예측해볼 수 있는 몇 가지 정보인권 이슈에 대해서 살펴봤다.

정보 (자본주의)사회는 개인에 대한 더 엄밀한 통제를 위해 더 많은, 더 정확한 정보의 수집을 요구한다. 이러한 목적을 위해 새로운 기술이 개발되거나, 기존의 기술이 우리 삶에 확대·보급될 것으로 전망된다.

첨단 기술 감시, 더욱 본격화될 듯

○ 전자추적시스템(RFID) 본격 도입 : RFID는 유비쿼터스 환경 구축을 위한 핵심 기반이며, 그래서 정보통신부가 IT839 프로젝트의 하나로 야심차게 추진하고 있는 사업이다. 정부통신부는 RFID의 프라이버시 침해 여론을 의식한 듯, RFID로 인한 개인정보 침해 문제를 연구하기 위해 올해부터 30억원 규모의 연구과제를 발주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근 삼성전자 LCD 공장에서 직원, 방문객, 차량 등을 RFID를 통해 관리하고 있음이 밝혀지기도 했다. 물류 혁신을 위한 최첨단 기술로 주목받고 있는 RFID의 도입이 본격화되면서 개인정보 침해 논란도 확대될 전망이다.

○ 유전자 데이터베이스 구축 : 2004년에 경찰청이 미아 유전자 DB를 구축한 데 이어, 2004년 말 검찰청이 범죄자에 대한 유전자 DB를 구축하겠다고 밝혔다. 2005년에는 구체화된 법안이 국회에 상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박정희 정권 시절에 만들어진 ‘지문날인’ 제도가 지금까지 활용되듯, 유전자 DB 역시 한번 구축되면 사회 시스템으로 굳어질 우려를 낳고 있다.

○ CCTV 전국으로 확대 : 지난 2003년 서울 강남구에 CCTV가 설치·운영된 이후, 2004년에는 서울시 대부분 지역으로 확대하겠다는 발표가 있었다.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에도 불구하고, CCTV는 범죄 예방이라는 명분과 지역 주민의 동의를 기반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이를 규제할 법과 제도는 여전히 미비한 상태이고, CCTV의 성능은 놀랄만큼 향상되고 있어 시급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 지문인식 등 생체인식 시스템 확대 : 정부뿐만 아니라 이미 민간에서도 지문 정보의 수집이 늘고 있다. 2004년에는 도서관 자리배정, 운전면허 시험, 온라인 뱅킹, 미아 찾기 등 여러 영역에서 지문인식시스템 도입이 확대되었다. 국제적으로도 911 테러 이후 지문·홍채 등 생체정보를 포함한 생체여권 도입을 위한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별다른 제동이 걸리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실생활에 밀접히 연관된 영역에서 도입이 가속화될 전망이다.

개별 감시 시스템과 관련된 사안과 함께,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법·제도적 장치를 둘러싼 논란도 계속될 것이다.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 기술을 도입할 것인가’가 1차적인 쟁점이 되겠지만, 기술의 도입이 전제된다면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관건이 된다.

개인정보 감독기구, 순산할 수 있을까

○ 개인정보보호법 제정과 개인정보보호위원회 설립 : 개인정보 감독기구를 설립하는 것은 개별 이슈에 대한 개별적 대응이 아니라 개인정보를 보호할 수 있는 공공적 차원의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라는 점에서 국내 개인정보 보호운동에 한 획을 긋는 의미가 있다. 애초에 2004년 정기 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었던 개인정보보호법 제정은 정부안의 발표가 늦어지면서 2005년 임시 국회에서 쟁점이 될 전망이다. 개인정보 감독기구의 위상과 역할을 둘러싸고 정부와 시민사회단체 사이에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또한, 어떤 방식으로 감독기구가 만들어지든, 감독기구가 국가기관으로서의 관료적 한계 내에 안주하지 않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의 끊임없는 긴장이 형성될 필요가 있다.

○ 주민등록법 개정안 : 2004년 말 주민등록번호 남용·유출 문제가 언론에 회자되었고,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국회에 상정될 예정이다. 개정 수위는 유동적이기는 하지만, 정부로서도 현행 주민등록 제도에 대해 일정한 보완을 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갈수록 심화되는 정보 독점

2005년에도 지적재산권 제도는 여전히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WTO와 자유무역협정을 기반으로 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지식·문화 산업의 성장이 계속되는 한 지적재산권은 필수적 기반이기 때문이다. 소리바다, 벅스 뮤직, MP3 폰으로 이어진 음악 파일 저작권을 둘러싼 갈등은 점차 영화로도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2004년에 개발된 정보공유라이선스가 문화생산자들 사이에 얼마나 채택될지도 주목된다.

○ 저작권법 전면 개정 논란 : 문화관광부는 2005년 초 저작권법 전면 개정안을 발표할 예정이며, 지난 해부터 이를 위한 의견 수렴 작업에 들어갔다. 우선 수 차례 개정으로 누더기가 된 법조문을 정리하는 것이 하나의 목적이지만, 디지털 저작권과 관련된 권리 관계를 규정하는 조항이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저작물의 저작권 보호를 확실하게 보장하려는 문화산업계와 비영리적 이용은 저작권의 예외로 두려는 시민사회단체·이용자 사이의 첨예한 갈등이 예상된다.

물론 어떤 사안이 이슈화되기 위해서는 적절한 시점에, 관련 주체들의 적절한 대응이 있어야 할 것이다. 어쩌면 더욱 위험한 것은 사회적인 이슈로 터져나오지 않더라도 물밑에서 조용히 진행되고 있는 감시, 통제, 사유화의 흐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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