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9호 표지이야기
네번째 이야기, 국제동향
정보사회 규정할 국제논의의 쟁점들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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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화의 진전이 가속화되어가고 있는 가운데 2005년은 정보사회의 원칙을 규정하게 될 국제 논의들이 한층 더 뜨겁게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유엔(UN)은 2003년 제1차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에 이어, 2005년 튀니지에서 제2차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세계무역기구(WTO)에서는 2003년 8월 30일 일반이사회결정을 반영하는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 개정을 놓고 뜨거운 논쟁이 예상된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도 올해는 ‘WIPO발전의제’를 비롯한 몇몇 중요한 결정을 앞두고 있다. 각 국 시민사회단체들도 이런 논의에 개입하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제2차 WSIS, ‘인터넷 거버넌스’ 가장 큰 쟁점

2003년 12월 유엔은 제1차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http://www.itu.int/wsis)를 개최하고 정보사회에 대한 원칙을 밝히는 선언문(Declaration)과 실천계획(Plan of Action)을 발표하였다. 유엔은 인터넷 거버넌스 및 후진국 재정지원 등 1차 회의 때 정부간 합의를 보지 못한 사안들에 대해서 새로운 회의틀을 만들어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유엔은 1차 회의때 결정된 실천계획을 토대로 각 국가의 정보통신정책을 평가하기 위해 2005년 11월 아프리카 튀니지에서 2차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현재 인터넷 거버넌스 워킹그룹(WGIG, http://www.wgig.org)과 재정관련 태스크포스팀(TFFM)이 꾸려져 있으며, 2005년 2월에는 2차 정상회의를 위한 준비회의(PrepCom)가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릴 예정이다.

WSIS의 핵심쟁점은 무엇보다도 인터넷 거버넌스에 대한 논의이다. WGIG는 1차 정상회의 이후 1년여 간의 논의 끝에 지난 2004년 11월 11일, 정부, 기업, 시민사회를 포함하여 40여명의 대표단이 참여하는 형태로 발족되었다. 코피아난 유엔사무총장은 WGIG의 최종보고서 기한을 2005년 7월까지 정하고, 그동안 쟁점이 된 인터넷 정책들에 대한 논의안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WGIG논의는 인터넷 거버넌스의 개념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가에서부터 다시 시작하게 된다.

핵심쟁점은 정책결정과정에 대한 논의인데, 개발도상들(이하 개도국)은 국제적인 인터넷주소자원을 비롯한 관련 정책결정과정에 각 정부기관 및 국제기구들이 참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반면, 미국을 비롯한 유럽의 몇몇 선진국들은 미국 등이 관장하고 있는 현재의 국제인터넷주소관리기구(ICANN)의 구조를 고수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시민사회간에도 논의의 범위 및 내용에 있어서 여러 가지 갈등을 보이고 있다. WGIG에 참여하고 있는 스위스 정부 대표단은 WGIG의 논의를 기존의 인터넷주소자원관리에 대한 이슈에서 불법통신, 사이버범죄, 스팸 등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민사회측은 그 범위를 지적재산권문제로까지 더 확장해야 한다고 요청하고 있지만 정부들의 호응이 그다지 높지 않은 상황이다.

시민사회진영에서도 그동안 인터넷거버넌스 작업반(IGC, http://www.net-gov.org) 등을 구성해서 이 논의에 참여해 왔다. 독일 WSIS 시민사회 코디네이션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랄프 벤드라스씨는, “이번 WGIG의 논의결과는 정보사회의 정책을 결정하는데 그 내용과 형식에 있어서 핵심적인 모델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사안이다”라고 전망했다.

“WIPO는 개도국의 입장을 반영해야 한다”

2004년 10월 WIPO 총회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정부가 제안한 ‘개발의제(Development Agenda, 이하 DA)’를 받아들여 2005년 7월까지 구체적인 검토를 마치고 9월에 있을 WIPO 총회에서 DA의 채택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양국가가 제안한 DA의 주요 내용을 살펴보면, WIPO가 주로 선진국들의 이해를 대변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근본적인 개혁을 요구하고 있다. 나아가 지적재산권 분야에 있어서 △ 개도국들에 대한 고려 △ 공공영역을 강화하는 정책 등을 요청했다.

이 논의를 위해서 WIPO는 2005년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정부간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하지만, 미국 등 선진국들은 기존지적재산권체제를 강화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DA에 대해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있어서 이에 대한 합의가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DA에 대해서 긍정적인 입장을 가지고 있는 국제시민사회들도 현재 발빠른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

이미 지난해 국제시민사회진영에서는 ‘WIPO의 미래‘(http://www.cptech.org/ip/wipo/futureofwipo.html)라는 성명을 통해서 DA결정에 대해 환영 입장을 밝힌 바 있으며, 2005년 2월 3, 4일 양일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제3세계네트워크(TWN), 소비자기술프로젝트(CPTech) 등의 주최로 DA에 대응하는 시민사회 전략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DA가 2005년 9월에 있을 WIPO 총회에서 채택이 된다면, 그동안 많은 비판을 받아온 기존의 지적재산권체제의 큰 변화를 기대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WTO 830결정을 반영하는 TRIPs 개정

2003년 8월 30일 WTO 일반이사회는 의약품 수출목적의 특허강제실시를 허용하는 결정(이하 830결정)을 내렸다. 이것은 개도국이나 최빈국 등 의약품을 생산하기 힘든 국가에 필수의약품을 제공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2001년 11월 카타르 도하에서 개최된 제4차 WTO 각료회의에서는 TRIPs협정과 의약품 접근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별도의 선언문을 채택하였으며, WTO 830결정은 도하선언문 제6조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다.

WTO 일반이사회는 당초 830결정을 반영하는 TRIPs 개정을 2003년말까지 완료하기로 하였으나, 830결정을 TRIPs협정에 어떻게 반영하느냐를 놓고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 차이로 인해서 합의를 보지 못하였다. 결국, TRIPs 이사회가 열리는 2005년 3월까지 시한을 연기하였다.

특허권으로 인해서 필수의약품을 복용하지 못하는 문제가 국제사회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2005년 TRIPs 개정이 이를 해결할 수 있는 하나의 대안이 될 것인지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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