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9호 Cyber
홈피에 그림 올리면 감옥간다?

양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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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관련해 고소를 당했습니다. 개인 홈페이지 자료실에 포털이 제공한 공개자료실에 올라 온 그림을 하나 가져다가 두었는데 그 그림의 원작자가 갑자기 나타나 허락 없이 가져갔다며 고소를 하고 천만원대의 보상금을 요구합니다. 시골에 살다보니 물어 볼 사람도 없고 담당 형사분들도 어리둥절한 모양입니다. 아시는 분은 도움 바랍니다.”

최근 한 인터넷 사이트에 올라온 글이다. 아마 많은 네티즌들은 이 글이 남의 일로만 생각되지는 않을 것이다. 네티즌 대부분은 다른 사람의 글이나 사진을 다른 사이트나 메일링리스트로 퍼다 나른 경험이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펌질’은 우리 인터넷 문화의 한 단면이며, 인터넷 환경을 풍부하게 하는 데 크게 일조하였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데 어느날 이런 사소하고도 심지어 당당하게 해온 행위로 인해 형사고소를 당하고 경찰서에 불려가 피의자신문을 당하고 손해배상청구소송도 당하게 된다면? 최근 들어 이런 사례는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

저작권은 여러 가지 권리 다발

선뜻 납득이 되지 않는 이런 상황을 이해하려면 현행 저작권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저작자는 창작한 때로부터 자동적으로 저작재산권과 저작인격권을 갖는다. 저작재산권은 저작물을 복제하거나 전송할 권리 등을 의미하며, 저작인격권은 저작자의 성명을 표시하거나 표시하지 않을 권리 또는 공표하거나 공표하지 않을 권리 등을 의미한다. 현행 저작권법에 따르면 이러한 권리들은 일정기간동안 배타적인 성격을 지니며, 어떤 이용자가 해당 저작물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몇몇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사전에 저작자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위 네티즌의 행위는 저작권자의 주장대로 정말 저작권침해행위일까? 네티즌이 한 일이라곤 다른 자료실에 있던 “그림 화일”을 다운로드받아 자신의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것뿐이다. 그런데 다운로드와 업로드는 파일의 복제를 수반하므로 저작권법상 복제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 업로드의 경우에는 전송권도 문제된다. 업로드는 “일반공중이 개별적으로 선택한 시간과 장소에서 수신하거나 이용할 수 있도록 저작물을 무선 또는 유선통신의 방법에 의하여 송신하거나 이용에 제공하는 것”(저작권법제2조제9의2호)에 해당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행위는 저작권법이 보호하는 저작자의 권리 중 복제권과 전송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 많은 네티즌들은 사진이나 글을 퍼다나르면서 저작자 표시만 해 주면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저작자 표시는 저작인격권의 내용이며 복제권이나 전송권과는 무관하다. 따라서 저작자 표시를 한다고 해서 저작권 침해를 면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개인 홈피로의 업로드 사적 이용일까?

저작권법 제27조는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대해서 면책규정을 두고 있다. 즉, 공표된 저작물을 영리를 목적으로 하지 아니하고 개인적으로 이용하거나 가정 및 이에 준하는 한정된 범위 안에서 이용하는 경우에는 그 이용자는 저작권자의 사전허락 없이도 저작물을 복제할 수 있다. 이 규정을 문언 그대로 해석하면 허용되는 것은 ‘복제’일 뿐이며, 전송은 사적 이용인 경우에도 면책되지 않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이다.

따라서 인터넷에 떠도는 파일을 개인이 다운로드 받는 행위는 이 규정을 근거로 저작권 침해를 면할 수 있으나 자신의 홈페이지에 업로드한 것에 대한 전송권 침해 주장에 대하여는 제27조에 따른 면책을 주장하기 어려울 것이다. 뿐만 아니라 업로드의 경우에는 개인 홈페이지로의 업로드이지만 불특정한 다수가 이용할 수 있는 환경에 저작물을 제공하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어, 복제도 ‘사적’ 이용 목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 일반적인 해석론이다.

이런 해석론에 따르면 도움요청을 한 그 네티즌은 꼼짝없이 저작재산권 중 전송권과 복제권을 침해한 것으로 저작권침해죄의 죄책을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고 해서 언제나 기소가 되는 것은 아니다. 침해죄가 성립하더라도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하여 검사가 사건을 기소유예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민사상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저작자가 요구한 대로 다 해주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손해배상은 우선 저작자가 자신의 손해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번 사건의 경우 복제 및 전송한 사실로부터 직접 손해가 입증되었다고 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법원은 손해의 공평한 분담의 관점에서 자신의 저작권을 행사하지 않고 5년이나 방치한 저작자의 과실을 크게 고려할 여지가 많기 때문에 손해가 입증되더라도 실제 배상액수는 훨씬 더 적어질 수 있다.

저작물이용자 정당한 이용권 보장하는 법해석 필요

그러나 이런 해석론만이 가능할까? 아직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없는 상황이므로 필자 나름의 해석론을 간단하게나마 제시하고자 한다. 저작권법은 저작권자에게 배타적인 권리를 보장해 줌으로써 창작의 동기를 부여하지만, 권리 보호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권리자의 보호를 통해 결국 문화의 향상발전을 도모하려는 데에 궁극적 목적이 있다. 따라서 저작권자의 권리는 문화향상발전이라는 저작권법의 목적 범위 안에서만 보장돼야 한다. 새로운 인류문화발전을 위해, 창작된 저작물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일반공중에게 자유로이 이용될 수 있어야 한다. 저작권법이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에 대해 면책을 허용하는 것도 이런 취지다.

그런데 현행 저작권법은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의 저작물 이용환경의 변화를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않다. 사적 복제와 같은 공정이용의 범위는 아날로그 시대의 것으로 묶어두면서 저작권자의 권리만 계속해서 강화했기 때문에 결국 저작권법상 공정이용 규정은 제 기능을 상실해 가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입법을 통해 근본적으로 해결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명문의 입법이 없더라도 기존의 자유이용규정을 저작권법의 목적에 비추어 확대해석할 필요가 있다. 즉 저작권법 제27조에서 복제는 아날로그 시대의 저작물 이용의 주된 형태를 대표하는 것이었으므로, 현재의 인터넷 디지털 환경의 저작물 이용 형태인 전송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해석하고 비영리적인 개인 홈페이지에 단순히 게시한 정도라면 그것이 저작권자의 상품판매에 대해서 일부 또는 전부를 대체하는 정도의 손해를 끼치지 않는 한 ‘사적’인 이용으로 해석하는 것이 본래 사적 이용을 위한 복제를 허용한 취지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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