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19호 블로거TO블로거
온라인공간에서 오프라인공간 사유하기
강moxu작업실(http://bumjoon.byus.net/tt/index.php)

김정희원  
조회수: 2430 / 추천: 55
2004년은 국내외 이곳 저곳에서 블로그(Blog)를 ‘올해의 키워드’로 선정했을 정도로 블로그가 성장했던 해이다. 뿐만 아니라 한국, 미국, 독일 등 곳곳에서 블로거들의 자율적인 축제와 시상식이 열리기도 했다. 블로그를 둘러싼 끝없고도 진부한 말놀이들을 뛰어넘어, 직접 블로그의 네트워크 속으로 몸을 던지면 멋진 컨텐츠를 담고 있는 블로그를 쉽게 마주칠 수 있다.

나는 때때로 블로그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도 하고, 다양한 이슈들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을 읽기도 하고, 혹은 영화나 음악에 대한 세심한 비평에 고마워하기도 한다. (당연히 여과되지 않은 글들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이런 글들은 오래 가지도, 주목 받지도 못한다.)

여기저기로 이사를 다니면서 블로깅을 계속한 지도 어느새 1년이 훌쩍 넘었다. 그동안 온라인으로, 또는 오프라인으로 많은 블로거들을 만났고 그 인연은 지금도 단단한 링크들로 이어져가고 있다. 때문에 내가 알고 있는 훌륭한 블로그들 중에서 ‘단 하나’를 선정하여 소개글을 쓴다는 것은 결코 녹록한 작업이 아니었다.

나는 원고청탁을 받은 이후로 한동안 고민을 하느라 글쓰기에 착수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가, 나름대로 한 가지 원칙을 세웠다. 그것은 ‘이미 잘 알려진 블로그는 추천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제 2회 Next Generation Forum(http://blog2004.org)에서 소개된 블로그들, 그리고 각종 컴퓨터/IT 관련 잡지에 이미 추천 목록으로 올라간 블로그들은 제외하였다.

블로거들 중에는 자신의 전문분야에 대한 지식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많다. <강moxu작업실(http://bumjoon.byus.net/tt/index.php)>을 운영하는 강moxu님도 그러한 블로거들 중 하나다. 강moxu님은 도시와 건축에 대한 정보들을 공개하고, 또한 재미있는 사례들 속에 자신의 생각을 녹여내면서 이를 방문객들과 열린 마음으로 나누고 있다.

이미 그의 블로그에 접속하는 순간, 방문객들은 이 곳이 무엇을 다루는 공간인지 알게 된다. (아마도 공사 현장으로 보이는) 어수선한 아파트 앞에 서 있는 그의 사진은 이미 그 자체로 ‘건축과 그가 맺고 있는 관계’를 잘 보여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그의 블로그에서는 도시와 건축에 관해서라면 ‘이론과 실제’를 골고루 접할 수 있다.

첫 번째로 눈여겨보아야 할 카테고리는 <도시건축이야기>이다. 이 곳에서는 특히 도시성에 대한 사유를 중심으로 한 건축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서울 도시계획 이야기>, <미국 교외주택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와 같은 흥미로운 글들을 따라 읽다 보면 공간을 역사적으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특히 강moxu님의 친절한 설명이 압권인데, 때로는 포스트의 마지막에 <참고문헌>이 등장한다! 좋은 책을 발견하는 재미까지 함께 나누는 분이니 글을 읽는 사람들이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또한 길을 가다가 발견한 독특한 조형물 사진을 직접 찍어서 올리기도 한다. 일상적으로 접하면서도 본격적으로 탐구하지 못했던 도시공간의 의미를 탐색하고 싶은 사람들의 출발점으로 정말 좋은 글들이 많다.

두 번째로 추천하는 카테고리는 <만들기>이다. 비로소 여기에서 <강moxu>라는 온라인 이름의 유래를 알 수 있다. 그는 때때로 <목수>로 변신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가구를 만들어 선물하곤 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손수 만든 CD장이나 사물함이 사진으로 등장하는데, 아쉽게도 만드는 과정은 볼 수 없다. 대신에 나무도장용 페인트에 대한 설명, DIY 용품 저렴하게 구매하는 법 등이 있으니 가구를 직접 만들어보고 싶은 사람들은 참고해도 괜찮을 듯 싶다.

앞서 언급한 대표적인 두 개의 카테고리 이외에도 강moxu님은 유용한 정보가 있으면 놓치지 않고 블로그로 공유한다. 책을 인용하기도 하고, ‘남성들은 어떻게 건축 역사를 전유했나’에 대한 실마리를 찾아가는 모습도 보인다. 사실 무엇보다도 신중하고 의미 있는 글쓰기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가장 돋보이는 부분이다. 바람에 휩쓸리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나가는 점이 매력적이다.

사실 특정한 주제에 대해서 꾸준히 글을 쓰는 것은 매우 어렵다. 아마도 도시, 건축, 그리고 공간에 대해서 이처럼 성실한 내용을 담아놓은 국내 블로그를 찾기는 힘들 것이다. 똑같은 정보들이 반복 재생되는 곳이 아닌, 자생적이면서도 알찬 정보를 찾고 싶다면 <강moxu작업실>을 방문해 보기를 권한다.

도시와 건축에 흥미가 있는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고, 그렇지 않은 분들 역시 강moxu님의 차분한 도시 이야기를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온라인 공간과 오프라인 공간은 많이 닮아있지 않은가. 그 접점을 찾기 위한 하나의 경로로 강moxu님의 공간 이야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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