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0호 http://
구텐베르크의 유물 ‘저작권법’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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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관광부 정동채 장관을 비롯해서, 문화관광위원회 국회의원 전원이 저작권법 위반 행위를 인터넷상에서 버젓이 하고 있다는 사실은 그야말로 전국민에게 커다란 ‘충격’이 아닐 수 없다. 각종 인터넷 게시판에 빗발치고 있는 네티즌들의 분노성 글들이 이해가 갈만도 하다. 실제 입법을 책임지고 있는 국회의원들의 저작권법에 대한 의식정도가 초등학생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 창피할 따름이다. “초중고교 과정에서 저작권에 대한 교육과정을 삽입하겠다”는 정동채 장관의 말, 도데체 자신이 무슨 말을 한 것인지, 제대로 내용파악이나 했는지 정말로 궁금하다.

이번사태에 대해서 국회의원들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단순히 법을 어겼다는 것 때문이 아니다. 변화하는 디지털 사회에 대한 네티즌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은 넷심에 대한 무관심죄, 상식에 맞지 않는 저작권법으로 모든 네티즌을 범죄자로 몰아붙인 위협방조죄, 자신들이 만들어 놓은 법이 도데체 무슨 법인지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직무유기죄 등이다. 정동채 장관 및 문광위 의원들은 이제라도 국민 앞에 정중히 사과하고 인터넷 문화에 맞게 저작권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해야 한다.

“인터넷은 기본적으로 공유의 공간”이라고 설명한 이글루스 블로그 운영자의 말에 동감한다. 인터넷은 복제와 전송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런 인터넷에 복제와 전송에 대한 독점배타적인 권리를 인정하고 있는 저작권법의 잣대를 그대로 들이대는 것 자체가 이미 갈등을 예상하고 있는 것이다. 변화하는 환경에 대한 근본적인 고찰없이, 무작정 저작권법을 들이댄다면, 이번 국회의원들의 어처구니없는 저작권법 위반사태는 얼마든지 속출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에서 비영리적이거나, 사적인 이용을 허락해야 한다는 네티즌들의 요구는 오히려 정당하다.

차라리 네티즌 스스로가 저작권에 대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자. 네티즌들이 언제나 불법복제를 일삼는 범법자는 아니다. 공짜족이 판치는 인터넷이 아니다. 진정한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자기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질 수 있는 네티즌들이 훨씬 더 많다. 또한 새로운 문화에 발빠르게 조응하고, ‘FreeBGM.net’과 ‘정보공유라이선스’ 같은 새로운 대안을 먼저 제시하기도 한다. 이것이 바로 네티즌들이 만들어 가는 인터넷 시대의 저작권 문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작권법이 디지털 환경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는다면, 아무리 선의의 이용일지라도 인터넷에서 모든 국민들의 정보이용행위는 언제나 예비범죄자라는 오명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이런 상황을 감안한다면, 미디어 학자 니콜라스 네그로폰테(Nicholas Negroponte)의 저작권법에 대한 신랄한 비판에 어느 정도 수긍이 간다. “저작권법은 완전히 시대에 뒤떨어져 있다. 그것은 구텐베르크의 유물이다. 저작권법은 반동적인 태도이기 때문에 고치기보다는 완전히 폐기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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