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0호 나와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법
소심한 이반 네멋대로님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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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멋대로(이하 네멋): ^^ 기다리시게 해서 죄송함다.
임정애(이하 임): 반갑습니다. 혹시 필명이 있나요?
네멋: 이반시티에서는 주로 ‘네멋대로’라는 필명을 씁니다.
임: 이반시티는 어떤 곳인가요?
네멋: ivancity.com 이반이 모이는 커뮤니티지요.
임: 음..오래된 곳인가요?
네멋: 처음에는 엑스존이라는 곳에서 많이 놀았는데요. 거기가 청소년 무슨 금지법 해서 폐쇄되었어요. 그래서 성인 인증을 해야만 들어올 수 있는 이반시티에 사람들이 몰리게 되었죠.
임: 음..그렇군요. 이름은 본인이 지은 거에요?
네멋: ‘네멋대로 해라’ 라는 미니시리즈 아시죠? 전편을 다운받아 놓고는 몇 번씩 보기도 했죠. 조금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자신의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숙명으로 받아들이고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는 모습이 좋아서..
임: 나이 물어봐도 돼요?
네멋: 음...18세이고 싶군요. 저는 그냥 18세 할랍니다. 사실은 79년생.

임: 컴퓨터와 인연이 각별할 것 같아요.
네멋: 컴퓨터는 98년 처음 배웠어요. 지금은 컴퓨터 폐인이 되었죠. 그 때 한창 컴퓨터가 기하급수적으로 보급되던 때라서 뭐 친구들도 다 독수리 타자였고. 그다지 늦었다는 생각은 안 들었어요.
임: 사이버 공간에서는 어떤 모습인가요?
네멋: 글쎄요. 이반시티에서도 내 모습 그대로 보이고 현실에서도 내 모습 그대로인데 별로 달라지는 건 없는데 제 경우는 단지 차이점이 있다면 커밍아웃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정도..일상생활에서 남자답게 살다가도 이반의 세계에 들어오면 여성스러운 척 하는 분도 있지만 저는 그렇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임: 남자 다운게 어떤거라 생각해요? 울지 않는 거?
네멋: 씩씩하고 몸집도 크고 믿음직스럽고 씩씩하고 목소리 굵고...
임: 본인의 취향도 그런가요?
네멋: 그밖에도 곰처럼 보이는 사람..미소년처럼 보이는 사람..제 취향은 성격 좋고 매너 좋은 사람...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결국은 몸매 좋고 씩씩하고 스테레오 타입의...
임: 음...튼튼한 남자를 좋아하는군요.
네멋: 저도 그런 스타일이 되기 위해서 열심히 운동하고 있구요.
임: 언제쯤 자신을 이반이라 정의하기 시작했어요?
네멋: 고등학교 때부터였습니다. 그 친구는 같은 반 남자였구요. 그 때는 그냥 친구끼리 장난치는 것쯤으로 생각했었는데 대학교 들어오니까 생각이 많아지고. 내가 나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고...많이 생각하게 되었죠. 갑자기 계기가 되어서 팍...내가 이반이다 하고 꽂힌 것은 아니고 인정하기까지의 과정이 아주 오래 걸렸어요. 맨날 하던 생각이 ‘내가 이반인가 아닌가....’ 또 ‘이반인가.. 아닌가..’뭐 그런거. 그러다가 ‘이반이닷’ 하고 결론이 났던..
임: 음..그게 언제에요?
네멋: 대학때 인데..언제냐고 정확히 꼬집어서 말하지는 못하겠어요. 사실은 제 인생이 그래요.. 인생 자체가 대충 다 그런 스타일..;;

임: 원래 성격은 어때요?
네멋: 제 성격을 제 자신이 평가하고 말하기는 무척 어려운 일 같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나는...일단 약삭빠르고 고집세고 착한척 하는 거 좋아하는 타입..주위에서 칭찬받고 인정받는거 좋아하는 전형적인 모범생.. 그리고 주위에서 평가하는 바는..어리버리... 어리숙...의 대명사죠. 약삭 빠른거 하고는 거리가 먼.. 그리고 저는 진짜 모범생이었답니다.
임: 커밍아웃하면 주위에 충격이 크겠군요.
네멋: 부모님한테는 걱정 한 번 안 끼친 효자구요. 커밍아웃 하면...아마 부모님 쓰러지 실 겁니다. 그냥 내 맘 속에 숨기고 끈질기게 오래오래 살래요. 사회의 편견과 냉대의 시선을 견딜 자신이 없음... 그냥 여자하고 결혼해서 애 낳고 행복하게... 오손도손 살랍니다. 혼자서 평생 이반으로 살 생각을 하면 끔찍하니까요.
임: 애인이 있쟎아요?
네멋: 애인 없어요. 핫. 있으면 좋겠지만. 왜 애인이 있을거라 생각하실까나.
임: 혹 만나볼 생각은 안해봤어요? 카페나 게시판을 통해서 만나곤 하쟎아요
네멋: 몇 번 만나보았습니다. 만나보았는데, 사귈만한 사람들은 아니었어요.
임: 그랬군요. 동성애에 대한 편견은 어때요?
네멋: 예를 들어서 제가 이반인 것이 직장에 탄로 난다면 직장에서는 저를 해고할 겁니다. 무지 보수적인 직장이거든요. 그런데 동성애를 이유로 해고할까요? 절대 아니죠. 온갖 핑계를 만들어서 무능력을 이유로 해고할 겁니다. 그리고 이건 어딜가나 마찬가지예요.

임: 갑자기 하시는 일이 궁금해요.
네멋: 음..물류회사입니다. 작은 회사라서 말씀드리기 곤란해요. 물류회사까지만....보수적인 곳에서 이반들이 살아가기란 얼마나 힘든지... 원... 뭐 이런 사회에서 살아가려면 나름대로 대피하는 자세를 갖추어야 하죠. 이반으로써...
임: 음..저는 결혼에 대한 부분 이해하기 힘들어요.
네멋: 세상에 맞서기보다는 세상에서 숨어서 사는 것이 살아남을 확률이 더 큼.
임: 진짜 행복하겠어요?
네멋: 음... 글쎄요. 모르겠어요. 그런데 이반으로 평생 살아간다 하면...
임: 그런 사람 있쟎아요. 뼈속까지 이반이다...그런 사람...
네멋: 그런 분들은 많은 것을 포기하신 분들이예요. 존경합니다. 부모님과의 관계, 사회와의 관계.
임: 그걸 포기할 수 없다는 거죠?
네멋: 그렇죠. 저는 부모님도 무척 사랑하니까요. 생각할 부분이 많네요.

임: 네멋대로님 블로그 이름이 인상적이었어요.
네멋: 저는 앞으로 블로그에 이반으로서 겪게 되는 갈등이나 문제에 대한 해결방법 같은 걸 올릴 생각입니다. 예를 들어, 이반 부부가 아이를 입양하는 방법 같은거 알아두면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제가 알기로는 양육 경험이 있는 사람만 아이를 입양할 수 있거든요. 근데 이반들은 그런 경험이 전무할테니..뭐 제가 꼭 그렇게 살아가겠다는 것은 아니고 알아두면 좋겠다는거죠.
임: 도대체 양육 경험이 있는 이반이 얼마나 될까요. 보통사람도 마찬가지고요.
네멋: 아이를 양육하고 싶어하는 이반들도 별로 없을거라 생각해요. 단지 원하는 것은 그거죠. ㅋㅋㅋ. 옛날 엑스존에는 커플로 살아가시는 분이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사건을 전용으로 올리는 게시판이 있었는데. 엑스존이 폐쇄되어서 너무 아쉬워요. 야한 이미지도 없고 야한 소설 같은 것도 없었는데 정부에서 일방적으로 폐쇄를...
임: 부당하군요
네멋: 그래서 엑스존 관리자분이 소송도 내고 그랬는데 패소했어요.

임: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묘법을 좀 알려주세요.
네멋: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묘법은..남녀가 서로 사랑하는 묘법하고 똑같습니다...푸핫. 너무 모범적인 정답이죠? 뭐 서로 많이 관심가져 주고 바람 피우지 말고 다 그런거죠.
임: 연애는 안하세요?
네멋: 음홧! 연애는... 여자하고 할 생각입니다. 연애하고 결혼하고...그래야죠. 아마도 난... BiSexual 일지도... 남자하고는.. 뜨거운 하룻밤을 보내죠.
임: 원나잇스탠드만 즐기시나요?
네멋: 그게 사실은 남자와 정말 불멸의 사랑을 하고 싶지만 내가 만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사랑한다고 하면서도 사실은 다 돈과 그것 말고는 원하는 게 없었습니다.
임: 하룻밤 즐기고 돈을 지불하나요?
네멋: 풉...제가 가난한 학생이라서요. 뭐 저한테 거하게 돈을 원하는 사람이 있는 것은 아니고 단지 몇몇 사람만이 그랬는데요. 자기 직업이 시간제 영어 강사인데 자기하고 만나면서 영어 배워보지 않겠냐면서 싸게 해주겠다면서...뭐 그래서 저는 자주 서비스(?) 해줘야 한다는 의미인 줄 알았건만 한 달에 7만원 주면 진짜로 영어 잘 가르쳐 주겠다고 하더군요. 속으로 피식... 했음.

임: 주로 어떻게 만나요?
네멋: 채팅을 하죠. 주로, 그것도 이반시티에서. 사실 저도 이반 세계에서는 거의 초보 수준... 그 흔한 번개에도 거의 안 나갔어요.
임: 본인의 성향을 바텀 위주의 올이라 했는데 이건 무슨 뜻이에요? 성적 취향인가요?
네멋: 성향은 탑과 바텀으로 나뉘어져요. 탑은 삽입하는 쪽. 바텀은 삽입 당하는 쪽. 아... 그래도 덜 퇴폐적인 말을 쓰려고 애쓰고 있는데 너무 힘드네요. 암튼 올이라고 하면 양쪽 성향을 다 갖고 있는 사람. 쑥스럽당. 낮선 여성 앞에서 이런 이야기까지 하다니. 그런데 좀 메스껍지 않으세요?

임: 아니요.... 동성애자 인권 문제에 대한 생각은 어때요?
네멋: 뭐 여성이 아니라서 정확하게 이해할 수는 없지만. 사실 그 문제에 대해서 관심 갖고 있는 동성애자는 거의 없을 거예요. 일단 주위의 시선 같은 것은 견딜 수 있다 치구요. 일단 가족 관계, 부부관계가 성립되지 않고요, 세금을 더블로 내야 해요. 결혼도 성립되지 않기 때문에 이혼도 성립되지 않구요. 위자료 청구 같은 것도 전혀 성립되지 않죠.
임: 혹 활동하는 단체 같은거 있으세요?
네멋: 없어요. 나도 별로 나서고 싶어하지 않는 이반들 중 하나. 그냥 사회 분위기에 조용히 묻어가고 픈 소심한 이반들 중 하나죠...;; 그런데 아직도 많이 고민하고 있어요. 내가 진짜 이반이 맞나 이반이 아닌게 아닌가... 하면서도 길가다가 괜찮은 남자 보면 눈이 휙휙 돌아가니깐..아 이반이 맞구나... 하는거죠.
임: 나도 그런데^^
네멋: 그럼 우린 경쟁자군요. 풉! 친구들은 다들 여자 가슴보고 여자 몸매 보고 여자 얼굴 보고.. 그러던데. 도통 나는 그런 것에는 눈이 잘 가지 않네요... 아직 이반은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거다... 아니다 태어나면서 결정되는거다... 논란이 많은데 이반들은 그게 천성적인 거라고 생각하고 싶어하죠. 저도 그런 편이구요. 뭐 근데 사회적으로 만들어지는 거라 해도... 내가 그렇게 해서 이반이 되었다고 해도... 그래도 지금 내 정체성은 변하지 않을 것 같아요.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이루어진다는데... 그 말은 틀린 것 같아요. 자신을 알아가는 것은 평생을 걸쳐서 해야 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뭐... 인생 27년 짜리의 짧은 생각입니다.
임: 짧지 않은 생각인데요^^. 마지막으로 우리 인터뷰 제목하나 지어주세요.
네멋: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법이라고 저는 하고 싶지만 그 제목보고 다른 사람들이 다 토하지 않을까요? 왜냐하면 중,고등학교 때 제가 그랬으니깐요. 저도 많이 혐오했는데, 제 정체성을 알고는 달라진거죠. ‘남자가 남자를 사랑하는 법’ 추천입니다.

임: 오늘 인터뷰 감사합니다.
네멋: 쓸데없는 말 많이 해서 죄송합니다. 그리고 저한테는 간만에 재미있는 이벤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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