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0호 미디어의난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를 위한 미디어운동

조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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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미디어교육을 둘러싼 제도 정책 마련과 현장 교육 양상은 그야말로 전쟁터가 될 것이다. 방송법의 방송발전기금 용도에도 들어가 있는 미디어교육 지원에 대해 시청자미디어센터 말고는 별다른 정책을 가지지 않았던 방송위원회도 올해를 지나면서 대규모 사업을 개발 중이다. 문화관광부 문화예술교육 안에서는 영화교육이라는 이름으로 많은 문제들을 안은 채 강사풀제가 운영되고 있고 미디어교육 관련 예산은 통째로 언론재단의 언론인재고용센터가 이름을 바꾼 미디어교육지원센터로 가고 있다. 방송문화진흥회는 지역 MBC 계열사에 시청자미디어센터를 설립하는 것과 함께 초등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있고 규모는 작지만 다양한 지원 사업들을 내놓고 있다.

미디어교육 : 미디어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격전장

정부 기구나 공공 기관을 통해 이루어지는 공적 지원에는, 다양한 단체들과 이해관계집단들이 옥석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달라붙어 있다. 초중고등학교에서의 미디어교육이 제도화 경향이 강화되면서 그렇지 않아도 지옥 같은 학교교육 문제를 그래도 둔 채 미디어교육을 도입하려 하기 때문에 미디어교육을 공교육 속에 왜 도입해야 하는지, 누가 무슨 내용을 가르칠지 등이 왜곡되고 있어서 이 부문에서도 여러 가지 충돌이 있을 것이다.

특히, 미디어교육은 엄청난 국가 예산과 공공 기금이 낭비되는 상황에서, 왜곡된 제도화 담론에 대한 비판뿐만 아니라, 독점화되어 왜곡되고 있는 미디어 시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고 민주적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기 위한 대중적 교육에 대한 전략과 계획을 세워나가야 한다. 미디어교육을 통해 참여적 커뮤니케이션 구조의 필요성에 대한 대중적인 정치의식을 확장해야 한다. 미디어 교육운동은 정보공유운동과도 일정정도 맥을 같이 하고 있으며, 정보인권과 커뮤니케이션 권리에 대한 의식을 고양하고, 실현시켜나가는 대중적 초석을 만드는 작업이다.

디지털 방송 : 제1라운드

올해, 본격적으로 방송통신구조개편위원회를 설치 여부를 놓고, 엎치락뒤치락 싸움이 벌어질 게 뻔하다. 이미 매달 1만 3천 원 정도의 이용료를 내면 서비스 받게 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DMB)이 2005년 5월부터 본방송에 들어가고, 권역별로 무료 서비스될(현재 유료화가 논란이지만) 지상파 DMB 역시 3월초 사업자 선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산업적 구도를 갖추고 일상의 미디어 문화를 바꿔나갈 예정이다.

휴대전화나 개인휴대단말기(PDA), 별도의 단말기 등을 통해 이동하면서 비디오, 오디오, 데이터의 다채널 서비스를 내보낼 DMB와 같은 ‘휴대’가 용이한 미디어가 더욱 확산되면서 개인화된 미디어 수용 환경이 널리 퍼져나갈 것이다. 또한 디지털TV가 점차 확산되면 좋은 화질만이 아니라 곧바로 쇼핑을 하고 티켓을 예매하고 은행 업무를 볼 수 있게 된다. 이러한 T커머스(TV 전자상거래)를 위한 홈쇼핑 데이터방송채널 사업자 선정도 눈앞에 두고 있다. 기실 쌍방향 미디어가 될 것이라는 소문은 더 많은 소비와 이윤을 위한 일방적 강요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에 따라 개인주의적 소비주의는 더욱 우리 사이를 소원하게 할 지 모른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소비능력을 갖지 못하는 대다수의 민중들은 왕 대접 받는 소비자나 그나마 주권이 선언되고 있는 시청자 범주에서조차 배제되고 있다. 공중의 이익을 위한 미디어의 사회적 책임으로서 공익성은 정부의 수사 속에서 나라 경제를 짊어질 디지털 미디어 산업 자본과 일부 귀족적 소비자들을 위한 것으로 곡해될 것이다. 사실 1920년대 정착된 방송(1대多의 매스 미디어) 개념과 시스템 자체가 구조 변동하고 있는 상황은 방송과 긴밀하게 결부되어온 공익(public interest) 개념 자체가 재구성될 것을 말해주고 있다. 결국 관건은 개인화되고 있는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에서 어떻게 학습의 집단적 과정을 재조직화 할 것인가, 사회변화의 공감과 행동 양식을 어떻게 재구성할 것인가, 특히 기존의 방식이 아니라 대중들의 창조적인 ‘휴대’ 커뮤니케이션 방식에 기반하여 어떻게 이러한 변화를 가능하게 할 것이냐가 된다.

디지털 미디어 관련 제도, 정책, 시장, 운동의 역동적 변화야말로 2005년을 맞는 미디어운동의 자기 재조직화의 관건이 될 것이다. 지금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했다고 봐야하는 시민사회 차원의 디지털 공공성에 대한 폭넓은 의제 제기, 정책 생산 및 개입의 신속한 대응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구시대의 잔재들과 싸우느라 정신이 없는 언론운동은 동시에 새로운 변화에 대한 준비를 하기에는 힘겨워 보인다. 하지만 가까운 미래에 더 엄청난 ‘잔재들’이 될 사안들을 알고도 우글거리는 것을 지켜볼 수만은 없는 노릇이다.

독립 · 대안 미디어 활동 그리고 국제연대

공적 영역의 미디어 이슈들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라도 독립적이고 대안적인 미디어 활동이 필요하다. 이주노동자 인터뷰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국가보안법 철폐, 비정규직 철폐 등에 대한 독립제작자들과 단체들의 공동제작프로젝트는 2004년부터 주목된 비교적 새로운 흐름이다. 10여 년이 넘은 노동자 영상운동의 성과 혹은 정체 상태와 함께 이에 대한 사례 분석과 연구를 통해 더욱 활성화할 수 있는 전략마련이 필요하며, 나아가 여러 사회운동과 다양한 차원의 정책 협력 및 파트너쉽 구축이 요구된다.

국제연대도 2005년은 전지구적 차원의 민주적 커뮤니케이션 구조를 만들기 위한 각국 정부나 정부간 기구들, 초국적 자본들과 시민사회의 격돌이 예정되어 있다. 문화와 미디어 영역에서 자유무역체제를 막아낼 수 있는 문화다양성협약이 10월의 유네스코 총회에서 최종 결정될 것이며, 정보사회를 위한 세계정상회의(WSIS)의 2차 회의 및 그 대항 회의가 11월 튀니지에서 예정되어 있다.

운동의 운동 : 민중의 투쟁과 커뮤니케이션 권리

2005년은 미디어-커뮤니케이션 문화 환경에 있어서 새로운 돈벌이를 찾아 우리의 노동 현장과 일상생활을 파헤쳐 식민화할 디지털 미디어가 본격화될 것이다. 그에 더더욱 이제까지 한 번도 시도되지 못한 미디어운동의 대중화를 위한 작업이 필요하다. 정부와 기업들과 미디어 활동가들이 수많은 곳들에서 격돌할 태세를 갖추고 있는 상황에서, 무엇보다도 현재의 미디어운동은 대중운동으로 확산되지 않고서는 그 각각의 전투에서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민중들의 욕구와 필요, 이를 투쟁의 현장에서 만나 조직하고, 공동의 권리의 문제로 제기해야 한다. 민중의 커뮤니케이션 권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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