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0호 블로거TO블로거
정보수집광
남쪽계단(http://southstep.egloos.com)

강범준  
조회수: 3088 / 추천: 45
<내가 블로그를 시작한 건 작년 8월 즈음이다. 기존에 제로보드에 기반한 개인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지만, 각종 정보를 스크랩하고, 메모하기에는 ‘게시판’이라는 형식이 부적당했다. 사실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목적 자체가 남이보아도 괜찮을 만큼의 정리된 메모노트 정도를 만드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블로그 유행이 시작되던 시기였기에 인터넷상의 정보와 내 개인적인 메모를 저장할 목적으로 블로그라는 형식을 선택하였다.

반년정도 블로그 형식을 이용한 홈페이지를 운영하게 되면서, 블로그의 장점을 차차 깨닫게 되었다. 키워드, 트랙백, 카테고리 등을 통해 포스트들을 끝말잇기처럼 엮어낼 수 있었기 때문에 인터넷상의 정보를 쉽게 모아 놓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블로그 코리아(http://blogkorea.org) 같은 메타사이트를 통한 임의의 손님에게 뜻밖의 충고, 혹은 영감을 얻을 수 있었다.

나와 같은 이러한 목적으로 블로그를 운영하고자 한다면, 교과서 같은 블로그가 있다. 여기서 남쪽계단님의 블로그(http://southstep.egloos.com)를 소개하고자 한다.
그의 블로그에는 하루에 4, 5개의 포스트가 올라갈 만큼 운영자인 남쪽계단님은 부지런히 이곳저곳 인터넷 세상을 돌아다닌다.

그렇게 취합된 정보를 메모하여, 방문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설명 글을 포스트한다. 이 블로그의 관심은 IT관련 개발동향에서부터, 얼리어답터(earlyadopter)들의 제품 및 서비스 소개, 그리고 전공분야와 관련된 환경, 도시, 경제에 대한 것이다. 공상과학 픽션도 중간 중간에 등장하며, 쉬어가는 페이지같이 삽입된 재치 있는 외국 '해자' 소개도 흥미를 돋운다. 페이지를 넘겨가며, 남쪽계단님의 블로그를 읽어 가다보면, 뭔가 그의 메모를 통해 내 정보와 지식이 한껏 넓어진다.

그의 메모는 인터넷에 적합하다. 그래서 메모(곧 포스팅)에는 온갖 링크가 붙어있고, 자신의 글을 트랙백해가며 이어쓰기를 한다. 또한 다양한 방문자들은 새로운 링크와 정보를 덧붙이기도 한다. IT 동향, 재밌는 사이트 소개도 흥미롭지만, 이 블로그의 백미는 특정 주제에 대한 연작이다.

작년 신행정수도 관련 논의가 한창일 때, 이 블로그에는 꾸준히 신문기사 모니터링이 실렸다. 단순한 기사 퍼오기가 아니라, 기사에 대한 충실한 비평과 연관관계가 추가되었고, 인구밀도 등등의 통계자료를 확인해가며 신행정수도 논의 전개과정을 나름대로 모니터링했다. 그의 포스팅을 이어서 읽다보면, 주요 쟁점의 핵심을 쉽게 파악할 수 있을 정도다.

그리고 미국대선 이후에는 지역별 득표상황을 알기 쉽게 그림으로 표현하는 통계지도(Choropleth Map)에 대한 연작이 실리기도 했었다. 지역별로 큰 차이를 보인 케리와 부시의 득표현황을 객관적이고, 알기 쉽게 표현하는 지도들을 소개한 글은 이론적이면서도 현안에 기반한 것이어서 매우 흥미로웠다. 또한 뉴스맵 등 정보의 시각화에 대해서도 심도 있는 포스팅이 여러 차례 이어졌다. 그리고 최근에는 쯔나미(tsunami) 지진해일 피해의 위성사진, 이슈정리 등이 꾸준하게 포스팅 되었다.

남쪽계단님의 블로그에는 사실 퍼온 자료가 많다. 하지만 똑같은 글이 무한반복되는 비생산적인 블로그와는 달리, 남쪽계단님 블로그에는 참신한 ‘퍼온 자료’로 가득하다. ‘도데체 이런 건 어디서 알아냈을까’ 싶은 기발한 이야기들이 줄줄이 소개된다. 그리고 엄청나게 많은 메모와 정보 속에서도 일관성을 잃지 않고 있다. 이 블로그의 장점은 무엇보다 친절하다는 것이다. 읽기 힘든 외국신문기사나 전문적인 내용의 글을 알기 쉽게, 그리고 친절한 경어를 사용하여 설명한다. 읽기 쉬운 도표와 그림이 종종 소개되는 것을 보면, 쉬운 정보전달이 그의 드러나지 않는 관심이요, 또한 실천인지도 모른다.

재밌는 것은 그의 블로그에 카테고리가 없다는 것이다. 사실 그의 포스트는 기능적으로 카테고리를 나눌 만큼 내용구분이 기계적이지 않다. 오히려 수많은 정보가 뒤섞여있는 것이 매력이다. 마치 한쪽 벽이 포스트잇과 스크랩자료, 스냅 사진 등으로 가득 메워진 자료수집광의 작업실처럼, 남쪽계단님 블로그는 구석구석 흥미진진하고, 매일매일 빈틈없이 메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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