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1호 리포트
인도특허법개정을 반대한다
시민사회단체들, 인도대사관 앞에서 규탄 기자회견 열어

정우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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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월부터 인도는 세계무역기구(WTO)회원국의 요건에 따라 물질특허제도를 도입해야한다. 이를 위해 인도정부는 2004년 12월 26일 의약품과 농화학물에 대한 물질특허제도의 도입과 소프트웨어의 특허를 포함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긴급명령을 공포하고, 금년 7월 이내에 국회에서 비준할 예정이다. 지금까지 인도는 방법특허만 인정하고 물질특허는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에, 다른 방법으로 똑같은 성분의 약을 제조할 수 있었다. 이런 인도정부의 물질특허 불인정제도는 다국적 기업들이 생산하고 있는 고가의 특허의약품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인도정부가 물질특허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특허법을 개정한다면, 앞으로 이런 복제의약품 생산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제약회사들은 이미 약 200여 국가에 에이즈치료를 치료할 수 있는 복제약을 제조해서 공급하여 왔다.

지난 2월 25일 HIV/AIDS 인권모임나누리+ 및 평등사회를위한민중의료연합 등 20여개 시민사회단체들은 한남동 인도대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도정부의 특허법개정시도를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전세계 4,000만명의 에이즈 환자 중 치료를 받아야 할 환자는 600만명이지만, 이중 오직 44만명만이 치료를 받고 있을 뿐, 나머지 560만명은 치료조차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하고, “인도제약회사의 복제약 생산은 각국 민중의 의약품접근권을 보장하는 유일한 돌파구였다”고 밝혔다. 현재 에이즈환자의 대부분은 개발도상국과 최빈국에 존재하고 있다. 더군다나 에이즈치료에 사용되는 의약품 대부분이 특허가 걸려 있는 것들이고, 초국적 제약회사의 독점가격으로 인해 개도국이나 최빈국의 국민들은 약가를 지불하지 못해 실제로 복용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인도제약회사들은 전세계에이즈 환자들에게 생명과도 같은 치료제를 싼 가격에 공급하고 있었던 것이다.

시민사회단체들은, “인도의 특허법개정은 인도만의 문제가 아니며, 특허 때문에 의약품을 복용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는 전세계 감염인과 에이즈환자의 생명과 직결된 문제이다”라고 지적하고, 나아가 “의약품접근권을 확보하기위한 전세계 환자와 활동가들의 투쟁의 성과를 무로 돌리는 것이다”라고 비난했다. 지난 몇 년간 세계곳곳에서는 “세계무역기구의 무역관련지적재산권협정(TRIPS)에서 의약품을 제외하라”, “의약품 특허권을 철폐하라”고 요구해왔다.

또한 이 협정에서 보장하고 있는 강제실시와 복제의약품 생산을 활용하여 의약품을 싸게 공급하기위한 투쟁도 벌여왔다. 그 결과 2001년 11월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는 ‘TRIPS협정과 공중보건에 관한 도하 선언문’을 발표하고, 건강권이 제약회사의 특허권보다 우선한다는 것을 인정하기에 이른다. 또한 2003년 8월 세계무역기구는 의약부문에서 제조능력이 없거나 불충분한 국가에서 강제실시를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수출을 위한 강제실시’를 허용하기도 했다.

오늘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2월 26일을 인도개정특허법에 저항하는 국제행동의 날로 정하고, 앞으로 인도의 활동가들을 포함한 각국의 운동단체들과 국제적인 연대투쟁을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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