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1호 블로거TO블로거
진지한 집중, 즐거운 비틀림
모기불님 블로그(http://mogibul.egloos.com/)

남쪽계단  
조회수: 3554 / 추천: 55
블로그는 미완성입니다.해서 사람들은 다른 블로그를 찾아 링크합니다. 그렇게 블로그는 다른 블로그와 소통하면서 변해갑니다. 해서 블로그는 현재진행형입니다. 실시간으로 작동하는 네트워크를 끊임없이 세상에 발붙이게 하는 건 다름아닌 블로거들입니다. 다시, 네트워크에서 토론으로 다져진 재해석을 세상으로 되돌리는 이들도 다름아닌 블로거들입니다.

해서 블로그를 세상에서 떼어 생각할 수는 없습니다. 인터넷에서 사람들이 맺는 관계도 마찬가지입니다. 네트워크 바깥에서 사람들이 왕래하는 방식은 인터넷에서도 적용됩니다. 아니 어떤 면에서 오히려 더 엄격하게 적용됩니다. 글로써 사람을 믿게 하고 다시 찾아오게 하기는 참 어려운 일이니까요.

현명한 이의 마당에 사람이 모이듯이 블로그에 오른 통찰력 있는 글은 방문객을 부릅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블로그 세상에서는 갑작스럽게 한 꼭지의 글로 만나게 되는 일이 잦으니까요. 짧은 만남에서 방문객에게 믿음을 주는 건 ‘사실’입니다. 블로거의 생각이 어디서 어떻게 비롯되었는지를 명확히 밝히는 떳떳한 행동이지요.

해서 블로그는 신뢰입니다. 사실에 근거하고 블로거의 의견이 잘 스며든 글은 사람들을 부르기 마련입니다. 다시 사람들은 실수를 짚어주고 정보를 덧붙이기 마련이구요. 신뢰를 쌓는 쉽지 않은 길을 거치면서 사려 깊은 블로거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관심있어 하는 게 무엇인지, 잘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지 체득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모기불님은 그런 블로거 중 한 분이십니다. 이 양반의 블로그(http://mogibul.egloos.com/)에는 과학이 있습니다. 이건 화학을 업으로 하시는 이 분의 배경 때문인 것 같아요. 블로그에 오르는 상당수의 글은 전문적인 연구를 솜씨 좋게 풀어 쓴 해설이거든요. 때때로 우리들의 과학상식은 그리 정확하지 못한 게 사실이라 이 양반의 글에서 배우는 게 많습니다.

화학과 연관된 이 양반의 전문지식이 건강이란 주제와 얽힐 때, 블로그에 오른 글은 우리네 삶에 보다 밀접하게 다가섭니다. 모기불님은 이런저런 다이어트의 허상을 지적합니다. 그런가 하면 흔히 보는 식품관련 용어의 뜻을 환기시키기도 하시죠. 천연물의 신화를 논박하는 이 양반의 시각은 일상에 거주하는 과학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보다 너른 의미에서의 과학적 원칙이 이 양반이 가진 사고의 틀을 구성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이치’라는 거죠. 이치에 맞지 않는 일이 왜 이치에 맞지 않는가를 말뿐만 아니라 사실을 끌어들여 이야기하는 게 이 양반의 장기입니다. 해서 이 양반이 올리는 상당수의 엔트리는 시사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이 양반 기억력이 좋다는 것도 한 몫 하지요.

하지만 제가 이 블로그를 들르는 가장 큰 이유는 이 양반이 그러면서도 유머를 잃지 않기 때문입니다. 넉살좋게 아닌 척 짧고 신랄하게 내용을 뒤집어 모순을 드러내 보이는 이 양반의 재치는 분명 재능입니다. 심란하고 첨예한 문제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도 여유를 가지게 되더라는 거죠. 넉넉하게 블로거의 글을 되새길 수 있는 분위기란 참 편하더라는 겁니다.

사실 저만 아니라 많은 분들이 이 양반의 블로그를 방문하고 크고 작은 흔적을 남깁니다. 한 양반의 재능과 지식, 그리고 경험이 새로운 형태의 글쓰기와 맞물려 만들어 내는 공간은 때로 참 안락합니다. 사람들이 기꺼이 생각을 정리해서 걸어둘 수 있을 만큼 말이지요. 요즘 제가 이 블로그에서 가장 즐겨 읽는건 단골손님들의 덧글이 아닌가 싶기도 해요.

어느새 이 양반의 블로그를 통해 만난 양반들도 제법 늘어났습니다. 그러면서 언젠가 시험해보고 싶은 심증을 하나 굳히게 되었죠. 블로그 세상에서도, 아니 어쩌면 블로그 세상이기 때문에 유유상종이란 말이 더 의미를 가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입니다. 이 짧은 글에서 좋은 예감을 받으신 분들은 부디 직감을 믿어보시길. 서로 나눌게 있을지도 모르니까요.

블로그를, 네트워크를 새로운 사유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분들도 계신 것 같아요. 분명 네크워크에는 링크를 통해 급격한 발전을 꾀할 수 있는 길이 있습니다. 하나, 이런 발전은 링크가 모이는 장소인 블로거의 지식이나 사고가 뒷받침되지 않는다면 이루기 힘들겠지요. 깊이 있으면서 너른 블로거는 네트에서 점점 더 중요한 존재가 될 것입니다.

모기불님에게서 그런 블로거의 모습을 보았습니다. 직장에서의 삶이 가정에서의 삶과 무리없이 이어지는 모습. 실험실에서의 원칙이 세상사에서의 원칙과 공존하는 모습. 진지한 집중이 즐거운 비틀림과 어우러지는 모습. 해서 모기불님의 블로그를 여기 걸어둡니다. 부디 정보의 바다에서 희석되지 말고 보다 많은 이들과 계속 화학반응을 일으키며 전진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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