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2호 나와
지더라도 끝까지 간다
고려대 정보인권모임 등대지기 박김우리님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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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정애: 전공은 무엇인가요?

박김우리: 철학입니다. 2학년까지 마쳤구요 3학기째 휴학중인데. 휴학기간이 좀 길지요. 하하..올해까지 학교에 있을 생각이구요. 이후 활동은 아직 고민중입니다.

임정애: 언제 정보인권에 대해 관심을 가지게 되었나요?

박김우리: 고등학교 때 우연히 「우리안의 파시즘」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어요. 자연스레 지문날인 관련 책들을 접하게 되면서 이런 것들이 ‘우리안의 전체주의구나’ 생각했어요. 그래서 주민등록증도 만들지 않았어요. 학생증도 만들지 않았어요. 처음에 학생증이 없다보니 도서관에서 책도 빌릴 수 없고, 내 신분을 보장해줄 것이 아무것도 없더군요. 개인적으로는 이런저런 삶의 불편들을 겪으면서 개인정보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기 시작한거죠.

임정애: 싸이월드에 커뮤니티는 언제 만들었나요?

박김우리: 작년 11월쯤 선거를 준비하면서 만들었습니다. 싸이에 공간을 마련한 것은 우선 학생들의 접근성 문제도 있었지만 홈페이지를 제작할 현실적 여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구요.

임정애: 이름이 왜 등대지기인가요?

박김우리: 그냥 이쁘쟎아요. 하하... 정보인권을 등대처럼 지켜 나가자는 뜻에서 지었습니다.

임정애: 학생들의 정보인권에 대한 인식은 어떤가요?

박김우리: 처음에는 정보인권이라는 단어에 대해 낯설고 생소해 하는 것 같아요. 그러다가 이런저런 문제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면 알아들어요. 그건 공감한다는 것이죠. 그리고 고대의 경우, 스마트카드 신청과정에서 학우들 개인에 대한 무리한 정보수집이 이뤄진 것이 사실이거든요.

임정애: 작년 11월에 있었던 스마트카드 관련, 금융감독위원회 고발의 핵심은 어디에 있나요?

박김우리: 문제는 학교가 학생들에게 카드 신청을 받는 과정에서 학과와 학번 이외에 취미, 종교, 주거형태, 가족구성, 결혼여부 같은 금융거래와는 전혀 상관없는 사생활정보까지 적도록 강요했다는 것이죠. 심지어 그런 정보를 보험회사나 통신회사 따위의 하나은행과 제휴한 영리기업에 넘기겠다는 이른바 ‘정보활용동의서’를 반드시 쓰게 해 학교가 앞장서서 학생들 개인정보를 다른 곳에 팔아먹겠다는 뜻을 밝혔다는 겁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스마트카드의 발급주체가 학교재단이 아닌 ‘주식회사 하나은행’이라는 것이고 학생들 개인정보 또한 은행에서 관리한다는 겁니다.

임정애: 스마트카드의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나요?

박김우리: 근본적으로 학교의 시장화에 그 심각성이 있습니다. 이것은 공공영역에 대한 자본의 침투로 이해되는데요. 예를 들어 고대에는 지금 종합쇼핑몰 같은 상업시설들이 들어와 있습니다. 예전에는 학생이면 누구나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었던 공간이 돈을 낸 학생들에게만이 사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된 것이죠. 고대의 경우, 타이거 프라자에 들어와 있는 스타벅스는 고대를 1호점으로 2호 성신여대, 3호 한양대 등으로 그 영역을 확장하려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임정애: 얼마 전 법원에 제출한 개인정보이용금지 등 가처분 소송이 기각된 걸로 알고 있는데요.

박김우리: 사실 처음에는 법원 판결이 긍정적으로 나오리라 예상했어요. 그러면 교내 스마트카드 운동도 일단락되고... 사실 우리의 1차 목표는 스마트카드의 발급주체를 은행에서 학교로 바꾸자는 것이었습니다. 이번 법원 판결을 보면서 올해 안에 문제 해결이 안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해결이 날 때까지 끝까지 가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이제부터는 길게 보고 싸워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지더라도 끝까지 간다는 마음이구요.

임정애: 학교에 난 소문의 진상은 무엇인가요?

박김우리: 현재 05학번 학생들은 스마트카드를 받지 못한 상황이거든요. 4월중에 나온다고 알고 있는데요. 답답한 학생들이 하나은행에 가서“왜 지금까지 학생증이 안 나오는 것이냐”라고 따지면, “일부 학생들이 소송을 내서 새로운 학생증이 안 나오는 것”이라는 소문을 퍼트리고 있답니다. 서창캠퍼스의 경우, 학교 공지사항을 보면 입학포기학생이 2월 28일까지 발생하여 최종 등록학생과 학번대조 작업으로 인해 학생증 발급이 지연되고 있고 데이터를 받아서 학생증 인쇄하는 시간은 최소 20일정도 소요된다는 공지를 띄운 적이 있습니다. 이것은 명백히 사전 대책 없이 무리하게 스마트카드사업을 추진한 하나은행과 학교재단의 준비부족 때문인데요. 그 원인을 우리에게 돌리는 모습이라니. 참 어처구니없는 일이죠.

임정애: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가요?

박김우리: 얼마전 서울대, 고대, 연대 등 서울에 있는 대학을 중심으로 정보인권관련 모임을 진행하였습니다. 현재 각 대학의 스마트카드 실태를 조사 중이고, 이후 대학 내 스마트카드 관련 소송이나 고발 혹은 기자회견 등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충남대의 경우, 고대와 같은 정보활용동의서를 학생들에게 요구했는데, 내부에서 문제 제기하는 사람이 없으니까 그냥 그대로 가더군요. 앞으로 더 많은 대학에 스마트카드가 도입될 것으로 예상되는데요. 학생 개인의 정보에 대한 과도한 요구나 이후의 개인정보 관리문제, 활용의 문제 등에 대해서는 대책이 없는 거 같아 걱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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