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2호 여기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 출범, 그리고 오해

이강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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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한국정보법학회가 향후 운영을 담당하게 될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가 공식 출범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http://creativecommons.org)란 창작자(홈페이지 운영자)가 자신의 창작물에 대해 정보 공개 범위를 스스로 선택하여 정할 수 있도록 한 저작권 표시 방법으로 미국 스탠포드 대학의 로렌스 레식(Lawrence Lessig) 교수가 대표를 맡고 있다. 이와 비슷한 취지의 운동을 펼치는 곳으로 정보공유라이선스(http://freeuse.or.kr)가 있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의 출범을 앞둔 시점에서 블로그를 중심으로 활발한 논의가 있었다. 그중에는 서로 오해를 빚은 논쟁도 포함되어 있다. 마치 정보공유라이선스와 대립 관계에 있는 것으로 보기도 하고, 정보공유라이선스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모델을 베꼈다는 식으로 와전되기도 했다. 사실이 아니다. 출범식 행사에 참석했던 최호찬(http://hochan.net)님이 블로그에 실은 글을 보자.

“오늘 크리에이티브 커먼스 코리아(Creative Commons Korea, 앞으로 CC 코리아) 출범식이 있어서, 특별히 초대받은 것은 아니었지만 실무자분들이라도 만날 생각으로 다녀왔다. CC 코리아는 크리에이티브 커먼스(Creative Commons)를 전세계로 확신시키기 위한 iCommons 프로젝트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그 이전부터, CC 코리아의 창립주체인 한국정보법학회에서 계속 접촉해 왔다고 한다. 레식 교수의 물 흐르듯 부드러우면서도 핵심을 짚어주는 발표를 볼 수 있었던 것은 큰 수확이었다. (중략) 이제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이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가 남아있다. 근래에 CC 코리아와 정보공유라이선스의 관계, 또는 그 정체성에 대해 이상하게 묘사한 글들을 봤는데 내가 당사자들을 통해 들은 이야기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야기다. 두 그룹은 서로를 충분히 존중하고 이전부터 계속 커뮤니케이션 해왔다고 한다. 가끔씩 이해할 수 없는 방향으로 블로그 여론이 형성되는 경우가 있다.”

블로그 사용자들 사이에서의 분위기를 보면 대다수가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에 대해 실망하고 있는 빛이 역력하다. 한국정보법학회의 준비 과정을 봐도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의 당사자라고 할 수 있는 개인 홈페이지 운영자들에 대한 관심은 거의 전무하다. 어떤 방향을 잡고 어떻게 사업을 벌여나갈지 도무지 가늠할 수 없다. 그래서인지 언론에도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현재의 분위기로는 개인 인터넷 사용자들 - 특히 블로거들 - 의 호응을 얻기는 어려울 것 같다. 행사에 참석했던 이들도, 그렇지 않은 이들도 공통으로 느끼는 것은 소외감이었을 것이다. LikeJazz(http://www. likejazz.com)님의 블로그에 실린 글을 보자.

“오늘은 또 하나의 중요한 행사가 개최됩니다. 바로 CCL한국의 공식런칭입니다. 그런데 아무런 기사나 홍보도 없습니다. 블로거를 초청할 마음도 없나봅니다. CCL 이 블로그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진 않을텐데요. 그저 형식적인 런칭안내문. 왠지 참석하고픈 마음이 들지않습니다. (중략) 이들은 블로거들이 정보공유라이선스니 CCL 이니 아무리 떠들어봐야 별로 신경쓸 사람들도 아닌 것 같습니다. 왜 이렇게 멀게만 느껴질까요? 내가 아는 CCL 은 이런게 아니었는데요. 내가 아는 레식교수도 이런분이 아니었는데요.”

개인들에게 정보 제공 범위, 저작권 범위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본래의 취지에 부합하려면 개인 사용자들과 대화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이든 정보공유라이선스이든 본인이 살펴보고 더 적당한 것을 선택하면 된다. 정보 공개 범위를 본인이 선택하는 원래의 취지처럼 말이다. 얼마전 서비스를 연 다음 블로그의 경우 정보공유라이선스를 기본 설정 사항으로 제공하고 있다. 앞으로 또 다른 저작권 표시 대안이 나올 수도 있고, 앞의 두 경우와 아주 흡사할 수도 있다. 이런 논의들이 딱히 한 두 경로로 집중될 필요도 없다. 저작권은 언젠가는 없어져야 할 악법이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어쩔 수 없는 필요악이다. 악에 치우치지 않고 가급적 필요 쪽에 더 큰 힘이 실리려면 정보 생산 당사자가 공개 범위를 정하는 문화가 보다 확산되어야 하지 않을까. 이번에 여러 블로그에서 표출된 의견을 잘 참조하여, 쓸데없는 오해는 걷어내고 두 진영 모두가 발전할 수 있도록 서로 협력하였으면 하는 바람이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가 좀 많이 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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