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2호 칼럼
우리도 서브넷이 뭔지는 안다

전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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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로드밴드 강국으로 일컬어지는 우리나라의 인터넷 접속 서비스 요금체계는 여전히 지금도 정액제이다. 그럼에도 발원지가 어디인지는 알 수 없지만 꾸준히 인터넷 종량제가 도입된다는 소문이 무성하다. 정작 정책당국자에게 확인하면 그렇지 않다고 하는데 작년부터 군불때기가 시작되어서 그런지 네티즌들은 등장하지도 않은 인터넷 종량제에 대하여 걱정이 이만저만 크지가 않은 듯하다.

정작 최근에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작년 여름에 한국통신이 들고 나왔던 인터넷 공유기 사용에 따른 추가요금 문제뿐이다. 한국통신은 인터넷 접속서비스 약관에 인터넷 공유기 사용이 금지되어 있고, 공유기를 사용하면 추가 요금을 물도록 되어 있으니 약관내용을 이행하는 것일 뿐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것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이미 2001년도에 정통부와 공정위에서도 이러한 약관 자체가 불공정 거래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도 받았으니 법적인 문제도 없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작 문제의 약관을 보면 공유기를 쓰면 안된다는 조항은 없다. 약관의 부속별표에는 그런 부가적인 설명이 있긴 하지만 약관의 본조항에서 금지하고 있는 것은 공유기 사용이 아니다. 오히려 약관의 내용은 인터넷 접속 단말을 이용자가 마음대로 구매해서 사용해도 무방하다고 되어 있다. 그리고 IP주소 할당은 인터넷 접속서비스와는 별개의 부가서비스로 추가 IP주소를 받을 경우에는 추가로 비용을 더 내게 되어 있다. 그러니 공유기라고 하는 인터넷 접속단말을 이용자가 구매해서 사용하는 것은 현재의 약관에서도 모두 허용하고 있는 일이다. 약관에서 명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것은 서브네트워킹인데 과연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가 하위레벨의 네트워크 구성에 대해서 허용여부 권한을 갖겠다는 사고방식이 어떻게 가능한지 모를 일이다. 한국통신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과거에 이러한 내용을 정보통신부가 사업자가 정할 수 있는 범위내의 문제라고 본 것도 이해가 가지 않는 일이다.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이용하든 그렇지 않든, 이용자가 스스로 네트워크를 구성해서 단말기들을 연결시키는 것은 전적으로 이용자에게 달린 일이다. 그러한 네트워크가 인터넷에 연결된다고 해서 인터넷 접속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의 허가를 받아야 할 일은 아니며 그것은 전적으로 이용자의 네트워크 구성의 권리, 보다 넓은 의미에서 커뮤니케이션의 권리에 속하는 일이다.

그러나 서브네트워킹이라는 말의 본래의 의미를 잘 새겨보면 과연 한국통신 초고속인터넷 약관에서 서브네트워킹을 금지하고 있다는 것이 과연 그런 뜻에서 사용된 것인지 자체도 의문이다. 원래 서브네트워킹이란 클라스 단위의 IP주소 블록을 하위레벨의 서브넷으로 나눠서 쓸 때 사용하는 용어로서 기본적으로는 IP주소의 할당과 관련된 개념이기 때문이다. 공유기는 기본적으로 가상IP주소를 쓰는 것이니 만큼 서브네트워킹과는 아무런 관련도 없다. 이용자가 리얼IP주소를 할당받지 않고 하위 네트워크를 가상IP주소로 쓰기 위하여 공유기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IPv4의 인터넷 주소부족문제를 생각할 때 장려해야 할 일이지 금지해야 할 일도 아니다. 그러니 한국통신은 자신들이 만든 약관의 내용조차도 왜곡하고 있는 셈이다. 우리도 서브네트워킹이 무슨 뜻인지 쯤은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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