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3호 교육과
일기쓰기교육과 인권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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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국가인권위원회에서 초등학교에서의 일기쓰기검사가 인권침해 요소를 가지고 있다며 교육인적자원부에 개선을 권고했다. 우선 학교에서 시행하는 강제적인 일기쓰기가 개선되어야 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반기며 몇 가지 얘기를 해보고자 한다.

학교의 반인권적 요소로 지목되는 것 중, 가장 대표적인 것이 일기쓰기의 검사이다. 그림일기부터 시작해서 방학과제로 어김없이 나오던 일기쓰기는 개학이 겁나게 했던 주된 이유였다. 방학이 끝나야 한꺼번에 쓰던 일기는 신문철의 일기예보 란을 찾게 만드는 웃지 못 할 코미디를 만들곤 했다. 그 일기쓰기 ‘숙제’가 반인권적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교육계의 반발을 부르고 있다.

초등학교 교사들과 많은 얘기를 해보았으나, 일기쓰기가 그 반인권적 요소-사생활의 침해, 그로 인한 거짓말, 그로 인한 양심의 가책-에도 불구하고 필요하다는 말을 필자는 이해할 수 없었다. 다만, 글쓰기 차원이 아닌, 자기 생활의 반성이 필요하고 그 반성을 공식적으로 할 수 있는 공간으로서 일기가 중요하다는 어느 선생님의 말이 조금 이해되었을 뿐이었다. 일기를 쓰는 것이 각종 모임에서 하는 생활총화 -- 자신의 일주일간의 생활을 나누고 반성하고 칭찬하는 행위 -- 와 다르지 않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마 그 때였을 것이다.

필요한 일이기도 한 것이 일기쓰기이고, 그 필요한 것을 하게끔 하는 것이 교육의 목적이기도 할 것이다. 어쩌면 미니홈피나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시시콜콜히 다른 이에게 보여주는 행위하고 다를 것이 뭐가 있겠는가. 그런 행위를 통해 자신의 일상을 반성하고자 하는 하나의 수단으로써 일기를 쓴다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라 할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교육계의 원로(?)들께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가 비교육적인 처사라고 말하는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의 결정에 의해 가입한 모임이나, 자신의 의지에 의해 운영하는 미니홈피에 자신의 사생활을 털어 놓는 것과 강요받아(상이나 벌) 쓰는 일기는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느 누구도 보여주기 싫은 자신의 사생활을 보이게끔 강요받을 수는 없다.

그렇다면, 교육의 순기능과 인권보장을 동시에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교사들 중에는 단순한 일기쓰기가 아니라, 편지의 형식으로 쓰게 하고 답장을 하는 분이 있다. 또, 개인의 사적인 일기가 아니라, 반 전체, 혹은 모둠별 일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하루의 생활을 반성하게 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는 교사들도 있다. 또, 학급 카페를 만들어 온라인상에서 지도를 하는 분도 있다. 학생들의 글을 통해 학생의 괴로움을 일찍 발견하고 상담을 통해 바른 길로 인도해주는 고마운 선생님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방법을 통한다면 인권위의 권고에도 부합하고, 일기를 쓰는 진정한 목적-글쓰기 연습은 절대로 아니다-에도 부합할 수 있지 않을까?

인권의 보편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지만, 인권에 양보가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자유권과 사회권은 딜레마 상황을 연출하곤 한다. 개인의 사생활적 측면에서는 문제가 되는 상황이 인격체의 완성을 요구하는 교육의 목적에 부합하기도 한다.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 둘을 조화시켜 운영할 것인가에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교사들이 끊임없이 학생들의 기본권에 대해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일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을 다시 한번 반기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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