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3호 최현용의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와 끼워팔기, 그리고 자가당착
‘기술혁신’이라는 마이크로소프트사의 궁색한 변명

최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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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일개 어플리케이션에 불과한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WMP)를 빼는데, 어떻게 운영체제가 망가질 수 있는가. 물론 마이크로소프트사(MS)의 주장은 '그러니까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와 운영체제는 절대 분리할 수 없다'는 것일 게다. 그래서 저런 시연을 했던 것이었고.

하지만 바로 허를 찔린게, 리얼네트웍스사와 디디오넷사의 반박이다. 요점은 이렇다. '니네가 그렇게 윈도우 미디어 플레이어를 제거하는 쇼를 해도 우리가 개발한 (WMP가 아닌 플레이어는) 잘만 돌아간다. 왜? 우리는 니네꺼(DirectShow)를 이용하지 않거든.'

그러자 MS 왈, '우리꺼(DirectShow) 써야 한다. 왜 고속도로 놔두고 국도로 돌아가냐. 우리께 무료인데다 편하고 고성능이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나.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 얘기하다가 왜 갑자기 다이렉트쇼(DirectShow)라는 삼천포로 빠지는 걸까? 사연인즉슨 이렇다.

운영체제가 모든 일을 다하지는 않는다. 운영체제는 어플리케이션과 하드웨어를 중간에서 연결해준다. 그런데 어플리케이션마다 공통적으로 필요한 부분 - 예를 들면 인쇄같은 기능 - 은 그 역할을 수행하는 녀석을 만들어서 여럿이 공동으로 쓸 수 있게 한다. 이런 역할을 하는 녀석을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Application Program Interface - API) 라고 부른다. 이 녀석은 한편으로는 운영체제로 보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어플리케이션으로 보이기도 한다. 한마디로 그때그때 다르다. 어쨌든 운영체제-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어플리케이션(OS-API-Application) 순서로 연결된다. 이걸 마이크로소프트사의 말에다 연결시켜보자.

이번에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연한 건 윈도우XP-다이렉티브쇼-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XP-DirectShow-WMP) 순서다. 여기서 시연할 때 마이크로소프트가 지웠다는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WMP)는 바로 '다이렉티브쇼+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DirectShow+WMP=
WMP)'이다. 당연히 윈도우XP-다이렉티브쇼-[곰플레이어/KMP/WMP], 이런 식으로 갖다 붙이면, 이미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를 지우면서 다이렉티브쇼를 함께 날렸으니, 곰이나 KM플레이어(KMP)의 실행, 웹브라우저에서의 미디어파일의 재생같은게 될 리 없다. 하지만 다이렉티브쇼가 아닌 다른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를 사용하는 디디오넷이나 리얼, 퀵타임같은 플레이어들은 여전히 잘 돌아갈 수 밖에 없다. 결국 '운영체제의 일부'라는 말로서는 반박할 논리가 궁색하니까, '고속도로-국도' 운운할 수밖에 없었던 거다. 자기가 만드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가 무조건 운영체제라는 발상은 주먹으로 통하는 논리지, 이성으로 통하는 논리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웃음꺼리가 되는 그런 허튼 짓을 왜 돈들여 기자들 불러가면서까지 해야만 했을까. 그건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워팔기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당한 상태이며, 시연 당시 시점에서는 공정위가 험한 결론을 내릴 수도 있는 상황으로 알려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2004년 유럽연합(EU)에서는 끼워팔기 혐의를 인정해서 10억 달러의 벌금과 윈도우XP와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의 분리 판매를 결정했었다. 그러니 마이크로소프트가 이런 심각한 시연이라도 해야 했던거다.

어쨌든 끼워팔기 혐의에 대한 마이크로소프트측의 반박 논리가 바로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는 운영체제의 일부분이라서 끼워팔기가 아니다”였고, 이를 어떻게든 증명해 보이려고 한 것이다. 더욱이 마이크로소프트는 비슷한 일을 예전에도 한 적이 있다. 한번이 어렵지, 두번은 쉽다는 속설을 증명하는 예라고나 할까. 예전에는 인터넷익스플로러(IE)를 지우고는 운영체제가 돌아가지 않는다고 주장하는 시연을 한 적이 있다.(커널 일부를 브라우저에다 구겨 넣어 놓고서는, 브라우저가 운영체제의 일부라고 말하는 건 앞뒤가 뒤바뀐거 아닐까.)
그런데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는 운영체제의 일부'라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장을 자신 스스로가 자신의 홈페이지에서 부인하고 있다. 그 사실을 최초로(^^) 밝히는 바이다.

"Windows Media Player 9 for Mac OS X".
(http://www.microsoft.com/windows/windowsmedia/software/macintosh/osx/default.aspx)


도대체 '운영체제의 일부'라서 뗄래야 뗄 수 없다는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가 어떻게 다른 운영체제인 ‘Mac OS X’에 들어갈 수 있는거지? 결론은 났다.

하지만 끼워팔기(=결합판매=묶음판매=Bundling)를 다른 측면에서 볼 때는 만만치 않다. 모든 게 통합되느게 대세 아닌가 말이다. 최종사용자이자 소비자에게 편의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으며, 그래서 끼워팔기로 생기는 폐해보다는 이익이 더 많다는 주장에는 사실 답변이 궁하다.

그러나 몇가지 생각해 볼 건 있다. 우선 운영체제는 일반의 어플리케이션과는 다르다. 네트워크효과가 가장 강하다. 운영체제를 잡고 있으면, 어플리케이션을 잡는건 한마디로 ‘우습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성장이 그걸 분명히 증명하고 있다. 도대체가 경쟁을 할 수 없다. 자신들만 아는 응용프로그램 인터페이스, 남들한테는 대충만 알려주는 인터페이스. 이것만해도 경쟁을 할 수 없다. 대표적인 예로 이 방법이야말로 엑셀이 다른 경쟁자들을 물리친 공공연한 비법이다.

두번째로는 과연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가 공짜라는 사실에 대한 의문이다. 다른데서 생기는 적자를 모두 메우고도 현금을 500억 달러나 들고 있을 수 있게 한 원동력이 바로 운영체제와 오피스의 판매다. 이 정도면 운영체제 가격이 폭리가 아니라고 말하기는 힘들지 않을까. 모든 원가를 운영체제 가격에 모두 반영하고도 모자라 엄청난 초과이윤까지 덧붙인 게 바로 윈도우XP의 가격인거다. 그리고는 공짜라고 생색내는거다. 더구나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와 관련된 서버측 라이센스는 결코 무료가 아니다. 여기서 벌어 들이는 이익의 원천이 끼워팔기된 윈도우미디어플레이어라는 점에서, 단순히 이것이 공짜라고 말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마이크로소프트로 하여금 윈도우와 다른 소프트웨어를 통합해서 판매하지 못하게 한다면 마이크로소프트만 기술혁신을 하지 말라고 손발을 묶는 것"(이완재, 자유기업원)이라며, 이런 식의 공격은 "반미감정과 대기업에 대한 반감"(이완재, 자유기업원) 때문이라는 전경련 분의 주장에 대해서. 반미 운운하는 것도 우습지만, 마이크로소프트가 기술혁신하는게 ‘윈도우와 다른 소프트웨어를 통합해서 판매’하는 건 더 우습다.

동네 사람들아. '마이크로소프트의 기술혁신' 운운하려거든 팔아먹을 생각보다는 보안구멍이나 좀 제대로 막고, 버전업을 안해서 간단한 표준조차 표현못하는 익스플로러나 어서 고치라고 말 좀 전해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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