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3호 리눅스야놀자!
피그말리온
리눅서 제1의 덕목은 ‘적극적인 유틸리티 활용’

소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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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눅스 비평가들은 일반 사용자가 리눅스의 기술적인 모든 자유로움을 얻기 위해서는 사용자 편의 중심의 운영체제를 사용할 때 보다 더 높은 수준의 기술적 전문성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이것은 사실일까? 물론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차적인 문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사용자의 적극적인 태도다. 리눅스를 선택할 정도의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면 남은 것은 자신만의 운영체제로 길들이기 위한 시간과 노력뿐이다. 아직 리눅스를 선택하는데 주저하는 독자들이 있다면, 우선 자신의 윈도우즈 PC에서 활용할 수 있는 다양다종의 유틸리티에 관심을 가져보자. 그것들을 이리저리 사용해보면서 컴퓨터 사용에 좀더 적극적인 자신을 만들어 보는 것이다.

'유틸리티'라는 보물을 찾던 시절
이름하야 '유틸리티 애호가'라 불리는 이들이 있었다. 그들은 PC통신 게시판을 뒤져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찾아내 설치하고 리뷰하며 그 자체에서 PC가 주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던 열성가들이었다. 전 세계 웹을 뒤져 보석 같은 프로그램을 발견하고 기뻐하던 탐험가들이었다. 그리고 그들은 그 보물을 유틸리티라 불렀다.

파워유저의 지름길은 얼마나 좋은 유틸리티를 많이 알고 있는가에서 판가름이 날 만큼, 가려운 곳을 긁어주던 그 소프트웨어들의 가치는 숭상되었다. 친구가 새로 컴퓨터를 사면 필수 유틸리티를 깔아주며 앞날을 축복해주던 정겹던 시절이었다. 컴퓨터 잡지마다 들어 있던 한 장의 CD는 양질의 유틸리티로 가득했다. 지금은 어디에도 촌스럽게 CD따위는 끼워 주지 않지만, 당시는 좋은 프로그램을 소개하는 일은 마치 길 잃은 이를 인도하는 선행과도 같은 것이었다.

이러한 적극적인 사용자들이 보내는 뜨겁고도 긍정적인 피드백을 수용한 도처의 프로그래머들은 이 피드백을 다시 유용한 유틸리티로 승화시켰다. 이러한 순환이 컴퓨터 세계를 진화시킨 원동력인 것이다. 그 동안 수많은 유틸리티들이 사용자가 내심 원해온 미래의 모습을 밝혀주지 않았다면, 오늘날 컴퓨터 세계는 어디로 향했을까? 리눅스의 탄생과 진화과정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갑자기 과거형 문장을 남발하는 이유는 유틸리티 애호가들의 '탐험'이 어느덧 추억의 저편으로 멀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용자들은 윈도우즈에 철저히 길들여져 있어서 아무것도 설치하지 않아도 큰 불편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무감각해졌다.

누군가가 만든 노력의 결실을 설치해보고 즐거워하는 일은 이제 리눅스 사용자들에게나 해당하는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윈도우즈에는 어느새 최전선이 사라져가고 있다. 이미 성숙해버린 자동차 기술의 세계에서는 튜닝의 완성은 순정이라며 치기 어린 튜닝을 조소하기도 한다. 윈도우즈 순정 그대로가 오히려 가장 쓸 만하다고 체념해버 린 것은 아닌지. 우리 사용자가 타성에 젖어 있는 동안 우리는 이미 주어진 것 외에는 생각하지 못하는 사용자들이 되었다.

유틸리티 사용, 그것은 치열하게 대안을 찾는 일
흔히 현실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과거의 추억에 호소한다고 말한다. 이는 일종의 퇴행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서 다시 추억을 이야기하는 이유는 유틸리티를 사용한다는 일은 치열하게 대안을 찾는 일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인터넷 익스플로러(IE)가 유일게 존재하는 웹 브라우저이며, 모두에게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고 있진 않은지? 필자가 현재 기억하고 있는 웹 브라우저만 해도 슬레이프니르(Sleipnir), 아방(Avant), 웹마(WebMa), 넷캡터(NetCaptor), 모질라 파이어폭스(Mozilla FireFox), 넷스케이프(Netscape), 오페라(Opera), 크레이지브라우저(Crazy Browser) 등 매우 많다. 자주 사용되지 않는 기능들을 과감히 빼고 사용자에게 꼭 필요한 기능만 제공하면서 깔끔하고 가벼운 것들도 있고, 같은 기능을 좀더 편리하고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것도 있다. 모두 저마다의 특색이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라는 기성품에서 겪는 여러가지 불편함과 무미건조함에서 벗어나 편리성과 유용성도 취하고 개성과 취향도 살려보자.

각 포털 사이트의 자료실과 셰어웨어코리아(www.shareware.co.kr)같은 곳을 뒤져보면, 웹 브라우저 뿐만 아니라 파일압축, 바이러스, 파일과 디스크, 시스템을 최적화 할 수 있는 유틸리티와 멀티미디어, 네트워크 관련 유틸리티들이 사용자를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 피그말리온'의 교훈
버나드 쇼가 쓴 '피크말리온'이라는 희곡작품이 있다. 피그말리온은 그리스의 뛰어난 조각가였다. 그가 얼마나 뛰어난 조각가였는가를 말해주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온다. 그가 새를 만들면 새가 살아서 날아갔다고 한다. 버나드 쇼의 '피그말리온'은 한 언어학 교수(헬리 히긴스)가 거칠고 사투리가 심한 여자(일리이지 둘리틀)를 교육시켜 아주 세련된 사람으로 만드는 이야기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히긴스 교수가 일리이자를 아주 세련된 여자로 만듦으로 인해, 역으로 자기 자신이 일라이자를 통해서 변화를 받게 된다는 것이다. 만듦과 만들어짐이 언제나 한 사태의 두 측면이라는 것을 잘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러한 사용법은 마음에 들지 않아", "내가 쓰는 OS는 이런 식으로 쓸 수 있어", "이런 기능은 납득되지 않아"라며 우리에게 이미 주어진 시스템을 조율하고 변형하는 과정 속에서 사용자도 적극적으로 변하게 마련이다. 리눅스는 적극적인 사용자만이 영위할 수 있는 운영체제다. 어떤가? 지금 당장 브라우저부터 바꿔보는게. 바꿔 바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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