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3호 북마크
For copyleft, Against copyright
에릭 레이몬드 외,「오픈소스」

이규원  
조회수: 5003 / 추천: 70
이제 리누스 토발즈와 리처드 스톨만, 에릭 레이먼드라는 사람들의 이름과 카피레프트(Copyleft), 지엔유(GNU), 오픈소스(OpenSource)라는 단어는 별다른 소개할 필요가 없을 만큼 유명해졌다. 1970년대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를 공유하던 MIT 프로그래머 공동체의 이상을 버리지 못하여 GNU라는 이름으로 그를 부활시킨 리처드 스톨만, 네트워크를 통한 수많은 해커들의 협력을 통해 급격하게 성장한 리눅스(Linux) 커널을 만들어낸 리누스 토발즈, ‘성당과 시장’이라는 논문을 통해 리눅스의 개발방식을 옹호하며 지엔유에 대해 오픈소스라는 실용주의를 주창한 에릭 레이먼드. 이들은 첨단 IT산업에서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라는 영역의 지식과 정보의 독점적인 소유와 사유화에 반대하고, 공동체의 자유로운 정보공유가 어떤 가능성을 갖고 있는지 가히 혁명적으로 보여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의 정신은 크리에이티즈커먼스(Creative Commons), 한국의 정보공유연대(IPLeft)와 같은 정보공유운동을 통해 범위가 확대되어 공공재로서의 정보와 지식을 자본주의적 상품이 아닌 인류공동의 사회적 자산으로, 공유의 철학을 기반으로 한 정보와 지식의 생산, 유통, 소비에 대한 대안적인 사회 시스템의 필요성을 역설하기에 이른다.「오픈소스」는 이러한 오픈소스 운동을 주도하고, 참여했던 사람들의 역사와 정신, 소프트웨어 산업에 대한 미래의 비전을 보여주는 책이다.

너무나 잘 알려져 있듯이 오픈소스 운동은 정보와 지식의 ‘자유’로운 공유를 주장하며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라는 특정한 분야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여기서 오픈소스운동이 주장하는 ‘자유 Free’의 개념은 무료라는 뜻에서 단지 소프트웨어가 무상으로 공중에 제공된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보다 지식과 정보의 자본주의적 상품화를 보장하는 지적재산권에 구속되지 않고 이용자가 소프트웨어를 마음대로 수정하고 배포할 수 있는 ‘자유’를 뜻한다. 이들이 주장하는 상업소프트웨어의 문제는 단지 그것이 무료가 아닌 ‘유료’로 판매된다는데 있는 것이 아니라 소프트웨어를 구성하는 정보의 사적전유가 결국 소프트웨어의 자유로운 개발과 이용을 막기 때문이다. 그런데 독특한 것은, 오픈소스운동은 지적재산권법이 보장하는 사적소유에 반대하면서도 이를 전면 폐지하자는 방식의 주장을 하기보다는, 그 내부에서 자신들의 공유정신을 완전하게 구현할 수 있는 ‘공유저작권’에 가까운 지피엘(GPL)이나 오에스디(OSD)와 같은 독특한 라이센스 전략을 통해 오픈소스의 공유가능한 법적 공간을 구성해냈다. 또한 이를 바탕으로 지적재산권이 아닌 정보공유의 새로운 방식으로 소프트웨어의 개발과 발전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가설을 눈부실 만큼 성공적으로 입증하기 시작했고, 그로 인해 오픈소스가 주장하는 소스코드의 공유정신은 이내 크리에이티브커먼스와 정보공유연대를 통해 다른 분야로도 적용되어 확장되어 나가기 시작한다.

현재에도 지식과 정보를 독점하려는 지적재산권에 얽혀있는 중요한 문제는 수도 없이 많이 제기되고 있다. 지금도 영업비밀, 창작성 없는 데이터베이스, 아이디어, 자연생명체와 유전자조작 생명체와 같은 생명특허, 반도체 집적회로 배치설계, 제3세계의 전통적 지식 등의 정보들은 계속적으로 지적재산권을 통해 자본주의적인 상품화의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인도인의 몸에서 발견되는 특정 바이러스의 항체는 이미 미국의 특허청이 소유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우리는 아직 이러한 지적재산권의 문제에 전면적으로 대응할만한 논리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 왜냐하면 오픈소스운동의 전략은 기본적으로는 ‘소프트웨어 소스코드’라고 불리우는 매우 좁고 국한된 영역에서 적용되는 논리에 가깝기 때문이다. 단순한 예를 들자면 오픈소스는 소프트웨어의 소스가 공유되고 배포될 수 있다면 상업적 판매 자체는 반대하지 않는다. 이것이 지적재산권에 대한 그들의 입장이다. 그러나 모든 지식은 공유되고 배포될 수 있다는 전제만 있으면 상품화되어 판매되어도 상관없는가? 제3세계 원주민의 몸에서 발견되는 바이러스 항체, 특정 인물의 유전정보와 같은 지식은 미국의 지적상품으로 변환되더라도 전지구적인 수준으로 공유되고 배포될 수만 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가? 아직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미시적인 분석과 지적재산권에 대항할 만큼 다양한 영역들을 포괄할 수 있는 정보공유의 담론은 아직은 안타깝게도 제시되지 못했고 과도기적인 단계에 놓여있다. 그렇다고 해서 오픈소스운동의 개척자들에게 실망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여전히 「오픈소스」와 같은 책을 통해 그들의 경험과 역사에서 배울 것이 많이 남아있고, 오픈소스의 유산은 다시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힘이 될 수 있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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