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4호 리포트
사회 생산물은 모두의 것이다
2005 정보운동포럼 ‘지적재산권에 대한 기본적 의문제기’ 대안 운동의 공감 마련

라은영  
조회수: 2589 / 추천: 51


지적재산권’, 단어부터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가 불가리스 음료를 마시거나, 인터넷 사이트에서 파일을 다운 받는 것, 책을 읽는 것 등이 지적재산권과 연결 되어 있다. 때로는 스스로 창작을 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남이 만들어 놓은 결과물을 이용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그렇다면 우리의 일상은 이런 지적생산물, 결과물의 연결 속에서 유지되고 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사회 생산물에 재산권을 인정하는 것이 맞는 것인가? 맞지 않다면 우리는 ‘악법은 어겨서 깨트린다’는 노랫말처럼 마냥 돌파하자고 결의만 세울 수 없을 만큼 자본은 발 빠르게 법의 족쇄들을 채우고 있다. 이미 하반기 저작권법 전면 개정이 공론화되고 있다. 당연히 국내 정보운동 단위들에게 ‘무엇을 반대하고, 대안이 무엇인가?’라는 과제가 던져졌다. 그리고 ‘자본이 명명한 지적재산권에 대한 민중적 재구성을 시작하자’는 제안이 2005 전국정보운동포럼의 대주제로 이어졌다.

5년째 진행되고 있는 전국정보운동포럼은 국내 정보운동 활동가들, 단위들의 ‘진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포럼을 통해 고민들을 모으고, 아무리 작은 시도일 지라도 연대하면서 일상적으로 자본이 주도하고, 선점하고 있는 정보통신 영역에 대한 민중의 목소리를 담지 해 내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런 의미에서 5년 차를 맞는 이 포럼은 정권과 자본이 "이것이 재산이요"라고 찜한 ‘지적재산권’에 대해 ‘사회 생산물에 대한 공공성’이란 이름의 과감한 도전장을 내밀었다.

자본은 지적 생산물, 재산권의 세계화 과정

정보운동포럼은 1박 2일의 짧은 일정에 2개의 강의와 4개의 워크샵으로 진행됐다. 그 시작은 양희진 정보공유연대 회원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설명에서부터 출발한다. 지적산물에 재산권을 인정하고, 보호한다는 것. 그리고 국내법으로 특허법과 저작권법이 이를 명문화 하고 있고, 다자협정인 세계무역기구 지적재산권협정(WTO/TRIPs)와 자유무역협정(FTA), 생명공학분야의 특허, 미공개정보의 보호, 전자상거래관련 지적재산권문제와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의 활동 등이 국외에서 진행되는 지적재산권의 세계화의 과정을 설명한다.

현재 지적재산권의 대상 개념은 인간의 지적 창조의 모든 영역을 포괄하고 있다. 문학, 미술, 음악, 편집물, 데이터베이스, 컴퓨터 프로그램, 생명공학, 디자인, 생명체의 신품종, 상품의 심볼, 디지털콘텐츠, 영업비밀 등 인간의 지적인 능력이 발휘되는 모든 분야를 그 관심의 대상으로 삼는다. 그렇기 때문에 저작권법으로 인해 인터넷의 모든 행위가 불법으로 간주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지적인 산물은 현행 법체계상 특허법이나 저작권법 등 소위 지적재산권법에 의해 보호받고 있다.

대안을 말한다! 정보공유라이선스, 정보트러스트 운동


또 다른 강의는 김정우 진보네트워크 활동가의 ‘지적재산권에 대한 대안적 흐름’으로 이어졌다. 정보공유라이선스, 정보트러스트운동, 오픈소스의 사회적 확산 전략 등이 소개됐다. 정보공유연대IPLeft는 1년여의 준비과정을 통해 정보운동진영의‘공유와 확산’을 모색하는 ‘정보공유라이선스’를 발표 채택할 것을 권장 해왔다. 그리고 이제는 더 나아가 인터넷 이용자들이 좀더 채택하기 쉽고, 유용하게 이용할 수 있게 하기 위한‘라이선스의 업그레이드’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오픈소스의 사회적 확산 전략과 활용할 수 있는 사무용 소프트웨어, 웹브라우저 썬더버드 등이 소개됐다. 또한 인터넷상에서 사라져가고 있는 디지털 정보를 복권하거나 보전할 가치가 있는 사이버공간의 지식과 정보를 공공화하는 정보트러스트운동 (www.infotrust.or.kr)도 설명됐다.

정보트러스트센터는 현재는 한국 인터넷 최초의 웹진 스키조(www.webarchive.or.kr)를 복권하고 있다.

국외에서는 ‘세계지적재산권기구가 지적재산권의 권리보호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개발도상국들에게 기술이전 및 지식에 대한 접근권을 보장할 수 있는 방향으로 역할을 재규정 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이 제기되고 있다. 국제시민사회단체들은 세계지적재산권기구에 제출할 지식접근권조약(Treaty on Access to Knowledge)을 만들고 있으며 6월 중으로 완성할 예정이라고 김정우활동가는 설명했다.

하반기 저작권법 개정운동으로

남희섭 정보공유연대IPLeft 대표는 "정보통신운동이 내용도 어렵고, 용어도 낯설지만 특히 법과 관련된 내용이 많아 더 그렇다. 그러나 하반기 노동사회단체들은 저작권법 개정 법안을 공동으로 준비해 발의할 것이다"라고 설명하며 주요 내용을 설명했다. 저작권법 개정안의 기본원칙은 ‘이용자들의 권익 보호 및 공정이용을 확대 한다’는 전제로부터 출발한다.

그 외 수용자의 권리가 배제된 정보통신 기술개발에 따른 뉴미디어 시대 ‘뉴미디어 정책에 어떻게 개입할 것인가’에 대한 워크샵과 FTA와 의약품접근권 축소, 특허권 강화에 맞서 의약품 접근권 확대를 위한 싸움을 어떻게 전개할 것인가에 대한 ‘지적재산권과 의약품 접근권’에 대한 워크샵도 진행됐다.

짧은 일정에, 빡빡한 프로그램이었지만 활동가들은 진지하게 ‘무엇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놓고 머리를 모았다. 하반기 법안개정 운동과 미디어 전략 워크샵 등 구체적인 실천들을 공유하며 각자의 영역에서 어떻게 결합할 것인가를 논의하고, 결의를 모으며 2005포럼이 마무리 됐다.
추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