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4호 표지이야기
소셜 소프트웨어, 신뢰성 있는 정보 선택에 도움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은 높아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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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셜 소프트웨어의 확산이 우리에게 갖는 함의는 무엇일까? 인터넷(월드와이드웹)은 그 자체가 다른 사람과 정보를 가리키는 링크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나, 링크와 정보의 수가 늘어날수록 나에게 그 가치는 오히려 줄어든다. 수 십만개의 결과를 보여주는 검색 엔진을 생각해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소셜 소프트웨어는 무의미하게 많은 정보가 아니라 내게 필요한, 적절한 정보를 선택하는데 도움을 준다. 관계망과 평판을 통해 나는 신뢰성있는 관계와 정보를 얻는다. 이러한 결과는 객관적인 것이 아니며, 사람들마다 요구하는 것과 필요한 결과가 다를 것이다. 소셜 소프트웨어의 도움을 받아, 사람들은 자신의 욕망에 따라 새로운 관계의 네트워크를 생성시킬 것이다.
관계망의 빈익빈, 부익부

오프라인에서와 마찬가지로 온라인을 통한 인적 네트워크 내에서도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사람이 존재한다. 많은 관계망을 가지고 있으며, 신뢰도도 높은 사람이다. 중앙일보?다음의 공동 조사결과에 의하면, (다음 커뮤니케이션의 개인 미디어를 분석한 결과) 인기있는 상위 1%가 전체 이용자의 35%를 끌어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상위 5%에는 네티즌의 57%가 몰렸다. 반면, 개인 미디어의 절반 가량은 전체 이용자의 5.6%의 방문을 받는데 그쳤다. 이 조사결과는 인기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격차가 매우 크다는 것을 보여준다.

인터넷은 클릭 한번으로 전혀 다른 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는 만큼, 비슷한 사이트 내에서는 특정 사이트로 독점되는 경향을 보인다. 그런데 개인 미디어에서도 비슷한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또한, 이는 인기있는 개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들의 사회적 발언력이 매우 클 수 있음을 의미한다. 이들 엘리트들이 관심을 갖는 이슈나 이들의 견해는 거기에 접속하는 수많은 사람들에 의해 다른 사이트로 옮겨지고 전파되기 때문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특정한 사회적 이슈를 여론화 시키는 모세혈관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서귀포시 부실 도시락 사건, 대구 어린이집 원장의 초등생 자매 폭행 사건, 신생아 학대 사건 등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화되었던 이들 사건들은 주류 언론 매체에 의해서 폭로된 것이 아니었다. 이들 사건들이 여론화되는 과정을 보면 이렇다. 우선 누군가가 개인 미디어나 게시판에 사건을 폭로하는 글을 올린다. 이후 이에 동조하는 네티즌들이 수백, 수천건의 댓글을 달아 올리며, 또한 자신의 블로그나 카페 등에 퍼다 나른다. 펌질된 게시물은 또 다른 방문자에 의해 연속해서 퍼져나가며, 사회적으로 급속히 확산된다.

물론 포털 뉴스 사이트나 주류 매체에 올려지면서 폭발적으로 확산된다는 점에서 포털이나 주류 매체의 영향력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주류 매체가 조작하는 여론이 아니라, 주류 매체를 움직이는 여론이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슬아슬한 프라이버시권

소셜 소프트웨어가 프라이버시 침해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넘나들고 있는 점은 주의해야할 부분이다. 해외의 한 관계분석 소프트웨어는 자사 직원들의 연락처, 메시징, 이메일 등의 데이터를 이용해서 인맥 정보를 분석한다고 한다. 이와 같은 관계 데이터가 집적되면 인맥에 대한 더욱 신뢰성 있는 정보를 생산할 수 있게된다. 그러나 자신이 맺고 있는 사적인 관계는 직장 내에서도 보호받아야 할 프라이버시 영역이다. 비록 이러한 소프트웨어 내에 신원 노출을 거부할 수 있는 기능을 제공한다고 할지라도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성이 높은 것은 사실이다.

네이버나 다음의 블로그에서는 방문자를 남기도록 하고 있는데, 이것도 방문 흔적이 남는 것을 원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무척 당혹스러운 일이다. 오프라인 공간에서 버스 카드나 핸드폰을 통한 위치 추적이 감시가 되는 것처럼, 온라인에서도 의도하지 않은 방문 흔적의 기록은 위치 추적과 마찬가지의 효과를 갖는다. 어떤 서비스는 사람들 사이의 관계를 더욱 정밀하게 파악하기 위해서 많은 개인 정보를 요구한다. 비록 개인이 정보 제공에 동의하였고, 업체마다 프라이버시 보호 규정을 두고는 있지만, 소셜 소프트웨어의 확산이 프라이버시 측면에서는 위험스러운 상황이 아닐 수 없다.

사람들이 관계맺음을 욕망하는 것은 타인과의 관계를 통해 지적, 영적으로 더욱 풍요로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은 단지 보다 많은 사람과 관계를 맺는다는 의미는 아니다. 또한, 모든 사람과 강한 결속을 맺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과연 소셜 소프트웨어는 사람들의 욕망을 얼마나 충족시키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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