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4호 미디어의난
디지털 뉴미디어 시대의 융합 액세스
‘모바일 액세스 센터’

조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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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대폰이 보편화된 것도 불과 10년도 되지 않았지만, 그 사이 핸드폰은 엄청난 진화를 거듭해왔다. 돌아다니면서 선 없이(wireless) 전화 통화를 하는 것만으로도 신기한데, 시계(와 달력) 기능이 기본으로 부착되어 알람기능이 내장된 것, 그리고 자판 사용이 특정 계층에게는 제한적이지만 문자송수신서비스도 우리의 일상적인 휴대폰 사용의 중요한 행태들이다. 그에 더해 디지털카메라, 엠피쓰리(MP3), 동영상카메라 등의 기기와 기능이 부착되면서 모바일의 복합화가 진행되어왔다. 물론 아직은 비싸다.

모바일 컨버전스와 (거의) 누구나 가지고 있는 휴대폰!

이러한 기기의 통합으로 진행되어온 모바일 복합화에 더해 각종 미디어-커뮤니케이션 기기와 서비스들이 융합되는 모바일 컨버전스가 급속도로 현실화되고 있다. 이미 카메라, 게임, VOD, 인터넷 접속, 멀티미디어 기능이 부가되어 상용화된 데 이어 디지털이동멀티미디어방송(DMB)을 중심으로 수많은 채널을 가진 방송 수신이 가능해지고, 휴대인터넷(wireless broadband, 와이브로)를 중심으로 보다 빠른 속도로 접속이 가능한 인터넷 서비스도 융합되고 있다. 이러한 융합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현재까지는 고가의 전용 휴대폰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들고 다니는 전화기 기능만 가지고 있던 휴대폰도 처음에는 고가인 적이 있었으니 일정하게 소비시장이 확대되고 (변수가 많지만) 사업자간 경쟁이 이루어지면 이 역시 향후 2~3년 안에 저가로 보급되지 않을까 예상된다.

그런데, 모바일 컨버전스 상황에서 낮은 가격과 양질의 서비스 이상으로 우리가 요구할 것은 없을까? 현재의 휴대폰 동영상 VOD 서비스의 경우 비싼 요금이라는 가장 큰 장벽을 넘을 수 있다면 여러 가지로 구상해볼 지점들이 많을 것 같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진보적 컨텐츠를 포함한 공익적이고 공공적인 컨텐츠에 대한 무료 이용을 정책적으로 강제할 수 있을 것이다. 방송사업자들과 마찬가지로 이동통신사들도 기지국이라는 인프라와 공공재인 전파를 사용하는 것이니만큼 퍼블릭 액세스 구조를 활성화시키고 법제화한 경험을 바탕으로 공공적 서비스 구조를 마련하라고 요구하고 정책을 제시해야 할 일이다. 그리고 모바일 형태의 진보적 컨텐츠들의 제작과 유통이 활성화되기 위한 공공 자금의 지원까지 요구해나갈 수 있다.

모바일 미디어, 우리의 무기는 될 수 없는가

사실 기존의 휴대폰 VOD 서비스는 접속 속도가 느리고, 이용료가 비싸다는 문제 때문에 성공한 비즈니스가 아니다. 또한 모바일 미디어가 갖는 이동성 때문에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이 개인화되고 파편화될 수 있는 수용 환경의 폐해가 예상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바일, 특히 휴대폰 중심의 기능 및 서비스 복합(디카 + 비디오캠 + 녹화녹음기능 + 전송기능)이 이루어지고, 이것이 위성과 지상파를 통한 방송과 광대역 인터넷으로 결합되면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운동의 차원에 대해서도 엄청난 잠재력을 내장하고 있다.

더군다나 휴대폰은 컴퓨터의 조작보다 훨씬 쉽고, 비사무직 노동자들을 포함해 여러 계급/계층 간의 격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휴대하고 있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사실을 적극 고려한다면, 모바일 컨버전스를 통해 부각되는 이동성과 개인화 등의 특징을 우리의 관점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즉, 반대로 보면 이것이 공공적 미디어 생산수단의 컨버전스일 수 있으며 모든 사람들이 미디어-커뮤니케이션의 잠재적 생산 주체가 된다는 가능성과 잠재력이 있다는 것이다. 마치 1990년대 중반 이후 디지털 비디오가 널리 보급되기 시작했을 때와 비교해서, 휴대폰은 이제 미디어-커뮤니케이션 운동 진영에 있어서 제작-유통-수용이 융합된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다.

‘모바일액세스’ 그리고 ‘모바일액세스 센터’에 대한 구상

사실 좀 더 섬세하고 현실적인 접근과 분석을 통한 전략이 필요하지만, 아이디어 차원에서 ‘모바일액세스’ 모델을 통해 모바일 컨버전스에 대응하는 진보적 컨텐츠 제작 유통 구조에 대한 개입과 확장으로서 현재의 휴대폰 VOD 서비스에 대한 분석에서부터 그 구상을 시작해 볼 수 있겠다. 예를 들어, 정부의 제작 지원 및 규제 정책을 강제하여 이동통신서비스에서 진보적 컨텐츠의 이용을 무료화 할 수 있다고 해보자. 휴대폰 동영상 VOD 서비스의 접속 속도가 큰 문제가 아니라면, 무료 VOD 서비스 메뉴 속에서 인터넷 진보언론의 속보 뉴스와 현장 동영상을 비롯해 독립영화제와 인권영화제와 노동영화제가 있을 때 그 예고편과 관련 정보를 수많은 사람들의 주머니 속 휴대폰으로 전송한다거나 지속적인 온라인 무료 상영 서비스를 할 수도 있다.

사실 전파를 이용한 무선통신(Radio Frequency)은 라디오가 그렇듯이, 수신기에 이미 송신이 가능한 구조를 갖추고 있다. 휴대폰 역시 예외가 아니다. 문자서비스는 문자만으로 국한되지 않고, 휴대폰으로 직접 촬영하고 (향후 휴대폰 자체에서 간단한 편집도 가능하여) 모바일액세스센터로 전송하거나 곧바로 통신서비스사의 서버로 업로드하게 되면 멀티미디어 휴대폰 블로그(모바일 블로그 혹은 모블로그)도 가능할 것이다.

이러한 진보적 컨텐츠의 모바일 접근과 유통(컨텐츠제공), 그리고 아카이브의 기능과 역할을 하는 허브로서 ‘모바일액세스센터’(PmoACP; public mobile access center/contents provider)는 현재 추진되고 있는 지역 미디어센터를 건립하는 것만큼 큰 사업은 아닐 것이다. 이미 인터넷 환경에서 정보통신기술을 활용한 독립적이고 진보적인 네트워크들이 존재하고 있고, 이미 있거나 세워질 지역 미디어센터들에서도 이러한 역할을 함께 가져갈 수 있겠다. 진보네트워크센터와 노동네트워크, 인터넷 진보언론들과 각 지역의 다양한 정보통신운동 단체들이 적극 추진해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노동네트워크가 노동자 모바일액세스센터로 기능하는 것은 어떨까. 전국의 노동자 영상패나 노동영상 전문제작 활동가들을 비롯한 노동문예운동 진영으로부터 비디오, 오디오, 텍스트 형태의 컨텐츠를 수집하고 지원하고 편성하고 서비스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물론 이용자들은 무료 서비스를 받고 모바일액세스센터는 독립적으로 운영되거나 아니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이동통신사로부터 컨텐츠 제공료를 받아 운영될 수 있다.

‘VJ’와 ‘1인 미디어’를 위시해 디지털 비디오에 대한 기술 낙관적 접근이 여전히 가시지 않고 있으니, 더더욱 개인화되는 모바일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환경 변화에 맞게 사회변화를 위한 우리 운동의 전략/정책을 모색하는 일은 물론 조심스럽다. 그러니 바로 한다기보다는 여러 가지 실험들이 필요하고, 파일럿 프로젝트가 기획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주지하다시피, 언제나 주체의 문제다. 정책/전략을 마련하고 제도영역에 개입하는 주체, 진보적 컨텐츠를 생산하는 주체, 이에 참여하거나 참여를 조직하는 주체, 이를 네트워크하며 수집하고 아카이브하면서 배급 유통하는 주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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