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4호 교육과
교칙이 헌법을 누르는 세상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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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두발문제와 입시 경쟁과 관련한 청소년들의 집회가 잇달아 있었다. 입시경쟁 속에서 자유로운 삶을 포기하도록 강요당하는 학생들의 처지와 자신의 용모조차 ‘교육적’이라는 이름 앞에 포기할 수밖에 없는 현실이 학생들을 청소년들을 거리로 내몰았다. 덩달아 교사들도 거리에 설 수 밖에 없게 만든 것이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그리고 시위를 주도하고 집회에 참여한 학생들을 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는 것이 이 나라 학교의 현재 모습이다.

학생들의 용의복장이나 입시경쟁으로 인한 인권침해에 대해서 말하고자 하면 한도 끝도 없을 것이다. 다만, 어떤 인간의 기본권을 제한하려 한다면 그에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할 것이고, 과학적으로 증명이 되어야 함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혹,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서도 머리 길이로 어른과 구분을 해야 한다거나, 머리가 보기 싫으면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생각하는 분이 있다면 그 근거를 들어주기 바란다. 아직까지 필자는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근거를 들어 본적이 없다. 또한, 입시 체제 속에서 자신의 행복이 무너짐을 느끼고 있는 학생들에게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도 그래 주길 바란다.

문제는 학생들의 자유로운 의사표현을 가로막는 현재의 학교 교칙에 있다.(물론, 머리 길이나 용의복장 등도 교칙에 있다) 서울시 교육청은 입시문제 관련 집회에 참가하는 고등학생들을 징계하겠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사실이 아니라고 답했다. 하지만 지금 현재 고등학교 규정에는 학교에서 불허하는 집회에 참석하면 징계를 받을 수 있는 조항이 있다. 최근 모 고등학교에서 두발제한과 관련한 종이비행기 날리기 시위를 벌인 학생들에 대해 학교가 교칙에 따라 처벌하겠다고 밝힌 내용도 학교규정에 그러한 조항이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은 집회와 결사의 자유를 가진다. 아니, 그것은 인간이면 누구나 가져야 하는 보편적인 기본권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학생에게는 해당사항이 없는 말이다. 학교에서 운영하는 보이스카웃을 비롯한 관변 단체의 가입은 권장하면서 외부 청소년 단체나 자생적인 학생모임에 참여하는 것은 눈치를 보게끔 만드는 것이 우리의 학교이고 우리 학교의 규정이다. 헌법에 보장된 집회와 결사의 자유가 학교에는 없다.

2년 전 국가인권위원회에서 만난 한 사무관의 말은 우리나라의 현실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학생들의 용의복장 규정의 반인권성에 대해 질의하며 만난 자리에서 그 사무관은 교육적 관점에서 있을 수 있는 얘기라고 말하였다. 인권 침해 요소에 대해 적극적으로 약자를 옹호해야하는 기관의 사람이 이럴진대, 인권에 대해 관심조차 없는 - 아니 그들의 기득권은 너무나도 잘 지키려는 - 이들은 어떻겠는가?

학생들의 기본권 문제는 그들의 기본권적 문제일 뿐만 아니라 인권교육의 관점에서도 문제가 된다. 인권에 대한 인식도 교육도 받지 못한 사회구성원들은 그런 사회를 반복 재생산할 것이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미성숙한 존재일 수 있고, 사리 분별이 안 되는 존재일 수도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라도 인간의 존엄성에 바탕을 둔 기본권은 보장되어야 한다. 학교의 교칙이 헌법의 기본정신을 위배할 수는 없는 일이다. 학생들의 집회와 결사의 자유, 양심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보장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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