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4호 칼럼
인간이 만드는 정보사회

전응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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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회는 인류 역사상 최초로 인간이 사회의 발전유형을 의식적으로 디자인해가는 사회이다. 미래학자들은 정보사회의 맹아가 되는 요소들의 특징에 주목하여 정보사회의 사회상을 그렸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기술의 변화는 그들의 예측조차 무용지물로 만들어 버리기 일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살아가는 사회를 어떤 것으로 만들어 가느냐 하는 것은 여전히 우리에게 남겨진 숙제이며, 기술을 길들여 인간의 진정한 요구에 부응하는 사회의 모습을 건설하는 것은 어떤 경우에도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숭고한 책임일 것이다.

유럽인들은 정보사회의 질서형성문제와 관련하여 끊임없이 정보사회가 인간에게 무엇이냐는 질문을 묻는다. 그들은 네트워크의 보안이 인간에게 어떤 위협에 노출시키며, 이로 인해 고객에게 발생하는 문제들을 제대로 처리할 수 없다면 과연 네트워크 관련 서비스를 제한없이 허용할 수 있느냐는 식으로 질문을 던진다. 그네들의 질문방식 때문에 아마도 유럽지역에서 기술과 서비스의 빠른 도입은 쉽사리 이루어지기 힘들 것이다. 그러나 그네들이 이야기 하듯이 과연 인간의 얼굴을 한 정보사회가 어떤 것이냐는 물음이 그렇게 무가치해 보이지 않는다.

미국인들은 유럽인들보다는 훨씬 실제적인 문제에 주목한다. MIT 미디어랩의 네그로폰테교수는 벌써 몇달째 1백달러 컴퓨터의 구현가능성을 설파하고 다닌다. 그는 정보사회란 곧 학습하는 사회(Learning Society)라고 단정한다. 네트워크를 통해서 무한정한 정보자원에 접근할 수 있는 정보사회는 인간에게 용이한 학습환경을 부여하고 정보와 지식이 부족했거나 부재한 상태에서 이루어졌던 인간의 행위와 사고는 이로 인해 근본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정보사회에서는 정보와 네트워크에 접근하게 하는 단말기를 지구촌의 가장 빈곤한 지역의 어린 아이에게까지 어떻게 제공할 수 있느냐 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숙제가 된다고 생각한다. 재미있는 것은 유럽인들이 끊임없이 정보사회의 인간화에 대하여 성찰하는데 반해 미국인들은 그러한 인간화를 실현할 수 있는 실제적인 수단을 찾아내는 일에 골몰하고 있다는 점이다.

아시아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와 일본이 써서 의도적으로 유행시키려 하는 정보사회의 비젼은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사회(Ubiquitous Network Society)이다. 우리나라가 U-Korea를 외치고 있을때 일본은 U-Japan을 말하고, “Anytime, Anywhere, by Anything, Anyone”과 같은 마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같은 휘황찬란한 미래사회를 이야기한다. 중국 또한 크게 다르지 않다. 중국은 오히려 유비쿼터스 기술이 창출할 어마어마한 미래시장의 잠재력을 강조함으로써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를 오히려 과장, 신비화하기까지 한다. 정보통신기술은 결국 대외시장에 팔아먹어야 할 상품과 서비스의 원천인 만큼 아시아의 정보통신강국들은 유비쿼터스 사회를 이야기하지만 유럽과 미국인들은 끝까지 정보사회(Information Society)라는 용어를 포기하지 않는다.

유비쿼터스 사회도 결국은 정보사회라는 것이다. 그 논란의 끝이 어디인지는 모르지만 유비쿼터스 캐치프레이즈에서 Anything이 Anyone에 앞서서 쓰여지고 있다는 점은 상당히 인상적이다. 이에 대해서, 우리는 사물과 사람이 서로 어울려 불가분의 세계를 이루는 동양적 조화의 질서를 꿈꾸기 때문이라고 어거지 설명이라도 해야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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