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http://
익명성 죽이기?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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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익명성에 대한 논란이 다시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각종 언론에서는 최근 인터넷에서 벌어진 ‘개똥녀사건’, ‘연애인X파일’, ‘트위스트김사건’ 등, 사이버폭력이라고 일컬어지는(?) 사건들의 원인이 익명성 때문인 것처럼 보도하고 있다. 한술 더 떠 정보통신부는 사이버폭력에 대응하기 위해서 인터넷 실명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각종 포털사이트들도 익명성의 문제를 지적하면서, 실명제 도입에 대한 여론을 부추기고 있다. 하지만 여기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다음을 살펴보자.

사이버폭력의 대표적인 사례로 보도되고 있는 ‘개똥녀사건’. 이것의 핵심적인 문제가 정말 네티즌들의 익명성 때문일까. 오히려 개인의 사생활비밀의 자유를 고려하지 않고, 신분을 알 수 있는 정보를 무분별하게 인터넷에 올림으로써 개인에게는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와 함께 인터넷 마녀사냥의 상처를 안겨준 것이 문제의 핵심으로 보인다. ‘연예인X파일’ 사건의 경우 한 회사가 연예인들의 민감한 개인정보를 무분별하게 수집하고, 그 정보들을 인터넷에 유출시킨 것으로 인해서 발생한 사건이다. 또한 ‘트위스트김’ 사건의 경우도 인터넷 포르노사업자가 개인의 별칭을 도용한 것이 직접적인 문제의 원인이지, 네티즌들의 익명성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사건이다. 더군다나 사이버폭력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각종 포털 사이트에서는 이미 실명을 인증해야만 글을 쓸 수 있다. 상황이 이럴진대 사이버폭력의 원인을 익명성으로만 한정해서 보는 것은 근거없는 주장이며, 오히려 익명성에 대한 ‘마녀사냥’인 것이다.

오히려 더 큰 문제는 인터넷에서 개인을 쉽게 식별할 수 있는 정책과 제도들이 도입됨으로써 사이버감시체제가 더욱 공고히 자리 잡혀 가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정부홈페이지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사이트에서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개인식별시스템을 아무런 제재없이 도입하여 이용하고 있는데, 이는 개인의 프라이버시권을 심각하게 침해할 뿐만 아니라 사상과 표현의 자유까지도 위축시킬 수 있는 위험한 시스템이다. 이번호 표지이야기에서는 이런 주민등록번호를 통한 인증시스템의 문제점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해외의 사례들을 소개하고 있다. 이제는 정말 디지털네트워크사회에서 나타나고 있는 보이지 않는 감시시스템에 대해서 적극적인 대안을 모색해야 할 때이다.

7월호 네트워커가 내부 사정으로 인해 많이 늦게 발행되었다. ‘정보화에 대한 다른시각’의 입장에서 정보사회의 문제점을 비판하고 대안을 모색하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 같다. 하지만 네트워커 기자들 모두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고 있다. 발행이 늦어진 것에 대해서, 네트워커를 구독하시는 독자들에게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고 양해를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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