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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호 리포트
법은 도덕의 최소한이다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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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2일 참여연대 강당에서는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가 지문날인제도를 합헌이라고 결정한 것을 비판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지난 99년 당시 헌법소원을 직접 제기했던 소송당사자들이 토론자로 나섰으나, 섭외했던 경찰과 행자부 측 관계자들이 자리를 비워 아쉬움을 남겼다.

헌재는 5월 26일 ‘전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제도’에 대하여 재판관 6:3의 다수의견으로, 전국민 열손가락 지문날인 및 경찰의 전 국민 지문정보수집과 전산화 그리고 임의 이용 등을 합헌으로 결정했다. 이에 대해 지문날인반대연대 등을 포함한 39여개의 시민사회단체들은 “인권보호의 마지막 보루가 되어야 할 헌재가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부정하고 재판관의 주관적 의견과 추상적 가정에 기초한 판결을 내려 헌법의 근본정신을 훼손했다”며 헌재의 결정을 강력히 비판한 바 있다.
발제자로 나온 민주주의법학연구소의 오동석(아주대 법학과)교수는 “법은 도덕의 최소한인데 헌재는 법을 지키기는커녕 오히려 유린하고 있다”고 꼬집고, 이번 판결이 “원칙과 예외를 혼동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오교수는 “헌법 37조 2항의 경우 필요한 경우에 한해서만 기본권을 제한할 수 있는 것으로 되어 있지만 그 본질적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고 설명하고, 이번 판결이 “과거 분단체제나 국가 안보 이데올로기 등을 인권보다 우선시 하는 상황과 같이 국가의 치안유지를 개인의 인권보다 우선시 한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온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국장은 “당시 헌재에게 어떠한 기대를 하고 소송을 제기한 것은 아니었다”며 “지문날인은 전국민을 대상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명백한 인권침해”라고 주장했다. 덧붙여 오창익 국장은, “지문날인제도가 범죄 예방에 대한 실효성은 없지만 이것이 범인 검거에 도움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라고 말하고, 지문날인제도를 철폐하기 위한 과제로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에 대한 침해 이외에 다른 논리가 개발되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지문날인반대연대의 윤현식 활동가는 지문날인반대 논리에 있어 “범인 검거에 대한 대응논리는 있는데 대중 설득력이 없는 게 문제”라고 말하며 “경찰이 지문을 이용해 초범 잡은 통계를 낸 적은 한번도 없으며, 또한 연간 100명 정도의 범인을 찾아낸다고 하는데, 오로지 지문으로 잡은 건지, 신고로 잡은 것인지도 확인이 안된다”고 말했다.

99년 당시 지문날인위헌 소송의 당사자였던 홍석만씨는 “처음 헌재의 판결을 듣고 황당했으나, 나중에는 헌재에 대한 나의 기대가 순진했다고 느꼈다”라고 말하고, “이제는 지문수집의 문제뿐만 아니라, 유전자나 홍채도 경찰이 수집하고 활용할 수 있는 근거가 될 수도 있어 헌재의 판결에 따른 추가적 위험에 대해서도 논의를 시작해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개인이 자기정보의 이용이나 활용에 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권리라는 점에서, 국가에 의한 전국민의 열 손가락 지문수집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개인정보를 국가가 수집하고 있기 때문에 헌법적 기본권에 대한 본질적 침해다.

지문날인반대연대는 현재 웹사이트(http://finger.jinbo.net)를 통해서 온라인서명운동을 진행하고 있으며, 6월 9일에는 지문날인제도의 합헌결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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