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표지이야기
물건 구매, 외국 상점이 더 자유롭다?
국내 인터넷 사이트 낯설게 보기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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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을 살 때 필요한 것은? 너무 당연한 얘기지만, 돈만 있으면 된다. 내가 누구인지 증명할 필요는 없다. 내가 내는 돈이 진짜 내 것인지를 증명할 필요도 없다. 신용카드가 내 것인지 증명할 필요도 없다. 신용카드에 문제가 있다면 그건 다른 절차로 해결할 문제이지 거래 당시에 증명되어야 할 것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는 어떠한가? 우선 회원가입을 해야 한다. 회원가입을 하기 위해서는 실명과 주민등록번호 입력이 필수다. 주소와 전화번호, 핸드폰 번호 입력도 필수다. 다음으로 결재를 해야 하는데 판매자의 은행계좌로 입금을 하던가, 신용카드로 결재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인터넷뱅킹으로 계좌이체를 하기 위해서는 공인인증서와 보안카드가 필요하고, 신용카드로 결재할 때에도 역시 공인인증서나 안심클릭 서비스 등록이 필요하다. 공인인증서나 안심클릭 서비스 등에 가입할 때 역시 주민등록번호가 여러번 필요하다. 미성년자의 경우는 부모의 승인을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튼 복잡하다. 그러나 외국의 경우에도 이러한 절차가 있을까? 다음의 두 개의 표는 각각 우리나라와 미국의 대표적인 인터넷 포털 사이트와 쇼핑몰 사이트를 비교한 것이다.

먼저 포털 사이트. 미국 야후의 경우 가입할 때 이름을 물어보지만 그것이 실명인지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즉 가입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알 수가 없다. 따라서 차별도 없다. 한편 아시다시피 우리나라의 포털 사이트는 주민등록번호 데이터베이스를 통해서 실명확인을 거치지 않으면 가입이 되지 않는다. 또한 14세 미만의 어린이는 부모의 동의를 받도록 법으로 정해져 있다. 주민등록번호가 없는 외국인의 경우는 신분증 사본을 제출하기 전까지는 가입 자체가 봉쇄되어 있다.

다음으로 쇼핑몰 사이트. 쇼핑몰은 포털과 다르게 돈이 오가는 것이 주목적이다. 그래서 우리는 인터넷 쇼핑몰에서 상당한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것을 당연스럽게 생각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외국 인터넷 쇼핑몰에서 물건을 살 때 필요한 것은? 실명? 여권 사본? 여권발급번호? 공인인증서? 안심클릭 서비스? 성인증명서?
그러나 인터넷 상의 최대의 쇼핑몰 아마존이 수집하는 개인 정보는 오로지 이름(실명이 아니어도 무관하다)과 이메일 뿐이다. 이것만으로도 여러가지 개인화서비스를 받는데 불편함이 없다. 나머지 물건을 배송받기 위한 정보는 실제로 주문을 할 때 입력하면 그만이다. 결재? 단지 신용카드번호만 있으면 된다. 오프라인과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셈이다.

우리나라 사람이 우리나라 상점에서 물건을 사기 위해서는 온갖 검문 검색을 당하고 복잡한 증빙 서류가 필요한 반면, 외국 상점에서는 아무것도 필요없는 것이다. 뭔가 잘 못 된 것 아닌가? 실명확인, 본인인증, 성인인증 등 그것이 없으면 마치 온라인에서 신용이 사라지고 상거래가 불가능해지는 것 처럼 얘기해서는 곤란하다.
주민등록번호는 폐지되어야 한다. 그러면 인증은 어떻게 할 수 있냐고? 다양한 인증 수단을 개발해야 한다고? 맞는 말이다. 필요하다면 정보인권 침해를 최대한 막을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야 한다. 그러나 그 전에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수집하는 개인정보의 양 자체가 줄어들어야 하며, 이를 위해서 불필요한 인증을 남발하는 인터넷 환경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등록번호의 대안? 그것은 단지 주민등록번호를 없애는 것이다. 애초에 필요치 않은 것을 없애는 것, 그것이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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