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여기는
웹 문서의 신뢰도 제고를 지향한다
텍스트온리(Text Only) 운동

이강룡  
조회수: 4487 / 추천: 53
텍스트온리(Text Only)’ 운동이라는 것이 있다. 텍스트만 쓰자는 운동인가? 단적으로 말하면 그렇다. 그러나 단적으로 말할 수 없다. 이 운동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무엇을 지향하는가. ‘텍스트온리 운동’을 제안한 이들은 hochan.net, readme.or.kr, armarius.net의 운영자들이다. 나도 포함돼 있다. 이 운동이 지향하는 바가 무엇인지 간략히 알려주는 취지문 전문(全文)을 보자. 세 사람이 공동으로 만들었다. 다른 이들의 의견을 참조하여 수정, 보완될 수 있다.

- Text Only 운동은 정보 전달 도구로서의 텍스트의 힘을 신뢰합니다.
- Text Only 운동은 이미지 사용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불필요한 이미지 사용을 반대합니다.
- Text Only 운동은 정확한 표현, 정확한 출처 표기를 권장합니다.
- Text Only 운동은 인터넷 자원의 절약에 기여하고, 인터넷 문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 Text Only 운동의 띠를 여러분의 웹사이트 귀퉁이에 두르는 것은 이상을 염두에 두겠다는 자기약속입니다. 텍스트로 충분합니다.

각 사이트에 공지문이 게재된 후 몇 가지 반응을 살펴보면 ‘취지는 짐작하고 공감하는 면도 있으나 동참하지는 않겠다.’는 의견이 많았다. 어떤 것이 ‘불필요한 이미지’ 이고 누가 그것을 판단할 수 있냐는 의견이 덧붙여 있었다. 텍스트를 주로 쓰고 이미지를 사용하지 않는 것이 어떻게 인터넷 자원 절약에 기여하고 인터넷 문서의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지 명료하지 못하다는 의견도 있었고, 이미지 사용을 반대하니 ‘포토온리(Photo Only)’ 운동을 해야겠다는 익명의 의견도 있었다. 내 사이트에 남겨진 Milkwood님의 반대 견해를 보자.

저는 ‘불필요한’이라고 하는 것은 꽤나 임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웹의 사용에 있어서 ‘필요성’이라고 하는 것은 정의하기 나름이거니와 또한 텍스트 자체의 내용을 부연한다거나 다른 의미를 주지는 않는다고 할지라도, 미적 효과라거나 혹은 텍스트의 다른 차원의 의미를 더해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 텍스트로만은 충분하지 않습니다. 초록이라는 글자는 초록이라는 이미지와는 다릅니다. (…) 저는 사람들이 Text-Only로 이루어진 글을 상관하지 않듯이 Image-Only나 혹은 이미지를 가득 삽입한 글을 넣는 것을 취향에 상관없이 상관하지 않습니다. Text-Only가 비교적 제 취향이라고 해도, 이를 권장하거나 운동으로 삼는 것은 심지어 불편하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환경 운동처럼 지극히 당연한 명제로 받아들여질 수 있는 문제하고는 다릅니다. (…) 표현은 이미지가 되었건, 텍스트가 되었건 누구에게나 자유롭다가 원칙입니다. (…) 극단적인 예를 들면 차 때문에 공해가 발생하고 교통사고가 많이 일어나며, 경제적 손실 및, 도시 환경 악화와 같은 문제점이 일어나니 On Foot-Only 를 표방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혹은 Bike-Only, (필요할 때는 차를 타도 됨.) 처럼요.

아르님(http://archum20.egloos.com)이 블로그에 남긴 글의 내용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지막의 ‘텍스트로 충분합니다’라는 문구는 ‘Text Only 운동’의 취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문장이다. 그 문장은 ‘Text Only’라는 운동의 이름과 합쳐지면서 문자텍스트는 여러 매체들과 병존하지만 사실상 여타의 정보 전달 도구는 필요하지 않다는 의미까지로 확대 해석된다.

‘텍스트로 충분합니다’가 ‘자전거로 충분합니다’와 뭐가 다르냐고? 다르지 않다. 우리는 이동 수단을 생각할 때 사람들이 우선적으로 자전거를 고려하기를 바란다. 그러나 짐이 있거나 장거리를 이동해야 할 때에도 자전거를 권하거나 강요할 생각이 없다. 자전거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는 것, ‘말하자면 바이크온리(Bike Only)’를 지향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생각해 보라. 이들이, 걸어서 1분이면 갈 거리를 자가용 타고 가겠는가? 텍스트를 위주로 글을 쓰자는 이야기는, 세상에 해악을 가장 적게 끼칠 만한 방법을 다함께 찾아보자는 의도의 일환이다. 우리는 다른 표현 방법을 반대하지 않는다. 백 줄의 글보다 한 장의 사진이 더 강렬한 메시지를 전할 때가 있다. 그림도 그렇고 동영상도, 음악도 그러하다. 우리는 이미지의 홍수, 스펙터클의 과잉을 염려한다. 사정없이 자행되는 인터넷 마녀사냥의 중심에 흥미 위주의 영상이 무분별하게 무차별적으로 배포되고 있음을 경계한다. 정보공유연대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정보공유 운동과 더불어 ‘텍스트온리’ 운동은 공유할 정보의 신뢰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는 역할을 했으면 한다.

hochan님은 다음과 같은 내용이 이 운동의 전제가 되어야 한다고 말한다.

리드미님이 말씀하신 대로, 취지문과 구호문의 수정/보완에 대해서는 항상 열려있습니다. 이 운동을 제안하게 된 것은, 한국 인터넷의 여러 상황을 고려해 보고 충분히 의미 있는 제안이 될 것이라는 판단 하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역시나 많은 분들께서 의미 있는 지적과 충고를 해주고 계시니 좀 더 논의를 진전시켜 나가다 보면, 애초에 의도했던 목표를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 합니다. 그리고, 이 ‘Text Only’라는 제안이, 기존의 것을 무시하며 배타적으로 나아가는 것이 아니라, 보다 나은 인터넷 문화를 만들기 위한 제안이라는 것은 반드시 전제로 했으면 합니다.

취지가 취지문에 명료하게 표현되지 못했다면, 혹은 취지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면 우리에게 말하거나 제안해 달라. 잘못된 것은 고치면 된다. 모르는 것은 배워서 알면 된다. 우리가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자칫 다른 인터넷 사용자들을 호도하지 않도록 감시하고 제안하고 도와 달라. ‘텍스트온리’ 운동의 홈페이지 역할을 하고 있는 토론 게시판의 주소는 hochan.net/forum/viewforum.php?f=2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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