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장애없는
장애인의 장벽 없는 웹 접근을 위하여
1종 운전면허 취득 허용해야

김철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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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경우 신체적인 불편으로 인하여 인터넷에 접근하고 이용하는데 어려움을 느낀다. 보고, 듣고, 움직일 수 없어서, 일부 형태의 정보를 쉽게 이해하고 처리할 수 없거나 전혀 처리하지 못하여, 문자를 읽거나 이해하기 어려워, 키보드나 마우스를 사용할 수 없어, 텍스트 전용화면, 소형화면, 느린 인터넷 접속 환경에 처해있어서, 말을 하지 못하거나 문서로 쓰인 내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여, 이동 중의 작업이나, 번잡한 환경에서의 작업 때문에 보기와 듣기가 힘들고 손을 자유로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 있어서, 낡은 브라우저를 사용하거나 음성 브라우저와 같이 전혀 다른 형태의 정보기기나 운영체제를 사용하고 있어서 인터넷을 사용하지 못하거나 제약을 받는다.

이러한 문제의 해결을 위하여 어려 나라에서 정보통신을 비롯한 웹 접근 보장을 위한 제도를 만들어 사용하고 있다. 이 가운데 웹 접근에 대한 정책은 1990년 미국을 시작으로 많은 선진국들이 손을 대고 있는데, 미국은 1990년에 만들어진 미국장애인법(Americans with Disabilities ACT)에 ‘효과적인커뮤니케이션’의 제공을 필수사항으로 규정하고 있다. 미국통신법의 경우 개정을 통하여 제255조(section 255 of the Telecommunications ACT)를 신설함으로써 정보통신 및 서비스 제공자가 제조하는 제품과 관련 서비스에 장애인들의 접근과 이용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다. 이러한 법률에 의하여 1998년에는 통신법 접근성지침(Telecommunications ACT Accessibility Guidelines)을 만들어 정보통신 접근을 보장하고 있다. 또한 미국재활법(The Rehabilitation ACT)의 개정을 통하여 미 정부 소속기관이 장애인이 사용할 수 없는 전자 및 정보기술을 개발, 조달, 가공 등을 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이 법에 의하여 전자 및 정보기술 접근성 표준(Electronic and information Technology Accessibility Standards)을 만들었으며, 이 법률은 전 세계의 정보통신제품과 서비스 제공자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장애인 등 인터넷에 접근하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노력은 미국 뿐 아니라 영국이나 호주 등 선진국에서도 정책을 만들어 놓고 있다. 또한 국제기구에서도 1990년 후반부터 장애인의 인터넷 접근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대표적인 것이 웹과 관계된 선진국의 국가기관 및 세계적인 컴퓨터 업체들, 소속 연구자들이 참여하여 결성한 웹 컨소시엄인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W3C)이다. 이 컨소시엄은 1997년 와이(Web Accessibility Initiatives, WAI)라는 산하 단체를 설립하여 웹에 대한 장애인 접근 문제를 전문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연구물 가운데 하나가 와이의 ‘웹콘텐츠접근성지침(Web Contents Accessibility Guidelines)’ 1.0 개발에 이어 2.0의 개발이다. 이 지침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등 전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다.

우리나라도 정보화를 국책과제로 진행해나가며 1990년 중반에 들어서면서 정보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제도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1997년에 제정된 ‘장애인, 노인, 임산부 등의 편의증진보장에 관한 법률’과 2000년에 개정된 ‘장애인복지법’ 등 장애인관련법이다. 또한 1999년에 제정된 ‘통합방송법’도 이에 속한다. 하지만 이 법률들은 정보격차 문제를 제대로 담보해내지 못하고 있어 장애인의 정보접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진행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려운 면이 있다. 하지만 정보와 관련된 법률 가운데 ‘전기통신사업법’에서의 ‘보편적 역무’의 조항신설과 이를 근거로 한 ‘정보화촉진기본법’의 개정은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요금감면 등을 통한 정보격차 해소에 일정부분 기여하고 있다. 그 후 ‘정보격차해소에관한법률’제정(2000년)과 ‘장애인, 노인 등의 정보통신접근성 향상을 위한 권장지침’ 제정(2002년)을 통하여 보편적인 정보접근은 물론 웹 접근 보장에 대한 근거를 만들었는데, 참고로 이 지침은 앞서 소개한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엄의 웹콘텐츠접근성지침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지난 해 12월에는 장애인, 노인 등 정보화 소외계층의 웹 접근성 향상을 위하여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지침 1.0’을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민간 단체표준으로 정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정보접근 관련법령이 어느 정도 정비가 되어 있음에도 권고수준이어서 거의 지켜지지 않는 실정이다. 이러한 예로, 노무현 대통령의 인사말을 들 수 있다. 지난 2월 6일 청와대가 홈페이지와 이메일을 통하여 노무현대통령이 “어려운 이웃과 함께 하는 뜻 깊은 명절 되시기 바랍니다.”라는 내용의 설 인사를 한 바 있다. 또한 청와대 홈페이지에 올린 동영상에는 인사말을 한글파일로 첨부하여 동영상을 못 보더라도 파일을 열어보면 무슨 말인지 알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다. 하지만 한글파일은 동영상 연동이 안 되는 별개의 것이고, 청와대에서 메일로 보내진 동영상에는 이 한글파일을 붙이지 않았다. 즉,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지침 1.0’ 지침을 지키지 않은 노무현대통령의 설 인사 동영상물은 시, 청각장애인들의 접근을 제한하여 문제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한나라당의 김영선 의원이 제출한 자료에도 분명히 나타나고 있다. 자료에 의하면 청와대의 웹사이트에서 장애인의 접근을 고려하여 만든 ‘대체텍스트’가 있는 이미지의 비율은 16.02%라고 한다. 이는 정보통신부 35.57%보다는 낮지만 장애인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7.27%보다는 높은 수치이다. 하지만 미국 백악관의 97.87%에 비하면 현재 청와대나 관련 정부부처 홈페이지의 웹 접근지침 준수는 아직 초보수준이다.

장애인들에게 있어서 웹 접근에 대한 제약은 단순히 인터넷을 사용하는데 불편하다는 것을 넘어선다. 정보사회에서 장애인들의 인터넷의 사용과 활용은 기본적인 정보를 습득함은 물론, 소득을 창출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기회임과 동시에 신체적인 제약과 정보접근 제약이라는 장벽을 허물 수 있는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열거한 바와 같이 웹 접근에 대한 보편적인 접근지원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이러한 기회는 요원할 뿐이다. 오히려 정보사회에서 정보장애인들은 신체장애와 함께 정보장애인으로 남의 도움이 없으면 스스로 설 수 없는 낙오집단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따라서 국회나 정부, 관련기관은 정보접근관련 법령이 반드시 재정비 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지난 해 국내에서 발표된 ‘한국형 웹 콘텐츠 접근성지침’ 1.0의 실효성을 위하여 정부의 강력한 추진 정책이 개발되어야 하며, 시민단체의 감시역할과 관련 기업들의 자발적인 참여도 이루어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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