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5호 과학에세이
혼자만 잘 살믄 무슨 재민겨

이성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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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가 난치병 환자들에게서 배아줄기세포를 얻었다고 발표한지도 달포가 훨씬 지났다. 이제 좀 조용해졌나 싶어서 인터넷 공간을 거닐어 보았더니, 여전히 황교수는 대단한 인기몰이를 하고 있다. 작년에는 난자 242개에서 단 한건만 성공했는데, 올해는 난자 185개에서 11건이나 성공했으니, 엄청난 기술진보 아니냐, 하며 처음 너스레를 떨던 것을 생각하니 피식 헛웃음이 나온다. 황우석이라는 과학자는 지금 스타가 되었다. 나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한 때는 잘나가는 과학자 꿈을 지녔던 처지라서 내가 그를 시샘하는 것일까.

대학에서 선생 노릇을 하고 있는 선배한테 전화를 걸어 보았다. 황 교수가 방방 뜨고 나서 학교 분위기는 어떠냐고 물었다. 선배가 말했다. “줄기세포 연구는 돈도 무척 많이 들고 단순노동을 끝없이 되풀이해야 하니까 돈을 몰아주는 것은 이해하겠어. 그렇지만 왜 엉뚱한 곳에서 피해입는 사람들이 생겨나게 만드는지 몰라. 배아복제나 줄기세포 연구하는 사람들이 황우석 말고도 꽤 많은데, 그들은 지금 모두 찬밥이 되었지.” 그래, 나의 시샘 비슷한 감정에는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90년대 중반을 거치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정책은 국가경쟁력을 빌미로 연구비의 부익부빈익빈 지원구조를 더욱 공고하게 만들었다. 당장에 돈 되는 연구를 하라는 것이 공공 연구기관에 빗발치는 요구였다. 그래서 말로는 기초, 기초, 하고 외쳐댔지만 기초과학분야는 늘 찬밥이었다. 지금 줄기세포 연구도 마찬가지이다. 황교수가 하고 있는 배아 줄기세포 확립과 배양에 관해서는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고, 성체 줄기세포 연구나 임상 적용 연구, 줄기세포 분화 연구와 자가 증식에 관한 연구는 선진국의 50-75% 기술 수준을 유지하고 있으나, 줄기세포 연구의 기초에 해당하는 성체 줄기세포의 유연성 기전에 관한 연구는 선진국들과 큰 수준 차이를 보인다고 한다. 이런 마당에 황교수는 첫 번째 최고과학자상 수상자가 되어 연간 30억원 안팎의 연구비를 최고 5년까지 지원받게 되었다.

황우석 교수의 연구만으로 난치병 환자들은 조만간 자신들의 병이 낫게 될 것이라고 믿어도 될까? 천만에! 좋은 논문이 수천, 수만편 이상 모여서 하나의 질환 치료를 위한 기초가 형성되는 법이거늘, 겨우 몇 편의 연구결과를 갖고 질병 치료에 대한 섣부른 기대와 판단은 금물이다. 그것이 자칫 대중의 그릇된 환상을 부추기고 또 환자들이 무작정 그 임상 실험의 대상이 되고자 덤빈다면 황교수가 책임질 수 있을까. 아니면 언론을 포함한 그의 신봉자들이 일말의 책임이나 지려 할까.

그러므로 내 시샘을 탓하기 전에 황교수는 이쯤에서 한번 진지하게 돌아다보기를 바란다. 그에게로 향하는 조명등의 빛줄기가 강할수록 그 주변에 드리운 그림자는 깊고 어둡다는 것을. 때론 비정규직 연구원으로, 때론 한 번에 열 개의 난자를 바쳐야 하는 비련의 여성으로, 심지어는 맹목적인 미래지향의 냉동인간이 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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