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호 Network+Art
검둥이를 빌려줍니다?(Rent-a-negro.com)

양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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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둥이를 빌려준다는 다소 과격한 표현을 사용하는 사이트 Rent-a-negro.com은 사실은 사람들이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를 보다 친숙하게 여기도록 지원하는 참여형 웹 프로젝트이다. 이 프로젝트는 사람들이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를 접근하는 방법으로써 흑인을 직접 집이나 직장으로 출장을 보내 사람들과 교류케 하는 것이 특이한 점이다. 사람들은 사이트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유형의 흑인들을 집이나 직장으로 초대하고 인종차별, 백인우월주의, 급진과격주의 등 그들이 처한(혹은 처했던) 사회적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 문화를 보다 심도있게 이해할 수 있게 되는 시간을 가지도록 구성되어있다. 그리고 흑인과의 대화뿐만 아니라 의견이나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장치도 있다. 그들의 의견과 정보는 신청자에게 이익이 되는 내용이 포함됨으로써, 단순히 사람들이 그들의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정도가 아닌 현실적인 도움을 주는 파트너로서 필요한 존재로 인식케 한다. 그러나 그들을 집이나 직장으로 초대하는 것은 무료가 아니다. 그들을 초대하려면 일정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비용은 항목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사람들이 흑인을 초대하는데 지불된 돈은 Rent-a-negro.com가 아닌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를 지원하는데 사용된다고 명기되어있다.

그렇다면 Rent-a-negro.com 쇼핑몰인가?

결론적으로는 아니다. 이 웹 프로젝트는 흑인의 편견을 극복하고자 마련된 가상의 상거래 사이트다. 마치 쇼핑몰처럼 꾸며 다양한 목록과 비용을 구성해놓았지만, 단지 가상의 거래일 뿐 매매가 이루어지는 상거래 사이트는 아니다. 그럼 이런 일을 왜 하냐고 질문 할 것이다. Rent-a-negro.com 제작자의 직업은 예술가다. 예술가로서 자신의 의도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예술적 의도를 표현하기 위해 상거래 형식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 적절했기에 상거래 형식을 채택했을 뿐이다. 그렇다면 왜 예술이 이런 방식으로 과격한 표현(Negro)을 사용해가며 전달하려는가라는 질문도 할 것이다. 오늘날의 예술은 사람들에게 단지 아름다움만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이슈와 같은 내용도 전달하려고도 한다. 이 프로젝트는 기본적으로 흑인문화에 대한 열린 접근을 위한 예술 작업이다. 그리고 이 프로젝트의 쟝르는 웹아트 퍼포먼스라는 신종 예술 장르이다. 웹아트(넷아트)라는 예술 형식에 퍼포먼스라는 기존 예술이 첨가된 새로운 장르를 우리는 보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장르로 우리에게 다가오는 Rent-a-negro.com는 e-commerce(전자상거래) 형식을 빌어 인터넷 세대에게 적절한 방법으로 작업의 내용을 전달하기에, 누구나 쉽게 프로젝트를 경험해 볼 수 있다.
알다시피 에이브러험 링컨은 1863년 미국에서 흑인을 거래하는 것을 불법행위로 규정했다. 그러나 100년이 훨씬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흑인을 거래하는 방식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그들이 검둥이에서 아프리칸 아메리칸이 되는 시기인 근대사회로 진입하면서 흑인을 거래하는 방식을 달리했을 뿐이다. 흑인은 더 이상 노예시장에서 거래하지 않지만, 자본주의 사회에 살고있는 한 흑인뿐만 아니라 백인, 아시아인 등 모든 사람이 거래의 대상이 되며 여러 가지 방식과 장소에서 거래가 이루어진다. 그것은 비즈니스 파트너로서, 정치적 파트너로서, 사회적 파트너로서 거래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에서도 이러한 점들을 알리고 있는데, 이는 파트너로서 흑인의 사회적 위치를 알리려는 제작자의 의도를 충분히 알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누가 생각해냈을까?

Damali Ayo(1972년생, 미국)라는 흑인이 생각해낸 프로젝트로써 그녀는 어려서부터 주변 사람들의 흑인의 역사, 문화, 정치 등에 대한 질문들에 대답해왔다. 아주 사소한 질문부터 무거운 질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질문과 대답을 통해 그녀는 이런 대화를 예술의 한 형태로 생각했고, 정규 교육과정을 통해 구체적으로 자신의 작업으로 표현해낸다. 이후 작가는 자신의 화두를 인터넷으로 옮겨와 흑인의 역사, 문화, 정치 등을 보다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Rent-a-negro.com을 발표했다. 그녀는 이 웹 프로젝트를 통해 현재 500여명의 신청자와 수천 통의 이메일 받았고 여러 신문과 방송에서도 다루면서 국제적인 예술가로서 발돋움한다. 물론 이 프로젝트에 반대하는 측의 반응도 만만치 않지만, 그녀는 슬기롭게 대처하며 사람들이 흑인에 대한 편견을 벗어 던지게 한다. Rent-a-negro.com를 발표한 이후 그녀는 각종 예술단체에서 명예로운 상들을 받으면서 아프리칸 아메리칸 문화에 기여한 인물로서 인식되고 있다.

흑인이라는 다소 무거운 화두, 그리고 어려운 예술을 대단히 조화롭게 구성해 놓은 그녀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사람들에게는 흑인에 대한 생각을 긍정적으로 전환시켜주는 계기를 제시했으며, 참여형 웹 프로젝트가 사람들에게 새로운 형태의 예술작업으로 이해 할 수 있는 계기도 주었다. Rent-a-negro.com이 발표된 이후 여러 참여형 웹 프로젝트에게 좋은 모델이 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참여를 통해 점차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기에 그녀에게 박수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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