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6호 나와
정보화시대의 입시 풍속도
수능시험을 앞둔 수험생 최정호씨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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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음 :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해주시겠어요?
최정호 : 대학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의대를 가려고 수능 공부하고 있어요. 재수해서 대학을 갔었고, 지난해에도 실패했어요. 말하자면 장수생인 셈이죠. 지금은 재수종합반에 다니고 있어요.

지음 : 의대라... 그럼 이른바 최상위권 학생이겠네요?
최정호 : 그런셈이죠. 그런데 우리 반 학생들 30명 중에 25명은 의치한(의대, 치의대, 한의대)에 가려고 해요. 이과 최상위권 학생들은 대부분 그렇다고 보셔도 돼요.

지음 : 말로만 듣던 의대 편중 현상이 정말 심각하네요. 그런데 학생들이 인터넷 강의를 많이 듣는 편인가요?
최정호 : 제가 처음 대학시험을 볼 때만 해도 인강(인터넷 강의)이 거의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완전히 달라졌죠. 학원에 다니지 않고 독학하는 친구들은 거의 인강에 의존하구요.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도 꼭 들어야 된다는 유명한 강사들 강의는 꼭 듣는 편이죠. 예를 들어 수학 확률단원의 경우는, 아무개 선생님 수업 안들은 애가 없어요. 저도 학원수업을 주로 하고 있지만 중요한 인강은 제일 유명한 선생님들 걸로 두세 과목 듣는 편입니다.

지음 : 학생의 입장에서 인터넷 강의의 장점이 뭘까요?
최정호 : 일단 강의력에서 경쟁력이 있어요. 각 과목마다 널리 알려진 최고의 선생님들이 있거든요. 그런 선생님 수업을 아무 때나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죠. 힘들면 쉬었다가도 듣고, 또다시 들을 수 있으니 좋죠. 요즘은 EBS나 강남구청을 통해 좋은 강사들을 쉽게 접할 수 있으니 수험생들한테는 좋은 기회죠. 잘 활용만 하면요.

지음 : 단점이라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최정호 : 자기 컨트롤을 잘 해야 해요. 한 번 빼먹고 두 번 빼먹다 보면 어느새 왕창 밀려서 진짜듣기 싫어져 버리거든요. 또, 강의를 들을 때, 딴 짓을 할 수 있다는... 저도 집중이 안 될 때는 창을 하나 더 띄워서 서핑을 한다던가 하거든요.

지음 : 어차피 예전에도 수업 재미없으면 낙서하고 멀쩡한 샤프 고치고 그렇지 않았나요? ㅋㅋ
최정호 : 그렇긴 하네요. ㅋㅋ. 그래도 오프라인 수업은 걸려서 혼날 수도 있고...

지음 : 그건 장점 아닌가요? ㅋㅋ 하튼. 강의가 무료인 경우도 많던데 인강이 사교육비를 줄이는 효과도 있겠네요?
최정호 : 글쎄요. 과외나 학원 강의 같은 것들은 그대로 또 하는 측면도 있지 않나 하는데요. 학생들의 부담이 늘어난 측면이 좀 있죠.

지음 : 아. 원래 하던 건 다 하고, 인강은 추가로 더 듣는다는 건가요?
최정호 : 과외의 장점을 인강으로는 메꿀 수는 없거든요. 인강은 일방적이잖아요. 선생님한테 따로 물어보기도 힘들죠. 게시판을 통해서 질문하면 답변해주기는 하는데... 시간도 걸리고, 좀 불편해요. 과외는 제가 보기에 내용적인 측면을 채워주는 것이라기보다는 학생들의 학습관리인 것 같아요. 원투원으로 진도 체크하고, 과제 체크하고, 만약 인강이 그런 오프라인의 강제성을 가질 수 있는 방안을 낸다면 사교육비 줄이는 역할도 할 수 있을지도 모르죠.

지음 : 쌍방향 매체인 인터넷을 통한 강의가 일방적이다? 좀 아이러니하네요. 인강을 하는 선생님들에 대해서는 어떤 느낌이 들어요? 아무래도 얼굴 맞대고 수업 듣는 선생님과는 많이 다를 것 같은데.
최정호 : 인터넷강의 선생님들한테는 그냥 내용적인 충실성을 기대하죠. 인간적인 유대야 애초에기대하는 게 아니구요. 어차피 입시 공부하는데 다른 걸 기대하기는 어렵죠. 그래도 강의력이 워낙 뛰어나기 때문에 존경하면서 듣게 되는 분들이 많죠.

지음 : 존경까지 할 정도면 팬 클럽 같은 것도 있겠네요?
최정호 : 팬클럽이라 해도 되긴 할텐데요. 워낙 수험생이라는 신분이 짧기도 하고 불안정한 시기라 지속성은 약하죠. 팬들이 1년간은 존재하는 건 맞습니다. 오프라인 강의가 강했던 노량진에서도 스타강사들은 팬들이 50%정도는 채워준다는 얘기도 있었거든요. 수업 들었던 학생이 두세 번 더 듣는다는... 워낙 좋으니까 그 수업을 또 듣는대요. 팬들을 몰고 다니는 강사들이 좀 있죠. 언어 고전의 아무개 선생님은 유명하죠. 고전에 나오는 야사, 야설을 많이 얘기하는데... 앞쪽 한 세네 줄은 재수삼수 여자애들로 꽉찹니다.

지음 : 인강의 부작용이라면 어떤 게 있을까요?
최정호 : 학생들의 경우는 잘 모르겠는데요. 학교 선생님들이나 동네 학원 선생님들은 느끼는 부담이 커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있죠. 강의력에서 바로 비교가 되잖아요. 제가 아는 고2 애도 맨날 자기네 선생님 욕하기 바쁘거든요. 같은 인강 선생님들이라고 해도 비교가 바로 되니까 애들 사이에서는 말이 많죠. 잘나가는 강사들 강의는 학교 선생님들이나 다른 학원 선생님도 많이 듣는다고 들었어요. 그만큼 수업 준비하는 것도 힘들어졌다고 봐야죠. 선생님들 사이에 경쟁도 치열해요. 소문으로는 어떤 강사의 경우는 알바를 동원해서 게시판에서 경쟁 강사를 비방하는 경우도 있다고 하니까요.

지음 : 네... 꽤 비싼 유료 인강들도 있는 것 같던데요. 거의 무료에 가까운 인강들이 있는데도 이런 강의들을 많이 듣나요?
최정호 : 네. 많이 들어요. 제일 유명한 모 사이트의 경우는 평가가 좋다 싶은 선생님들은 바로바로 모셔 가더라구요. 그러다 보니 강의의 질도 좋고, 내용도 알차다는 평가가 많아요. 강의의 종류도 많아서 다양한 수준에 맞춰서 제공하거든요. 공짜인 데는 한계가 있는 거 같아요. 일단 강의 수부터 적어요. 그러다보니 비싸도 듣는 거죠.

지음 : 그럼 그런 것들만 다 들어도 예전 학원비 정도는 쉽게 나가겠네요.
최정호 : 그렇죠. 그런데 물론 다 사서 보는 건 아니에요. 이런 얘기는 해도 되는지 모르겠지만, 어떤 P2P 프로그램이나 웹하드 사이트 같은데 가면 이런 거 모아 놓는 애들이 있어서 다운받아서 많이 봐요. 유명 강사들의 경우는 꽤 많이 퍼져 있거든요. 음성만 추출해서 MP3로 듣고 다니는 애들도 있구요.

지음 : 역시 정보화 세대들은 다르군요. 그렇다면 수많은 강의들 중에서 좋은 강의를 선택하기 위해서 정보를 입수하고 분석하는 일도 상당히 중요하겠네요. 학생들 사이에서 정보교환이 활발한가요?
최정호 : 정보교환도 주로 인터넷으로 한다고 봐야죠. 각 포탈들의 수능 카페도 엄청 많거든요. 선생님이나 교재에 대한 추천과 평가는 물론이구요. 뭐 대강 잘하는 애들끼리는 이미 평가가 거의 끝나서 무슨 과목은 누구 무슨 과목은 누구 이런 게 있어요. “누구는 무슨 강의는 괜찮은데 무슨 강의는 대충하더라.” 뭐 이렇게요. 중간 애들은 그런 애들 따라하면 되고. 요새는 상위 1~2%만 가입할 수 있다는 한 사이트가 아주 유명해요. 최상위권 애들한테는 필수 사이트로 통하죠. 뭐 모의고사나 수능 보고 나면 바로 거기로 달려가요. 대학들에 대한 정보도 엄청 많거든요. 매년대학 학과별 예상 커트라인을 발표해요. 실제 애들 성적으로 바탕으로 말이죠. 뭐 아무나 안받아주고 해서 요새는 안티사이트도 생겼어요.

지음 : 단순히 인강을 듣는 것뿐만 아니라 각종 정보를 인터넷을 통해 수집하는 것이 입시에 있어서 아주 중요해진 것 같네요. 말씀하시는 거 보면 정호씨 스스로가 입시전문가가 다 된 것처럼 느껴지는데요?
최정호 : 그런가요? 하하. 혹시 수능 다시 보실 일 있으면 찾아오세요. ㅋㅋ
지음 : 하하. 공부하느라 바쁘신데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 결과 있기를 바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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