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6호 표지이야기
일상화된 개인정보노출, 사이버폭력의 표적
싸이월드 실명제 게시판, 개인정보추적공간으로 활용돼…

정우혁  
조회수: 5219 / 추천: 65
최근 함께하는시민행동(이하 시민행동)은 프라이버시와 관련하여 중요한 보고서를 공개했다. 가입자 1천만명이 넘는 국내 최대 사이트의 하나인 싸이월드(www.cyworld.com)에서 개인정보가 어느정도 노출되어 있는지에 대한 실태보고서였다. 싸이월드의 홈페이지는 기본적으로 모든 게시판이 실명제로 운영되고 있으며, 이에 기반한 인맥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서 개인정보가 쉽게 공개될 수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


싸이월드 개인정보노출 매우 심해
시민행동의 조사에서는 예상했던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조사대상 중 98%에서 인맥정보가 노출된 것이 확인되었다. 과반수 이상 노출된 정보들은 얼굴사진(89%), 가족(79%), 취미(77%), 학력(77%), 생년월일(75%), 혈액형(55%), 애인(또는 배우자(54%) 등 이었으며, 특히 신상정보와 인맥정보의 노출이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미니홈피의 프로필게시판의 기본정보 이외에도, 방명록 등의 게시판을 통해서 프로필에서는 알 수 없는 수많은 개인정보들이 노출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게 노출된 개인정보들은 한 개인 이력서의 기본사항들을 채울 수 있을 정도라고 보고서는 밝혔다. 실제로 게시판을 통해서, 전화번호나 주소 등을 찾을 수 있는 경우도 다반사이다.

시민행동은 이렇게 실명으로 노출된 개인정보들이 인터넷을 통해서 자신이 알지 못하는 타인과 집단으로 복사 및 이동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인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다고 분석했다. 깨끗한 인터넷을 만들겠다고 시작한 실명제이지만, 싸이월드의 게시판은 민감한 개인정보들이 유출될 수 있는 매우 취약한 공간이 된 것이다. 오히려 더 위험한 사이버 폭력 에 노출되어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미니홈피에 공개되어 있는 개인정보로 인한 피해자 속출
최근 미니홈피에 노출된 개인정보들 때문에 피해를 입은 사건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싸이월드의 미니홈피는 특정 비난(?)을 받을만한 사회적인 이슈가 발생했을 때, 해당사건과 관련된 당사자의 개인정보를 입수하는 공간이 되고 있다. 네티즌들은 미니홈피를 통해서 입수한 개인정보를 아무런 거리낌 없이 다른 인터넷 게시판 등으로 퍼나르고 있으며, 이 경우 해당개인의 미니홈피는 많은 네티즌들의 무차별적인 공격대상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이런 과정에서 해당 사건과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제3자까지도, 당사자의 인맥에 등록되어 있었다는 상황으로 인해서 피해를 받는 사례가 발생하기도 했다.

시민행동의 보고서는 최근에 발생한 피해사례들을 생생히 보고하고 있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밀양여중생 집단성폭행 사건의 경우 네티즌들은 가해자들의 싸이월드 미니홈피를 통해서 개인들의 정보와 사진들을 찾았으며, 또한 이 정보들을 인터넷 여기저기로 유포시켰다. 가해자들의 미니홈피는 곧바로 무차별 공격의 대상이 되었으며 대부분 폐쇄되었다. 이 과정에서 사건과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가해자와 인맥관계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함께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사람들도 있었으며, 이들 또한 공격의 대상이 되었다. 또한 지난 3월 발생한 서울대생 도서관 폭행사건에서는, 피해자가 가해자의 미니홈피를 통해서 얻은 이름과 휴대폰번호, 그리고 사진 등을 인터넷에 공개했으며, 가해자는 네티즌들로부터 엄청난 비난을 받게 되었다. 결국 가해자와 그 애인의 미니홈피까지도 폐쇄되었다. 이외에도 특정 사건의 당사자와 아이디가 같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적인 폭언을 받은 경우나 사진첩에 올린 사진을 누군가 합성해서 인터넷에 유포시킴으로써 명예가 훼손되는 경우, 또는 헤어졌던 이성과 관련된 사진과 정보가 인터넷에 유출되는 경우 등 싸이월드의 미니홈피에 노출된 개인정보들로 인한 크고 작은 피해가 계속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개인정보 유출의 문제에 대해서 아직까지 효과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고 있다.

포털사이트로 확산되는 개인정보, 2중 3중 인권침해 발생
사회적인 이슈가 되는 사건이 발생했을 때, 인터넷 공간을 통해서 퍼져나가는 속도는 거의 순식간이라고 할 수 있다. 서울대생 도서관 폭행사건의 경우 네티즌들의 추적으로 인해서 사건발생 6시간 만에 가해자의 싸이월드의 주소가 인터넷에 공개되었으며, 9시간 만에 가해자가 소속된 학과, 학년, 출신고교, 과거이력, 성격, 취향 등이 완전히 공개되었다. 이런 개인정보들은 각종 포털 사이트들의 블로그와 카페 등 게시판을 통해서 확산되었다. 더군다나 포털사이트의 인기검색어에 등록이 되면 더 이상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넓게 퍼져나가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당사자가 해당사건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인권침해가 발생한 이후다.

프라이버시보호 등 인권감수성 부족이 원인
시민행동의 보고서는 인터넷에서 발생하고 있는 이런 피해 사건들에 대해서, “사회구성원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나 규범을 어긴 점에서 같은 사회구성원들이 비난하고 힐책하는 것은 당연한 반응”이라고 설명했지만, 반면 “그러나 개인의 사진이 싸이월드 같은 공간에서 손쉽게 빼내어져서 광장 한복판에 걸리고 지나가는 무수한 사람들에게 원색적인 비난과 돌팔매질을 당해야 한다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인가에 대해서는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진 등과 같은 개인의 신분이 드러나는 민감한 정보들을 인터넷 상에 올리는 것은 타인의 인권을 침해하는 잘못된 행위라는 것이다.

싸이월드의 실태조사를 담당했던 시민행동의 김영홍 정보인권국장은 사이버 상에서의 인권침해에 대해서, 네티즌들의 프라이버시에 대한 인권감수성의 부족과 함께 인터넷 사업자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김국장은, “네티즌들이 자신을 알리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정보를 노출하는 경향이 있다”고 지적하고, “자신의 정보뿐만 아니라 가족, 친구의 정보까지도 노출되고 있으며 이 경우 심각한 프라이버시 침해의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덧붙여 김국장은, “싸이월드의 경우 에스케이커뮤니케이션스가 타인의 엿보기는 통해서 장사를 벌여온 것인데, 이 과정에서 별다른 사생활보호기능을 벌이지 않았으며, 더 많은 피해들이 발생할 수밖에 없었다”고 비판하고, “인터넷 사업자가 더 많은 책임의식을 가지고, 사생활보호기능을 강력히 마련할 뿐만 아니라, 네티즌들을 상대로 프라이버시 보호 캠페인을 벌여나가야 할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시민행동이 발표한 싸이월드 미니홈피에서의 개인정보 노출빈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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