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6호 교육과
방학, 저당 잡힌 인생은 돌아오는가?

김정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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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학이다. 교사에게는 재충전의 기회이고 학생들에게는 여러 가지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아주 소중하고 특별한 시기이다. 그래서 새 학기에 더욱 힘차게 세련되게 재미있게 가르칠 수 있고, 공부할 수 있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는.
그러나 우리 학생들은 방학이 없다. 고등학교에서는 교사도 방학이 없다. 재충전해야 할 시간에 보충수업과 자율학습 감독에 시간을 보내고 있다. 교사야 그에 따른 수당에 보충수업비에 돈 버느냐고 그런다고 하고, 학생들은 왜 그렇게 방학을 보내는 것일까? 정말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럴 필요가 있다고 믿으며 그 확신에 따라 움직이는가? 모를 일이다.

고등학교에 와서 느낀 것 중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은 자신들의 기본적 권리가 무엇인지 전혀 모르고 있으며, 알려고도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수년간 청소년 단체 친구들과 활동을 했었던 일이 오히려 일반 학생들의 기본적 사고방식을 모르게 만든 것처럼 느껴진다. 아이들은 정말 생각하지 않는다. 아니, 생각은 하고 있으나, 현실에 대한 두려움과 생각을 발전시켜 행동으로 나타내는 방법을 모르고 있다는 것이 옳을 것이다.

보충수업은 말 그대로 자신이 부족한 부분을 보충하는 시간이 되어야 한다. 교사라면, 학생들이 자신의 필요에 의해 그 목적이 지적 호기심의 충족을 위해서건 입시를 위해서건,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다만 옳지 않은 의도로 요구하는 것은 적절히 대화해야겠지만, 어찌되었건 학생들의 요구에 교사들은 따라야 하는 의무가 있다고 본다. 요구하는 보충수업을 해주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전체적인 시간표의 문제나, 교사 수급의 문제, 당면한 입시의 현실을 핑계로 그것을 해결해주지 않는 것은 물론, 오히려 그것을 이유로 강제적인 보충수업을 진행하는 것은 명백한 인권침해일 것이다.

정규 교육과정이 아닌 보충교육과정에 대한 선택권의 침해, 자신의 시간을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보낼 수 있는 신체의 자유에 대한 구속, 정해진 것을 행하기 위한 물리적, 정신적 폭력은 학생들이 결국 기본권을 침해하면서까지 목적을 이루려고 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줌으로써 바람직한 인간상을 만들어 나가는 교육의 목적에 위배되는 결과를 가져 올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나는 올 여름방학 보충수업을 통해 약 300만원정도의 수입을 올린다. 왜 그런데도 가만히 있는가. 가만히 있고 싶지는 않다. 그러나 부끄럽게도 내게는 시스템이 너무도 견고하다. 돈을 바라는 교사, 학생들에겐 그런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맹목적인 믿음을 가진 학부모에, 수업을 받지 않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어떻게 건드려보기가 어려운 공고한 시스템이다. 이어가는 글 속에서 계속 말하는 것이지만, 학교의 인권탄압 시스템은 우리 모두의 관심을 필요로 하고 있다. 이상적인 것이 무엇인지 얘기할 수 있으나, 얘기한 내용이 현실적 요구와 역설적이게도 그 요구를 들어줄 수 없는 학교의 시스템에 막혀버리는 것이 지금 학교다.

이 글을 읽는 독자 중에도 고등학생은 무조건 공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분이 계실지도 모른다. 맞는 말이다. 공부해야 한다. 그러나 공부는 혼자 하는 것이지 누군가로부터 주입받는 것이 결코 아니다. 이 기본적 원칙하에 인권적 관점을 가진 제도와 정책이 추진되어야 하는 것 아닐까? 아무튼, 심란한 방학이다. 나도, 공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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