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6호 사람들@넷
"전 세계 이주노동자들의 국경없는 네트워크"
바로 이주 노동자방송국이 꿈꾸는 미래

박경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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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 년이라는 이주노동의 역사, 한국에는 이제 45만 이상의 이주노동자가 살고 있고, 국내 이주노동자 관련 인권단체의 숫자 만해도 이미 150여 개를 넘어서고 있다고 한다. 1995년 명동성당 앞에서 산업연수생제도 철폐와 외국인노동자 인권 탄압을 중단할 것을 촉구하며 농성하던 네팔 이주노동자들로부터 시작된 이주노동자 노동운동이 10년이라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지난 4월 24일 이주노동자 노동조합이라는 알찬 결실을 낳았다. 물론 정부에서는 곧바로 이주노조 위원장을 표적연행 하는 것으로 맞대응 했지만, 올 8월 말을 시점으로 예상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의 급증은 이미 피해갈 수 없는 미래라는 것이 이 분야에서 오랫동안 활동해온 전문가들의 판단이다.(지금 이글을 쓰고 있는 나도 진정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길 바라고 있는 사람 중의 하나다.)

최 근 몇 년간 이렇게 급박하게 돌아가고 있는 이주노동자 문제를 아직까지 주류 보수언론이 올바른 관점으로 보도하지 못하는 시점에서, 이제는 이주노동자 관련 단체는 물론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미디어를 주도해야한다는 판단에서 이주노동자방송국이 지난 5월 18일 개국했다.

기존의 보수 언론에서는 이주노동자의 모습을 그저 '불쌍한 사람', '테러리스트', '범법자', '돈을 쫓아 온 사람'으로 다루기 쉬웠다. 아니면 이주노동자가 자살을 하거나 사고가 나서 목숨이 위태로워야 겨우 미디어에 등장할 수 있을 뿐이었다. 이주노동자 문제는 언제나 좁은 지면이 할애되었고 메인 기사로도 쉽게 채택되지 못했다. 주류언론이 국가가 주는 정보에 의존해 기사를 작성해왔기 때문에 이주노동자 문제에 대해 긍정적이지 못했다. 이들은 정치적, 문화적 또는 경제적 이유로 인해 고향을 떠난 2억이라는 전 세계 수많은 이주민들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보이거나 주장과 판단을 보류했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은 기존의 언론이 가진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여 이주 관련 단체 전문가들과 활동가들, 이주노동자 당사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도모해 이주문제에 관해 새롭고 포괄적인 시선과 전문성, 그리고 지속성을 가진 대안언론으로 자리 잡고자 한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뉴스, 영상, 이주노동자 넷, 이주노동자 블로그, 이주노동자 라디오가 있다. 장기적으로는 이주노동자들이 직접 운영하는 각국어 방송국 운영, 이주노동자 관련 자료를 정리하는 데이터베이스 구축, 국내외 이주노동자 관련 사이트와 네트워크 구축, 계간소식지 '이주노동자방송국' 발간, 한글교육과 미디어교육을 통한 전문성을 갖춘 방송국 제작인력 확대, 이주노동자 문화활동가 발굴 및 육성 등 다양한 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이 최종적인 목표로 삼는 것이 이주노동자가 전문성을 갖춘 기자로 참여하는 것이니 만큼 이주노동자들의 능력을 최대한 보여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한글을 제대로 쓰거나 읽을 수 있으면서 미디어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 있는 이주노동자의 숫자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일차적으로 라디오에 이주노동자들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다. 현재 이주노동자에 의해 진행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은 총 4개이다. 이주노동자밴드 ‘스탑크랙다운’에서 일렉트릭 기타를 연주하는 미얀마출신 이주노동자 소모뚜가 진행하는 ‘이노의 해피 선데이’는 일요일에, 한국여성과 결혼한 네팔 출신 이주노동자 수레스가 진행하는 ‘뽀로데시 친구들’은 토요일에, 태국 출신 이주여성 쥴리아가 진행하는 ‘렝안 타이의 즐거운 편지’는 화요일에, 그리고 이주노조 조합원 네팔 이주노동자 라쥬와 프라카스 그리고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카셈이 3개국어로 진행하는 ‘이주노조 뉴스’ 는 월요일에 각각 밤 10시부터 약 1시간 동안 네티즌과 만나고 있다. 이 밖에 다양한 국가에서 온 이주노동자들을 참여하도록 유도해 라디오 프로그램을 더 늘여나갈 계획이다. 방송국 만평에는 현재 네팔 이주노동자 잭이 참여하면서 이주노동자 운동을 이주노동자의 진정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러나 영상과 뉴스에 참여할 이주노동자들을 섭외하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방송국에선 이들의 미디어 교육을 통한 방송국 인력 확대를 개국 이전부터 계획해왔다. 본격적인 미디어 교육은 이미 미디어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외부 단체와의 협력 하에 올 하반기부터 진행할 예정이며 년 2회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지속적으로 운영하려고 한다. 방송국에 이미 참여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의 전문성과 독립성을 더 키워주기 위해 필수적이라고 판단되는 것으로 한글 교육이 있다. 최종적으로 기사를 작성해야 한다는 목적을 두고 계획하고 있기 때문에 원하는 수준으로 교육하는데 얼마만큼의 시간이 걸릴지 아직 장담할 수는 없으나 곧 시작하려고 준비 중에 있다.
여기까지 작성한 글을 읽고 참 대단한 것을 기획하고 있다고 말할 분들이 있을 것이며 분명 운영비는 어떻게 감당할지에 대한 질문이 쏟아질 것이 당연하니 자본주의 사회에서 제일 중요한 ‘돈’ 이야기도 덧붙여야 옳겠다. 현재 운영비는 없으며 방송국에 참여하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15 명 정도의 팀원들은 모두가 자원 활동가들이다. 뉴스기자, 객원기자, 사진기자, 라디오 구성작가, 기술진행, CJ들, 웹디자이너 까지 모두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진보넷 메인 서버와 노동넷 스트리밍 서버 모두 양 넷에서 협찬 받고 있다. 사무실은 대표인 내 집의 방 하나를 개조해서 임시로 사용하고 있다.

물론 이런 엄청난 규모의 일을 꾸미면서 언제까지고 무보수로 사람들과 일할 수는 없다. 다음 주부터 일차적으로 방송국 CMS후원 회원 모집에 들어가며 곧 방송국 사이트를 통해 후원회원이 될 수 있으니 뜻을 같이 할 수 있는 분들의 많은 후원을 바란다는 부탁도 방송국 운영을 책임지고 있는 대표의 입장에서 이런 원고청탁이 들어왔을 때 꼭 해야 할 말인 것도 사실이다.

인터넷의 강점은 국경을 초월하여 소통이 존재하는데 있다. 이주노동자방송국의 현재 모습은 초라해 보일지 모르지만, 미디어 교육을 통해 발굴한 능력 있는 이주노동자들이 방송국 운영에 직접 참여하고 본국으로 돌아가서도 함께 한다면 앞으로 방송국 운영을 통해 얻게 될 파급효과는 돈의 가치로 환산할 수 없는 것이다. 같은 꿈을 가지고 길을 함께 가고 방송국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좋은 분들이 있기에 혹시 생각보다 더 멀지 모르는 이 길을 걸어 갈 수 있다. 그래서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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