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3호 여기는
디지털사진, 마음대로 퍼다 써도 될까요?

고영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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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일을 하는 이 모씨는 얼마전 한 학생운동단체가 개최한 행사 포스터에 자신이 해외에서 공들여 찍은 사진이 자신의 허락도 없이 사용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자신의 홈페이지에 '본인의 허락 없이는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는 안내문까지 올렸는데도 말이다.
대학생 안 모씨는 자신이 사진사이트에 올렸던 사진을 한 온라인게임업체가 사용하고 있는 것을 우연히 발견하게 되었다. 게다가 이 업체가 사전에 아무런 양해 없이 자신의 원본사진을 임의로 변형해서 사용하고 있는 것에 더욱 화가 났다. 안씨는 이 업체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준비하고 있다. 이 모씨와 안 모씨의 경우는 최근 실제로 있었던 일로 보도까지 되었던 사건이다.

디지털사진저작권 놓고 소송 '봇물'

예로 든 두 개인의 사례 외에도 디지털사진을 둘러싼 기업 간의 저작권 소송도 요즘 들어 자주 일어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스포츠서울, 스포츠조선, 굿데이 등 스포츠신문 3사가 '자신들의 인터넷사이트에 있는 사진을 사전에 동의 없이 사용해 저작권을 침해했다'며 인터넷서비스제공업체(ISP)와 포털사이트 4곳을 대상으로 서울지법에 5억원의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내기도 했다.
또 최근에 연예인누드사진이 붐을 이루자 디카로 찍은 누드사진을 인터넷을 통해 서비스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러자 이들 사이트가 해킹을 당해 사진이 유포되고, 저작권이 침해당했다며 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에 수사를 의뢰한 경우도 있었다.
여기에 더해 요즘에는 이른바 '컴파라치'나 '컨파라치'로 불리우는 저작권 사냥꾼들도 활개를 치고 있다. 인터넷에서 무단으로 사용되고 있는 저작권이 있는 사진만을 찾아내 손해배상금을 전문적으로 받아주는 법무법인과 저작권 대리중개업체도 등장한 상황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찍은 사진으로 인해 저작권문제가 발생하자 최근 디지트리얼테크놀로지라는 업체는 이를 위해 디지털사진의 저작권을 보호해주는 제품도 출시한 바 있다.
전문적인 작가들이 찍은 사진이나 상업적이고 미술적인 사진 외에도 요즘에는 초보들이 찍은 사진도 저작권논쟁의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이는 최근 디지털카메라가 급속히 보급되고 폰 카메라가 붐을 이루면서 누구나 디지털사진을 찍을 수 있는 환경이 되었기 때문이다. 또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디카족'과 수동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스캔해 인터넷에 올리는 '아카족(아날로그카메라 족)'들의 동호회 사진사이트가 인기를 끌자, 이곳에 올라온 사진들을 무단으로 사용해 문제가 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저작권이냐 자발적 공유냐

이러한 문제는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사진을 올리고 서로 즐기는 것을 원한다하더라도, 권리포기 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히지 않는 한 원작자의 저작권권리는 그대로 남아있기 때문에 저작권의 함정이 발생한다. 여기에 인터넷에 올라와 있는 수많은 이미지 중에 자신이 쓰고 싶은 사진을 누가 찍었는지 알 수 없는 경우가 많아, 저작권자에게 허락을 얻기가 힘든 것도 디지털사진저작권문제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디지털사진에 대한 현행 저작권법을 살펴보면 사진의 상업적 이용 여부를 떠나 '저자의 허락 없이 사진·그림파일 등을 복제, 전송하는 등의 일체 행위'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다. 전통적인 사진의 저작권을 살펴보면 사진 저작물은 저작권법 제4조 ⓛ항 6호에 의거해 당연히 저작물로써 인정되어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를 받게 되어있다. 사진의 저작권에 대해서는 '사진 작가의 주관에 의해 피사체의 구도를 선택하고, 사진 찍는 위치, 빛의 양, 촬영속도 내지 찬스를 선택함으로써 사진작가의 독창성이 인정되면 사진 저작물로 인정받아 저작권이 발생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현행법상 사용자의 허락을 얻지 않고 사진을 가져다 쓰는 것은 저작권 위반이다. 하지만 디지털 사진의 경우 꼭 저작권을 근거로 경제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사람뿐만이 아니라, 순수하게 다른 사람과 나누고 싶어서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리는 아마추어 작가들도 많다. 다만, 무단으로 이러한 사진을 이용하는 것은 일차적으로 창작자에 대한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실제 많은 분쟁들이 꼭 재산적 권리를 주장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허락 없이 이용되었다는 것에 화가 나서 분쟁이 발생되는 경우도 많다.
이에 대해 정보공유연대 IPLeft의 한 활동가는 "만일 미리 사전 허락을 맡았다면, 굳이 저작권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자유롭게 이용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질 수 있을 것"이라며 "지나치게 저작권이 강조되었을 때는 현재 사진 커뮤니티 등에서 이루어지는 자발적 사진의 공유가 위축될 위험이 있다"고 말했다. 또 사진 공동체에서 공동체 성원이 합의할 수 있는 사진 이용, 배포 등에 대한 원칙 등도 세울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하자센터에 '저작권 침해 당해보니'라는 글을 올린 '정은아 죽돌'이라는 한 청소년은 칼럼을 통해 "얼마 전에 갔던 축제에서 자신이 지난 겨울 촬영한 스틸사진이 축제포스터에 사용된 것을 보고 마음이 상해 주최측에 유감을 표하고 해명을 받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자신의 사진이 비록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을 정도의 '작품'은 아니지만, 그래도 미리 얘기를 해주었다면 흔쾌히 승낙했을 텐데"라며 아쉬움을 표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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