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용자 권리는 배제되고 자본의 논리만 남아
그러나 이러한 뉴미디어 개발에는 언제나 자본의 논리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침체된 유선 전화시장과 이제 막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핸드폰시장 그리고 더 이상 가입자가 늘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기획되고 발굴 되어진 것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뉴미디어에는 사회적 필요라든가, 공공적 영역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본의 욕망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생산논리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뉴미디어의 개발은 공공성이나 수용자의 권리가 배제된 채,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일관되었다. 이러한 뉴미디어 난개발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골몰하던 기업과 이를 암묵적으로 지켜보는 정부의 합의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이것이 결국에는 시장 중심의 논의로 흘러 소비자 혹은 수용자로서의 존재만이 남게 되었다. 미디어 난개발을 둘러싼 학계, 자본, 국가의 담합은 실로 견고하여 뉴미디어나 유비쿼터스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을 선전하고 전파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의도는 과연 순수할까? 믿고 따를 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
발전하는 기술과 전략의 변화
뉴미디어로의 환경 변화는 크게 발전하는 기술과 변화된 기업전략의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컨버젼스(Convergence) 혹은 융합이라는 단어로 집약되는 뉴미디어 환경은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이윤을 추구하던 기업에게는 그들의 미래가 걸린 실로 절실한 생존의 문제이다. 이 환경에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는 그야말로 적자생존,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자본은 끊임없이 개입하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뉴미디어에 의한 융합현상은 크게 서비스, 기술, 산업 세 측면에서 고찰될 수 있다. 우선 서비스에 있어서의 융합은 하나의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전략적으로 제휴, 동맹하는 것이다.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을 하나로 묶어 판매하거나, 여러 방송, 언론, 이동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과는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연대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이미 이러한 동맹을 목격한 바 있다. 이러한 서비스 융합은 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사업자가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술의 융합은 기술 발전에 따라 서로 다른 네트워크나 공동의 시스템을 개발, 이용하는 것이다. 즉 방송사업자들은 방송망으로 통신서비스를, 통신사업자들은 통신망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블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거나 통신사업자가 초고속망을 이용해 TV콘텐츠들을 제공하는 것이 기술융합의 사례들이다. 이러한 기술융합은 궁극적으로는 광대역통합망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융합은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인수, 합병을 통해 서로 간 영역으로 그 시장을 확장하고 진출하는 것이다.
환상이 필요하니, 뉴미디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전규찬교수는 디엠비를 “국가-자본-학계-매체 간 4자 동맹으로 인민 다·중을 배재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작전”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이것은 국가와 자본의 합작품으로 “자본이 추진하고 국가가 지원하며 매체가 동조한 이윤 축적의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전교수는 현재와 같은 뉴미어의 난개발이 “첫째, 다중의 앎과 무관하게 뉴미디어 도입을 결정하고 정책화 하라. 둘째, 이 과정에서 다중의 개입 가능성을 최대한 봉쇄하라. 셋째, 경우에 따라서는 온갖 화려한 전망을 내놓는 것도 적극적인 전술이 될 수 있다. 넷째, 만약 다중 혹은 시민사회가 눈치 채고 문제 삼을 때는 그럴듯한 공론화 혹은 토론의 과정을 가져라. 다섯째, 정책화 과정이나 그 후에도 끈질기게 시비하면 ‘사후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려라. 밀어붙여라. 그게 돈 되는 길이다”라는 암묵적 합의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거 ‘정론’을 내세우던 언론은 그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이념도 신념도 없이’ 미디어 난개발의 현장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이미 에스케이텔레콤(SKT)
등과 같은 거대 통신자본은 망과 콘텐츠, 그리고 서비스를 독점하고, 부족한 콘텐츠는 음반사 또는 콘텐츠 제공자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모으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미디어 환경변화는 작게는 서비스 혹은 기술적 부문의 변화로부터 넓게는 국내 방송, 언론, 통신 등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미디어, 어떤 것들이 있나 디엠비(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아이피티비(IPTV, Internet Protocol TeleVision) 브이오아이피(VoIP, Voice over IP) 티피에스(TPS, Triple Play Servic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