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7호 표지이야기
융합된 위기, 뉴미디어
미디어 공공성은 배제한 채 시장 논리로만 일관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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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의 발전은 변화를 요구한다. 그것이 비록 우리가 개입할 수 없었던, 철저히 주어진 것이라 할지라도 새로운 방송·통신융합(아래 방통융합) 환경은 어쨌거나 우리에게 현재진행형이다. 과거 일방향적이던 방송이 그 닫힌 소통을 넘어 쌍방적 환경으로 변화되는 것을 우리는 이미 통신을 통해 경험한 바 있다. 최근에는 개별영역에서 존재하던 방송과 통신이 점차 그 경계를 흐리면서 하나의 매체로 통합되는 모습을 목격했다.

수용자 권리는 배제되고 자본의 논리만 남아

그러나 이러한 뉴미디어 개발에는 언제나 자본의 논리가 먼저 자리하고 있었다. 그것은 침체된 유선 전화시장과 이제 막 바닥을 드러내기 시작한 핸드폰시장 그리고 더 이상 가입자가 늘지 않는 초고속 인터넷에 대한 새로운 수익모델 창출을 위해 기획되고 발굴 되어진 것이다. 따라서 애초부터 뉴미디어에는 사회적 필요라든가, 공공적 영역에 대한 배려보다는 자본의 욕망 그리고 신자유주의적 생산논리가 숨어 있었다.

그래서 뉴미디어의 개발은 공공성이나 수용자의 권리가 배제된 채, 철저히 신자유주의적 논리로 일관되었다. 이러한 뉴미디어 난개발은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이윤을 창출할 수 있을 것인가에 골몰하던 기업과 이를 암묵적으로 지켜보는 정부의 합의아래 일사천리로 진행되었고 이것이 결국에는 시장 중심의 논의로 흘러 소비자 혹은 수용자로서의 존재만이 남게 되었다. 미디어 난개발을 둘러싼 학계, 자본, 국가의 담합은 실로 견고하여 뉴미디어나 유비쿼터스가 가져올 장밋빛 미래에 대한 환상을 선전하고 전파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의 의도는 과연 순수할까? 믿고 따를 만큼
신뢰할 수 있을까?




발전하는 기술과 전략의 변화

뉴미디어로의 환경 변화는 크게 발전하는 기술과 변화된 기업전략의 결과로 이해될 수 있다. 컨버젼스(Convergence) 혹은 융합이라는 단어로 집약되는 뉴미디어 환경은 그동안 각자의 영역에서 이윤을 추구하던 기업에게는 그들의 미래가 걸린 실로 절실한 생존의 문제이다. 이 환경에 적응하는 자는 살아남고 그렇지 못하면 사라지는 그야말로 적자생존, 정글의 법칙이 존재하는 신자유주의 질서에서 자본은 끊임없이 개입하고 그 영역을 확장해 나간다.

뉴미디어에 의한 융합현상은 크게 서비스, 기술, 산업 세 측면에서 고찰될 수 있다. 우선 서비스에 있어서의 융합은 하나의 사업자가 다른 사업자와 전략적으로 제휴, 동맹하는 것이다. 두 가지 이상의 상품을 하나로 묶어 판매하거나, 여러 방송, 언론, 이동통신사들이 자신들의 정치적 지향과는 무관하게 무차별적으로 연대하는 장면에서 우리는 이미 이러한 동맹을 목격한 바 있다. 이러한 서비스 융합은 다양한 상품을 다양한 사업자가 판매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술의 융합은 기술 발전에 따라 서로 다른 네트워크나 공동의 시스템을 개발, 이용하는 것이다. 즉 방송사업자들은 방송망으로 통신서비스를, 통신사업자들은 통신망으로 방송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케이블사업자가 초고속인터넷을 제공하거나 통신사업자가 초고속망을 이용해 TV콘텐츠들을 제공하는 것이 기술융합의 사례들이다. 이러한 기술융합은 궁극적으로는 광대역통합망을 통한 네트워크 구축을 목표로 한다. 산업적 측면에서의 융합은 방송사업자와 통신사업자가 인수, 합병을 통해 서로 간 영역으로 그 시장을 확장하고 진출하는 것이다.


환상이 필요하니, 뉴미디어?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의 전규찬교수는 디엠비를 “국가-자본-학계-매체 간 4자 동맹으로 인민 다·중을 배재한 상태에서 추진하는 작전”에 불과하다고 설명하고, 이것은 국가와 자본의 합작품으로 “자본이 추진하고 국가가 지원하며 매체가 동조한 이윤 축적의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전교수는 현재와 같은 뉴미어의 난개발이 “첫째, 다중의 앎과 무관하게 뉴미디어 도입을 결정하고 정책화 하라. 둘째, 이 과정에서 다중의 개입 가능성을 최대한 봉쇄하라. 셋째, 경우에 따라서는 온갖 화려한 전망을 내놓는 것도 적극적인 전술이 될 수 있다. 넷째, 만약 다중 혹은 시민사회가 눈치 채고 문제 삼을 때는 그럴듯한 공론화 혹은 토론의 과정을 가져라. 다섯째, 정책화 과정이나 그 후에도 끈질기게 시비하면 ‘사후 검토해 보겠다’는 식으로 얼버무려라. 밀어붙여라. 그게 돈 되는 길이다”라는 암묵적 합의하에 진행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과거 ‘정론’을 내세우던 언론은 그 균형감각을 상실한 채 ‘이념도 신념도 없이’ 미디어 난개발의 현장에 몸을 던지고 있다. 이미 에스케이텔레콤(SKT)
등과 같은 거대 통신자본은 망과 콘텐츠, 그리고 서비스를 독점하고, 부족한 콘텐츠는 음반사 또는 콘텐츠 제공자들을 인수, 합병하면서 모으고 있다. 결국 이러한 일련의 미디어 환경변화는 작게는 서비스 혹은 기술적 부문의 변화로부터 넓게는 국내 방송, 언론, 통신 등의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하나의 공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뉴미디어, 어떤 것들이 있나


디엠비(DMB, Digital Multimedia Broadcasting)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을 의미한다. '테이크아웃TV' 디엠비는 90년대 후반 주파수 부족 문제가 현실화되고 효율성이 우수한 디지털 방송으로의 전환이 검토되면서 등장한 멀티미디어 서비스이다. 디엠비는 그 전파의 전송수단에 따라 위성과 지상파로 구분되고 특히 위성디엠비 단일사업자인 티유(TU) 미디어는 에스케이텔레콤이 대주주로 참여해 설립한 회사다. 이는 이후 세 차례의 유상증자를 거치면서 현재 누적 자본금이 1,379억원에 이르며 지금까지 티유미디어가 디엠비 인프라 구축에 투입한 자금은 에스케이텔레콤의 자금을 합쳐 총 3,578억원에 이른다.(네트워커 21호 표지이야기 참조)



와이브로(WiBro, Wireless Broadband)

2006년 상반기부터 상용서비스를 계획하고 있는 와이브로는 휴대인터넷 서비스로 2.3GHz 대역의 주파수를 이용하여 시속 60km이상의 이동성과 1Mbps급의 전송속도를 제공한다. 와이브로의 전파 거리는 최대 48km에 달하고, 서비스 반경이 기존의 10배 이상으로 넓다. 정통부는 2005년 1월 21일 와이브로 사업자로 케이티(KT), 에스케이텔레콤, 하나로 텔레콤 등 3개사를 선정하였다. 와이브로는 2011년까지 17조원 이상의 누적 매출을 예상하고 있으며, 통신의 영역을 넘어서 경제 전반에 미치는 파급력이 수십조원에 이르는 거대한 사업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아이피티비(IPTV, Internet Protocol TeleVision)

아이피티브는 광대역 케이블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되는 양방향 디지털 방송 신호를 사용하며, 방송 매체에 대한 시청자의 요구를 처리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셋톱박스가 함께 딸려 나오는 텔레비젼이다. 아이피티브는 아이피(IP) 비디오신호를 표준 TV 신호로 변환해주는 셋톱박스에 접속하여 시청자의 취향에 따라 광대역 네트워크 채널이나 가입자 서비스 및 영화 감상 등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 접속할 수 있다. 최근 발표된 한국전자통신연구원 발표한 ‘IPTV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아이피티브 시장이 내년을 시작으로 연평균 34.4%의 성장, 2012년에는 가입자 400여만 가구, 서비스 매출 1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브이오아이피(VoIP, Voice over IP)

브이오아이피는 데이터망을 이용한 인터넷 전화서비스다. 이 서비스의 장점은 기존 아이피 네트워크를 그대로 사용해 전화서비스를 통합함으로써 전화 사용자들이 시내전화 요금으로 인터넷, 인트라넷 환경에서 시외전화 및 국제전화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엔에이치엔(NHN)·야후코리아·다음커뮤니케이션·하나로 등 포털들은 최근 광범위한 형태의 커뮤니케이션 플랫폼으로서 브이오아이피 서비스를 잇달아 선보이고 인터넷기업과 기간통신사업자를 가리지 않고 무한 경쟁에 나선 상황이다. 특히 지금까지는 PC끼리만 통화할수 있었던 현재의 서비스를 연내에 일반전화나 휴대폰과 연결할 수 있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한편 기존 인터넷 콘텐츠와의 연계를 시도, 전혀 새로운 차세대형 브이오아이피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티피에스(TPS, Triple Play Service)

티피에스는 단일 회선망에서 전화(음성), 초고속인터넷(데이터), 방송(비디오) 등의 서비스를 동시에 지원하는 서비스다. 지금까지 개별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회선망을 구축했어야 가능했지만, 광동축혼합(HFC, hybrid fiber coaxial cable)망은 전화, 초고속인터넷, 방송 세 가지를 동시에 서비스할 수 있다. 통신사업자들은 초고속인터넷에 전화와 방송을 추가하는 방법으로, 방송사업자들은 방송에 초고속인터넷과 전화를 추가하는 방식으로 티피에스 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현재 이러한 방통융합 환경에서 앞서고 있는 부분은 기존 유무선 통신 인프라를 소유하고 있고 자본력이 월등한 에스케이텔레콤 등을 선두로 한 통신사업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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