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7호 미디어의난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아펙을 반대하는 미디어문화행동을 제안하며
11월 아펙반대투쟁을 위한 새로운 전략

아펙반대미디어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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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에게는 커다란 날개가 있어 세계 어느 곳이라도 갈 수 있다. 가장 적은 비용으로 물건을 만들기 위해 일당을 적게 줘도 되는 사람들을 찾아 국경을 넘나든다. 싸게 만든 물건을 팔아 이윤을 남기기 위해서 또 국경을 넘나든다. 지구에 있는 모든 것을 이윤축적의 수단으로 보는 이 괴물의 이름은 ‘신자유주의’. 이윤을 찾아 국경을 넘어 날아 디니기, 즉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가로막는 것들은 날카로운 발톱과 예리한 이빨로 협박하고 화염을 토해 태워버리기도 하는 신자유주의는 ‘자본의 증식운동과 자본의 경쟁논리에 사회전체를 종속시키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인간의 얼굴을 하지 않은 괴물이다.
철도, 전기, 가스, 물, 교육, 의료 등 민중에게 필수적인 것들을 이윤을 남기기 위한 도구로 만들어 버리고, 생존을 위한 임금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무자비하게 짓밟고, 필요할 때만 사용하기 위해 비정규직으로 노동자들을 고용하게 만들고, 문학은 책으로 만들어 팔아야 할 것으로, 음악은 음반으로 만들어 팔아야 할 것으로, 미술은 화랑에 걸어 놓고 팔아야 할 것으로, 영화는 한꺼번에 많은 사람들을 모아놓고 팔아야 할 것으로 만들어 버린다.

세계무역기구와 아펙, 그리고 저항
전세계를 이 괴물의 확고한 영역으로 만들기 위한 협의기구가 세계무역기구(WTO)이다. 회원국간의 시장을 개방하고 자유무역을 지향하는 전지구적 무역체제를 지향하고 있다. 그리고 아시아와 태평양주변 국가들이 모인 지역형 무역기구가 바로 아펙(APEC,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이다.
특히 11월 부산에서 열리는 아펙회의는 ‘개방적 지역주의’를 표방하고 있는데, 이는 아시아지역의 경제 주도권을 강화하고 중국을 견제하려는 미국의 구상에서 비롯된 것으로, 세계무역기구체제의 순항과 자유무역 달성을 위해 아시아지역이 배타적으로 블록화되는 것을 막고, 다른 경제블록을 압박하기 위한 수사다. 즉, 세계경제의 60%를 차지하는 아펙이 아시아태평양자유무역협정(FTAAP)을 결성하여 유럽연합과 같은 배타적 경제블록들을 굴복시켜 미국을 정점에 둔 전세계적 자유무역을 완성하려는 구상인 것이다.

전 세계를 돌며 자본의 이해를 위한 회의를 진행해왔던 세계무역기구 등의 국제회의는 가는 곳마다 민중들의 격렬한 저항에 부딪혔다. 1999년 10월 미국의 시애틀에서 전 세계에서 모인 반세계화 시위대의 투쟁으로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가 무산된 이후 2001년 4월 바르셀로나에서, 2003년 9월 칸쿤에서, 11월 마이애미에서... 신자유주의세계화를 반대하는 민중들의 목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특히 1999년 시애틀에서는 독립적 미디어활동가들이 웹뿐만 아니라 위성채널까지 이용하는 미디어행동을 통해 주류미디어에서 보여주지 않는 반세계화투쟁을 전 세계로 송출하는 등 반세계화 투쟁에서 독립미디어의 진가를 보여주었다. 2005년 12월 홍콩에서 열릴 세계무역기구 각료회의를 앞둔 시점에서, 한국의 부산에서도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고 아펙을 반대하는 민중들의 투쟁이 벌어질 것이고 한국의 미디어문화활동가들은 반세계화투쟁의 주체로서 자기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한국미디어문화운동의 반세계화 투쟁을 위한 조건
한국의 독립적 (영상)미디어활동가들은 80년대 이후 진보운동으로서 독립미디어운동을 계속해 왔고 현실운동과의 긴장을 놓지 않으면서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반대하는 투쟁에 자연스럽게 결합하였다. 96/97년 노동법개악투쟁 당시 노동자뉴스제작단을 중심으로 결합했던 ‘공동영상제작단’을 필두로 ‘대우차노조 2001 총파업투쟁 영상중계단’ (http://dwtubon.nodong.net), ‘민영화 저지 미디어 활동단’
(http://cast.or.kr/live/strike2002/live.php) 등은 초국적자본의 이해에 부합해 국내 노동시장을 재편하려는 정권과 자본에 맞선 노동자민중의 투쟁을 지원한 미디어운동의 소중한 경험이다.

또한 2005년 현재 한국미디어운동의 물적 조건은 전세계 어느 지역보다 훌륭하다. 공공적 미디어 영역의 확대를 요구하는 투쟁과 그 성과(미디어센터, 퍼블릭 액세스, 시민방송, 공동체라디오 등)를 기반으로 한 여러 가지 실천들은 한국 미디어운동의 이후 전략을 구축하기 위한 많은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고 국제적인 교류와 연대를 통한 독립미디어운동의 국제적 정보공유를 실현시키고 있다. 뿐만 아니라 진보적 인터넷언론을 기반으로 한 독립미디어의 독자적 노출과 유통시스템이 갖추어지고 있으며
‘인터넷강국’한국에서의 인터넷은 ‘언론’이라는 대의제적 시스템이 아닌 민중이 직접 생산한 컨텐츠들을 자율적으로 유통시키려는 구조로 사용되고 있다.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아펙을 반대하는 미디어문화행동
민중들의 목소리가 사회적으로 ‘소통’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하고 투쟁하는 미디어활동가들의 네트워크에서 전쟁과 빈곤을 가져오는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반대하기 위한 공동행동을 고민하는 것은 그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다. 또한 민중의 생존권을 직/간접적으로 위협하는 것들과 싸우는 과정 속에서 민중들과 소통하는 것이 ‘소통’을 다른 세상을 위한 대안으로 여기는 미디어 활동가들의 자세임을 믿는다.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2005년 8월 12일 한국독립영화협회, 문화연대, 민중언론 참세상, 노동네트워크, 비정규직완전철폐를위한영상프로젝트, 아펙반대국민행동 등의 활동가들은 반세계화 투쟁에 결합하는 ‘반세계화 미디어문화행동’의 구체화를 위한 기획회의를 시작하였다. 한독협의 독립제작자들을 비롯한 독립적 영상제작 활동가들, 문화연대와 다양한 형태로 교류 및 연대하고 있는 문화예술 활동가들, 미디어운동의 일주체로서 진보적 인터넷언론, 아펙반대투쟁을 위한 현실운동 주체들의 연대체, 그리고 이후 더 확대될 미디어문화운동의 주체들이 각자의 영역에서 축적해온 운동의 성과들을 가지고 신자유주의 세계화와 아펙을 반대하는 직접공동행동을 기획하기 위해 상상력을 동원할 계획이다. 새로운 세상은 새로운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가능하다. 함께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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