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7호 사람들@넷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과 후원인들의 모임
전쟁없는 세상 (http://www.withoutwar.org)

이은희  
조회수: 3531 / 추천: 57


전쟁없는 세상’은 2003년 5월 15일 세계병역거부자의 날에 결성됐다. 2000년대 들어 활성화된 반전운동과 병역거부 운동의 영향으로 한국에서도 이전 기독교 평화주의와는 다르게 다양한 평화의 신념을 이유로 집총과 군사훈련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처음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와와 지지자들이 양심을 나누는 사람들이라는 비공개 모임을 통해 서로 고민을 주고받다가 결국 ‘전쟁없는 세상’이라는 공식적인 모임을 결성하게 되었다. 현재 전쟁없는 세상의 활동가들은 수감되었거나 재판 또는 수사 진행 중인 병역거부자들을 지원하는 활동과 함께 평화의 신념을 알리기 위한 활동들을 하고 있다. 네명의 책임활동가가 사무실 운영의 주요한 역할을 하고 있고, 많은 자원활동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전쟁없는 세상은 ‘길게 보고 천천히 한걸음씩 나아가며 가랑비처럼 사람들 가슴속에 평화가 스며드는 그런 운동’을 지향한다.

전쟁없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강한 군대가 나라를 지켜주면 전쟁없는 세상일까. 그 너머에는 무엇이 있을까. 전쟁없는 세상에 모여든 사람들은 좀더 적극적으로 평화, 전쟁없는 세상을 고민한다.
“저는 군사주의에 반대하며 군대를 거부합니다. 평화는 군대가 줄 수 있는 것이 아니기에, 군대가 없고, 전쟁이 없는 사회를 바라기에, 군대를 거부합니다. 폭력적인 군사 문화를 반대하기에 군대와 연관되어 있는 어떠한 업무에도 복무하기를 거부합니다.” (조정의민씨의 병역거부 소견서)

withoutwar.org
전쟁없는 세상 홈페이지에서는 병역거부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는 것은 물론, 11호까지 발간된 전쟁없는 세상 소식지를 볼 수 있고, 병역거부를 선언했거나 그로 인해 구속된 병역거부자들의 소식을 나눌 수 있다. 홈페이지에는 현재 회원게시판과 자유게시판이 있다. 원래 자유게시판만 운영하고 있었는데 자유게시판에서의 인신공격과 폭력적인 글들이 너무 많아져 회원게시판을 새로 만들었다고 한다. 회원게시판이라고 해서 따로 실명확인을 하거나 하지는 않는다. '병역거부에 대한 찬/반이 아니라 사이버공간에서의 의사소통을 위한 예절에 대한 동의'가 필요할 뿐이다.

‘병역거부 매뉴얼’
전쟁없는 세상 홈페이지에서 눈에 띄는 것이 ‘병역거부 매뉴얼’이다. 병역거부를 고민하고 있는 사람들과 상담하면서 전쟁없는 세상에서는 체계적인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느꼈고, 이왕 만들어진 매뉴얼을 웹을 통해 공개했다. 병역거부매뉴얼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소개, 준비과정, 참고자료 등과 함께 많은 부분을 수감생활을 어떻게 보내야 할지에 할애하고 있다. 실제 병역거부를 실천하면 구속되는 것이 현실이다. 현재 감옥에 수감되어 있는 병역거부자는 7월 11일 현재 1053명이다.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에 대해 많이 하는 오해가 ‘양심에 따르는 것이 병역거부라면 병역을 거부하지 않는 것은 비양심적이냐’는 것이다. 여기에 대해 전쟁없는 세상은 ‘양심’에 대한 성찰이 필요하다고 말하고, 어떤 행위를 ‘양심적인 것’이 아니면 ‘비양심적인것’으로만 이분화해온 사회적 고정관념의 영향이 아닌지 되묻는다. ‘양심’이라는 것은 외부에서 주어진 것이 아니고, 사람마다 고민하고 자기 존엄을 지키는 것이기 때문에 사람마다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때의 양심이란 우리 헌법에 규정되어 있는 것처럼 개인의 양심, 자신의 자유에 따른 양심이다. 물론 ‘양심적 거부(Conscientious Objection)’ 라는 용어가 해외에서 들어온 용어라는 이유도 있다. 처음에는 용어를 바꿀지에 대한 논의도 있었다. 하지만 병역거부운동에 반감을 갖고 있는 입장에서는 ‘양심’뿐 아니고 ‘신념’ 등 다른 용어도 불편할 뿐이라는 생각에, 지금은 용어에 대한 논쟁보다는 병역거부운동 자체에 힘을 쏟고 있다.

대체복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운동진영에서 제안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는 어떤 것일까. 4주~6주간의 군사훈련을 받고 사회 여러 영역에서 일하는 병역특례제도와는 어떻게 다를까. 병역특례제도와 무엇이 다르냐는 질문에 대해 전쟁없는 세상에서 고민하고 있는 대체복무제도는 활동하는 영역이 사기업이 아닌 공공영역이 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의무소방제도 등과 비슷하다고 답한다. 4주간의 군사훈련이 아닌, 소방훈련이나 응급처치훈련 등을 받고 사회에 필요한 부분에서 병역이 아닌 활동을 하는 것을 보장받는 것이 이들의 고민이다. 국제적으로도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는 국가와 인정하지 않는 국가는 109:48로 많은 나라들이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권을 인정하고 있다. 이런 나라에서는 대체복무제도를 통해 사회복지 분야에서 성과를 거두고 있다.
지금 우리 나라에서도 공익근무요원(55,000명), 산업기능요원(55,000명), 전문연구요원(15,000) 공중보건의(1,000명) 등 현역복무를 면제받은 사람이 13만명에 달하며, 의무경찰, 상근예비역 등을 더하면 거의 20만명에 가까운 숫자가 현역이 아닌 직역에서 대체복무를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병역거부자들을 위해 대체복무제도는 '군사훈련을 이수하지 않는' 비전투분야의 사회봉사활동을 의미한다.



더 적극적으로 평화를 고민하기
전쟁없는 세상의 회원들은 군대에 대한 고민을 넘어 더 적극적으로 평화를 고민하고 있다. 자발적인 고민 끝에 나온 회원들의 자전거타기, 채식, 사교육거부 등이 이런 고민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구속되어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병역거부자들은 교도행정부분에서 대체복무 아닌 대체복무제를 하고 있을 뿐 아니라 수감중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문날인거부를 하는 경우도 있다.

“우리 사회에서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운동이 시작된 지 5년이 지났다. 이전에는 군대란 반대가 불가능한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여겨졌지만, 병역거부운동이 시작되어 군대가 정말 꼭 필요한지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고 생각한다. 평화를 위해 군대가 정말 필요한가, 군대는 평화를 위한 최선의 방책인가, 필요하다고 해서 모두가 다 가야 하나, 예전에는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이런 질문들. ‘왜 그런지’를 스스로, 내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것, 여기에서 운동이 시작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여기에 더, 인터넷으로 여론이 세련되게 호도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른바 ‘개똥녀’사건에서 보이듯이 자신의 성찰에 따라 입장을 정하기보다는 흘러가는 대로 입장을 정하는 경우가 많지 않는가. 평화와 군대와 징집, 이런 문제들에 대해 스스로 생각하고 내리는 결론이 소중하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얘기하는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사람들이 자신의 성찰에 따라 병역거부에 대한 입장을 정하기를 바란다.” 책임활동가 이용석씨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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