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http://
일상화된 감시의 위협, CCTV

김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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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일하는 회사에 어느날 갑자기 CCTV가 설치된다면, 어떤 느낌을 받을까? 사무실에 출근할 때부터 시작하여, 화장실을 다녀올 때, 노조사무실을 출입할 때, 일상업무를 처리하는 동안에도 줄곧 CCTV가 나를 바라보고 있다면 제대로 된 회사생활을 유지할 수 있을까. 아마 대부분이 불가능할 것이다. 실제로 회사가 설치한 CCTV로 인해 심각한 우울증과 불안감을 수반한 적응장애를 얻어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이 있다. 하이텍알씨디코리아 조합원들이 그들이다. 조합원들은 지난 4년간 회사 측의 감시와 차별로 인해서 정신질환을 얻게 되었다. 작업장에서의 CCTV는 감시의 문제를 넘어서서, 노동자가 건강하게 일할 권리마저 위협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아픈 몸에도 불구하고 지난 6월부터 근로복지공단 앞에서 100일이 넘는 노숙농성과 40일이 넘는 단식투쟁을 벌였다. 하지만 공단 측은 조합원들에 대한 산업재해 승인은 커녕 조합원들의 면담거부신청을 거부하고 공단출입자체를 봉쇄하는 등 반노동자적인 만행을 보여주었다. 하나라도 더 노동자의 입장에서 노동자의 목소리를 대변해야 하는 것이 근로복지공단의 본연의 임무가 아닐까. 공단 측의 태도는 근본적으로 개혁되어야만 한다. 지난 9월 30일 500인 동조단식과 함께 전면적인 투쟁을 선포한 하이텍노조 조합원들에게 지면을 통해서나마 연대의 목소리를 전하고 싶고, 투쟁에서 꼭 승리하기를 빈다.

CCTV는 작업장뿐만 아니라 이제 일상공간에서도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인권침해문제가 계속 제기되고 있지만, 정부는 여전히 아랑곳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인권은 정말 뒷전인가 보다. 더군다나 최근 강남구는 CCTV 설치를 앞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발표한 지난 1년간 범죄감소율을 볼 때, 강남구의 CCTV는 범죄예방에 별로 영향을 미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질적인 실효성이 입증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강남구가 계속 CCTV를 설치하겠다는 것은 별로 설득력이 없어 보이며, 또한 행정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기획꼭지에서는 강남구 CCTV 문제를 집중 조명했다.

지문날인과 같은 국가에 의한 인권침해에 아무런 불편을 느끼지 못하는, 그래서 일상적으로 인권침해를 당하면서도 너무나 무감각해지고 있다는 김덕진(이번호 정책제언)님의 비판에 동감한다. 주제는 다르지만, CCTV 문제도 비슷한 맥락이 있다고 생각한다. 길거리를 비롯해서 지하철, 은행, 심지어 집 바로 앞까지 만연된 CCTV. 이제는 적극적으로 문제제기를 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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