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리포트
“음란하면 왜 안돼”
21일, ‘김인규사태공동대책위원회’발족

이꽃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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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과 산길을 다니며, 살고 있는 지역을 다니며 미술 수업을 진행하는 선생님이 있다. 입시위주의 교육환경 속에서 미친 짓 하는 것 아니냐는 소리를 듣지만 꿋꿋하게 아이들과 예술에 대해 이야기 하는 선생님. 그 선생님은 자신의 홈페이지에 자신의 아내와 함께 찍은 누드 사진을 올렸다. 제목은`‘우리 부부’였다. 그 사진들은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는 작업이었다. 하지만 이 사진이 홈페이지에 올라오자 학부모들은 강하게 반발했고, 경찰은 그를 긴급체포했다. 그는 김인규라는 미술 교사이다.

2005년 7월 22일, 대법원은 1,2심 재판부의 무죄 판결을 깨고 “사회 평균인의 입장에서 건전한 통념에 따라 김인규 씨의 누드사진은 음란하다”며 사건을 고등법원으로 돌려보냈다. 고등법원에서 금고형 이상이 확정 될 경우 김인규 씨는 관련 법률에 의거해 교사직을 수행할 수 없게 된다. 김인규 교사는 “사회 평균인의 입장을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는 모호하고 애매할 수 밖에 없다”며 작품의 의도에 대한 파악없이 내려진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 21일 서초동 대법원 앞에서는 이번 판결을 반대하고 있는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김인규사태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대법원의 판결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은 “김인규 씨에 대한 대법원의 판결은 단순히 개인의 창작권을 침해하는 수준의 문제가 아니라 표현의 자유를 아직도 규제 가능한 것으로 묶어 놓으려는 사법 권력의 통제 욕망이 극명히 반영된 것이다”라며, 문화적 권리의 확대와 교육문화 개혁, 사법권력의 쇄신을 요구하였다. 기자회견은 오아시스 프로젝트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윤환 씨의 퍼포먼스로 시작되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가운데 김윤환 씨는 맨 몸에 사법부 만세라는 글을 쓰고 대법원 정문 앞에서 만세를 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싸인펜으로 맨 몸에 “음란하면 왜 안돼”라고 쓰기 시작했다. 그는 예술의 ‘예’도 모르는 사법부를 비웃고 있었다.

이어 성완경 미술인회의 대표는 “예술은 사회에 대한 비판과 성찰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돌아보고 전복과 실험의 가치를 통해 창작물을 생산해 내는 것이다. 예술가는 이를 통해 사회를 바라보고 사회적 관계를 인식한다”며 “하지만 예술인의 창작에 대한 인식없이 내려진 이번 판결은 예술가의 상상력을 철저히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대법원의 이번 판결은 문화적 권리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밝히고, “김인규 교사의 작품이 음란하다는 대법원의 판결 어디에도 김인규 교사의 삶 전체와 작업의 맥락에 대한 판단은 존재하지 않는다. 대법원은 그의 삶과 사유를 ‘음란이냐 아니냐’의 틀 안으로 밀어넣고 자의적이고 기계적인 기준에 억지로 끼워맞추는 폭력을 저지르고 있을 뿐이다”라고 대법원의 판결을 강력히 규탄했다.

김인규사태공동대책위원회는 △교육자 김인규 정체성 수호 및 김인규 교사직 유지 △새로운 심의·통제 권력으로 등장한 사법권력에 대한 문제제기 및 대법원 개혁 △표현의 자유 확대 △위선적 교육문화와 청소년 보호 이데올로기에 대한 비판 담론 확대 등을 활동 목표로 10월 초에 김인규展을 진행하며 게릴라 문화행동을 진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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