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나와
세상에 출시된 제품을 가장 먼저 접한다
얼리어답터(earlyadopter) 김지현씨

남운   the1tree2jinb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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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아래 이) : 일반적으로 얼리어답터라는 의미는 새로운 상품을 소개해주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얼리어답터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김지현 (아래 김) : 사전적 의미로 해석하자면 신제품을 앞서서 구매하는 소비자란 뜻으로 일찍이라는 뜻을 가진 얼리(Early)와 접촉자라는 어답터(Adopter)의 합성어입니다. 본래 이 단어는 미국 뉴멕시코 대학의 에버렛 로저스 교수가 1995년에 처음 사용한 신조어입니다. 이 교수는 신제품을 채택하는 순서에 따라 다섯 가지로 유형을 나누었고, 그중 하나가 얼리어답터입니다. 그가 유형을 나눈 것을 보면 이노베이터(Innovators), 얼리어답터(Early Adopters), 얼리마조리티(Early Majority), 레이트마조리티(Late Majority), 래가드(Laggards)입니다. 이노베이터는 신제품을 가장 먼저 구입하는 사람들로 전체 수요의 2.5%에 불과한 소수로 가격에 민감하지 않고 모험심이 강한 유형으로 분류했습니다. 그리고 얼리어답터는 전체 수요의 13.5%에 해당되며 오피니언 리더로서 집단의 모범이 되고 소속 집단 내에서 존경을 받으며 영향력을 행사하는 사람으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일반 대중은 얼리마조리티(전체 수요의 34%)와 레이트마조리티에 속합니다. 일반적으로 얼리어답터라는 의미는 위의 사전적 의미와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특히 한국에는 얼리어답터가 상당히 많은 편에 속합니다. 그것은 한국이 전세계 IT시장의 안테나샵 역할을 하기 때문이죠. 한국은 유례없이 초고속 인터넷과 무선 인터넷 등의 최첨단 IT인프라가 갖추어져있고 그렇다보니 소비자들의 눈높이가 높으며 IT관련 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강한 편입니다. MP3P, PMP, 휴대폰 등의 최첨단 IT기기들이 한국 소비자들의 호기심을 모아 개발되고 있으며 이러한 소비자들이 전세계의 얼리어답터로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한국에서 얼리어답터라 하면 새로운 제품에 관심과 호기심을 가지고 이들 제품에 대해 연구하고 사용해보려는 욕구를 가진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굳이 오피니언 리더로 집단의 모범이 되고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신제품에 대한 호기심이 남다르고 다소 무리를 해서 이들 제품을 구입해서 사용해보고 있다면 바로 그가 얼리어답터인 것이죠.

이 : 음...어떤 계기로 얼리어답터를 처음 접하게 되셨어요?

김 : 지극히 직업적인 이유때문이죠. 1993년부터 본격적으로 컴퓨터를 접하기 시작했습니다. 컴퓨터의 매력에 흠뻑 빠져서 매일 컴퓨터를 분해하고 조립하기를 밥먹듯이 했죠. 그러다보니 컴퓨터와 관련된 제품들에 대해서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그 누구보다 먼저 사용하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호기심과 자기만족에서 시작한 것이 1995년부터는 직업이 되었습니다. 제품의 사용기를 PC통신(하이텔 OSC동호회 등)에 게재하면서 인기를 끌게 되었고, 그것이 시발점이 되어 컴퓨터 잡지사에서 리뷰, 벤치마크 등을 의뢰받기에 이르렀습니다. 그러면서 국내에 출시된 최신 컴퓨터 관련 제품들과 각종 디지털 제품을 테스트하게 된 것이죠.

이 : 신상품을 소개하는데 있어 어려움은 없으신가요?

김 : 저는 프리랜서 테크라이터로서 신제품을 접하게 되고 이렇게 접하게 된 신제품에 대해서 소비자들에게 소개합니다. 즉 직업의 일환으로서 얼리어답터라는 명함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보니 제품 소개에 있어 주관을 배제하고, 냉철하게 객관적이어야 하며 상세한 분석을 하려고 노력합니다. 제가 지극히 개인적인 주관으로 제품에 대해 평가하고 잘못된 분석을 하게 되면 그것은 곧 소비자들이 제품을 선택하고 구입하는데 방해가 됩니다.이렇다보니 신상품을 소개함에 있어서 사실적인 근거와 자료를 기반으로 철저하게 분석해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입니다. 아무래도 신제품은 관련 자료도 미약하고 사용하면서 발견해야 할 제품의 장점과 단점에 대해 분석하기 위한 충분한 시간도 부족합니다. 객관적이고 정확한 제품 평가를 함에 있어서 관련 자료의 불충분함과 시간의 부족이 가장 큰 어려움이죠.

이 : 신상품에 대한 정보는 국내, 국외 어떻게 찾으세요?

김 : 우선 제품을 개발한 제조업체의 홈페이지와 기술관련 문서를 기초로 합니다. 제품을 만든 사람이 제품에 대해서 가장 잘 알기 때문이죠. 그 다음으로는 직접 제품을 사용합니다. 제품을 사용하면서 느낀 문제점과 장점에 대해 얼리어답터로서의 감각을 가지고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제품에 대한 정보를 파악하는데 가장 큰 도움이 됩니다. 세번째로는 한국의 실정에 맞는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해 한국의 얼리어답터들이 제품을 사용해보고 느낀 경험담과 사용기를 찾아봅니다. 마지막으로 해외 사이트를 이용해 해외의 얼리어답터들이 게재한 콘텐츠를 찾아봅니다. 이렇게 4가지 단계를 통해서 정보를 찾아봅니다.



이 : 얼리어답터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세요?

김 : 얼리어답터로서 세상에 출시된 제품을 소비자로서 가장 먼저 접하게 된다는 것이 가장 큰 기쁨이죠. 조물주가 생명을 탄생시키는 것처럼 인간은 제품을 탄생시킵니다. 그렇게 탄생된 제품을 먼저 접하고 사용해본다는 것은 큰 매력이 아닐 수 없습니다. 1990년대 말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제가 만져본 제품들이 약 1000여개 정도 될 것입니다. 수많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소비자로서 먼저 사용해보고 이들 제품에 대한 문제점을 진단하고 평가하는 일을 해왔죠. 그렇다보니 이제는 왠만한 제품은 보기만 해도 별도의 매뉴얼이 없어도 능숙하게 조작하고 문제점과 장점을 분석할 수 있는 안목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즉, 기계와 친해지게 된 것이죠. 이렇게 기계와 친숙해지고 능숙하게 다룰 수 있게 된 것도 얼리어답터로서 느끼는 또다른 매력 중 하나입니다.

이 : 스스로 얼리어답터로서 타고난 성향이 있으신가요?

김 : 얼리어답터는 신제품에 대한 강한 호기심을 가지고 제품을 사용해보려는 근성을 가지고 있어야 합니다. 거기에 냉철한 분석과 판단력을 가지고 제품을 평가하는 논리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죠. 이러한 2가지의 얼리어답터 성향을 본다면 타고난 성향이 있는 듯합니다. 어려서부터 일반 사내 아이가 그렇듯이 조립하고 분해하는 것을 좋아했습니다. 게다가 기계에 대한 호기심이 많아 무엇이든 만져보지 않고서는 참을 수 없었던 것 같습니다. 또, 청소년때부터 일기를 꾸준히 써오면서 글 쓰는 것을 좋아하고 논리적으로 사물을 평가하고 진단하는 것에 관심이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러한 측면을 보면 어려서부터 얼리어답터로서의 성향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이 : 얼리어답터들의 커뮤니티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김 : 신제품들에 대한 최신 정보와 자세한 리뷰, 벤치마크를 제공하는 사이트는 다양합니다. 저는 특정 사이트만을 이용하기 보다는 여러 사이트를 방문하면서 보다 많은 제품들을 접하려고 노력합니다. 그렇다보니 커뮤니티라기 보다는 주로 콘텐츠 사이트가 많은 편입니다. 이들 사이트를 소개하자면..

해외의 각종 최신 디지털 디바이스를 소개해주는 :
missPDA : http://www.misspda.com
각종 무선 네트워크 장비를 리뷰해주는 엔조이와이어리스 :
http://www.enjoywireless.com
전세계의 각종 제품들을 중계해주는 B2B 마켓플레이스 :
http://www.globalsources.com
최신 제품들의 정보를 소개해주는 해외 블로그 사이트 :
http://www.engadget.com
얼리어답터를 위한 잡지 Stuff Korea :
http://www.istuff.co.kr

이 : 얼리어답터들의 활동이 활발해진 요인은 무엇이라고 생각되시나요?

김 : 얼리어답터는 단지 제품을 사용해보고 혼자 만족해하는 집단이 아닙니다. 제품을 사용한 후에는 해당 제품에 대한 사용후기를 타인과 공유하고 전파하는 집단입니다. 그런만큼 얼리어답터의 활동이 활발해진 가장 큰 이유는 인터넷의 대중화라고 볼 수 있죠. 인터넷을 통해서 쉽게 정보가 전파되고 공유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되다보니 과거에 비해 얼리어답터의 활동 또한 두드러지게 된 듯 합니다. 물론 또 과거와는 달리 많은 신제품들이 출시된 것도 큰 이유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죠. 과거 획일화된 대량생산 시대에는 제품의 종류가 많지 않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다품종의 상품들이 생산되고 있어 과거에 비해 보다 많은 제품들을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MP3 플레이어만 보아도 수십, 수백종의 제품들이 생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제품이 다양해지다보니 얼리어답터들의 활동 또한 자연스럽게 활발해지게 된 것으로 보여집니다.

이 : 얼리어답터 문화를 산업으로 육성하자는 주장이 있었다는데 어떻해 생각하셨어요?

김 : 얼리어답터는 전문가 집단이지만 직업이 아니며 또한 상업적인 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얼리어답터는 여론을 형성시키고 소비자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오피니언 리더라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런만큼 저는 이를 산업으로 육성하고 상업화하는 것은 반대합니다. 언제나 거대 기업의 생산품에 대해 소비자의 입장에서 건전한 비판을 하고 지적을 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그러한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지원이나 규격화된 형태의 틀에서 얼리어답터를 육성하고 그 환경을 조성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자유롭게 흘러가면서 소비자들의 판단과 평가에 의해서 끊임없이 변화하고 만들어져가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이 : 최근 사용한 제품 중에 소개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김 : 얼리아답터라고 해서 최첨단의 디지털 기기만을 선호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 역시나 다방면의 제품들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저는 PMP, 네비게이션, 휴대폰, 노트북, DivX 플레이어 등의 IT 관련 최신 제품들에 대한 관심이 더 크지만 일반 아날로그 제품들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가 최근에 사용하고 있는 제품으로 스파이미러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 제품은 모니터에 부착하는 거울입니다. 이 거울은 마치 자동차 백미러처럼 뒷쪽의 물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줍니다. 모니터 모서리에 이 거울을 부착해두면 뒤에 있는 사람이나 물체를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 160~180도 내외의 공간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에 뒤로 지나가는 모든 것을 쉽게 판별할 수 있습니다. 아무래도 직장인들에게 무척 유용한 제품으로 보여집니다. 많은 사람들이 함께 생활하는 회사에서 업무를 보다보면 의자 뒤로 지나가는 사람들이 사실 무척 신경쓰입니다. 이렇게 뒤로 지나다니는 사람을 확인할 때 무척 유용하겠죠.

이 : 마지막으로 얼리어답터 자가진단법을 소개해주세요.

김 : 아래의 10가지 질문 중에 8가지 이상이 자기 자신과 맞는다면 얼리어답터라고 볼 수 있을 듯 합니다.

① 신제품을 소개하는 인터넷 사이트에 하루에 한 번씩 들른다.
② 주변에서 제품을 구입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꼭 가서 구경한다.
③ 반드시 필요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을 구입한 적이 한 번 이상이다.
④ 새로운 제품을 구입한 후에는 사용기를 블로그나 게시판 등에 올린다.
⑤ 주변 사람들이 제품을 구입할 때는 내게 물어본다.
⑥ 가지고 있는 제품임에도 불구하고 신제품이 출시되면 관심을 가지고 구매하려한다.
⑦ 구매하려는 제품이 나타나면 돈을 어떻게든 마련해서 그 제품을 구입하고야 만다.
⑧ 어떤 제품이든 매뉴얼을 보지 않고도 금새 제품의 작동법을 익힐 수 있다.
⑨ 내가 구입한 제품에 대해서는 자신있게 제품의 특장점을 얘기할 수 있다.
⑩ 용돈의 50% 이상을 최신 제품들을 구입하는데 투자한다.

이 : 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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