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표지이야기
P2P 죽여야 음악이 사나?
음제협, 소리바다 유료화 모델 거부

오병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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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바다 유료 MP3#서비스

많은 사람들이 소리바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유료화’를 제안했었다. 결국 소리바다는 지난 해 말 유료화 모델을 도입하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소리바다에 대한 법적 소송은 계속되고 있다.

소리바다, 유료화 모델 ‘MP3#’ 도입

소리바다가 도입한 유료 MP3#에서는 500원의 ‘유료 MP3'를 구매하면 1주일 동안 무료 MP3 파일을 무제한 다운로드받을 수 있도록 해준다. 유료 MP3를 구입하지 않더라도 가입 후 기본 20개, 매일 10개씩의 MP3 파일을 다운로드받을 수 있는 ’MP‘라는 포인트를 제공한다. 여전히 무료로 MP3 파일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은 많아 보인다. 그러나 소리바다 측에 따르면, MP3#을 통해 매월 100만곡, 액수로 5억원 상당의 유료 MP3를 판매하고 있다고 한다. 이는 이동통신사의 모바일 서비스 수익과 거의 맞먹는 수준의 놀라운 성공이라는 것이 소리바다 측의 설명이다.

합법과 불법은 공존할 수 없다?

그러나 소리바다에 대한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음원제작자협회(아래 음제협)는 “합법과 불법의 공존이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MP3#은 허락받지 않은 음원이 함께 서비스될 수 있는 모델로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음제협의 관점에서는 모든 MP3 파일의 다운로드에 대해 비용을 지불하는 유료화 모델 외에는 용납하기 힘들어 보인다.

이에 대해 소리바다 관계자는 “중요한 것은 저작권이 아니라 창작자에 대한 보상”이라며, 소리바다의 유료화 모델은 네티즌을 불법화하지 않고도 창작자에게 적절한 보상을 할 수 있는 모델이라고 주장한다. 또한 “소리바다가 아니더라도 P2P를 없애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2000만명을 범법자로 만들 것인가”라고 반문하고 있다.

이와 함께, 소리바다는 음제협의 대표성에 문제제기를 하고 있다. 현재 음제협은 문화관광부에 의해 승인된 유일한 신탁관리단체이다. 그러나 실제로 음제협이 신탁관리하고 있는 곡은 국내 가요의 28% 정도에 불과하다고 한다. 그나마 흘러간 가요가 대부분으로 현재 상품성이 있는 음악의 비율은 거의 0%에 가깝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한국음악산업협회에 따르면 음반 판매 순위를 조사한 결과, 올 상반기 음반 판매 1위부터 50위까지 음제협에 신탁된 음원은 단 한 곡도 없다"고 말했다. 소리바다 측은 이와 같이 사실상 대표성을 상실한 음제협이 소리바다에 대한 소송을 주도하고 있는 것은 소리바다의 유료화 모델을 통한 수익이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음제협, 음반업계의 대표성 있나?

음제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단지 소리바다만은 아니다. 주요 음반제작자들이 음제협에 신탁을 하지 않는 것 자체가 음제협의 대표성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그러한 음반제작자들 중 일부는 소리바다와 협력적인 관계를 형성하려고 하고 있으며, 소리바다 서비스 중지 가처분 신청을 반대하는 탄원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하였다. (월간 <네트워커> 27호, 파워인터뷰 참고) 젊은제작자연대의 장석우 대표는 “P2P는 없앨 수 없으며, 막을 수도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답을 찾을 수 있다"며, “권리자들에게 실제로 수익을 줄 수 있는 현실적인 방안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소리바다 MP3#을 지지하는 것도, 그것이 음반 업계 전체에 이익이 될 수 있으리라 보았기 때문이다.

소리바다를 둘러싼 문제가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것은 저작권법의 문제, P2P 프로그램의 기술적 구조의 문제, 음반 시장의 구조적 모순 등 다양한 층위의 문제가 혼재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당사자들의 이해 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기 때문이다. 소리바다를 비롯한 모든 P2P 프로그램이 폐쇄된다면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해외 P2P까지 고려하면 실현되기 쉽지 않아 보인다. 거꾸로 권리자 단체들이 P2P 업체들과 유료화 모델에 합의하고 이용허락을 한다면 좋겠지만, 서로 다른 이해관계가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이해 관계의 조정을 통해 공생의 방법을 고민해야할 정부는 오히려 ‘소리바다 타도’의 선봉에 선 느낌이다. 소리바다 관계자는 문화관광부 저작권과에서 소리바다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폐쇄를 종용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음제협의 대표성 문제가 불거진 것도 최근의 일은 아니다. 그러나, 음제협을 승인해 준 문화관광부는 이러한 문제제기를 알면서도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않고 있다.

네티즌은 여전히 범법자인가

한편, 정보공유연대 IPLeft 등 시민사회단체들도 소리바다3에 대한 법원의 판결을 비판하고 나섰다. 특히, 이들의 비판의 초점은 “비영리적 사적이용을 보장해달라는 네티즌들의 목소리가 이번에도 완전히 무시당했다”는데 있다. 법원의 판결에 의하면 소리바다 뿐만 아니라, 소리바다를 이용한 모든 네티즌이 불법을 저지른 것이 되기 때문이다. 또한 법원이 아예 소리바다 서비스 자체를 금지시킴으로써 음제협 등이 저작권을 가지고 있지 않은 파일의 공유마저 원천적으로 차단하도록 한 것에 대해서도 비판하고 있다. 이들은 소리바다 유료화에 대해서도 “유료화 자체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다”며, 그러나 “유료화와 저작권은 별개의 문제”라고 말했다. 즉, 설사 소리바다가 권리자들과 유료화 모델에 합의하여 합법적으로 서비스를 하더라도, 소리바다 외의 P2P 프로그램이나 블로그 등을 통한 파일 공유의 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남는다는 것이다.

이미 온라인 음악 시장은 오프라인 음반 시장을 넘어선지 오래다. 그러나 온라인 음악 시장이 제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아직 해결해야할 과제가 많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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