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 <네트워커> - 정보화에 대한 다른 시각
28호 기획
통신어에 관한 짧은 이야기

임정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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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디시인사이드 http://www.dcinside.com

어떤 시간과 공간에는 그들만이 이해할 수 있는 특별한 언어가 존재한다. 그것은 상호간 암묵적 약속이기도 하고 그들만의 독특한 문화적 현상이기도 하다. 2005년 사이버공간에서 자주 회자되는 통신어나 외계어를 통해 그것이 함축하고 있는 통신언어의 문화적 의미를 짚어보고자 한다.
모 사이트에 공지가 하나 떴다.
“[공지] 표준말을 제외한 통신어 및 기타 외계어가 포함된 게시물은 통지 없이 바로 삭제됩니다.”

보통 통신어와 외계어는 개념의 구분 없이 흔히 사용되는데, 통신어와 외계어는 구분해서 사용할 필요가 있다. 통신어는 네티즌의 자유로운 합의하에 즐겨 사용되고 있는 짧고 쉬운 말인데 반해서 외계어는 일반 네티즌들이 이해하기에는 상당히 어려운 말이기 때문이다. 통신어에 대한 보다 쉬운 이해를 위해서는 그것의 공통적으로 보이고 있는 몇 가지 특징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통신어는 짧다.
님아/니마/님들아(저기요) 헐(놀랬다) 걍(그냥) 어케(어떻게) 멜버내(메일보내) 셤(시험)

좀 튀며,
ㄱㄱ(go go) OTL(좌절) ㄱㅅ(감사) ㄴㄱ(누구) 너너(아니다)

맞춤법은 자주 무시된다.
했어여(했어요) ?오(최고) 짱나여(짜증난다)

가끔 소리나 사투리를 섞어 쓰며,
흐미(놀라다) 우쩨(어떻게) 어빠(오빠)

비어나 은어의 사용도 자주 눈에 띈다.
아??(다양한 뜻을 지닌 대표적인 인터넷 유행어) 원츄(최고다) ??좋지 않다)

그 외에도

~님/아체 : 님/아~, 세옵님/아~, 님/들/아~
~해/염체 : 뭐하세/염?
~하/셈체 : 뭐하/셈?
~해/여체 : 도와주세/여...
~하/셍체 : 안녕하/셍?
~하/삼체 : 즐거웠/삼!
~하/오체 : 사랑하/오!

등이 있다.


◀우스타교스케의 '멋지다. 마사루'의 한장면

피시(PC)통신 시절, 우리는 “너 타자 1분에 몇 타 치니?”라고 재미삼아 묻곤 했다. 통신을 이용하는 동안 전화비용이 계속적으로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그때는 시간이 곧 돈이었다. 그래서 언어를 가능한 짧고 빠르게 쓸 수 있다면, 그래서 돈과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면 누구나 흔쾌히 통신어 사용에 동의했다.

초고속인터넷망이 보편화된 지금 ‘원츄, 아??, ?障 같은 통신어는 여전히 우리 주변을 떠돌고 있다. 여기서 우리는 이러한 통신어가 단순히 하나의 단어로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오프라인과 온라인을 두루 넘나들며 하나의 문화현상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유명한 통신어 중의 하나가 ‘아??’라는 단어이다. 로마 문자로 ‘Ahehheh’, 한자는 ‘亞行杏’이라고 표기하기도 하는데, ‘아??’은 사진사이트인 디시인사이드(http://www.dciside.com)에 올라온 사진에 ‘아??’이라는 리플이 실수로 달리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이 통신어는 소위 디시폐인들이라 불리우는 사람들 사이로 널리 퍼져가면서 그 용법도 다양해졌다. 그 활용법은 다음과 같다.

(형용사) 이 사진은 아??하오.
(감탄사) 아??! 아??!
(명사) 세상이 뭐라해도 나는 나, 아??이오.
(동사) 자꾸 아??하면 방법하겠소.

통신어인 ‘원츄’의 경우도, 일본 에니메이션, 우스타 교스케의 ‘멋지다 마사루’ 에서 처음 쓰인 단어이다. 이 만화에서 주인공인 '하나나 카지마 마사루'는 멋진 것을 발견했을 때나, 기뻐서 참을 수 없을 때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아이원츄’, 혹은 ‘원츄’라는 단어를 사용한다. 그래서 이 단어는 인터넷의 보급과 디시인사이드 등을 비롯한 여러 곳으로 흘러 들어가 확대 재생산되어 ‘최고다’ 혹은 ‘추천한다’, ‘멋지다’ 등의 의미로 사용되고 있다. 이렇듯 이 시대의 통신어는 당시 문화적 흐름이나 네티즌의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 언어가 그 시대를 반영하듯...

반면 외계어는 인터넷에서 쓰이는 국어의 변칙적인 표기를 통칭하는 말로 이해될 수 있다. 외계어는 창작자의 설명이 없으면 도대체 이게 무슨 글자인지, 무슨 의미인지 의사소통자체가 불가능한 것이 사실이다. 통신상에 떠도는 외계어의 몇 가지 사례를 보자.

사례1.
오Iㄱ=IIㅇㄱ듀 ㅎ1ㄱF 맹글ㅇㄱ낸 → 외계어두 우리가 만들어낸
울ㅎ1?蘆奏? → 우리끼리는
한귤희?ⅲ → 한글이야!!!
울희능, 너누-IIㅎr그 놀긔 ㅅ1러ⅲ → 우리는 너네하고 놀기 싫어!!
오1ㄱ=IIㅇㄱ 날음뒈르 → 외계어두 나름대로
ㄱЙ셩Ø1있?흥,ⅲ → 개성이 있다구!!!

사례2.
¸¤∝¤━┼─☆─┼…ё 릿 ? ?X 듕 ? 뻐 ?├┐˘ˇ¸☆˛ˇ˘┌┤

⊂℃♧¸˛。㉯…英☆~ˇ˘˝˙°⊃⊂℃♧¸˛。㉯…英☆~ˇ˘˙°⊃

¸¤∝¤━┼─☆─┼…ё 잘 ?E 널 ? 햐? ? ├┐˘ˇ¸☆˛ˇ˘┌┤

⊂℃♧¸˛。㉯…英☆~ˇ˘˝˙°⊃⊂℃♧¸˛。㉯…英☆~ˇ˘˙°⊃


사례1은 그나마 친절한 설명이 있어 이해할 만하다. 그러나 사례2는 심각하다. 후기 추상화를 방불케 한다. 이렇듯 채팅이나 게시판 등 사이버 공간에 회자되고 있는 외계어는 일어, 영어, 러시아어, 한자 등 세계 각국의 언어에다 숫자, 도형 등을 조합해서 알아보기마저 힘든 것이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외계어는 다음과 같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 자모나 글자의 일부분이 닮은 모양의 다른 문자나 기호로 치환되는 것.
예: 말おŀズı 않Øŀ도 -> 말하지 않아도
- 분철과 연철이 사용되거나 모음의 양음을 바꾸거나 복모음과 받침이 붙는 것.
예: 날흠뒈? -> 나름대로

(출처 - 위키백과사전 / http://ko.wikipedia.org/wiki/%EC%99%B8%EA%B3%84%EC%96%B4)


▲출처: 디시인사이드 http://www.dcinside.com

그렇다면 왜 네티즌들은 끊임없이 새로운 외계어를 만들어 내는 것일까. 무엇이 그들을 자극하는 것일까.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언어, 표준어로는 자신의 감정이나 느낌 등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들은 뭔가 자신만의 언어와 소리로 자신의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것이다. 그것이 비록 보편적 가치를 지닌 언어가 되지는 못할 지라도 자신이 활동하는 공간에서 최소한의 의미로 소통하고 있는 것이다.

인터넷의 한 포털사이트에서는 외계어에 반대하는 모임과 언어파괴를 반대하는 외침 등의 소모임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주로 외계어가 가져오는 국어파괴현상에 주목한다. 그들은 10대 위주의 외계어 사용이 어른들을 소외시키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점점 외계어와 같은 비속어가 생활화되어가고 있다는 점에서 외계어 사용을 반대한다.

또 다른 쪽에선 성능을 알 수 없는 외계어 번역 프로그램을 개발하기도 하고 외계어를 배우기 위한 모임을 만들어 서로 간 외계어에 대한 정보를 주고받기도 한다. 그들은 네티즌의 자유로운 문화를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왜냐하면, 통신어나 외계어의 사용이 오히려 ‘효율적’이며, 존대말이 필요없는, 현실적으로 ‘평등한 대화가 가능하다’는 이유 때문이다.

언어는 기본적으로 타인과의 소통을 전제로 하며 그것은 끊임없이 생성, 소멸된다. 따라서 그것이 통신어든, 외계어든 상호간 의사소통을 전제할 수 있다면 그 사용은 가능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표준어만을 사용하지 않는다. 수많은 비문, 비어들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가 단지 표준어가 아니라는 이유로 사용될 수 없다면 이것은 또다른 언어폭력 아닐까.

통신어나 외계어는 국어의 표기방식에 변화를 주기는 했지만, 언어의 한 종류로 분류되기는 힘들어 보인다. 단지 한 시대를 풍미하는 인터넷 문화로, 하나의 현상으로 이해될 수 있을 뿐이다. 네티즌은 사이버공간에서 기본적으로 자유롭다. 그들은 자신들이 사용할 언어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으며 새로운 창조 또한 가능하다. 그들은 끊임없는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그들만의 새로운 언어와 문화를 만들어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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